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91)
회귀해서 건물주-391화(391/740)
391
“…….”
조용히 TV를 보던 신춘오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두 달 전, 그러니까 88올림픽 폐막식이 있던 날이었다.
폐막식이 끝나자마자 특집 재난방송이 바로 이어졌다. 그건 바로 하루 전에 내린 강원도 영동지방의 국지성 호우였다.
말 그대로 국지(局地), 한정된 지역인 강릉에만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것이다.
200밀리, 하룻밤 새 내린 강수량이다. 그것도 낮이 아닌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말이다. 더군다나 기상청에서는 낮에까지만 해도 100밀리 미만으로 올 것이니 큰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오히려 기상청의 예보가 피해를 더 키운 셈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단시간에 그 정도의 강수량이라면 저지대의 피해는 불 보듯 뻔했다. 더군다나 새벽 1시부터 3시까지는 시간당 50밀리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물 폭탄이 투하된 것이다.
한참 잠자는 시간에 물 폭탄이 쏟아졌으니 그 결과는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는 순간이었다.
인명피해!
하지만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침수피해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인명피해는 거짓말처럼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천만다행으로 비가 쏟아지기 전에 이미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시민들로서도 처음엔 불만이 많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예보에는 비가 그리 많이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 시간에 긴급 대피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몇 시간 뒤에 시민들의 반응은 정반대로 바뀌고 말았다.
별로 오지 않는다고 했던 비가 새벽 1시를 지나면서 무섭게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만약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인명피해는 100% 피할 수 없었음을 누구나 알게 된 것이다.
결국, 긴급 대피 명령이 시민들의 귀한 생명을 지킨 셈이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 누가 그를 영웅이라 부르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그를 영웅이라 부른 이유는 그거 말도도 또 있었다. 그건 바로 그의 그다음 행동 때문이었다.
그의 그다음 행동은 대한민국 역사상 지금까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건 바로 텐트 생활이었다. 퇴근도 하지 않은 채 텐트에서 자고 먹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시장의 업무까지도 야외에서 처리한 것이다.
목적은 하나였다.
-수재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항상 그렇듯 모든 이들이 그 모습에 박수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처음 윤서현 시장이 시청 광장에 텐트를 칠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그를 조롱하고 비웃으며 손가락질을 했었다.
“쇼하지 마라!”
심지어는 수재민들조차 처음엔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돌을 던졌다.
그때 윤서현 시장이 인터뷰에서 이상한 말을 했다.
-쇼가 맞다.
처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한 다음 말 때문에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 쇼에 마음을 담겠다.
진심을 다하겠다는 의미였다. 수재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그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때까지 텐트 생활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면서 윤서현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건 그의 한결같은 행동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직접 준비하고 업무를 시작하면 수재 현장으로 달려가 그곳에서 복구 작업을 돕고 점심때가 되면 수재민들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오후가 되면 텐트로 돌아가 시장 업무를 보는 모습에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이 그의 진정성을 믿게 되었고, 50일이 지날 때쯤에는 전국의 많은 국민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죽하면 뉴스 시간마다 첫머리에 그의 하루 일과를 내보낼 정도로 그는 이미 영웅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가 처음 얘기했던 ‘마음을 담은 쇼를 하겠다’라고 했던 약속을 지켜낸 것이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오늘 드디어 그의 텐트 생활이 끝나는 것이다. 물론 오늘은 마지막 수재민이 집수리를 완전히 끝내고 집으로 들어가는 날이기도 하다. 결국, 처음에 텐트를 치면서 수재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끝까지 실천한 것이다.
[영웅, 윤서현 시장 두 달 만에 텐트 철거!]오죽하면 그의 텐트 철거 장면이 생방송 특집으로 방송되고 있겠는가 말이다.
꾹!
신춘오 회장은 인터폰의 호출 버튼을 눌렀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김영우 실장이 바로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TV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두 달씩이나 텐트에서 생활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윤서현 시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수재민과 고통을 함께하겠다고 했던 처음 약속을 끝까지 지켜낸 셈이죠.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열광을 하는 거고요. 지금까지 그 어느 지자체장도 하지 못했던 일이거든요. 그래서 대단하다는 겁니다.”
윤서현 시장에 대한 김영우 실장의 칭찬은 길게 이어졌다. 그런데 특이한 건 말하는 그의 눈빛이었다. 단순히 사회적 반응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마치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 듯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춘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만약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은 아마도 저 양반일걸세.”
“맞습니다. 지금으로선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 같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은 국민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정치인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허허, 저것 좀 보게.”
신춘오 회장은 턱으로 TV 화면을 가리켰다.
TV에는 시청에 몰려든 시민들이 윤서현 시장의 이름을 부르며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울먹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자그마치 천여 명은 넘을 듯싶었다.
“이쪽으로 앉지.”
신춘오 회장이 손으로 소파를 가리키자 김영우 실장이 바로 고개를 숙인 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미소 띤 얼굴로 바로 말을 이었다.
“김 실장은 저 사람들이 왜 저토록 열광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아. 이 사람들은 지금 윤 시장이 신기한 거야. 지금까지 이런 시장을 본 적이 없었거든. 비단 그게 어디 시장뿐이겠는가, 대한민국 정치사 어디에서도 이런 사람은 없었거든. 그러니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을 하는 수밖에. 그런데 말이야…….”
신춘오 회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재밌는 건 그런 윤 시장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거야.”
“현성 군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맞아. 두 달 전 김 실장이 처음 보고했던 거 기억하지?”
“네, 물론입니다. 처음 비가 오기 시작하던 날 현성 군이 시청 당직실로 찾아갔고 그날 윤 시장과 통화를 했던 일 말입니다.”
“맞네. 그날부터 시작이었지.”
처음 김영우 실장으로부터 그 보고를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물론 가장 궁금한 건 현성이 어떻게 미리 강수량을 알았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알아보려고 해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그건 제쳐두고 그다음으로 윤서현 시장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윤서현 시장의 행동은 의외로 빨리 나타났다. 그건 바로 비상 대피를 명령하고 바로 다음 날 오후에 움직였다.
그가 가장 먼저 보여준 건 시청 광장에 텐트를 치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생각했고 며칠 그러다가 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보여준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의 진심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강릉 시민들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동은 점점 더 대한민국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턴가 그가 생활하고 있는 텐트 앞으로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쌀을 시작으로 반찬 등 식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품목은 다양해지기 시작했고 나중엔 전자제품과 가구까지도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 물건들은 실질적으로 필요한 수재민들에게 전달되었고 그 과정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생방송 되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지금 마지막 수재민이 건설업체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이제 진짜 마지막으로 윤서현 시장이 두 달 동안 생활하던 텐트를 해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모든 과정이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생방송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기획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처럼 말이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거짓말이 아니라 이 모든 게 처음부터 누군가가 기획한 것이란 걸 말이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는 것이고.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김 군이 처음부터 이런 쇼를 보여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죄송합니다. 솔직히 그거까지는 아직 파악을 못 했습니다.”
“본보기야.”
“네?”“본보기 말이야. 김 군은 지자체장, 나아가 이 나라의 정치인들을 향해 말하고 싶었던 거네. 무슨 일이 생기면 입으로만 떠들고 공감 능력 없는 정치인들에게 말이야. 물론 거기엔 이 나라의 장관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걸세.”
“아, 네…….”
김영우 실장은 그제야 이해가 갈 듯싶었다.
이상하긴 했었다. 처음 윤서현 시장이 시청 광장에 텐트를 치면서부터 방송을 하는 모습이 말이다. 일부러 연출한 듯한 그의 말과 행동.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게 현성의 각본이었던 것이다.
김영우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고 보니 윤 시장이 첫날 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쇼를 하겠다고 했던 그 말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날 그가 마음을 담은 쇼를 보여주겠다고 했거든요. 쇼도 진심을 담으면 위로가 된다고 했었습니다.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애매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까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확실히 알 거 같습니다.”
“진심, 그가 얘기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거였을 거네.”
“맞습니다. 바로 그거였습니다. 수재민을 생각하는 진실한 마음, 결국 그 마음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고 모두를 열광하게 만든 거 같습니다.”
“바로 그거야, 그래서 진심은 언젠가는 통한다는 말도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여의도에 있는 양반들이 이번 기회에 잘 알아들어야 할 텐데 말이야.”
신춘오 회장은 그 말을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김영우 실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참,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정확한 보고서는 내일 아침에 올라올 거 같습니다만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뭔데 그렇게 김 실장이 흥분을 하는 건가?”
“10% 올랐습니다.”
“10% 그게 무슨 소린가? 그거 혹시……?”
“씬라면 매출입니다. 계속 증가하던 매출이 5개월 전부터 정체기에 빠졌었는데 지난달부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번 달에 무려 10%나 올랐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아닌 게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매출이 5개월 전부터 갑자기 정체기에 들어갔다. 급기야 7월에는 오히려 감소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다 9월 중순에 겨우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여름이 끝나면서 매출이 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게 바로 올림픽 폐막식이 끝나던 일요일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강릉 지역에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수재민이 상당수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수재민 돕기에 농씸이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했었다.
수재민이 발생하면 당연히 하는 일이라 흔쾌히 수락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수재민을 돕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는 필요한 물량만큼 물건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현성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라면만 보낼 것이 아니라 푸드트럭을 이용해 수재민 현장에 와서 직접 끓여주라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또한 괜찮은 방법일 듯싶어 그다음 날부터 바로 10대의 푸드트럭을 투입해 라면을 직접 끓이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두 달이 된 것이다.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원인은?”
“바로 푸드트럭이었습니다.”
“푸드트럭?”
“네, 그렇습니다. 지난달부터 매출이 조금씩 변동이 있기에 분석한 결과 푸드트럭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어떤 광고효과보다도 가장 효과가 컸던 겁니다.”
“그렇다고 매출이 10%씩이나 뛴단 말인가?”
“그게 다 윤서현 시장에 대한 열광이 씬라면으로 이어진 겁니다. 하루도 안 빠지고 두 달 동안 뉴스에 나왔으니 그 효과가 제대로 나온 겁니다.”
“허허, 이거야 원…….”
신춘오 회장은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렇게 매출을 올리려고 광고를 해도 안 오르던 매출이 수재민 현장에서 라면을 직접 끓여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잠깐!’
신춘오 회장의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래, 그거였어!’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실장을 바로 불렀다.
“김 실장.”
“네, 회장님.”
“그 푸드트럭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오늘까지만 운영을 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본인들이 장사하던 원래 자리로 복귀할 겁니다.”
“채용하게.”
“네?”
“그 사람들을 모두 회사에서 채용하라는 말일세. 그리고 내일부터는 전국으로 그 트럭들을 내려보내게. 현장으로 가란 말이네. 독거노인들도 있을 것이고 소년소녀가장들도 있을 걸세.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라는 말일세.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신춘오 회장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고 있었다.
그건 김영우 실장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바로 마케팅 부서에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만 명심하게.”
“네? 어떤……?”
“진심,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 말일세. 이제부턴 우리가 진심이 담긴 쇼를 하자는 말일세. 김 군이 한 말이 있지 않은가. 마음을 담으면 쇼도 진짜가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이야.”
“네, 회장님!”
김영우 실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보며 신춘오 회장이 다시 물었다.
“참, 김 군한테 군대는 어찌할 것이냐고 물어보았는가?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근데 그게……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