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9)
회귀해서 건물주-39화(39/740)
휙.
김일수의 주먹이 먼저 허공을 갈랐다.
퍽!
억!
턱을 부여잡고 쓰러진 현성.
조금 전, 그러니까 현성이 선빵을 날리기 위해 김일수 앞으로 한 발 다가설 때였다. 갑자기 김일수의 어깨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주먹이 현성의 얼굴로 날아온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때 김일수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이 새끼가 어디서 잔머리를 굴리고 지랄이야?”
이미 눈치챘다는 얘기다. 역시 싸움도 해본 놈이 다르긴 달랐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현성이 아니었다.
현성은 천천히 바닥을 짚고 일어났다. 아무래도 어금니 안쪽이 터졌는지 비릿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김일수! 너는 오늘 나한테 죽는다!”
“미친 새끼.”
휙!
이번에도 김일수의 주먹이 빨랐다.
하지만 현성도 이번엔 달랐다.
스윽.
날아오는 주먹을 피했다. 아니 피했다고 생각했다.
퍽!
김일수의 주먹은 다시 현성의 왼쪽 턱에 정확히 꽂혔다. 조금 전에 맞았던 곳이라 현성으로선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다.
김일수가 실실 쪼개며 바닥에 쓰러진 현성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꼭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방학 동안은 좋았지? 그런데 나는 장난감이 없어서 심심해 죽는 줄 알았어. 그래서 나는 방학이 싫어.”
“미친 쉐….”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퉤!
붉은 핏덩이가 입 안에서 튀어나왔다.
역시 싸움과 의지는 별게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조금 전 분명히 김일수가 주먹을 날리는 순간 눈으로 분명히 봤었다. 그리곤 고개를 슬쩍 틀어 피했다.
그런데 맞았다?
중요한 건 맞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한가하게 복기(復棋)를 하고 있을 현성도 아니었다.
빠득!
현성은 다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여기서 이대로 무너진다면 전생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또다시 비참한 과거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떡하든 여기서 놈을 잡아야 한다.
무조건!
현성은 김일수를 노려봤다.
‘그래!’
현성의 눈에 뭔가 들어왔다.
쌍알이다.
지구상 수컷들의 공통적인 최대 약점.
비겁?
개소리다.
히죽!
현성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번졌다.
“웃어?”
황당한 건 김일수였다. 바닥에 쓰러져있던 놈이 일어서며 갑자기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벅!
현성은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히히!
그리곤 다시 웃었다. 입술에선 핏물이 흐르는 듯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지금 현성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 늘어진 김일수의 쌍알이었다.
손끝에 정신을 집중했다.
기회는 단 한번.
척.
현성은 보란 듯이 김일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김일수는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듯 웃기 시작했다.
“하하……, 김현성,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
김일수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휙!
현성의 손이 직선으로 날아갔다.
“이런 미친……, 헉!”
김일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한편 현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됐다!’
쌍알의 촉감을 느끼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났음을 직감했다.
현성은 어쩔 줄 모르는 김일수를 향해 말했다.
“김일수, 말만 해. 평생 고자로 만들어 줄 테니까.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말하는 현성의 눈빛은 완전 독기로 바뀌어 있었다. 평상시 현성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성은 오른손을 살짝 비틀었다.
그러자 김일수의 입에서는 자지러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흐흐흐흐……, 혀혀혀, 현…….”
현성은 김일수의 눈을 정면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이미 김일수의 눈은 정상이 아닌 듯 보였다.
다시 현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개자식아, 너는 재밌을지 몰라도 당하는 입장에선 얼마나 피눈물이 나는 줄 알아? 이 개쓰레기 같은 새끼야!”
그러자 모여 있던 친구들은 숨을 죽이고 현성을 바라봤다. 그중 몇몇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야?”
“현성이 맞아?”
“쟤 눈빛이 왜 저래?”
“그나저나 저러다가 일수 진짜 고자 되는 거 아냐?”
평상시와 너무 다른 현성의 표정에 친구들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예전 기억들까지 더욱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러자 그 기억은 현성의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꾹!
“터져라, 이 개자식아!”
현성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김일수의 입에선 극한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아아아아…….”
그러자 그때 현성의 주위로 두 놈이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김일수의 똘마니, 박철민과 이수철이었다.
그중 박철민이 먼저 현성을 보며 말했다.
“김현성, 남자 새끼가 비겁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비겁? 야, 박철민, 네가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어? 너희들이 친구들한테 어떻게 했는데? 힘없고 약하다는 이유로 얼마나 짓밟았는데? 그런 새끼가 뭐 비겁?”
“그래도 이건 아니지, 새끼야.”
“왜? 너희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야? 그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현성은 그 말과 동시에 손에 힘을 더 줬다.
그러자 김일수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우어우우우…….”
그러더니 김일수의 눈이 점점 허옇게 뒤집히기 시작했다.
후다닥.
다가오던 박철민이 방향을 바꿔 급하게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현성은 다시 김일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김일수, 괜히 살아서 애들 인생 조지지 말고, 여기서 그냥 끝장을 보자.”
“…….”
김일수는 답변도 미동도 없었다.
“이 개자식아 벌써 가면 안 되지, 아직 멀었는데, 겨우 이 정도였어?”
현성은 어쩔 수 없이 틀어쥐었던 손을 풀어줬다.
툭!
현성이 손을 놓자 김일수는 그 자리에 그대로 푹 고꾸라졌다. 주변에 몰려있던 반 친구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현성은 쓰러진 김일수를 바라봤다.
이런 인간은 이 정도로 안 된다. 여기서 그만두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예 반은 죽여 놔야 다음부터는 눈도 못 마주친다.
저벅.
현성은 주전자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르륵.
주전자를 들고 온 현성은 김일수의 얼굴에 물을 붓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신을 잃었던 김일수가 겨우 깨어났다.
“으으…….”
“김일수 일어나, 아직 안 끝났어. 이제 시작이야!”
“그, 그만…….”
“그만? 누구 맘대로? 네가 지금까지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데? 넌 오늘 나한테 죽어야 끝나.”
현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옆에 있던 의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김일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순간이었다.
“안 돼!”
현성을 가로막은 건 이정우였다.
“정우야, 우리 오늘 이 새끼 죽여 버리자. 다시는 헛짓거리 못하게.”
이정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곤 현성이 들고 있는 의자를 붙잡았다.
“안 돼, 현성아!”
이정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교실 뒷문이 열렸다.
쾅!
“김현성, 동작 그만!”
담임 신민호였다.
헐레벌떡 뛰어온 신민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김일수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김일수, 괜찮아?”
“으으…….”
다행히도 큰 이상은 없는 듯했다.
신민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어머니 때문이다.
더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예감이 안 좋다. 담당 주치의도 최악의 경우까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불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박철민이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김현성이 김일수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 돌아가는 사정이야 대충은 알고 있다. 반장이 알아서 수시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일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와 보니 박철민의 말이 사실이었다. 쉽게 이해는 안 갔지만, 상황이 말해주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김일수, 그리고 그 위에서 의자로 내리찍으려는 김현성.
신민호는 현성을 바라봤다.
아직도 분이 안 풀렸음을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이해의 수준을 넘어섰음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변화(變化).
반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흐름으로 전개될 거라는 거.
그거야 일단 지켜보면 알 것이고, 상황 정리가 먼저였다.
“반장!”
“네, 선생님.”
반장 이영민이 기다렸다는 듯 담임 신민호 옆으로 다가왔다.
“김일수 양호실로 옮기고, 수업 준비하고, 무슨 일 있으면 알지?”
“네, 선생님.”
신민호가 이번엔 현성을 보며 말했다.
“상담실로 따라와!”
그 말과 함께 신민호는 교실 뒷문으로 사라졌다.
“괜찮겠어?”
이정우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민호가 사라진 뒷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홱.
현성이 되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김현성 뭐야?”
반장 이영민이 현성의 앞을 가로 막았다.
“비켜! 이 똥개 새끼야.”
“뭐?”
“왜, 내 말이 틀려? 어차피 넌 담임 개잖아.”
현성은 이영민을 밀쳐내며 김일수 앞으로 다가갔다.
겨우 정신을 차리던 김일수는 눈알이 튀어 나올 판이었다. 마치 저승사자를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머……, 뭐야?”
“새끼! 쫄기는?”
“가, 가까이 오지 마.”
퍽!
억!
“나도 한 대는 때려야 할 거 아니야. 이 새끼야, 안 그래?”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교실 뒷문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