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
회귀해서 건물주-4화(4/740)
현성이 달려간 곳은 조금 전 구조됐던 바닷가, 그 자리였다. 그곳엔 같이 여행 왔던 이정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현성은 이정우를 보자마자 대뜸 소리쳤다.
“정우야, 집에 가자.”
“이 자식이, 너 미쳤어?”
영문을 모르는 이정우로서는 당연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이정우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가방을 챙겨 둘러메기 시작했다.
어차피 설명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일단 어머니 사고를 막는 것이 급선무다. 설명은 그다음에 하면 된다.
현성이 진짜로 가방을 둘러메자 이정우는 황당하기만 했다.
“야, 무슨 일이야? 어디를 간다고 이 지랄이야?”
“정우야, 나중에······, 내가 다 설명할게.”
“야,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이냐고?”
이정우는 설마 했다. 말만 그렇게 했지, 정말 짐을 쌀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현성의 모습이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이정우는 급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야, 도대체 무슨 일인데?”
“어머니가 위험해!”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니가 위험하다니?”
현성은 대답 대신 도로 쪽을 향해 무조건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무슨 말로도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다. 일일이 대꾸하다가는 시간만 지체될 뿐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한 발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반면, 이정우는 달랐다.
“이런 미친 새끼가······.”
멀어지는 현성을 보며 이정우의 입에선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오자마자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119까지 출동하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이젠 또 집에 가겠다고 저 주접을 떨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직 바닷물에 발도 못 담가봤는데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가 위험하단다.
무슨 소린지 더 묻고 싶었지만, 현성은 이미 저만치 뛰어가고 있었다.
이정우는 현성이 뛰어간 방향을 보며 소리쳤다.
“너, 이 개자식 만약 뻥이면 넌 오늘 나한테 죽는다.”
이정우는 할 수 없이 남은 가방을 둘러메고 현성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현성은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앞자리에 얼른 올라탔다.
그런데 저만치에서 이정우가 힘겹게 뛰어오는 게 보였다.
아차!
급한 마음에 이정우의 몸이 불편하다는 걸 깜박했다.
현성은 택시 기사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잠깐만요.”
현성은 차에서 내려 이정우가 뛰어오고 있는 방향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리 줘!”
현성은 이정우가 메고 있는 배낭을 낚아채듯 빼앗아 메고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빨리 와!”
“간다, 가. 이 자식아.”
이정우는 투덜대며 현성의 뒤를 쫓아 뛰었다.
이정우가 뒷좌석에 오르자 현성은 바로 목적지를 얘기했다.
“홍천 서명이요.”
“네? 서명 말입니까? 아, 알겠습니다.”
택시 기사는 낮 시간에 장거리가 걸리자 순간 당황한 듯싶었다.
현성은 택시 기사를 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머니가 지금 위험합니다! 최대한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머니가요?”
택시 기사는 언뜻 이해가 안 갔지만, 어머니라는 말에 더 묻지도 않고 바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웅!
택시가 출발하고서야 현성은 뒤에 앉은 이정우를 돌아봤다. 미안했지만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성은 이정우를 잠깐 쳐다보다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정우야!”
나이 들어서도 유일하게 언제든 편하게 연락했던 친구다. 서로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부탁했던 친구. 설사 그 부탁을 못 들어줘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던, 그런 친구였다.
그런 친구를 이렇게 다시 만났다. 그것도 학창시절로 돌아와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일방적 감정일 뿐, 이정우의 입장에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그래서였을까.
“왜 인마?”
역시, 까칠한 대답이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현성은 다음 말을 이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그리고 남은 오백만 원은 내가 앞으로 살면서 열 배로 갚을게.”
“이 자식이 정말 미쳤나?”
“계산은 확실히 해야지.”
맞다. 전생에서 이정우한테 부족한 공사비 천오백만 원 빌려서 천만 원은 갚고 남은 금액이 오백만 원이었다.
친구 간에 돈거래?
다들 말리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만은 특별한 관계였다.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을 아무 문제없이 해냈으니 말이다.
그때 이정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헛소린 다 집어치우고, 어머니 얘기는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미안한데, 지금으로선 뭐라 설명하기가······.”
딱히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해봤자, 미친놈 소리밖에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나중에 다 얘기해준다며 이정우한테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었지만.
택시는 어느새 시내를 빠져나와 대관령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현성은 연신 양손을 매만지며 불안감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불안해하는 이유는 하나다.
사고가 난건 분명한데,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생에서는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대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었다.
단지, 사고일 뿐 별다른 이상이 없자, 그대로 경포에서 신나게 며칠을 보냈었다. 얼마나 고대했던 여행인데 그만한 일로 여행을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니 사고만 안 났다면 문제될 게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급히 길을 건너다 승용차에 치였다고 했다.
사고가 난지도 며칠이 지났기에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묻지 않았었다. 이미 지난 일이었고 치료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 후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하긴 누구의 탓도 아니다. 회귀한다는 말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초조한 마음에 현성은 택시 기사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죄송한데 조금만 더 빨리 부탁합니다.”
“허허…, 계기판이나 보고 그런 소리 하시게.”
현성도 안다.
본인이 생각해도 택시는 지금 충분히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저 초조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말이 나왔던 것이다.
택시 기사는 슬쩍 현성을 바라봤다.
현성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택시 기사는 한 번 더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현성은 자꾸 예전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쳐 치료 후에도 평생 절뚝거리던 모습. 그리고 사고 후유증으로 겨울이면 다리가 시리다며 더욱 고생했던 그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아려왔다.
‘이번엔 꼭······.’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택시는 어느새 대관령을 지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진부를 지난 지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음…?’
갑자기 왜 이러지?
왠지 속도가 점점 줄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1분 1초가 아쉬울 판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현성은 목을 빼 앞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택시 기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성을 보며 말했다.
“어쩌지요? 아무래도 앞쪽에서 사고가 난 거 같은데······.”
“네? 사고요?”
“조금 전부터 차간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런 거 같네요.”
“아,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시간은 없는데 속도는 점점 줄고.
어머니가 언제 사고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현성으로서는 이런 낭패가 없었다. 이 속도라면 시장이 파하기 전까지 도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시장이 파하기 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는 평생을 또 그렇게 고통 속에서 살아야한다.
겨우 기회를 얻었는데, 이게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안 된다.
어머니한테 또 다시 그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불안해할 때였다.
끼이익!
급기야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택시가 서버리고 말았다.
“큰일 났네요. 아무래도 큰 사고가 난 거 같은데······.”
택시 기사의 말에 현성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고 우려했던 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어쩌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안 되는데······.
현성은 눈앞이 캄캄했다. 이대로 여기서 끝이란 말인가?
파르르.
현성의 입술이 떨렸다.
“아저씨 어떻게 좀······.”
“하아! 나로서도 갑갑하네요.”
택시 기사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때였다.
고민하던 현성의 눈에 도로 이정표가 들어왔다.
‘그래! 어쩌면….’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운전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속사 나오죠?”
“대략 200m 정도만 가면 나올 겁니다.”
음······.
현성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안 된다. 사고수습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걱정만 하다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찾아야 한다.
어떡하든 무조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여기서 속사로 빠질 경우 거리는 더 멀어진다. 게다가 도로는 비포장이다.
거리는 멀어지고 도로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그렇다면 문제는 속도라는 건데, 비포장도로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느냐, 이게 문제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현성은 택시 정면에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현재 시각 4시 10분, 그렇다면 앞으로 시장이 파할 때까지의 시간은 대략 1시간 50분이 남았다.
하지만 최소한 10분 정도는 더 단축해야한다. 사고 난 시각이 대략 시장이 파할 때라고만 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앞뒤로 10분 정도의 오차는 감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시간 40분 만에 갈 수 있을까?
시간을 계산하던 현성은 택시 기사를 슬쩍 바라봤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는 거다.’
아무 것도 못 하고 이대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하는 데까지 해보는 거다.
결심한 현성은 택시 기사를 보며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속사로 빠집시다!”
“운두령을 넘자는 얘기지요?”
택시 기사도 현성의 말귀를 바로 알아들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의 판단으로는 그 길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인 거 같습니다.”
“돌아가는 길이라 거리가 멀어지는데······.”
역시나 현성이 고민했던 부분을 택시 기사도 똑같이 짚어냈다.
하지만 현성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는 없다는 결론이었다.
도로가 포장만 돼있다면 이런 고민조차 필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도로가 포장되려면 최소한 5년은 더 지나야한다.
택시 기사는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아! 시간이 없는데······.’
현성의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대로 다시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었다.
현성은 다시 한 번 택시 기사를 보며 말했다. 아니,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탁했다.
“아저씨,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는 현성의 눈에 순간 이체가 서렸다.
정말 이번만큼은 어머니의 사고를 막고 싶었다. 더는 한겨울에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를 보지 않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러자 어찌할까 고민하던 택시 기사가 현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깐, 택시 기사는 결심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 알았소. 가봅시다!”
꾹.
비상등 버튼을 누른 택시 기사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휙’ 꺾었다.
“자, 꽉 잡으소.”
현성의 절박한 마음을 느꼈는지, 갓길로 빠져나온 택시 기사는 비상등을 켠 채로 상향등을 연신 깜박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갓길을 통해 영동고속도로를 빠져나온 택시는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부웅!
택시 기사는 이미 핸들을 꺾는 순간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했다.
비포장이라 달리는 택시 뒤로 흙먼지가 뽀얗게 따라오고 있었다. 고속도로만큼은 아니지만 택시의 속도는 만만치 않았다.
현성은 택시 기사를 보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덜컹덜컹.
요동이 심했지만, 택시는 속력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운두령을 향해 내달렸다.
현성은 어느 순간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제발!’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 무조건 간절한 마음으로 ‘제발’만 되뇌었다.
모은 두 손이 살짝 떨릴 때였다.
왼쪽 어깨 위로 뭔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톡톡.
택시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현성의 어깨를 몇 번 토닥여 주었다.
현성은 잠깐이지만 택시 기사와 눈을 마주했다. 그러자 택시 기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말라는 듯.
현성의 나이? 그런 거 다 필요 없었다. 막상 어머니를 생각하니 살아왔던 50년 넘는 세월은 그저 숫자일 뿐, 오히려 애틋한 마음만 더 강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