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89)
회귀해서 건물주-389화(389/740)
389
“어떻게 한 거야?”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이 강릉 시청을 빠져나와 달리고 있을 때 박민석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뭐가요?”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시장님이 바로 비상을 건 거야? 그것도 일반인인 대학생이 한 얘기를 듣고 말이야.”
박민석은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갔다. 자신 같은 경우는 현성의 꿈을 무시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이기에 믿는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다르다.
세상에 어느 누가 꿈에서 봤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믿겠는가.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 시를 책임지고 있는 시장이란 사람이 말이다.
지금 박민석은 현성이 시장한테 자신의 꿈을 바탕으로 얘기를 해서 시장이 지금 비상사태를 선포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현성이 박민석을 보며 물었다.
“누가 일반인 대학생이에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바봅니까? 그냥 일반인인 대학생이라고 하면 시장님이 ‘어, 그래!’하고 제 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럼 혹시 뭐냐? 너 설마 시장님을 상대로 사기, 아니, 사칭이라도 했다는 거야?”
현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민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물었다.
“진짜야?”
“방법이 없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죽게 생겼는데.”
“누구?”
“네?”
“누구로 사칭했냐고? 시장을 움직일 정도면 웬만한 사람은 아닐 테고, 최소한 도지사? 그것도 아니면 그 위? 혹시…… 너?”
“혹시 뭐요?”
현성은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그러자 박민석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지?”
“뭐가요? 확실히 얘기를 해야지 무조건 그렇게 물으면 제가 어떻게 압니까?”
“너 진짜 이럴 거야?”
“형이야말로 왜 이래요? 형이 상상하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저 북악산만 팔았어요.”
“뭐? 북악산?”
“네, 저는 그저 북악산 밑에 김 수석이라고만 했어요. 그랬더니 시장님이 그냥 알아서 ‘네네’ 하던데요. 저는 그게 답니다.”
“북악산의 김 수석……? 하하, 하하하…….”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박민석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도 바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을 태운 트럭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 지변동으로 향했다.
***
자취방으로 돌아온 현성.
씻고 자리에 앉으니 11시 3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현성아, 나다.
“아버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어디 갔었어? 아까부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잖아?
“아, 볼일이 있어서 어디 좀 다녀왔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죠?”
-여기야 별일 없지. 다른 게 아니라 뉴스를 보니까 강릉에 비가 엄청 많이 온다고 하던데, 걱정이 돼서 말이야. 별일 없는 거지?
“진짜 무서울 정도로 오고 있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아무쪼록 조심해. 그리고 항상 밥 잘 챙겨 먹고…….
여전히 아버지의 마무리는 밥이었다.
이제는 안다.
당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표현 방법이 밥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조금 전 그 말이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따르릉.
전화를 끊자마자 전화벨이 또 울렸다.
“여보세요.”
-김 군, 날세.
이번엔 신춘오 회장이었다.
“회장님, 밤이 늦었는데 이 시간까지 안 주무셨습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뉴스를 보니까…….
신춘오 회장의 말은 그 후로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가 전화한 이유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비가 많이 와서 걱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르릉!
신춘오 회장과 전화를 끊자마자 또 벨이 울렸다.
이번엔 여동생 김지연이었다.
그 후로도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서울에 있는 김일수, 이정우, 이수혁이까지 모두 전화가 왔었다. 그리고 고향에 있는 박희철로부터도 전화가 왔었다.
마지막으로 박희철과 통화를 끝내고 수화기를 막 내려놨을 때였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엔 인천으로 이사 간 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서인혜였다. 그녀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강릉에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에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던 것이다.
“후후!”
서인혜까지 통화를 끝낸 현성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전생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가 많이 온다는 이유로 이렇게 걱정을 하고 늦은 이 시간까지 전화를 준다는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거였어!”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말하듯 중얼거렸다.
“벌써 시간이…….”
시간은 어느새 12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딸깍.
현성은 바로 TV 전원을 켰다.
뉴스 특보가 생방송 중이었다. 내용은 예상대로 영동지방의 갑작스러운 국지성 호우에 관한 내용이었다.
뉴스 앵커의 급박한 목소리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강릉 시청 공무원들이 한 시간 전부터 다시 출근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해서 출근을 하고 있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현장에 나가 있는 김성은 기자를 불러보겠습니다. 김성은 기자!
화면이 바뀌면서 강릉 시청 정문이 나왔다. 그리고 거기엔 우비를 입고 한 손엔 우산을 또 다른 한 손엔 마이크를 잡은 여기자가 서 있었다.
-네, 김성은 기잡니다.
-시청 공무원들이 한 시간 전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고 지금 이 시각에도 계속해서 출근을 하고 있다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요?
-네, 저는 지금 강릉 시청 앞에 나와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시청은 대낮처럼 불을 밝게 켜놓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전 직원이 속속 출근을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출근하는 공무원 한 분을 모시고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자 옆으로 4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의 손에는 삽이 한 자루 들려있었다.
여기자가 그 남자를 향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는 환경과에 근무하는 최윤성이라고 합니다.
-지금 출근하시는 거 같은데,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쉽게 말씀들이면 비상사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1시간 30분 전에 비상 연락망을 통해 전 직원에게 연락이 간 거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토요일이라 속초 처가에 갔다가 지금 막 도착하는 길이라 조금 늦었습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상당히 흥분된 상태였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자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혹시 이 결정을 시장님이 하셨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시장님께서 이번 비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하에 전 직원한테 비상 동원령을 내리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 가지만 더요, 지금 삽을 들고 계시는데 이것도 시장님의 지시사항입니까?
-네, 맞습니다. 특명이 내려졌습니다.
-특명이요? 그건 또 뭡니까?
-바로 남대천을 사수하라는 겁니다. 더 정확히는 남대천 범람을 막으라는 겁니다.
-남대천 범람이요? 그러니까 지금 그 말씀은 이 비에 남대천이…….
딸깍!
현성은 TV를 끄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혀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까 윤서현 시장과 통화를 할 때만 해도 남대천이 범람할 것이니 저지대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방송 인터뷰에선 다른 얘기가 나왔다.
-남대천 사수, 즉 남대천 범람을 막아라.
조금 전 인터뷰에서 남자 직원이 한 말이다. 그 말은 지금 윤서현 시장은 단순히 저지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남대천의 범람 자체를 막겠다는 얘기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그런데 중요한 건 가능성의 여부(與否)가 아니다. 이미 시장의 명령이 하달됐다는 것이다. 그 말은 이미 강릉시에 있는 모든 공무원들은 남대천으로 집결할 것이란 것이다.
범람을 막을 방법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제방을 쌓는 것이다. 지금 윤서현 시장의 머릿속에는 남대천에 제방을 쌓아 범람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범람이 처음 시작된 시각은 새벽 4시를 막 넘기면서부터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50분 정도.
‘어쩌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사람이다. 사람의 숫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를 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나 하나쯤이 아니라 나부터’라는 생각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현성아!”
현성이 막 방을 나와 대문을 빠져나가려던 순간이었다. 안채의 방문이 열리면서 박민석이 큰 소리로 불렀다.
“어, 형!”
“혹시 남대천?”
“네, 이대로 가만히 있어 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가서 뭐라고 도와야지.”
“같이 가!”
그 말과 함께 박민석이 방에서 뛰어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탁!
방문 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같이 갑시다!”
낮에 포댓자루에 모래를 넣어 자취방 입구에 둑을 쌓았던 자취생들이었다.
“갑시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굳이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이미 마음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이었다.
현성을 포함 6명은 대문을 나서 남대천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다음 날.
기적(奇蹟)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그때를 우리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어젯밤 남대천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제방을 쌓아 남대천의 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뀐 건 새벽 1시 30분이 막 지났을 때였다.
사람들이 갑자기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방송의 힘이 가장 컸다.
특집방송.
강릉 방송국에서 실시간으로 남대천의 상황을 방송한 것이다. 생방송으로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어느 순간 마음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그 발단은 새벽 1시를 조금 넘겼을 때였다.
강릉에는 대학이 3개가 있다. 강상대와 관상대, 그리고 간호대학인 영동대. 각 학교의 총학이 서로 연락을 취해 동시에 움직인 것이다. 3개의 대학에서 동원된 인원이 250명이었다.
그 모습은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방송에 나갔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남대천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결정적인 장면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윤서현 시장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었다.
시장실에서 상황판만 지켜볼 거라고 생각했던 시장이 직접 남대천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방송을 타기 위한 모습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열심히 삽을 들고 모래를 포댓자루에 담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에겐 그 모습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 그 모습에 시민들은 스스로 삽을 들고 남대천으로 나온 것이다.
결국, 그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끝내는 해내고 만 것이다.
남대천의 범람은 없었다. 아니, 있을 수가 없었다.
민관군경!
시민과 관청, 그리고 군인과 경찰까지 그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하나가 되었기에 남대천의 범람은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윤서현 시장!
현성은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다소 피곤한 목소리였지만 여전히 힘 있는 목소리였다.
현성 또한 피곤했지만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안녕하십니까, 시장님! 제 목소리 기억하시겠습니까?”
-아, 안녕하십니까? 당연히 기억합니다. 수석님 덕분에 강릉이 살았습니다. 수석님이 아니었다면 어젯밤에 많은 사람들이 잘못됐을 겁니다.
“맞습니다. 최소한 20명의 목숨은 앗아갔을 겁니다. 그런데 그걸 우리 시장님께서 막으셨습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수석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건 아닙니다. 솔직히 남대천에 제방을 쌓을 생각은 저도 못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일을 우리 시장님이 하신 겁니다. 그나저나 남대천에 제방을 쌓을 생각은 어떻게 하신 겁니까?”
분명히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결정을 했는지 솔직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윤서현 시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믿었습니다. 진심을 다하면 우리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결국 강릉을 살렸습니다.
“…….”
여기서 다른 말을 한다면 윤서현 시장의 말이 퇴색될 듯싶었다. 그래서 보이지는 않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곤 잠시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시장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