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08)
회귀해서 건물주-408화(408/740)
409
“최우수상?”
“네, 오늘 신병 교육대 수료식을 했는데 거기서 최우수 훈련병으로 선정이 되었답니다.”
“역시 김 군이야. 물론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하하, 하하하.”
신춘오 회장은 기분 좋다는 듯 말끝에 큰 소리를 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를 만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신춘오 회장 자신의 성격이었다.
직위의 특성상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생활이었다. 그렇다 보니 성격은 급해지고 항상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회사 일을 함에 있어서도 임원들에게 믿고 맡기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챙겨야 하는 성격이라 임원은 물론이고 자신 또한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현성을 만났고 우연치 않은 기회에 몸의 이상을 발견하게 됐다. 그건 바로 현성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었다. 단순히 손을 잡고 집중하는 것으로 상대 신체의 이상 유무를 알아내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게 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라는 거였다. 이해하기 힘든 문제였지만 어쨌건 중요한 건 그가 자신의 몸에서 이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 즉시 서울로 올라와 확인한 결과 간암 초기였다. 의사 말로도 이건 행운이라고 했다. 간이라는 장기가 워낙 침묵의 장기라 웬만큼 진행이 되지 않으면 자각증상이 없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어쩌면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건 현성의 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지만 왠지 그의 말에 신뢰가 갔다. 그런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진짜 한 달 만에 간에 있던 암세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중 첫째가 일의 긴장감에서 벗어나는 거였다. 가급적이면 실무진을 믿고 맡기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약이었다.
그렇게 없던 여유를 찾고 나니 그다음엔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주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부터 챙기고 그다음은 오랜 벗들, 그리고 항상 같이 다니는 김영우 실장까지.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엔 항상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던 삶이 어느 날부터는 감사의 마음이 먼저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웃긴 건 현성이 한 말이었다.
그때가 강원도에서 한 달 동안 현성으로부터 치료를 받고 떠나던 마지막 날이었다.
-행복은 감사한 마음이 들 때, 그때부터가 행복의 시작이다.
그리고 또 다른 말도 했었다.
-행복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는 순간 도망간다.
처음엔 어린 녀석이 교과서 같은 얘기를 하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 말이 어느 순간 자신의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그건 바로 평상시보다 늦잠을 자던 어느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창가로 스며드는 햇볕이 너무도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느낀 감정이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건 바로 가슴에서부터 느껴지는 행복감이었다. 뭐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그때 바로 현성이 한 말이 생각났다.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현성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던 방식을 통째로 바꿔준 것도 그였다. 행복이란 말조차 잊은 채 살던 자신에게 창가로 스며드는 햇볕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준 것도 그였다.
그뿐인가.
퇴임을 하고도 새로운 가치를 위해 살아갈 동기를 부여해준 사람도 그다. 그런 그가 이젠 수많은 훈련병 중에서 가장 으뜸인 최우수상을 받는다고 하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말이다.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다.
“김 군이 어느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하던가?”
“한 가지 빼고는 모든 부문에서 월등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격은 현성 군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쏘면 쏘는 대로 백발백중이었다고 합니다.”
“허허, 백발백중?”
“네, 오죽하면 같은 훈련병들 앞에서 조교를 대신해서 사격 시범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쿡쿡.”
김영우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가리고 웃고 말았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그를 쳐다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김 실장, 이거 말년이라고 이래도 되는 거야? 나 모르게 혼자 웃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아, 죄송합니다. 그게 저도 모르게 그만…….”
김영우 실장은 바로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손사래까지 치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또 그렇게까지 정색을 할 건 뭐 있는가. 사람 무안하게…… 그건 그렇고 그 웃는 이유나 설명을 해주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네가 그렇게 웃었는지 나도 좀 알자고.”
“네, 그게 그러니까…….”
김영우 실장은 조금 전에 왜 웃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영우 실장의 설명이 이어지자 신춘오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영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 하하하…….”
“…….”
김영우 실장은 웃지도 못하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한참을 웃던 신춘오 회장이 간신히 웃음을 그치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사격은 잘하는데 자세는 아니다? 이거인 거지?”
“네, 맞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자세가 심각한가 봅니다. 오죽하면 동기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다가 교관이 와서 중단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또 가관이었다고 합니다.”
“아니, 무슨 말을 했기에…….”
신춘오 회장은 궁금하다는 듯 김영우 실장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김영우 실장은 헛기침을 두 번이나 하고서야 대답을 했다.
“엎드려서만 쏘라고 했답니다.”
“엎드려서만 쏘라고?”
“네, 다른 자세는 이상하니까 쏘지 말라고 했답니다.”
“아니, 어느 정도나 이상하기에 그런 말까지 듣는단 말인가. 하기야 내가 군대 있을 때도 그런 녀석이 있었네. 나보다 한 달 후임이었는데 자세는 영 이상한데 쏘기만 하면 표적이 넘어가는 거야. 어쨌거나 그 녀석은 그 덕분에 군 생활 편하게 했지. 사단장 표창까지 받았으니까 말이야. 그때는 사격만 잘하면 최고였거든.”
신춘오 회장은 과거라도 회상하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그가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참, 자대는 어디라고 하던가?”
“주내에 있는 전차부대라고 합니다. 주특기는 운전병이고요.”
“허허, 군 생활 완전히 폈구먼.”
“네? 그게 무슨…….”
“생각을 해보게. 운전이라면 김 군이 또 자신 있을 테고, 거기다 아무리 자세가 이상하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사격은 무조건 표적을 넘기는 게 장땡 아니겠는가. 주특기인 운전 잘하고 사격 잘하면 군 생활 끝난 거지 안 그런가?”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군인이 그거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주특기와 사격, 그거 두 개면 군 생활의 90%는 이미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셈일 테니 말이다.
그때 김영우 실장의 머릿속에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회장님, 그런데 여전히 의문은 하나 남습니다.”
“의문? 그게 뭔가?”
“제가 지난번에 보고 드릴 때 현성 군이 미리 자대를 말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때 아마 6233부대라고 했던 거 같은데?”
“네, 맞습니다. 그런데 오늘 현성 군이 가는 부대가 바로 6233부대라는 겁니다. 그 말을 한 게 입대하던 날 유민철 소장한테 한 말이거든요.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갈 부대를 미리 알았는지…….”
“김 실장.”
김영우 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춘오 회장이 김영우 실장을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제 우리 그런 문제는 건너뛰세. 솔직히 김 군이 지금까지 우리한테 보여준 능력은 하나같이 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지 않았는가. 군대 간다는 날짜도 이미 1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가 아닌가. 그뿐인가. 일산의 신도시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그 외에도 말하자면 끝이 없지. 안 그런가?”
“네, 그건 회장님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젠 그런 건 우리가 더 이상 따지지 말자는 얘길세.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거 같네. 그래서 나는 앞으로는 김 군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생각이네. 그게 아무래도 정신 건강에 좋을 듯싶은데…… 김 실장 생각은 어떤가?”
“아, 네…… 그게 맞는 거 같습니다.”
김영우 실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얘기다.
따지고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그동안 수없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당연히 일산의 신도시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그곳이 신도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혹시나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50억.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도 없었던 돈이 한 달 전에 자신의 통장에 찍혔다. 그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그저 웃음이 나올 정도다.
“무슨 생각을 하는 데 표정이 그리 좋은가?”
신춘오 회장이 미소를 짓는 김영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요즘 들어 김 실장의 얼굴에 자꾸 웃음이 번진다는 거 알고 있는가? 무슨 일인지 같이 알면 안 되겠는가?”
“네? 아, 네…… 그게 별건 아니고 그냥…….”
“그러니까 그 별것 아닌 게 뭔지 궁금하단 말이야. 나도 좀 알면 안 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어차피 회장님이 주신 거니까요.”
“내가? 혹시 지금……?”
“네, 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게 맞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잠도 잘 안 옵니다. 어떤 날은…….”
김영우 실장은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자 신춘오 회장의 입가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이유가 그거였던 게야?”
“네, 아무래도 저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라…….”
“그래, 이왕 말이 나왔으니 앞으로 어쩔 셈인가? 이제 한 달 조금 더 남은 거 같은데?”
“고민 중입니다.”
“고민 중이라…… 그 말은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내 말이 맞는가?”
신춘오 회장의 질문에 김영우 실장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여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행?”
“네, 저도 그렇지만 제 집사람이 젊어서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었거든요. 국내, 국외 할 거 없이 여행을 참 많이 다녔었습니다.”
“맞아, 김 실장이 언젠가 얘기했던 거 같네. 제수 씨를 만난 것도 여행지에서 만났다고 말이야.”
김영우 실장은 마치 예전으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예전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춘오 회장의 모습 또한 싫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얘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김영우 실장의 얘기가 끝나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영우야!”
“네?”
김영우 실장은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부르지 않던 자신의 이름을 신춘오 회장이 너무도 친근하게 불렀기 때문이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뭘 그리 놀라는가? 내가 얘기하지 않았는가, 앞으로 우리는 친구로 지내자고 말이야. 올해도 이제 한 달 좀 더 남았으니 지금부터라도 연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춘오 회장은 한 호흡 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우리 두 살 차이잖은가. 사회에서야 그 정도는 얼마든지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거고. 안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됩니다. 제가 어떻게…….”
“하여간 자네 고집도 그러고 보면 대단해.”
“아닌 건 아닙니다.”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신춘오 회장과 만난 건 대학 시절이었다. 그때 신춘오 회장은 4학년이었고 김영우 실장은 2학년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김영우 실장이 복학을 하고 산악회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어찌하다 보니 친해지게 됐고 김영우 실장의 형편이 어렵다는 걸 안 신춘오 회장이 숙식을 제공하면서부터 더욱 가까워졌다.
그때만 해도 신춘오 회장이 농씸의 일가라는 걸 몰랐었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어느 날 신춘오 회장이 직장으로 찾아왔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을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그게 시작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의 비서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세월이 20년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친구로 지내자니…… 말이야 고맙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럼, 형이라고 부르는 건 어떤가? 예전에야 자네가 선배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그렇게 부르기도 애매하니 차라리 형이라고 말이야. 내 생각엔 그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것도 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그마치 20년 동안을 회장으로 모시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하루아침에 갑자기 형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잠깐 고민을 하던 김영우 실장은 결심이라도 한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안 된다? 왜?”
“제가 회장님을 모신지가 20년입니다. 아니, 비서 일을 하기 전부터 계산하면 25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그런 분을 형이라고 부른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아니, 못 합니다!”
“…….”
신춘오 회장은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던 그가 발걸음을 옮겨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 다시 김영우 실장 앞으로 다가왔다.
“이게 뭔지 아는가?”
신춘오 회장의 손에는 낡은 시계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 시계는 바로 신춘오 회장이 공식적으로 농씸의 회장이 되던 날 김영우 실장이 선물로 준 것이었다.
“아니, 아직도 그걸 가지고 계셨습니까?”
“당연하지. 김 실장은 이 시계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상징적인 것이었네.”
“상징적인 것이요?”
“그래, 초심 말일세. 내가 처음 이 자리에 앉던 날 이 시계를 주면서 자네가 나보고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이 자리는 잠시 머물다가는 자리라고 자네가 그랬지. 그러니 있는 동안에 회사에 봉사한다고 생각하라는 말도 같이 했었네. 기억나지?”
“……네.”
“나라고 이 자리에 있으면서 왜 욕심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때마다 이 시계를 보면서 마음을 비웠네. 결국, 나는 자네와의 약속을 지켰네. 인정하는가?”
“네, 당연히…….”
“그럼 이제는 자네 차례일 거 같은데…… 난 분명히 그때 자네와 약속을 했던 거 같은데, 어찌 생각하는가?”
“…….”
분명히 약속을 했었다.
회장의 자리에 있는 동안 개인의 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일생을 바치기로, 그리고 그 자리서 떠나는 날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으로 복원하기로 말이다.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말이다.
“후!”
김영우 실장이 짧게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
“그 약속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잊고 있었습니다.”
“자고로 약속은 원래 지켜야 하는 사람이 기억하는 거라네. 자네 덕분에 내가 이 자리를 명예롭게 떠날 수가 있게 됐네. 자, 이제는 우리의 관계를 복원해야 하지 않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형님으로…….”
김영우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신춘오 회장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만났고 곧이어 신춘오 회장 또한 웃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참, 아까 김 군이 어느 한 부분에서만 빼고 두각을 나타냈다고 했는데, 그 빠진 한 부문은 어디인가?”
“화생방입니다.”
“화생방?”
“네, 화생방만큼은 다른 훈련병과 같이 기어서…….”
“하긴 화생방엔 장사 없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그 가스…… 으으.”
신춘오 회장은 진저리를 치며 다시 물었다.
“자대는?”
“네, 오늘은 여단에서 일단 대기하고 내일 각 부대에서 와서 데리고 간답니다.”
“6233부대라고 했던가?”
“그건 현성 군의 얘기고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김 실장은 아직 김 군을 못 믿는군. 내가 볼 땐 6233부대가 맞을 걸세. 혹시 나랑 내기할 텐가? 아니, 그러지 말고 내기하세. 내일 저녁 어떤가? 모처럼 우리 그거 먹으러 가세.”
“네, 좋습니다. 그렇지 않아 저도 요즘 그게 간절했는데…… 아무리 현성 군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설마 자대까지도…….”
김영우 실장은 자신 있다는 듯 눈에 힘이 빡 들어갔다. 그건 신춘오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웃고 누가 울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