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88)
회귀해서 건물주-388화(388/740)
388
“어떡할 건데?”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이 시청에 도착하자 박민석이 현성을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목표는 시장입니다.”
“시장님 말이야?”
“네, 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선 개인이 움직여서는 답이 없습니다. 이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님을 움직이겠다는 거야?”
“물론입니다. 방법은 그뿐이니까요.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가요.”
그 말을 끝으로 현성은 트럭에서 바로 내렸다.
‘설마 비가 그 정도로 온다는 거야……?’
현성의 뒤를 따르는 박민석의 표정엔 걱정과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물론 비가 많이 온다니까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처음에 비가 많이 온다고 했을 때는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기예보에서 이미 이번 강수량이 100밀리 미만이라고 예보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이 꿈에서 엄청난 비가 왔다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몇 개월 전에 그의 꿈에 대한 정확성은 이미 몸으로 직접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졸업여행에서의 사고, 만약 그때 현성이 중간에서 막지 않았다면 자신이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문제는 지금이다. 분명히 믿어야 하는데 솔직히 자꾸 의구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올여름 장마철에도 비가 그렇게 많이 왔었지만, 남대천이 범람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남대천이 범람한다고 하니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박민석은 앞서 걷는 현성을 불렀다.
“현성아!”
“왜요?”
“아…… 아니다. 빨리 가자.”
인제 와서 무슨 말을 한다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박민석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현성을 믿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당직실이었다.
똑똑.
“무슨 일이십니까? 어, 너는 민석이 아니야? 이 시간에 여기 웬일이야?”
처음엔 현성의 얼굴에 놀랐던 당직자 서인수가 박민석의 얼굴을 확인하자 반가운 듯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자 박민석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사실 급하게 볼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볼일? 나한테?”
“네, 사실은…….”
박민석은 시청에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민석의 설명이 이어지자 서인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박민석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오늘 밤에 비가 많이 와서 남대천이 범람한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빨리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야, 박민석.”
박민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수가 박민석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다시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네, 선배님. 그렇지 않으면 거기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누가 그래?”
“네?”
“누가 오늘 밤에 비가 많이 온다고 그랬냐고? 조금 전에 TV에서도 기껏해야 3일 동안에 많이 와봤자 100밀리 온다고 했는데.”
“그게…….”
갑갑한 건 박민석이었다.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슬쩍 긁적인 후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서인수가 바로 물었다.
“이 친구는 누구야?”
“아, 네. 여기 이 친구는…….”
“김현성입니다. 이번에 경영학과 1학년에…….”
박민석이 소개를 하려고 하자 현성이 먼저 자신의 소개를 간단하게 한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선배님,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한 시간 후부터는 무섭게 비가 올 겁니다. 그러니 빨리…….”
“잠깐!”
서인수가 손을 들어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학교 후배라니까 말은 편하게 할게.”
“네, 선배님.”
“근데 아무리 얘기를 들어도 이해가 안 되잖아. 내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기상청에서도 분명히 기껏해야 100밀리 온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두 사람만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냐고? 안 그래?”
“오봅니다. 기상청에서 큰 실수를 한 겁니다.”
“현성이라고 했지?”
서인수는 현성의 이름을 한 번 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다 좋아, 그렇다고 치고, 내가 지금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시장님한테 이 사실을 빨리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빨리 저지대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이젠 시장님까지…….”
서인수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진짜 시간이 없습니다. 선배님!”
“미안하다.”
“네?”
“미안하다고.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조용히 돌아가. 더 이상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자꾸 이러면 곤란해.”
서인수는 테이블 위에 있는 랜턴을 들며 말했다. 순찰이라도 하려는 듯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무엇 때문에 곤란하다는 겁니까?”
“진짜 이유를 몰라서 이러는 거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기상청에서도 모르는 일을 두 사람만 우기고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알다시피 나도 나라에서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야. 원칙 없이 일할 순 없는 거라고.”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해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짜증이 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 보니 말이 좀 세게 나왔다.
“그런데 그 월급 누가 주는지 아십니까?”
“뭐?”
“국민입니다. 그런 국민이 지금 곧 위험에 처한다는 겁니다. 원칙 따지고 뭐 따지고 하는 사이에 국민들은 죽어간다는 겁니다.”
“너 진짜…….”
서인수는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 어느 정도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들어주든지 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우기고 있으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한참 어린 애와 시비를 가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때 박민석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나 좀 봐.”
서인수는 현성 옆에 있는 박민석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박민석을 설득해 현성을 데려가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두 사람이 나가고 혼자 남은 현성은 주변을 슬쩍 훑었다.
바로 그때였다.
‘어, 이건?’
현성의 시선이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엔 서류철이 하나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표지에 쓰여 있는 다섯 글자.
[비상연락망]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챈 현성은 생각할 것도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샤락!
비상 연락망 첫 장을 넘기자 조직도와 함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현성의 시선은 바로 맨 윗줄로 향했고 그와 동시에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잠시 후.
밖에 나갔던 두 사람이 들어왔다.
박민석의 표정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밖에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성과 눈빛이 마주치자 박민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성아 이제 그만…….”
“형, 가요. 아무래도 제가 무리를 했나 봅니다. 선배님, 죄송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차피 당직실에 찾아온 목표는 이루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서인수의 손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객관적인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기에 억지를 부리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한 감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 같아선 서인수한테 좀 더 사과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으로선 단 1초가 아쉬운 터라 얼른 인사를 하고 박민석과 함께 당직실을 나왔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
박민석이 먼저 물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제 어쩌려고?”
“형, 미안해요. 저 잠깐만…….”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곤 바로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타다닥!
현성이 도착한 곳은 별관 앞쪽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였다.
디디디딕.
급하게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던 현성은 마지막 숫자를 남겨두고 고민에 빠졌다.
‘잠깐!’
어차피 개인이라고 말해봤자 들은 체도 안 할 것이고, 거기다 꿈에 본 상황이라고 얘기했다가는 미친놈 소리밖에 못 들을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답이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고민을 끝낸 현성은 전화번호를 다시 누르기 시작했다.
신호가 몇 번 울리자 상대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윤서현 시장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제가 시장입니다만…… 죄송하지만, 전화를 주신 분은 누구신지…….
윤서현 시장은 전화를 받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시각이 10시를 넘긴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각에 전화 올 곳은 두 군데밖에 없다. 그 첫 번째가 업무상 전화다. 하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만약 당직실에서 연락을 했다면 소속부터 밝히고 자신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대뜸 이름을 불렀다. 그 얘기는 적어도 시에서 온 전화는 아니란 얘기다.
두 번째로 전화 올 곳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일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상대의 목소리가 전혀 귀에 익숙하지 않은 처음 듣는 목소리라는 것이었다.
“북악산 밑입니다.”
-북악산이요?
“네, 김 수석입니다.”
-북악산의 김 수석이요……?
윤서현 시장은 한 번 더 고개를 갸웃했다.
‘북악산 밑……? 그리고 수석……?’
잠깐 생각하던 윤서현 시장의 머릿속에 어느 한 곳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 북악산을 대표할 수 있는 곳.
‘설마…….’
윤서현 시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청와……대?
“그거까지는 제 입으로 말씀드릴 수 없고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제 말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입니다.”
-네? 그분이라면…….
“그럼 지금부터 그분의 말씀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뚝!
“…….”
10분 넘게 통화를 끝낸 윤서현 시장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청와대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까지.
“이럴 때가 아니지!”
정신을 차린 윤서현 시장은 바로 수화기를 들고 시청으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현성이 공중전화 부스를 나오자 박민석이 바로 물었다.
“갑자기 어디에 전화를 한 거야?”
“시장님한테요.”
“시장님?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아까까지도 몰라서 당직실에 갔던 거잖아.”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게 다행히도 당직실에 있더라고요. 사실은…….”
현성은 조금 전에 당직실에서 있었던 일을 박민석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박민석이 큰 소리로 물었다.
“뭐? 비상 연락망?”
“네, 그게 거기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그리고 딱 그 시간에 맞춰서 서인수 선배님이 그 자리를 비워준 것도 어쩌면 다 하늘의 뜻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인수 선배님이 가르쳐준 셈이네.”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온다니까요.”
현성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사실 처음엔 암담했었다. 어떡하든 이 사태를 막아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고 그래서 당직실로 찾아갔었다.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를 부렸지만 돌아온 결과는 쫓겨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던 중 비상 연락망이 눈에 들어왔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금 현성의 목소리가 밝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이 시청을 막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번쩍! 번쩍!
정문은 물론이고 시청 건물 전체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박민석이 깜짝 놀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뭐긴 뭡니까, 비상 걸린 거죠. 우리 시장님 판단이 상당히 빠른데요. 앞으로 우리 시장님은 탄탄대로일 겁니다.”
부르릉!
현성은 웃으며 액셀을 힘차게 밟았다.
비가 워낙 많이 오는 터라 농경지와 주택 침수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번 비로 인해 사람이 죽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으로선 현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