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78)
회귀해서 건물주-378화(378/740)
378
“…….”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민석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설명은 간단했다. 이번 졸업여행에서 교통사고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해안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추락하면서 대형 사고가 난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워낙 큰 사고라 인사사고로 이어지고 사람까지도 몇 명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황당한 건 그게 지금 꿈이라는 것이다. 꿈에서 그 사고를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황당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박민석은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황당한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처음 그 꿈을 꾸었을 땐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 얘기를 형한테 진짜 말을 해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총선 결과를 보고 어떤 식으로든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진짜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니까 말입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꿈을 꾸었다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민석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황당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일단 믿고 안 믿고는 나중 문제고, 우선 하나만 물어보자.”
“네, 뭡니까?”
“그 꿈을 꾼 게 언제야?”
“일주일 전이요.”
“일주일 전?”
“네, 형하고 비 오는 날 막걸리 먹기 바로 하루 전이었어요. 그날 밤에 총선 꿈과 형의 졸업여행 꿈을 같이 꿨습니다.”
현성의 거짓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박민석은 여전히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두 꿈을 같은 날 꿨다는 거지?”
“네, 맞아요.”
“근데 그때 총선 얘기는 하면서 왜 졸업여행 얘기는 안 했던 거야?”
“저도 확인이 필요했으니까요.”
“확인?”
“네, 물론입니다. 저도 솔직히 제 입으로 말하면서도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지 의문이었거든요.”
“그 말은 너 자신도 너의 꿈을 안 믿었다는 얘기네?”
어느새 박민석의 표정은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큼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현성은 그런 박민석을 보며 일부러 과장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당연하죠! 형 같으면 믿을 수 있겠어요?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여당이 150석도 가능하다고 했던 총선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90석이 말이 되냐고요. 그래서 저도 제 꿈을 더욱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일부러 더 꿈이 아닌 척 연기를 했다는 거야?”
“맞아요. 제 꿈이 틀리길 바랐거든요.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고요. 그래야 제가 꾼 꿈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내가 졸업여행 가서 사고 난다는 것도 당연히 개꿈이 되는 거고 말이야.”
박민석이 스스로 꿈 얘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바로 그겁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굳이 꿈 얘기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그 말도 안 되는 총선 결과가 사실이 된 거고?”
“……네.”
현성은 일부러 심각한 척 고개까지 푹 숙이며 감정을 잡았다. 이 정도 얘기했으면 분위기는 어느 정도 잡혔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민석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휴우……! 진짜 어이가 없다. 도대체 무슨 이런…….”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조금 전에 총선 결과를 보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설마 했는데 진짜 그런 결과가 나올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휴우…….”
“민석이 형!”
현성은 일부러 한 번 더 분위기를 잡아 박민석을 불렀다. 그러자 박민석이 심각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어!”
“형, 미안해요.”
사람은 강요하면 오히려 반발하려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현성이 선택한 방법은 오히려 강요가 아닌 본인 스스로 그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였을까.
박민석의 반응이 바로 나왔다.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일부러 그런 꿈을 꾼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니, 그래도 평생에 한 번밖에 없는 여행인데, 괜히 저 때문에…….”
“그건 아니지. 근데 언제부터라고 했지?”
“뭐가요?”
“예지몽 말이야. 언제부터 그런 꿈을 꾸기 시작했냐고?”
예지몽이란다. 현성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그 순간 현성의 표정은 오히려 더욱 심각하게 변하고 있었다.
“아까도 얼핏 얘기했지만 처음 시작은 중학교 3학년에 막 올라갔을 때였어요. 그때도 전날에 꿈을 꾸었는데…….”
현성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박민석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표정을 확인한 현성은 그 후로 몇 가지 사례를 더 얘기하고서야 자신의 말을 마쳤다.
그리곤 살짝 시선을 돌려 박민석의 표정을 살폈다.
입을 꽉 다문 채 고심하는 듯한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기를 잠깐.
고심하던 박민석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우……!”
“…….”
현성은 아무 말도 안 하고 박민석의 다음 반응을 기다렸다.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누구보다도 지금 가장 혼란스러운 건 박민석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5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닫혔던 그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현성이 기대했던 말이 아닌 다른 엉뚱한 말이었다.
“모르겠다.”
“네?”
“모르겠다고. 믿자니 너무 황당하고, 그렇다고 안 믿자니 찝찝하고…….”
박민석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얼핏 봐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어쩌면 이게 정상적인 반응일 것이다. 아무리 총선 결과를 구실 삼아 얘기했지만, 아직 가지도 않은 여행에서 사고가 난다는 말을 믿는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흔들던 박민석이 갑자기 현성을 보며 물었다.
“거기가 어디야?”
“거기요? 그게 무슨 …….”
“사고가 난다는 장소 말이야. 버스 사고라며? 그러면 그 위치도 알고 있을 거 아니야?”
“그런데 그게…….”
“왜? 사고가 난다는 건 얼면서 그 위치는 모르는 거야?”
“그게 좀…….”
갑갑한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에서 박민석의 어머니인 한수진이 사고에 대해서 말하면서 자세한 위치까지는 말하지 않았었다. 그냥 제주도 해안도로란 얘기만 했을 뿐,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 더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 그냥 넘어갔었다. 그런데 그 일이 지금에 와서 자신을 곤란하게 할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말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기억나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고 해안도로라는 정도만…….”
“해안도로?”
“네, 바닷가 바로 옆이었으니까요.”
“시간은? 사고 난 시간은 언제야?”
“글쎄요, 그거까지는…….”
현성이 알고 있는 건 그게 다였다.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갔다가 해안도로에서 버스가 바닷가로 추락했다는 것.
박민석은 잠깐 다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한숨을 쉰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진짜 미치겠네…….”
그 말을 끝으로 박민석은 현성의 방을 나갔다.
갑갑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사고사실을 미리 알릴 목적으로 총선 결과까지 끌어들이긴 했지만 더 이상은 자신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제부터 믿고 안 믿고는 박민석한테 달렸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고민을 할 것이고 결정을 할 것이다. 이제 현성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켜보는 것, 그게 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박민석.
“나보고 어쩌라고…….”
박민석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총선 결과에 놀라 어찌 된 일인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 갔다가 오히려 이상한 말을 듣고 말았다.
사고, 그것도 아직 떠나지도 않은 졸업여행에서의 사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냥 무시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는 거다. 안 들었으면 모를까, 일단 들은 이상 무시하기엔 그 대가가 너무 크다. 인사사고,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뭐해? 뭐 하느라 불러도 대답이 없어?”
한수진이 방으로 들어오며 박민석을 향해 말했다.
조금 전 한수진은 아침밥을 먹으라고 몇 번이나 불렀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기에 박민석의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네? 불렀어요?”
“그래, 세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기에 들어와 봤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얼굴 표정이 왜 그래?”
“그게…… 아, 아니에요.”
박민석은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닫고 말았다.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 어머니한테 그 얘기를 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한다면 어머니로서는 무조건 졸업여행을 못 가게 막을 것이다. 말을 하더라도 나중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다음에 말을 하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요, 아침 먹으러.”
박민석은 어머니와 함께 방을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30분 후.
아침을 먹은 박민석은 방으로 돌아와 전화기 앞에 섰다.
어차피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란 게 아침밥을 먹으면서 내린 결정이다. 만약 현성의 꿈이 사실이라면 이건 단순하게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학과 4학년 전체, 졸업여행을 가는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서 총 40명이다. 그 사람 전체의 안전이 달린 문제다.
박민석은 바로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상우야, 나 민석이다.”
-오늘은 수업도 없는데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너한테 의논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 아무래도 네가 과 대표니까 너한테 먼저 얘기해야 할 거 같아서. 시간 괜찮으면 한 시간 뒤에 학교에서 좀 볼 수 있겠냐?”
-무슨 일인데? 전화로 하면 안 되는 얘기야?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니야. 나오기 힘들면 내가 너희 집으로 가도 되고.”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그렇지 않아도 도서관에 가려던 참이었으니까. 알았으니까 그럼 한 시간 뒤에 도서관 옆 해람지에서 보자.
전화를 끊은 박믹석은 이상우를 만나 현성의 꿈 얘기를 할 생각을 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
“뭐? 그게 사실이야?”
박민석의 설명이 끝나자 이상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바로 물었다.
“그래, 그렇다니까.”
“야, 그게 말이 돼?”
“나도 미치겠어. 차라리 안 들었으면 나도 좋겠다. 그런데 막상 듣고 나니까 그냥 무시하기엔 너무 찝찝한 거야.”
“아니, 무슨…….”
이상우는 황당 그 자체였다.
이게 말이 되는가. 물론 TV나 영화에서는 그런 경우를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출된 장면이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엔 또 왠지 찝찝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박민석이 물었다.
“전세버스랑 민박은 이미 다 예약 끝낸 거지?”
“당연하지. 그뿐만이 아니라 비행기 표도 이미 다 끝냈고.”
“만약 취소하면 그 손해가 만만치 않겠지?”
“말도 안 돼. 돈도 돈이지만 과 친구들은 어떻게 설득할 건데? 더군다나 사고 장소도 모르고 시간도 모른다며, 그런데 어떻게 그 얘기를 애들한테 하냐? 만약 그랬다가는 분위기는 분위기대로 망치고 돈은 돈대로 깨지고 최악의 졸업여행이 될 텐데.”
“그러니까 말이다. 진짜 골치 아프다.”
두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상우가 물었다.
“그 꿈을 꾼 애가 김현성이라고 그랬냐?”
“응, 우리 집에서 자취를 하는 경영과 신입생이야. 너도 그 이름은 들어봤을 텐데?”
“내가?”
“왜, 기억 안 나? 이번 우리 학교 전체 수석을 한 친구잖아. 경영과 신입생 김현성. 점수도 330점이나 맞았고 말이야.”
“아, 그러고 보니까 생각나는 거 같다. 이번에 고시반도 걔가 주도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거 같던데?”
“맞아. 하여간 우리하고는 게임이 안 되는 녀석이야. 근데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고 인간성도 됐고 무엇보다도 사교성이 좋아. 오죽했으면 나랑 일주일 내내 막걸리를 먹었겠냐?”
쩝.
입맛을 다신 이상우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거야 다 좋은데 왜 하필 그런 꿈을 꿔서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냐?”
“내 말이 그 말이다. 그나저나 이 일을 어쩌냐?”
“무시하자니 찝찝하고, 그렇다고 믿자니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이거야 원…….”
두 사람은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고민하던 이상우가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들어 박민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다.”
“그 말은…….”
“이건 말이 안 돼. 총선 결과야 어쩌다 맞혔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보름이나 남은 여행에서 사고가 난다고 하는 건 이건 도저히 못 믿겠다. 자기가 무슨 무당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 무당이라고 그랬어?”
박민석이 ‘무당’이라는 말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이상우가 바로 물었다.
“왜, 혹시 유명한 무당이라도 알고 있어?”
“너 혹시 포남동 박수무당이라고 들어봤어?”
“강릉에서 거기 모르면 간첩이지. 남자 무당인데 목소리는 완전 여자라며. 너 혹시…….”
“어때?”
박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이상우. 그런 그의 눈빛이 어느 순간 반짝였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히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 후.
현성을 믿지 못하는 두 사람, 그들을 태운 택시는 포남동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