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87)
회귀해서 건물주-387화(387/740)
387
“오늘은 오셨으려나…….”
현성은 중얼거리며 ‘할머니 초당 순두부’ 주차장에 트럭을 세웠다. 오늘로 이곳에 매일 찾아온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때가 8월 말경이었다. 신춘오 회장과 안인에서 일출을 보고 이곳에 왔다가 입구에 ‘임대문의’라는 글자를 보고 그다음 날부터 시간 날 때마다 거의 매일 찾아왔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장모님 때문이었다.
혹시나 이 가게의 새로운 주인이 장모님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물론 전생에 이곳에서 장모님을 처음 뵌 건 앞으로 13년 뒤이지만 분명한 건 그 이전에 가게를 인수하셨을 거라는 거다. 문제는 그 시기를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지만.
“어?”
가게 입구로 향하던 현성은 깜짝 놀랐다. 어제까지도 입구에 붙어있던 ‘임대문의’란 글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글자를 뗐다는 얘기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저벅저벅.
현성은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가게 안은 조용했다. 딱 봐도 영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주인이 바뀌자마자 바로 영업을 한다는 것도 이상할 것이다.
“죄송하지만 아직 영업은 안 하는데요.”
안채에서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면서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먼저 장사를 하던 주인은 아니었다.
궁금한 마음에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주인이 바뀐 건가요?”
“네, 오늘 인수했어요. 영업은 가게 수리를 한 후 1주일 후에 시작할 거예요. 혹시 식사하시러 오신 건가요.”
“네? 아, 네……. 그런데 혹시 사장님이신가요?”“네, 다른 곳에서 식당을 하다가…….”
아주머니는 그 후로 몇 마디를 더했지만 현성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휴우……!”
기대가 컸던 탓일까, 밖으로 나온 현성은 허탈한 기분에 한숨이 저절로 길게 나왔다. 그래서인지 트럭에 앉아서도 좀처럼 출발을 못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장모님을 만나는 시간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여기 주인이 바뀌었으니 최소한 몇 년은 지금의 주인이 가게를 운영할 것이다. 물론 그 기간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소 2, 3년은 넘을 것이다. 어차피 계약기간이 기본 그 정도는 될 것이니 말이다.
“장모님은 도대체 언제쯤에나…….”
현성이 중얼거리며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넣으려고 할 때였다.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트럭 앞 유리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시간이 조금 지나자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빗방울 굵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 상태로 한 시간만 와도 엄청난 양일 듯했다.
‘잠깐!’
현성은 순간적으로 오래전 기억 하나가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때가 아마 올림픽 폐막 하루 전이었을 것이다. 오후 늦게부터 오기 시작한 비는 2박 3일 동안 계속 왔었다. 장마도 아니었는데 사흘 동안이나 왔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가 온 기간이 아니라 그 비의 양이었다. 사흘 동안 내린 비가 무려 250mm가 넘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비가 오기 시작한 첫날 밤에는 시간당 50mm씩 퍼부었었다. 말 그대로 물 폭탄이었다.
그런데 그게 전국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강원도 영동지방 중에서도 강릉 지역에 집중적으로 국지성 호우로 내렸던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이 사실을 기상청에서조차 전혀 예측을 못 했기에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일이 10월 2일, 올림픽이 끝나는 날이다. 결국, 지금 내리기 시작한 비는 월요일까지 무섭게 내린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부릉!
현성은 액셀을 세게 밟았다.
집에 도착한 현성은 일단 주인집 아들인 박민석을 큰 소리로 불렀다.
“민석이 형!”
방에서 나온 박민석은 현성을 보며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현성이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야, 무슨 일이야? 왜 비를 다 맞고 있는 거야?”
“비상입니다. 앞으로 밤이 되면 물바다가 될 겁니다.”
“물바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제 조금 있으면 빗줄기는 무서울 정도로 더욱 거세질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아침까지도 일기 예보에서는 그렇게 많이 안 온다고 했는데.”
“그게 다 오봅니다. 오죽하면 기상청장까지 모가지가 날아가겠습니까?”
사실이다. 그 당시 오보의 책임으로 기상청장은 월요일 오전에 스스로 물러나고 만다.
그 당시 수해 이재민만 해도 엄청난 숫자였다. 죽은 사람만 해도 20명이었다. 그 정도로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었다. 오죽했으면 노태우 대통령이 바로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정도였다.
박민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기상청장 모가지가 날아간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차피 걔 모가지가 날아가든 말든 그건 우리하고 상관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여기까지도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때 방 안에 있던 박민석의 어머니인 한수진이 나오며 물었다.
“현성아, 이게 다 무슨 소리야?”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시간이 없기에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서둘러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두 사람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한수진이 바로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네, 그렇습니다. 지금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닙니다. 혹시 포댓자루 있어요?”
“포댓자루? 갑자기 그건 어디에 쓰려고?”
“모래 넣어서 이쪽에 쌓으려고요.”
현성은 자취방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이번엔 박민석이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바로 물었다.
“뭐야? 설마 빗물이 여기까지도 넘친다는 거야?”
“네, 물론입니다. 여기 입구를 막지 않으면 여기 자취방들은 다 물에 잠길 겁니다. 그러니까 빨리 여기에 둑을 쌓아야 합니다!”
현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건 현성뿐인 듯했다. 박민석과 한수진, 두 사람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 박민석이 현성을 향해 물었다.
“야, 너 혹시 이것도 지난번 졸업여행 때처럼 꿈에서 미리 본 거야?”
박민석은 지난번 졸업여행이 생각났다.
그때 만약 현성이 버스에서 자신을 내리게 하지 않았다면 추락 사고에서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현성은 사전에 그 사실을 알았기에 중간에서 졸업여행을 못 가도록 막았었다. 그 덕분에 추락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그때 현성이 말했던 것이 바로 꿈에서 미리 그 사고를 봤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혹시 꿈에 미리 본 것이냐고 물은 것이다.
현성의 대답이 바로 이어졌다.
“맞아요, 이번에도 꿈을 꾸었어요. 그러니까 빨리 이곳에 둑을 쌓아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그땐 이미 늦어요. 어서요!”
그렇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두 사람이 믿을 것인지 갑갑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박민석이 꿈 얘기를 하기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난번에 박민석은 사고를 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두 사람한테 그것만큼 확실한 효과는 없을 거란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성아, 여기!”
박민석이 창고에서 포댓자루를 들고나왔다. 한수진도 어느새 삽을 들고 현성 옆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의 모습은 조금 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비를 맞으며 작업을 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밖이 시끄러워지자 자취생들이 하나둘 방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현성은 자취생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일이 빨리 끝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한 학생이 물었다.
“정말 빗물이 여기까지 넘친단 말입니까?”
“네, 여기 입구 쪽을 막지 않으면 여기 방들은 다 빗물에 잠길 겁니다. 그러니까 빨리…….”
“그게 무슨 소리에요? TV에서도 비 많이 안 온다고 했었는데.”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학생의 말이 이어졌다.
“네? 그, 그게…….”
곤란한 건 현성이었다. 기상청에서도 비가 많이 안 온다고 한 상황에서 그것을 뒤집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한테까지 꿈을 꿨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박민석이나 한수진 같은 경우엔 이미 자신들이 직접 경험을 했기에 현성의 말을 순순히 믿을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엔 전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박민석이 현성 옆으로 걸어왔다.
“왜, 못 믿겠어요?”
“당연하지요. 분명히 TV에서…….”
“월세를 안 받을게요.”
“네? 그게 무슨…….”
“만약 여기 현성이 말이 틀리면 월세를 안 받겠다고요. 그것도 한 달이 아니라 여기서 나갈 때까지, 어때요? 이만한 조건이면 같이 작업해도 될 거 같은데요?”
박민석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한두 달도 아니고 방에서 나갈 때까지 월세를 안 받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잠깐 망설이던 학생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당연하지요. 왜요? 내 말을 못 믿겠어요?”
“그게 좀…….”
박민석은 학생의 반응에 피식 웃었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박민석은 어쩔 수 없이 한수진을 보며 말했다.
“엄마, 아무래도 집주인의 설명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박민석의 말이 끝나자 한수진이 바로 학생들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조금 전에 박민석이 했던 얘기를 그대로 반복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포댓자루에 모래를 담기 시작했다.
그때 빗줄기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두 시간 후.
자취방 입구 쪽에는 1m 높이로 둑을 완벽하게 2중으로 쌓아 올렸다. 그리고 혹시라도 빗물이 새어들어 올까 봐 비닐로 마감을 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행히도 여러 사람이 작업을 하는 바람에 빨리 끝낼 수 있었다.
탁탁.
현성은 든든하게 쌓인 둑을 손으로 두드렸다. 이 정도면 이곳은 아무리 비가 와도 문제가 없을 듯했다.
‘여기는 됐는데…….’
현성의 머릿속에는 다른 고민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강릉에 사는 저지대 사람들의 안전 문제였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밤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자정부터는 저지대부터 침수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대천 하류 쪽의 피해가 가장 컸었다. 그 이유는 남대천의 범람 때문이었다. 시간당 50밀리가 넘는 양이 쏟아지다 보니 결국 그 양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어느 정도야?”
박민석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현성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어떡해요, 형?”
“어느 정돈데?”
“여기가 이 정도면 저지대는 오죽하겠어요?”
“남대천 하류를 얘기하는 거야?”
박민석 같은 경우는 강릉 토박이다 보니 현성이 얘기하는 부분을 바로 알아들었다.
현성의 대답이 바로 이어졌다.
“네, 남대천이 못 버텨요.”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남대천이 범람이라도 한다는 얘기야?”
“맞아요. 지금은 괜찮은데 자정이 넘으면 그때부터 넘치기 시작할 겁니다. 비가 진짜 장난 아니게 올 거거든요. 근데 문제는 이걸 저 같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예요.”
현성이 갑갑한 이유가 이거였다. 분명히 침수가 되는 건 알겠는데 그것을 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휴우!”
현성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박민석이 바로 물었다.
“진짜 그 정도로 비가 온다고?”
“네, 시간당 50밀리가 넘게 올 겁니다. 그러니까 남대천도 못 버티는 거죠. 그런데 그게 하필 밤에 온다는 겁니다.”
“어떡하냐? 사람들한테는 아무리 얘기해도 안 믿을 텐데…….”
박민석도 현성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하늘만 쳐다봤다.
잠시 후.
현성은 박민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 혹시 시청에 아는 사람 있어요?”
“응, 친한 과 선배가 있기는 한데……. 그렇지 않아도 오늘 그 선배 당직이라고 했는데.”
“그래요?”
“그래봤자 그 선배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텐데, 뭐라고 설명할 말도…….”
박민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성의 말이 빨랐다.
“형, 가요. 일단 가서 방법을 찾자고요.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어쩌려고?”
“뭐라도 해봐야지요.”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던 박민석도 현성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