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86)
회귀해서 건물주-386화(386/740)
386
“회장님!”
설마 했었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현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각이 새벽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서울도 아니고 강릉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잘못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돌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결과 목소리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자신이 생각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신춘오 회장, 그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회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회장님이 이 시간에 여기를 어떻게…….”
신춘오 회장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쫙 벌렸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는 현성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꾸욱!
신춘오 회장은 현성이 자신의 품에 안기자 양팔에 힘을 줘 끌어안았다.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손주처럼 그의 모습은 반가움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잘 있었는가?”
“네, 회장님. 회장님도 별일 없으셨지요?”
“자네 덕분에 잘 있었네. 그건 그렇고 어디 자네 얼굴이나 자세히 보세.”
신춘오 회장은 안고 있던 양팔을 풀며 현성의 양쪽 어깨를 잡았다.
“음…… 허허, 이젠 제법 어른티가 나는구먼. 1년 전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어. 키도 더 큰 거 같고 말이야.”
“하하,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나저나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그것도 새벽 시간에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 도착하려면 서울에서는 밤 12시쯤 출발했을 것이다. 일반 개인도 아니고 한 기업의 회장이란 사람이 그 시간에 움직인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그때 신춘오 회장의 입에서 황당한 말이 나왔다.
“자네가 보고 싶어서 달려왔네.”
“네? 그게 무슨…….”
“갑자기 오늘 오후에 자네가 보고 싶더라고.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음식 먹는 거 하고 사람 보고 싶은 건 못 참는 성격이거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시간에 말입니까?”
“김 실장이 자네가 이 시간밖에 없다고 하더군. 자네가 요즘 공부하느라 잠도 안 잔다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이 시간에 올 수밖에 없었네.”
신춘오 회장은 어쩔 수 없이 김영우 실장을 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새벽에 온 것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영우 실장은 자신이 이 시간에 자취방으로 간다는 걸 어찌 알았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김영우 실장이 누구인가. 어찌 됐건 대기업 회장의 비서가 아닌가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 알아내는 건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세.”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네? 어디로 말입니까?”
“밤을 새웠으니 피곤할 거 아닌가? 가서 해장국이라도 먹고 얼른 쉬어야지.”
“해장국이요?”
“그래, 지금으로선 자네한테 가장 필요한 게 바로 해장국일 걸세. 먹고 가서 푹 쉬게.”
씨익.
해장국이란 말에 잠시 의아스러웠지만 현성은 바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대기업의 회장이란 사람이 그 먼 거리를 달려와서 해장국 얘기를 꺼내기에 무슨 소린가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에게 있어 그만한 음식이 없을 거라는 거였다.
그리고 더 고마운 건 신춘오 회장의 마음 씀씀이였다. 겉치레가 아닌 상대방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미리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현성이 신춘오 회장과 함께 승용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밖에 나와 있던 김영우 실장과 최진영 기사가 현성을 반갑게 맞았고 현성 또한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곤 승용차가 출발하자 현성이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 때문에 두 분이 고생이 맞으시네요. 일요일인데 쉬지도 못하시고 말입니다.”
“그건 자네가 몰라서 하는 소릴세. 우리는 오히려 회장님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네.”
김영우 실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처럼 들렸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진짭니까?”
“그렇다니까. 내가 오늘 집에서 밤 11시에 나오면서 마누라한테 칭찬까지 들었다는 거 아닌가.”
“네? 칭찬이요?”
현성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 이유는 김영우 실장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그 의미를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김영우 실장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수표를 한 장 주고 나왔거든.”
“수표요?”
“그래, 회장님 앞에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회장님께서 특근 수당으로 우리 두 사람한테 수표를 한 장씩 주셨거든.”
“특근 수당으로 수표를요?”
현성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신춘오 회장은 바라봤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사람아, 나 그렇게 악덕 업주 아닐세.”
“누가 회장님한테 악덕 업주라고 했습니까? 저는 그 반대로 존경의 의미로 본 겁니다.”
맞는 말이다. 어느 회장이 일요일에 비서와 기사를 출근시켰다고 해서 수표를 한 장씩 주겠는가 말이다. 물론 그 수표야 당연히 10만 원짜리일 테고, 그 당시 10만 원이면 절대 적은 금액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고 무슨 존경씩이나…… 피식.”
신춘오 회장은 싫지 않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현성은 이번엔 최진영 기사를 보며 슬쩍 물었다. 그의 반응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사님도 혹시 칭찬받으셨어요?”
“나? 글쎄…… 쿡쿡.”
최진영 기사는 갑자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은 마치 어린 아이가 착한 일을 하고 누군가한테 칭찬을 받은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궁금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일 터.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뭡니까?”
“와이프가 나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궁금한 건 현성뿐만이 아닌 듯했다. 어느새 김영우 실장과 신춘오 회장의 시선도 최진영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최진영 기사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매주 가라더라.”
“매주요?”
“그래, 앞으로 일요일엔 집에 안 와도 된다고 말이야. 쿡쿡.”
최진영 기사는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하하, 하하하…….”
신춘오 회장이 제일 먼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김영우 실장과 최진영 기사 두 사람이 서로를 잠깐 마주 보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신춘오 회장과는 확실히 달랐다. 왠지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한 기분이 느껴지는 듯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거야?”
사거리가 나오자 최진영 기사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해장국을 먹으러 가려면 좌회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그 반대쪽인 우회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 이쪽은 외각으로 빠지는 길 같은데…….”
현성의 말대로 우회전을 해서 달리던 최진영 기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네, 해장국 드시기 전에 잠깐 어디 좀 가려고요.”
“이 시간에 어디를 간다는 거야?”
신춘오 회장이 궁금한 듯 슬쩍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가 보시면 압니다. 최 기사님 이제부터 직진으로 30분 정도 쭉 가시면 됩니다.”
“어? 어, 그래.”
부르릉!
최진영 기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 액셀을 밟았다.
30분쯤 달리자 넓은 바다가 나왔다. 승용차가 멈춘 곳은 안인해변이 내려다보이는 국도 옆이었다. 안인해변은 강릉 시내에서 동해 방향으로 11km쯤 떨어진 곳으로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곳이다.
신춘오 회장이 승용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여기가 어딘가?”
“안인해변입니다. 어떻습니까?”
“자네가 왜 이곳으로 오자고 했는지 알겠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네. 정말 장관이구먼. 감동 그 자체야.”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바라봤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곳이다.
이곳을 처음 알게 된 건 전생에서 대학 3학년 때였다. 여름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친구 두 명과 같이 자전거로 일주일 동안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곳을 지나가면서 강릉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바다가 가장 넓게 시야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특히 맑은 가을날 드넓은 파란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이곳이 대한민국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감동 그 자체다.
그때였다.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급히 불렀다.
“김 군!”
“네.”
“혹시 저게 그거 맞지?”
신춘오 회장은 손가락으로 수평선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 하늘은 어느새 붉게 변해 있었다. 금방이라도 해가 솟아오를 것 같았다.
현성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맞습니다. 이제 곧 해가 뜨려나 봅니다. 일출입니다.”
“정말인가? 저기서 해가 뜬단 말이지?”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듯 신춘오 회장은 흥분을 좀처럼 감추지 못했다. 그때 최진영 기사가 언제 준비했는지 카메라를 들고 다가왔다. 그런데 들고 있는 카메라가 얼핏 봐도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아닌 듯했다.
“회장님, 바다를 배경으로 멋지게 자리 잡으십시오. 오늘 아무래도 최고의 작품이 나올 거 같습니다.”
“아! 맞다. 최 기사 전공이 사진이라고 했었지?”
“아니, 그걸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그럼, 이 사람아. 다른 건 몰라도 그 정도는…… 알았네, 멋지게 한번 찍어 보게. 내가 오늘 사진값은 후하게 쳐주겠네.”
신춘오 회장은 그 말과 함께 현성을 불렀다.
“김 군, 이쪽으로 오게. 나와 기념사진 한 장 찍어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대신 제가 모델료가 좀 비쌉니다.”
“허허, 알았네, 알았어. 얼마든지 주고말고. 이렇게 멋진 곳을 선물 받았는데 뭔들 못 주겠는가.”
신춘오 회장은 기분 좋다는 듯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네 사람은 서로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치 수학여행을 온 학생처럼 네 사람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그래서인지 매일 보는 태양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밝게 느껴지는 듯했다.
***
일출 구경을 마친 후 네 사람이 향한 곳은 초당에 있는 순두부 집이었다. 안인에서 초당까지는 거의 50분 정도가 걸렸지만 오는 내내 네 사람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그만큼 모두가 만족한다는 의미였다.
“자네가 전화로 얘기했던 곳이 이곳인가?”
주차장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신춘오 회장이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간판을 가리켰다.
“네, 지난번에 전화했던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저는 이곳 음식이 제일 입맛에 맞더라고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자, 어서 들어가세.”
두 사람이 얘기를 하는 동안 김영우 실장과 최진영 기사는 이미 가게 안에 들어가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이미 자리를 잡은 듯 김영우 실장이 신춘오 회장을 안내했다. 신춘오 회장이 자리를 잡고 앉자 김영우 실장과 최진영 기사는 뒤쪽에 따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모습을 본 신춘오 회장이 김영우 실장을 불렀다.
“김 실장!”
“네, 회장님.”
“그냥 이쪽으로 오게. 그리고 앞으로는 따로 앉지 말고 같이 앉자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네.”
“네?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어떻게…….”
“미안하네. 내가 진작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자고. 부탁함세.”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김영우 실장은 바로 최진영 기사한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최진영 기사가 바로 일어나 이쪽 테이블로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
현성은 자연스럽게 신춘오 회장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고 김영우 실장과 최진영 기사는 자연스럽게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음…… 그래 이게 맞아.”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현성은 그런 신춘오 회장을 보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째복, 네 개요.”
현성이 주문을 마치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째복?”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째복이 뭔지 설명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김영우 실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조개라는 거지?”
“네, 맞습니다. 정식 명칭은 민들조개라고 부르는데 여기 사람들은 째복이라고 부르는 거죠.”
“째복이라……, 이름이 참 정감이 가네.”
신춘오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주문한 음식과 밑반찬이 식탁에 놓였다.
“어? 이거 그거 맞지?”
신춘오 회장이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찌개를 보며 반갑게 숟가락을 들었다. 그건 바로 비지장이었다.
세 사람의 눈빛은 반짝였다.
하지만 현성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건 바로 조금 전에 가게로 들어오면서 봤던 글씨 때문이었다.
[임대문의]‘이제 드디어 장모님이 여기로 오시는 건가……?’
장모님이 이 가게를 인수한다면 당연히 아내 윤지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이제 만날 수 있는 건가?
현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