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94)
회귀해서 건물주-394화(394/740)
394
“뭐라고?”
“합격이랍니다. 조금 전 막 확인했는데 합격자 명단에 현성 군의 이름이 있답니다.”
“동명이인 아니고?”
“아닙니다. 틀림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김현성이 맞습니다. 응시번호까지 확인했습니다. 정말 현성 군이 해내고 말았습니다. 회장님!”
대답하는 김영우 실장의 목소리에 흥분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겨우 1학년을 마친 상태에서 다른 시험도 아니고 국가에서 인정하는 공인회계사 1차 시험에 합격을 했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허허, 결국은…….”
흥분하기는 신춘오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말로는 현성 군을 믿는다고 했지만, 솔직히 마음속으로 의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이 절대 만만하지는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최연소랍니다.”
“최연소?”
“네, 올해 현성 군이 만으로 스물이지 않습니까? 그렇다 보니 역대를 통틀어 최연소랍니다.”
“그렇겠지. 1학년을 마치고 바로 합격했으니 말이야. 그래도 설마 했는데 역시 대단한 친구야. 그나저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된다고 하던가?”
“고향 집에 잠깐 다녀온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작년에 종강하고도 집에 안 가고 바로 공부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신춘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영우 실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곤 바로 또 2차 시험 준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2차 시험이 언제라고 그랬지?”
“6월 27일, 28일 양 이틀이라고 합니다.”
“음…… 결국은 본인의 말대로 올해 끝내겠다는 얘기군?”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 후에 바로 군대에 가겠답니다. 본인 말로는 10월 5일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병무청에서도 아직 모르는 날짜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 부분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김영우 실장은 말을 하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부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음…… 워낙 엉뚱한 녀석이니 그거야 또 두고 보면 알 것이고, 그리고 또 다른 특이사항은 없는가?”
“시험 보기 며칠 전에 박희철이란 사람과 통화하면서 이상한 말을 했다고 합니다.”
“박희철이라면 현성 군과 같이 일산에 땅을 산 사람, 그 사람을 말하는 건가?”
“네, 맞습니다. 기억을 하고 계셨네요?”
“어찌 됐건 현성 군이 일어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도와준 사람이 아닌가? 그건 그렇고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다는 건가?”
“그게…….”
김영우 실장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
“아니,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기에 그렇게 뜸을 들이는 겐가? 그러지 말고 어서 말을 해보게.”
“이제 며칠 안 남았다고 했답니다.”
“며칠 안 남았다고? 뭐가 말인가?”
“일산의 땅 말입니다.”
“땅?”
신춘오 회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9월에 정부에서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발표할 때 혹시나 일산도 포함되는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산본, 중동, 평촌은 포함이 되었지만 일산은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일산의 땅 얘기를 하니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 한 달도 안 남았다고 했답니다.”
“한 달도 안 남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작년 9월에 이미 1차 신도시는 발표가 나지 않았는가? 근데 채 1년도 안 돼서 또 2차 신도시를 발표라도 한다는 얘긴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다.
1차 신도시를 발표한 지 이제 겨우 7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또다시 2차 신도시를 발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여기저기 신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말 것이다.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부족할 거랍니다.”
“부족해? 뭐가?”
“200만 호로는 부족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는 폭등하는 집값을 잡을 수가 없을 거랍니다.”
“그 얘기는…….”
“네, 그래서 2차로 일산이 추가될 거랍니다. 분당과 함께 말입니다.”
“그러니까 2차 신도시가 아니라 1차 신도시에 일산과 분당이 추가가 될 거라는 얘기지? 그렇게 되면 작년에 1차로 발표된 세 곳까지 합하면 다섯 군데가 된다는 얘기네?”
김영우 실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물었다.
“김 군이 확실히 그렇게 얘기를 했다는 거지?”
“네, 틀림없이 그렇게 말했답니다.”
“일산과 분당이라…….”
신춘오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생각보다 그의 침묵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어는 순간 입을 열었다.
“김 실장.”
“네, 회장님.”
“작년 8월에 신성의 자금이 분당으로도 흘러 들어갔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정보팀의 보고에 의하면 작년 8월에 신성의 자금이 집중적으로 분당에 투입됐다고 했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도 마쳤습니다.”
“결국은…….”
신춘오 회장은 또다시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전과 달리 그의 침묵은 길지 않았다.
“한 달도 안 남았다고 했는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이 4월 3일이니까 결국은 이번 달 안에 정부에서 2차 발표를 한다는 얘기군.”
“현성 군이 한 달도 안 남았다고 했으니까 그럴 확률이 거의 99%입니다. 물론 5월 1일이나 2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래봤자 한 달이라는 겁니다.”
“허허, 한 달이라…….”
신춘오 회장이 가볍게 웃으며 김영우 실장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김 실장 큰일 났군.”
“네? 뭐가 말입니까?”
“앞으로 밤잠은 다 잤으니 말이야.”
“밤잠이요?”
“그래, 이 사람아. 지금 김 군의 말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한 달 뒤에는 자네와 나는 50억씩 벌 테니까 말이야.”
“…….”
김영우 실장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다.
작년에 신춘오 회장의 지시로 일산에 1억 원어치 땅을 샀다. 그러면서 신춘오 회장이 말하길 만약 그곳에서 수익이 날 경우 반반 나누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땐 솔직히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어차피 가능성도 없는 일이니 별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시일이다.
한 달.
이제 앞으로 남은 기간이다. 늦어도 한 달 안에 결정이 난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현성의 말대로 진짜 그곳이 신도시로 발표라도 나는 날에는 농담이 아니라 기본 100배다.
1억의 100배, 1억이 100억이 된다는 얘기다. 거기에 반은 50억.
김영우 실장은 신춘오 회장을 힐긋 바라봤다.
‘과연……?’
자고로 돈 앞에 장사 없다고 했다.
아무리 대기업의 회장이라고 하지만 1, 2억도 아니고 100억이다. 진짜 눈앞에 100억이라는 돈이 생겼을 때 그의 반응은 어떨까?
서류도 아니고 단지 구두(口頭)로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약속을 과연 지킬까?
글쎄다…….
잠깐 생각하던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저었다.
그때였다.
김영우 실장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왜? 내가 혼자 먹을 거 같아서?”
“네? 아니 그게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작년에 땅 살 때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던 사람이 오늘은 그 눈빛부터가 다른데. 막상 한 달 뒤에 1억이 100억이 된다고 하니까 생각이 달라지지? 그리고 이 늙은이가 과연 정말 그 돈을 줄까, 싶은 거지?”
“…….”
김영우 실장은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듯 말하는 신춘오 회장 앞에서 차마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김 실장.”
“네, 회장님.”
“그게 돈이라는 거야.”
“네?”
“그래서 돈 앞에서는 형제도 친구도 심지어는 부모도 없다는 거야. 그만큼 돈이 무섭다는 거야. 하지만 말이야…….”
신춘오 회장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가 아니란 거야. 김 실장이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실히 달라.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좀 웃기는 얘기지만 이젠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았거든.”
“…….”
“그게 누구 때문인지 아는가?”
“…….”
“바로 김 군 때문이었네. 김 실장도 기억하겠지만 3년 전에 내가 김 군한테 백지수표를 준 적이 있었네. 그런데 그 친구가 그날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돈에서 의미를 찾겠다고 하더군.”
“의미 말입니까?”
“그래, 솔직히 그땐 나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았지. 물론 그게 그 친구가 말하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김영우 실장은 신춘오 회장을 바라봤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지난번에 일산의 땅을 사면서 뭐라고 했는지 혹시 기억하는가?”
“네? 죄송합니다. 제가 그거까지는…….”
“김 실장한테 퇴직금을 주겠다고 했을 걸세. 이제 기억이 나는가?”
“아, 네. 그렇게 말씀하시니 확실히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거하고 돈의 의미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김영우 실장이 다시 고개를 갸웃하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단순히 50억이라고 하면 큰돈임에는 틀림없네. 하지만 그게 아니라 김 실장과 20년을 함께 지낸 시간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거지.”
“…….”
“돈의 가치라고나 할까……, 하여간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 50억이라는 돈이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돈을 단순히 숫자로만 보는 게 아니라 그 돈에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얘기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회장님, 솔직히 저로서는 잘…….”
“허허, 알았네. 그 얘기는 나중에 또 하기로 하고 중요한 건 걱정하지 말라는 거네. 내 입으로 한 약속은 지키겠다는 거야. 20년 동안 고약한 늙은이 옆에서 고생 많았네. 내 마음이니까 그 돈은 받아주게. 물론 한 달 뒤에 정부의 발표를 봐야 알겠지만 말이야.”
“회장님……!”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잠깐이지만 그를 의심했던 자신이 한없이 죄송할 뿐이었다.
***
강상대 정문 앞에 도착한 현성.
“빠르기도 하네.”
현성의 시선이 향한 곳은 정문에 걸린 현수막이었다.
[88학번 경영학과 김현성, 제24회 공인회계사 1차 시험 합격]학교 측에서 내건 현수막이었다.
근데 현수막이 한 개뿐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5개나 더 있었다. 총학생회, 경영학과 총동문회, 강상대 고시반, 88학번 경영학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농씸의 축하 현수막까지 걸려 있었다.
삑삑.
현성이 트럭을 몰고 정문을 막 통과하려 할 때였다.
경비 아저씨가 호루라기를 불며 차를 세웠다. 평상시 잘 알고 지내던 경비 아저씨인 이광수였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에요?”
“현성 학생, 잠깐만 기다려.”
아저씨는 그 말을 남기고 바로 경비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손에는 꽃다발이 하나 들려있었다.
“이거 받게.”
“아니, 이게 웬 꽃다발입니까?”
“그 시험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수막이 이렇게 많이 걸리는 걸 보니까 보통 시험은 아닌 거 같아서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교대하기 전에 택시 타고 시내에 나가서 사 왔네.”
“그렇다고 일부러…… 고맙습니다. 아저씨!”
현성은 다른 말을 하려다 그냥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자신을 위해서 그 바쁜 교대 시간에 택시까지 타고 시내에 나갔다 온 사람이다. 그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는 게 그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었다.
“고마운 걸로 따지면 내가 훨씬 고맙지. 그동안 내가 얻어먹은 두유만 해도 한 트럭은 넘을 텐데.”
“아저씨도 참,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제가 더 고맙지요.”
이광수와 인연을 맺은 건 사실 전생 때부터였다.
그때가 아마 3학년 2학기를 시작하고 며칠 안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정문을 지나는데 소나기가 오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때 이광수가 우산을 빌려줬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그 후로도 정문을 지날 때면 항상 인사를 하게 됐었고 그러면서 졸업할 때까지 친하게 지냈었다.
“어쨌든 무조건 축하해. 그리고 참, 집사람이 지난번 이사 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언제 시간 되면 집으로 한번 오라고 하던데.”
“네, 알겠습니다. 이번 주는 안 되고 다음 주쯤에 아저씨 비번인 날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사모님이 회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그날 회 사서 가겠습니다.”
“아녀 그러지 마. 그냥 빈손으로 오라고 그랬어. 그날은 집사람이 닭볶음탕 준비한다고 했으니까. 참, 내 정신 좀 보게.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빨리 가봐. 강릉 방송국에서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
“강릉 방송국이요?”
“그려, 어서 학장실로 가봐.”
휙휙!
이광수는 서두르라는 듯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학장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오는 중이었다.
부릉!
현성은 학장실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현성은 이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으리란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