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06)
회귀해서 건물주-406화(406/740)
407
다음 날.
“읏차!”
눈을 뜬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생에서는 전날에 술을 많이 먹은 탓에 아침도 못 먹고 훈련소로 들어가는 바람에 점심때까지 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원숭이도 아니고 똑같은 실수를 또다시 할 수는 없었기에 현성은 일찍 일어났다.
대충 씻고 여인숙을 나온 현성은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이 입소자와 그의 가족들인 듯했다.
“왜 안 먹어?”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짧은 머리를 한 청년을 향해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겨우 숟가락을 드는 청년.
마치 이승에서 먹는 마지막 밥이라도 되는 듯 숟가락질이 왜 그리도 무거운지…….
현성은 그런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그게 입으로 술술 넘어간다면 그게 더 이상할 듯싶기도 했다.
현성도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소머리국밥이요.”
주문을 하고 잠깐 기다리자 국밥이 바로 나왔다.
아주머니가 국밥과 김치를 테이블에 놓으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혼자 오셨나 보네요?”
“네? 아, 네…….”
대부분이 가족이나 친구 아니면 여자 친구와 같이 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현성의 혼자인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나 보다.
그렇지 않아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이 오시겠다는 걸 억지로 혼자 왔다. 한 번이면 족하다. 전생에서 이곳까지 왔다가 집까지 돌아가는 그 심정이 오죽했겠는가.
나중에야 들은 얘기지만 어머니는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부은 눈두덩이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가라앉았다고 했다.
또다시 그 아픔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달그락.
깔끔하게 그릇을 비우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주머니가 다시 다가왔다.
“혹시…… 한 그릇 더 드릴까요?”
먹는 모습이 꽤나 안쓰럽게 보였나 보다. 하긴 다른 사람들은 반 그릇도 못 먹고 남기는 판에 혼자 와서 한 그릇을 다 먹었으니 없던 정도 생겼을 것이다.
현성은 정중히 거절을 하며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이란 걸 알기에 그 마음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식당을 나온 현성이 잠깐 걸을 때였다.
피식.
그의 입가에 순간적으로 미소가 번졌다. 그 이유는 아는 얼굴이 다른 식당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동수.
전생에서의 군대 동기. 훈련소 동기이자 자대 동기, 거기다 제대도 같은 날 했던 바로 그 김동수가 식당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회귀해서 산삼을 비싸게 팔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아버지 덕분이었다. 거기다 라면 가게에서 쓰는 매운 고춧가루도 그의 아버지가 책임지고 유통을 해주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장사를 잘하고 있다.
물론, 어차피 오늘 만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다.
“어이, 김동수!”
현성의 목소리에 놀란 건 김동수였다. 이곳에서 자신이 아는 사람은 같이 내려온 아버지 빼곤 아무도 없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어? 너는……?”
“그동안 잘 지냈냐?”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김동수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현성을 만난 건 3년 전이었다. 고2 여름 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약재상에 그가 찾아왔었다.
이상한 건 처음 자신을 보자마자 이름을 불렀다는 것이다. 본인 말로는 아버지가 얘기했다고 하는데 나중에 확인했지만, 아버지는 절대 그에게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작 거 말이 안 되는 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했던 말, 그건 바로 ‘나중에 군대에서 보자’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가 진짜 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김동수의 아버지인 김진용이 현성을 바라보며 놀랍다는 듯 입을 쩍 벌렸다.
“이게 누구야?”
“아버님, 안녕하셨습니까?”
“혹시 자네도 오늘 입대하는 날인가?”
“네, 그렇습니다. 아버님은 동수 때문에 같이 내려오셨군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데 당연히 내가 내려와야지. 그건 그렇고 그나저나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물론 자네가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우리 동수보고 군대에서 보자고 하긴 했었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김진용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처음 본 사람이 나중에 군대에서 보자고 했는데 그 말이 실제로 3년 뒤에 이렇게 일어났으니 말이다.
“제가 특별한 재주가 있는데 그게 바로 꿈을 꾸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얘기냐 하면…….”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꿈을 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이지만 그나마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김진용이 바로 물렀다.
“허허,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아버님, 저야말로 신기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증명이 되니 말입니다. 저도 때로는 이런 제가 무섭습니다.”
“이거야 원…….”
김진용은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얘긴데 문제는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말이 없기는 김동수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말이 안 되는데 중요한 건 지금 이곳에 그와 같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은 어떠세요?”
“보다시피 아직은 괜찮네. 그건 그렇고 밥은 먹었는가?”
“네, 조금 전에 먹고 막 나오는 길입니다.”
“혹시 말이야…….”
김진용은 무슨 말인지 말을 하다 말고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말씀하세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걸 묻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혹시 말이야…… 우리 동수하고 자대도 같이 가는가?”
김진용은 질문을 하면서도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뒤늦게 얻은 자식이라 걱정이 되는 탓에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현성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네, 훈련도 같이 받을 거고 자대도 같이 갈 겁니다. 물론 제대도 같이할 거고요. 그러니 염려 놓으시고 편히 계세요.”
“그게 정말인가?”
“네, 이미 제가 꿈에서…….”
“그만해라!”
현성의 말을 듣던 김동수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현성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김동수와는 다르게 김진용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이지?”
“네,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르는 사람끼리만 있는 것보다 그래도 얼굴이라도 아니까 서로 의지가 될 겁니다.”
현성은 김진용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기에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아버지가 자식을, 그것도 뒤늦게 얻은 자식이라 그 마음은 더 애절할 것이다. 더군다나 어머니도 없다 보니 그의 마음이 더할 것이다.
“야, 시간 거의 다 됐다. 얼른 가자.”
현성은 김동수를 보며 채근했다. 그러자 그 순간 김동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제 드디어 어쩔 수 없이 훈련소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된 듯했다.
현성이 앞장서고 김동수와 김진용이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김동수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잔뜩 두려운 표정이었다.
[조국이 그대들을 부른다!]훈련소 정문에 도착하자 커다란 글씨가 세 사람을 반겼다. 그 글씨를 바라본 김동수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 어두워졌다.
아마도 이제야 제대로 실감이 나는 듯했다.
그때였다.
“입소자는 연병장으로 가시고 아버님은 연병장 앞쪽에 있는 계단으로 가십시오.”
“네!”
정문에서 안내를 맡은 병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동수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어차피 여기 현역병은 자신들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걸 알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동수야, 그럼 열심히 훈련받고 수료식 때 보자꾸나.”
“…… 네, 아빠.”
“현성이도 무사히 잘 받고, 그리고 우리 동수도 잘 부탁하마. 이 녀석이 덩치는 이래도…….”
김진용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도 담담해 하던 표정이 이제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이 든 듯했다.
어찌 김진용뿐이겠는가.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김진용과 헤어지고 20미터쯤 걸었을 때였다.
뒤따라오던 김동수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현성을 불렀다.
“현성아…….”
“어? 왜?”
“그게 진짜야?”
“뭐가?”
“너랑 같이 훈련받고 자대도 같이 간다고 했던 말 말이야?”
아무래도 이제 혼자 남았다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지 말하는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툭툭.
현성은 그런 김동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인마. 그러니까 나만 믿어. 어차피 우리는 제대할 때까지 같이 붙어 있을 거니까.”
“어……, 근데 말이야…… 너는 긴장 안 되냐?”
“어, 전혀.”
“전혀?”
“그래, 동수야, 내가 재미있는 얘기해줄까?”
“어? 지금?”
“그래, 사실은 나 두 번째야. 쿡쿡…….”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웃고 말았다. 그러자 김동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더 물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때 바로 마이크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989년 10월 5일자…….”
입소식이 시작되었다. 입소식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모두 훈련을 받는 것도 아니고 2박 3일 대기하는 과정이다 보니 입소식은 간단히 끝났다.
마지막은 입소식의 하이라이트, 앞쪽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 그리고 애인을 향한 인사였다.
“전체 차렷! 앞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을 향해 경례!”
“충! 성!”
마지막인 만큼 경례 소리는 넓은 연병장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듯했다.
잠시 후.
가족들이 빠져나간 연병장의 분위기는 조금 전과 완전히 달라 있었다. 갑자기 빨간 상의에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이 중간 중간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
마치 숨조차 쉬지 않는 듯 연병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때 다시 마이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 지금부터 번호와 이름을 부를 테니까 호명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번호와 이름을 복창하고 좌측으로 나와 순서대로 섭니다. 알겠습니까?”
“네에~”
“소리가 이거밖에 안 나옵니까? 앞으로 취침!”
어차피 소리하고는 상관없다. 아무리 크게 대답을 해도 각본에 이미 나와 있기에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개새끼들.’
현성의 입에서 당장이라도 욕이 튀어나올 판이었다. 민방위 훈련까지도 마친 자신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새파랗게 어린놈들 앞에서 이 짓을 또 하려니 피가 거꾸로 솟을 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군대인 것을.
결국은 몇 번의 앞으로 취침과 뒤로 취침을 한 후에야 다시 조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였다.
“이제 여러분은 민간인이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네에에에에에에~!”
어쨌거나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그런데 웃긴 건 그다음이었다.
“자, 이젠 앞에 있는 사람의 옷에 묻은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이 먼지 하나 없이 털어 줍니다. 만약 털어서 먼지 하나라도 나오는 사람은 오늘 본 교관과 함께 연병장의 모든 먼지를 입으로 불어서…….”
‘지랄을 해라.’
전생에서도 똑같이 당했던 과정이다.
어쩌면 저렇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말은 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웃긴 건 먼지를 터는 이유다. 이제 조금 있으면 입고 온 사복을 군복으로 환복하면서 사복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 앞으로 보내게 된다.
겉옷은 기본이고 속옷에 양말 신발까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집으로 보내야 한다.
그러니 그때 옷에 흙먼지가 묻어 있으면 어찌 되겠는가 말이다. 오로지 먼지를 터는 이유는 그거 하나였다.
“자, 이제부터 다시 번호와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호명을 받은…….”
교관은 다시 번호와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 입소자들은 큰 소리로 번호와 이름을 복창한 후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현성의 차례.
“82번 김현성.”
“82번 김현성!”
어쩌겠는가, 이미 다시 선택한 길인 것을. 어차피 하기로 한 거 이왕이면 제대로 해볼 참이었다.
남들은 처음이지만 현성은 어차피 두 번째다. 그만큼 유리하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자신의 주특기는 610, 바로 운전병이다. 전생에서야 면허증만 간신히 따서 들어갔기에 자대에 가서도 운전을 처음부터 배우느라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이젠 최소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그마치 30년을 넘게 운전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리고 거기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사격 또한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전생에서도 대대 대표로까지 나가서 여단 내에서 우승을 했던 현성이다.
군대에서 주특기인 운전 잘하고 사격 잘하면 이미 90%는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대답하는 현성의 목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83번 김동수!”
다음은 김동수였다. 큰소리로 복창을 하고 현성의 뒤에 선 김동수.
쿡.
그가 현성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아마도 같은 줄에 서게 되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놓인 듯했다.
현성은 그런 김동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야, 우리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어? 어…….”
김동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군 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