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95)
회귀해서 건물주-395화(395/740)
395
“뭐야?”
인문사회학관 앞에 도착한 현성은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 때문이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야, 너희들이 웬일이야?”
현성은 모여 있는 88학번 과 친구들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맨 앞에 있던 과대표 김명우가 웃으며 현성을 반겼다.
“오! 우리의 호프, 김현성 어서 와라. 그렇지 않아도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1시간? 그게 정말이야?”
“오늘 우리 수업 없는 날이잖아.”
“뭐야? 그 말은 수업도 없는데 나 때문에 일부러 오늘 학교에 온 거야?”
그때였다.
부과대표인 윤지영이 꽃다발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현성아, 축하해. 사실은 다른 친구들도 다들 오려고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다는 못 왔어. 걔들이 미안하다고 꼭 전해달라고 했어. 그리고 축하한다는 말도 꼭 전해주라고 했고.”
“뭐야? 너 혹시 애들한테 일부러 연락한 거야?”
“나 혼자 한 건 아니고 여기 명우랑 같이했어.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진짜 축하한다. 그리고 고맙다. 네가 우리 88학번을 대표에서 진짜 큰일을 해줬다.”
현성은 김명우와 윤지영을 번갈아 바라봤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수업도 없는 날에 일부러 친구들한테 연락을 하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너무도 고마웠다.
이런 친구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는 일.
“야, 김명우. 애들 데리고 먼저 체육관 옆에 중국집에 가 있어. 우리 다 같이 점심 먹자. 모처럼 대낮에 막걸리도 한잔하고 말이야. 나 잠깐 학장님 만나고 바로 갈 테니까.”
“무리하는 거 아니야? 우리는 괜찮은데.”
“무리는 무슨……, 아무 상관 없으니까 가서 먹고 싶은 걸로 다 시켜.”
“그래, 알았어. 그럼 빨리 와.”
현성은 빠짐없이 모든 친구들과 주먹 인사를 나눈 후 학장실로 향했다.
정말 예상외였다.
이렇게까지 친구들이 축하해 줄 것이라고는 정말 몰랐다.
어찌 생각해보면 아직은 어린 친구들이라 충분히 시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게 아니라 오히려 축하해주기 위해 수업이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학교에 나와 준 것이다.
“이건 또 뭐야?”
학장실에 도착한 현성은 또 한 번 놀랐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 때문이었다. 얼핏 봐도 15명은 넘을 듯한 인원이 학장실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깨에 커다란 카메라를 맨 사람도 두 사람이나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었다.
“이건?”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청테이프로 삼각형 모양이 바닥에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포토라인.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TV에서나 보던 포토라인이 바닥에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딱 봐도 누군가의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현성 씨 여기 이쪽으로…….”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안내하는 대로 포토라인에 설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게 학교 측에서 학교 홍보를 위해 급하게 방송국에 연락해 연출한 장면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100% 연출은 아니었다.
강릉 지방 소식으로 잠깐 전파를 탔으니 말이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았을 땐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시간이 지난 후라 그저 웃고 말았다.
그리고 한편으론 그럴 수밖에 없는 학교의 입장도 씁쓸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만큼 학교 입장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어떡하든 홍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터뷰는 20분 정도 진행됐다.
특별한 건 없었고 어느 정도 충분히 예상되는 질문들이었기에 대답하는 데 있어 별 어려움은 없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공부 방법이었다.
단기간에 그 많은 양의 공부를 어떻게 할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현성의 대답은 간단했다.
잠을 줄이는 것, 하루에 세 시간씩만 자면서 부족한 잠은 일요일에 몰아서 자는 걸로 하루 24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현성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자신이 했던 방법을 그대로 얘기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는 기본이고 공부하는 동안만큼은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역시나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는 솔직히 고민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결국, 선택한 답변은 교과서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하면 된다는 것. 지방대라고 해서 못할 것은 없다는 것.
어떡하든 앞으로 후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학장실로 들어간 현성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시장님!”
놀랍게도 학장실에는 시장인 윤서현이 와 있었다. 작년에 수해가 났을 때 전화로 통화했던 바로 그 윤서현 시장이었다.
현성은 학장 이학성을 향해 물었다.
“아니, 학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최종 합격도 아니고 이제 겨우 1차에 합격했을 뿐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장이란 사람이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온다는 게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내가 연락을 드렸네. 그랬더니 이렇게 직접 자네를 축하해 주시겠다고 바로 오셨지 뭔가. 시장님, 이 학생이 바로 김현성입니다.”
이학성 학장은 자랑스럽다는 듯 윤서현 시장에게 큰 소리로 현성을 소개했다.
그러자 윤서현 시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 자네가 바로 현성 군이군. 반갑네! 그렇지 않아도 작년부터 학장님한테 자네 얘기를 듣고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구먼. 그리고 이번 시험에 합격한 걸 정말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시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김현성입니다.”
“음…… 그래 앉지. 그런데…….”
윤서현 시장은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현성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누군가 바로 떠올랐다. 그건 바로 작년에 수해가 났을 때 통화했던 김 수석이라는 사람이었다.
이상하게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똑같았다.
“왜 그러십니까?”
“어? 그게 자네 목소리 때문에 말이야. 그 목소리가 왠지…….”
“네? 제 목소리요? 제 목소리가 왜요?”
“왠지 내가 아는 어떤 사람하고 너무나 똑같아서 말이야. 내가 원래 목소리에 민감한 편이거든. 근데 처음 자네 목소리를 딱 듣는 순간 그분이 생각나더라고.”
“그분이요?”
“아, 아니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있네. 그냥 그렇다고…….”
“아, 네…….”
현성은 별일 아니라는 듯 윤서현 시장을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조금 전에 학장실에 들어와서 윤서현 시장을 보는 순간 어차피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줄 예상했었다.
1, 2분도 아니고 거의 20분 이상을 통화했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목소리에 대한 질문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분명히 그 부분에 관한 언급이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은 그래서 그 기본적인 질문을 조금 전에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은 여기까지다. 어차피 더 물어봤자 곤란한 건 윤서현 시장일 것이다. 자신의 입으로 청와대의 김 수석을 팔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화제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다른 말이 필요한 시점.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시장님, 지난번엔 진짜 최고였습니다.”
사실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부분이다. 누가 뭐라 해도 지난번 수해 때 영웅은 윤서현 시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 윤서현 시장의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면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 지난번?”
“작년 수해 때 말입니다. 그땐 정말 시장님이 아니었다면 남대천 하류의 피해는 엄청났을 겁니다. 만약 시장님의 대피 명령이 없었다면 최소한 20명 이상은 잘못됐을 겁니다. 그걸 시장님이 막은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거야 우리 시민들이 …….”
윤서현 시장은 입으로는 대답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가득했다.
‘뭐지? 이 목소리?’
똑같아도 너무나 똑같다. 아무리 들어도 그날 그 목소리가 틀림없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된다. 그 사람은 분명히 청와대의 김 수석이라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김 수석, 그리고 김현성?’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분이 현성일 리가 없다. 그저 우연히 두 사람의 목소리가 닮았을 뿐일 것이다.
‘잠깐!’
윤서현 시장은 조금 전 현성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금 뭐라고 했는가?”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조금 전 분명히 최소한 20명은 잘못됐을 거라고 했지?”
“네? 아, 네…….”
현성은 순간적으로 아차 싶었다.
전생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로 사망한 숫자가 20명이었다. 그렇다 보니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그 숫자가 튀어나왔던 것이다.
반면, 윤서현 시장은 그 숫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그날 김 수석이란 사람도 똑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목소리도 같고 거기다 20명이라는 숫자까지, 이 모두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왠지 너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이학성 학장이 입을 열었다.
“시장님,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문제는 아니고…… 뭐라고 설명 드리기엔 좀 애매한 문제라……, 잠깐만요, 학장님. 자네는 그 20명의 근거는 어디서 나온 건가?”
윤서현 시장은 다시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냥 지나치기엔 그 숫자가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그냥…….”
“그냥?”
“네, 제가 근거가 있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냥 워낙 비가 많이 왔던 터라 시장님의 빠른 결단이 없었다면 인명 피해도 그 정도 났을 거라고 말씀드렸던 겁니다. 솔직히 그 정도 강수량에 인명 피해가 한 명도 없었다는 건 기적이라고밖에…….”
현성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누가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말들이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이번엔 이학성 학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건 현성 군의 말이 백번 옳습니다. 그때 만약 시장님께서 비상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인명 사고는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더군다나 새벽 시간에 비가 쏟아졌으니 그 피해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애매한 건 윤서현 시장이었다.
사실 그날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청와대의 김 수석이라는 사람의 전화를 받고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사실을 밝힐 수도 없는 입장이라 윤서현 시장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어쨌건 지난번에 시장님은 대단한 결정을 하신 겁니다. 강릉 시민의 귀한 생명을 지키신 분은 다름 아닌 여기 앞에 계신 윤서현 시장님이십니다.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현성은 작정이라도 한 듯 윤서현 시장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자신이 전화를 해서 결정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 윤서현 시장의 결단력이 없었다면 그 피해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성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남대천 제방은 정말 최고의 결정이었으니까 말이다.
“허허, 이러려고 내가 여기 온 게 아닌데…….”
“아닙니다. 한 번은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말입니다.”
“어쨌거나 고맙네. 그리고 이거 받게.”
윤서현 시장은 갑자기 현성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내 작은 성의네. 감사의 마음이기도 하고. 솔직히 오늘 오전에 학장님으로부터 자네의 합격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면 믿겠는가?”
“네? 그게 정말이십니까?”
현성은 믿을 수 없었다.
사실, 시장이란 사람이 직접 축하해주기 위해 이 시간에 왔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젠 거기다 눈물까지 흘렸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더욱더 윤서현 시장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해답은 이학성 학장의 입에서 나왔다.
“선배님이시네.”
“네? 선배님이요?”
“시장님께서 이 학교 1회 졸업생이시네.”
“아……!”
현성은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시장인 윤서현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이는 것이었다.
“후배님! 정말 고맙네. 우리 선배들이 못했던 일을 자네가 해주었네.”
“아니, 시장님…….”
현성은 얼른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그러자 윤서현 시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부탁이 있네.”
“네? 무슨…….”
“2차 시험 말인데……, 욕심이 나서 말이야. 할 수 있겠는가?”
윤서현 시장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현성은 바라봤다. 그러자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강하게 부딪쳤다.
넙죽!
현성은 그 자리서 바로 큰절을 올렸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시장님, 아니, 선배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2차를 꼭 합격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