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05)
회귀해서 건물주-405화(405/740)
406
현성이 트럭에서 내려 다가오자 신춘오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처님 오셨는가?”
“네? 회장님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누가 그러더라고. 자네가 부처님 손바닥이라고 말이야.”
쿡쿡.
신춘오 회장의 말끝에 옆에 있던 김여우 실장이 입을 막으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실장님 무슨 일입니까?”
“응? 그게 그러니까…….”
김영우 실장은 신춘오 회장이 왜 현성을 보고 부처님이라고 불렀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자 얼마 못 가 현성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어찌 알았는가? 내가 내려올 것을…….”
“아, 그거야 회장님을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은 거 아닙니까?”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고?”
“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햇수로 3년 동안 제가 군대에 가는데 회장님이 가만히 있으실 분입니까? 최소한 내려오셔서 밥 한 끼는 사 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실 줄 알았던 겁니다.”
“허허…… 이거야 원.”
신춘오 회장은 할 말이 없었다.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그의 나이가 이제 겨우 스물하나라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마음과 행동까지 훤히 읽혔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황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저한테 부처님이라고 놀리셨던 겁니까?”
“놀린 게 아니라 이 정도면 사실이지 않겠는가. 나는 이미 손오공이 된 거고 말이야.”
“회장님이 손오공이요? 하하, 하하하…….”
현성은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영우 실장은 물론이고 유민철까지도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신춘오 회장도 기분 좋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유민철을 보며 물었다.
“회장님께 설명은 다 드렸습니까?”
“네, 조금 전에 끝마쳤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마지막에 질문을 하셨는데 제가 미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회장님께서 무슨 질문을 하셨는데요?”
“벚나무 말입니다. 그 벚꽃이 일본의 국화인데 그걸 그렇게 많이 심어도 괜찮겠냐고 말입니다.”
유민철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고개를 돌려 신춘오 회장을 바라봤다. 유민철이 지금 한 말이 맞는지 확인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그 질문을 유 소장한테 했네. 벚꽃이 화려해서 보기는 좋은데 한 가지가 걸려서 말이야.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하필 일본이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벚꽃과 일본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
“무슨 상관이라니? 사쿠라가 일본의 국화가 아닌가? 설마 그것도 모르고 지금 이곳에다가 벚나무를 심겠다고 한 건가? 물론, 별 의미 없이 단순하게 그냥 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여기 면적이 너무 커서 말이야.”
신춘오 회장의 표정은 다소 굳어 있었다.
처음부터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꽃으로만 본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흠이라면 그게 하필 일본의 상징인 국화라는 것이다.
그때 현성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누가 그래요?”
“어? 뭐가 말이야?”
“누가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고 그러느냐고요?”
“자네 설마 그것도 모르고…….”
신춘오 회장은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설마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는 걸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린지 그 부분부터 확인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때 현성의 입에서 더 황당한 말이 나왔다.
“일본엔 국화가 없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린가? 일본엔 국화가 없다니…….”
“말 그대로입니다. 일본에는 국화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벚꽃, 아 걔들 말로는 사쿠라라고 부르죠. 그러니까 사쿠라는 일본의 국화가 아니라고요.”
“그게 정말인가?”
신춘오 회장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현성을 빤히 바라봤다. 그건 신춘오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김영우 실장도 마찬가지고 유민철 또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성을 바라봤다.
“네, 정밀입니다. 많은 사람이 벚꽃을 일본의 국화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걔들이 워낙 사쿠라를 좋아해서 그런 착각을 하는 겁니다.”
“사쿠라를 좋아하는 것뿐이지 그게 국화는 아니라는 거지?”
“네, 맞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설마 일본의 국화를 20만 평이 넘는 이곳에 심을 생각을 했겠습니까?”
“허허, 이거야 원…….”
쩝.
신춘오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60년을 넘게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당연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김영우 실장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자네는 그걸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가?”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도 그때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거짓말이다.
현성 또한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전생에서 대학 4학년 때 논문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때 ‘벚꽃 축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었다. 그리고 놀라웠던 건 그 이후에도 살면서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영우 실장이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이렇게 되면 그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된 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그런데 이 허탈한 기분은 뭔지 모르겠네.”
“저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현성 군이 그게 아니라고 하니 왠지 뒤통수를 한 방 맞은 기분입니다. 지금까지 왜 그런 착각을 하고 있었는지 저 자신이…….”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보며 다시 말했다.
“벚꽃 문제는 해결이 됐고, 그러면 하나만 더 묻겠네.”
“네, 말씀하세요.”
“요즘은 구불구불한 길도 다 일직선으로 만드는 게 일반적인 추세인데, 여기서 내려다보니 여기 도로는 오히려 그 반대로 모두가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는데 혹시 그렇게 만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음…….”
잠시 생각하던 신춘오 회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저는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큼은 느림의 미학을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느림의 미학?”
“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는 점점 더 빠르게 변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점 여유를 잃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살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고 그게 곧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성은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그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직선이 아닌 곡선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한테 여유를 찾아주자? 이 말인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벚꽃이 피는 5월에는 이곳 도로의 차량을 완전히 통제할 겁니다. 그래서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서 최대한 천천히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겁니다. 그게 제가 생각한 이곳의 테마입니다.”
“테마?”
“네, 제가 생각하는 테마가 바로 느림과 여유입니다.”
신춘오 회장은 현성의 말이 끝나자 그저 말없이 고개를 돌려 공사가 한창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잠시 후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를 보면 말이야 뭐가 생각나는지 아는가?”
“하하, 글쎄요.”
현성은 가볍게 웃으며 신춘오 회장을 바라봤다. 과연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입에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 툭 튀어나왔다.
“럭비공.”
“럭비공이요?”
“그래,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어. 그런데 말이야…….”
신춘오 회장은 말을 하다 말고 현성을 바라보며 씩 웃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좋아.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니 여기 심장이 항상 긴장을 하거든. 근데 이번엔 또 2, 30년 미래로 튀었어.”
“2, 30년이요?”
“그래, 남들은 어떡하든 빨리 가지 못해서 안달인데 자네는 벌써 그다음을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얘기를 듣고 나니 궁금한 게 더 많아지는군. 그렇다면 앞으로…….”
“회장님, 잠깐만요…….”
현성은 신춘오 회장의 말을 끊은 다음 바로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다음 얘기는 자리를 옮겨서 계속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오늘 일이 바빠서 밥을 제대로 못 먹었더니 아까부터 배에서 밥 달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허허,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즉 말을 할 것이지…… 자, 어서 밥 먹으러 가세. 나머지 얘기는 밥 먹으면서 하자고, 저기 유 소장님 식사하시러 같이 가시죠?”
신춘오 회장이 유민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유민철이 깜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
“네? 저도 말입니까?”
“당연하지요. 앞으로 자주 뵙게 될 텐데…… 자, 어서 갑시다.”
현성과 유민철이 탄 트럭이 먼저 출발하고 그 뒤를 신춘오 회장이 탄 승용차가 따르기 시작했다.
***
“형님이 보시기에 회장님 어떠셨어요?”
“저는 솔직히 만나 뵙기 전에는 대기업 회장님이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만나 뵙고 나니 저의 선입견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호탕하시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무시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현성과 유민철은 식사 후 신춘오 회장을 보내고 다시 산 중턱으로 돌아와 얘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5년 후에는 회장님도 이곳에 내려오셔서 생활하실 겁니다.”
“회장님이 이곳에요?”
“네, 앞으로 이 동네를 위해서 회장님이 하실 일이 있거든요. 구체적인 내용은 제가 제대하고 오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논산은 언제 갑니까?”
“조금 있다가 집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가려고요. 어차피 논산에 가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에 훈련소로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유민철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근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네? 뭐가요?”
“아니, 그렇잖아요. 내일이 훈련소 들어가는 날인데 이렇게 느긋하다는 게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누가 보면 몇 번은 갔다 온 줄 알겠어요.”
“형님, 이러지 마십시오. 말은 못 하고 저도 속으로는 죽겠습니다. 그 짓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또요?”
“네, 또요. 형님이 모르시겠지만 그런 게 있습니다. 그래서 미치겠습니다. 후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간다고 하긴 했지만, 막상 내일로 닥쳐오니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금이라도 당장 신춘오 회장한테 전화해서 빼달라고 통사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거요.”
유민철이 갑자기 현성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사장님이 돈이 없는 분도 아니지만,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 가서 잠자기 전에 포장마차에서 소주라도 한잔 드시고 자요. 저는 예전에 군대 가니까 소주가 제일 생각나더라고요.”
“뭘 또 이런 걸 …….”
현성은 유민철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생에서 논산 훈련소 들어가기 전날에 포장마차에서 닭발에 소주를 두 병이나 먹고 들어갔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긴장이 됐던 것이다.
“그럼 저는 형님만 믿고 갑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첫째도 둘째도 안전입니다. 일은 조금 늦어도 되지만 안전사고는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 모두 항상 안전모 잊으면 안 되고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자대 배치받으면 연락하십시오. 제가 우편으로라도 일 진행 과정은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파주읍 법원리 6233부대요. 전차부댑니다. 나중에 탱크 구경하고 싶으면 오세요.”
“그게 뭡니까?”
“자대요. 저는 그럼 이만 갑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트럭에 올라 산 중턱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혼자 남은 유민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통 신병 교육 기간이 끝나야 자대로 배치를 받게 된다. 그런데…….
“탱크? 6233부대? 자대? ……이게 무슨 소리야?”
유민철은 현성이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이게 다 뭡니까?”
집으로 돌아온 현성은 상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보며 어머니께 물었다.
“뭐긴, 어서 먹어. 군대 가면 제대로…….”
어머니는 말을 하다 말고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런 어머니의 눈가는 이미 붉어져 있었다. 아마도 상을 차리면서부터 이미 눈물을 보인 듯했다.
“이것부터 먹으려무나.”
아버지가 현성 앞에 놓인 대접에 닭 다리 하나를 옮겨 놓았다.
“네, 아버지도 어서 드세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어서 먹어. 자, 이것들도 먹고…….”
아버지는 반찬들을 먹기 좋게 현성 앞으로 자꾸 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느새 밥상에 놓인 반찬들이 현성 앞으로만 놓여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 앞에는 밥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 현성의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이거 드세요.”
현성은 얼른 닭 다리 하나를 뜯어 아버지께 건넸다.
그러자 아버지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아니다, 나는 이미 먹었다. 그러니 너나 많이…….”
“아버지 안 드시면 저도 안 먹습니다. 어서 드세요.”
그제야 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 닭 다리를 드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도 그제야 닭 다리를 먹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불렀지만, 어머니는 주방에서 끝내 나오지 않고 식사를 마칠 때쯤에나 주방에서 나왔다.
1시간 후.
“어머니! 아버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식사 잘하고 계세요. 충성!”
현성은 일부러 큰 소리로 거수경례로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서 집을 나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채 몇 발자국도 못 가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현성아…….”
어머니가 결국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보였기 때문이다.
와락!
현성은 그런 어머니를 꼭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