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82)
회귀해서 건물주-382화(382/740)
382
그날 저녁.
“첫 소식입니다. 조금 전 들어온 사고 소식입니다. 제주 월정리 부근 해안도로를 지나던 버스가 바닷가로 추락하면서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현장에 나가 있는 이한민 기자를 불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한민 기자!”
뉴스 앵커의 다급한 목소리에서 사고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화면이 바뀌면서 사고 장면이 TV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중앙에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네, 이한민 기잡니다. 저는 지금 사고 현장인 월정리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뒤에 보이는 모습이 사고 현장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6시 30분쯤에 사고가 났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내용입니까?”
-정확히는 6시 25분에 사고가 났습니다. 강릉에 있는 강상대학 경제과 4학년 학생들이 졸업여행 중이었다고 합니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사고가 났는데, 다행인 건 추락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군요. 그런데 대형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은 버스에 탄 학생들 전원이 안전밸트를 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구급대원의 신속한 구조 덕분이라고 합니다.
화면이 다시 사고 장면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의 앞부분이 바닷물에 잠긴 상태였다. 그 말은 사고 당시 버스 앞부분이 바닷물에 잠겼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앵커가 바로 물었다.
“지금 보이는 화면으로만 봐서는 버스 앞부분이 물속에 잠겨있는 걸로 보이는데 그런데도 사망자가 없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혹시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구조대원들의 신속한 구조 덕분이었습니다. 사고가 나자마자 구조대원들이 바로 구조를 했다는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몇 분은 걸릴 텐데 바로 구조가 이루어졌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
-그게 정말 이상합니다. 사고 목격자에 따르면 버스 뒤로 구급차 10대가 따라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그 10대의 구급차를 오늘 누군가 강상대 학생들을 위해서 고용을 했다는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렇다면 사고가 날줄 미리 알고…….”
꾹!
신춘오 회장은 리모컨을 눌러 TV 전원을 껐다.
“…….”
아무 말이 없는 두 사람.
그러기를 잠시.
신춘오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 실장, 수고했네.”
“저야 그저 회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아니, 이제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겁니까?”
“그러게 말일세. 설마 했는데…….”
신춘오 회장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번이 세 번째다. 씬라면 이미지, 총선 결과, 그리고 이번 사고.
두 번째까지도 설마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것도 아니고 대형 사고였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 덕분에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잠시 말이 없던 신춘오 회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김 실장.”
“네, 회장님.”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우리가 이해할 문제는 아닌 거 같네. 우리는 그저 지금처럼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걸로 만족하자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도저히…….”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신춘오 회장의 지시를 받아 사설 구급대를 고용할 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말은 못 했지만 이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금 전 TV 뉴스를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설마설마했는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만 것이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어쨌건 중요한 건 우린 이번에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네.”
“네, 그렇습니다. 만약 구급대원이 바로 없었다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을 겁니다. 이게 다 회장님의 현명한 판단 덕분입니다.”
“됐네, 이 사람아. 누가 그런 소리나 듣자고…… 됐고, 저녁이나 먹으러 나가세. 오늘은 얼큰한 아귀찜이나 먹으러 가세. 소주도 한잔하고 말이야. 수고했다는 의미로 우리 두 사람한테 그 정도 상은 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
신춘오 회장은 기분 좋다는 듯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 건 김영우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유야 어쨌든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니 말이다.
두 사람은 기분 좋게 회장실을 빠져나왔다.
***
같은 시각.
TV를 보던 박민석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믿지도 않았다. 온종일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사고는 없을 것이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금 전 TV 화면에 믿을 수 없는 장면이 나왔다. 그건 바로 버스의 추락사고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버스가 바로 자신의 친구들이 탄 버스라는 거였다.
만약 현성이 아침에 자신을 버스에서 끌어 내리지 않았다면 지금쯤이면 이 자리가 아닌 제주도 어느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현성의 말처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버스에 탄 전원이 안전밸트를 매고 있었다고 했다. 그 덕분에 사망자가 안 나왔다고 했었다. 사실 안전밸트를 맨 것도 따지고 보면 현성의 덕분이었다.
강상대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할 때만 해도 안전밸트를 맸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자신을 버스에서 끌어 내릴 때 현성이 이상우를 보며 안전밸트를 매라고 간곡히 부탁했었다. 특히 제주도에 가서 버스를 타고 움직일 때 만약 안전밸트를 매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했었다. 그 말끝에 친구들이 안전밸트를 매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었다.
“결국은…….”
모든 게 현성의 덕분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버스가 바다로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없이 중상자 몇 명을 빼고 대부분이 경상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안전밸트 때문이었고, 그 말은 결국 현성이 덕분에 모두가 그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TV를 볼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이럴 때가 아니지!”
박민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시각.
“휴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길게 나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사고는 전생과 똑같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런데 다행인 건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전생에선 박민석을 포함해 총 5명이 사망했었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건 바로 구급대의 존재다. 조금 전 기자가 말하길 구급차가 버스의 뒤를 따라왔었다고 했다. 그것도 1대도 아니고 10대씩이나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누군가 일부러 그 구급대를 고용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돼?”
도저히 이건 말이 안 된다. 자신이야 전생의 기억으로 사고를 미리 알았다고 하지만 도대체 누가 사고 날 것을 미리 알고 구급차를 뒤따르게 했단 말인가. 그것도 10대씩이나. 만약 뒤따라오던 구급차가 없었다면 사망자는 틀림없이 나왔을 것이다.
“도대체 누굴까?”
현성이 고민에 막 빠지려 할 때였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대충 누구인지 감은 잡았다. 어차피 지금쯤이면 사고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그러니 바로 찾아왔을 것이고.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예상대로 박민석이었다.
“현성아!”
얼마나 놀랐는지 얼굴이 창백해진 박민석이 현성의 이름을 불렀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박민석은 현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현성아, 미안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형, 이러지 마요.”
현성은 얼른 박민석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자신 또한 잘나서 그런 것도 아니고 회귀한 덕분에 미리 알았을 뿐이다. 물론 그 사고 사실을 미리 알리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박민석이 겨우 꿇었던 무릎을 펴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현성아, 진짜 미안하다. 내가 잠깐 졸업여행에 미쳤었나 봐.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야, 형. 전 괜찮아요. 오히려 제가 아까 짜증을 내서 미안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오히려 지나고 보니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사실 입장을 바꿔서 누군가 자신한테 꿈을 꿨다고 하면서 그걸 믿으라고 했다면 자신 또한 당연히 거부했을 것이다.
박민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너무 미안하지만, 진짜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쯤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을 거야. 아니, 어쩌면 더 큰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됐더라면…….”
박민석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현성은 그런 박민석을 보며 바로 말했다.
“형, 이젠 다 끝난 일이에요. 그러니까 그 일은 잊어요. 그리고 어쨌건 형도 무사하고 다른 형들도 무사하잖아요. 그걸로 됐어요.”
“그거야 물론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미안하지만 하나만 물어도 돼?”
“뭔데요?”
“그 구급차 말인데, 그건 어떻게 된 거야? 혹시 그것도 네가 준비한 거야?”
“아니요. 사실은 저도 그게 궁금해요. 도대체 누가 그런 일을 했는지 말입니다. 그게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야 그렇다 쳐도 자신 외에 누가 또 그 사고를 미리 알 수 있었는지 그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박민석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누가……?”
“그러게 말입니다. 저야 꿈에서 미리 봤다고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도 사고가 날 줄을 미리 알았다는 건데, 그게 과연 누군지는 도저히 감이 안 잡혀요.”
“진짜 이상하네. 난 당연히 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박민석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어제 오후에 찾아갔던 부채도사였다. 그 사람이 분명 ‘그분’이 알아서 움직일 거라고 했었다.
박민석은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눈치로 봐서는 현성도 여전히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박민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성아…….”
“네, 형.”
“사실은 내가 어제 과 대표랑 어디에 좀 갔다 왔거든. 근데 말이야 그 사람이…….”
박민석은 어제 부채도사를 찾아갔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민석의 설명이 이어지자 현성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박민석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포남동에 있는 부채도사요?”
“응, 원래는 박수무당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었는데 그 사람은 기도하러 산에 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돌아오는 길에 부채도사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갔었거든. 솔직히 우리도 너한테 꿈 얘기를 듣고 불안했던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그 부채도사가 그분이 알아서 움직일 거니까 그냥 졸업여행을 가라고 했다는 말이죠?”
“아니, 그렇다고 콕 집어서 졸업여행을 가라고 한 건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했거든. 그분이 알아서 움직일 거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분이 알아서 움직일 거라고 했다고요?”
“응, 난 그래서 아까 TV를 보고 그분이 바로 너라고 생각했었거든. 네가 알아서 나를 버스에서 끄집어 내렸듯이 구급차도 네가 준비를 한 줄 알았지.”
“…….”
현성은 특별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평상시에 그런 사람들의 말을 믿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도 애매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부채도사란 사람이 말한 ‘그분’이 누군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때 박민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내일이라도 다시 가서 물어보면 되는 것이고 궁금한 게 또 하나 있어.”
“저한테요?”
“응.”
“뭔데요?”
“오늘 아침에 말이야, 어떻게 엄마가 쓰러졌다고 거짓말을 할 수가 있었어? 솔직히 그 얘기만 아니었어도 내가 너를 따라서 버스에서 내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 순간에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신기해서 말이야.”
그건 사실이다. 만약 그때 현성이 엄마가 아닌 다른 거짓말을 했다면 아마도 버스에서 내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순간 졸업여행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엄마 빼고는 없었으니 말이다.
현성의 대답이 바로 이어졌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당연하다고?”
“네, 그 순간에 졸업여행보다 더 소중한 건 어머니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어? 어머니? 형! 지금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닙니다!”
현성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순간적으로 한수진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고 놀란 사람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한수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박민석을 잃고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았던 그녀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한수진, 바로 그녀일 것이다.
박민석이 물었다.
“갑자기 왜 큰 소리를 치고 난리야?”
“형, 어서 일어나요. 지금 가장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어머니일 겁니다.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지금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닙니다. 어서 어머니한테 가보세요.”
“우리 엄마?”
“네, 어서요. 빨리!”
현성은 박민석을 떠밀다시피 문밖으로 밀어냈다.
밖으로 나온 박민석.
박민석은 발걸음을 천천히 안방 쪽으로 옮겼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간 박민석은 깜짝 놀랐다.
“엄마!”
한수진의 얼굴은 얼마나 울었는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박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잠깐 잊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가장 놀랄 사람은 엄마였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아들!”
한수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석을 바라봤다.
“엄마!”
“민석아!”
두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아들을 잃은 고통에 평생을 아파하던 한수진이었다. 적어도 이번 생에서만큼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마당에서 두 사람의 울음소리를 듣던 현성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