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1)
회귀해서 건물주-41화(41/740)
복도에 혼자 남은 이영민.
“무슨 일이야 이게…….”
한바탕 소나기라도 훑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돌아서는 현성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며 이영민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도 없고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
순간 영혼을 잠식당한 기분, 딱 그거였다.
–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머릿속에 남은 마지막 현성의 말 한마디.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평가였다. 정확히 콕 집어 말하자면 잘못했다고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박할 수가 없다.
아니라고 뭐라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는 거다.
현성의 말이 사실이니까.
친구.
우린 친구였는데…, 지금까지 그저 방관만 하지 않았던가. 현성의 말처럼 대책이 빠진 보고라는 반쪽짜리 의무감 속에서 스스로 나댔던 자신이 한심할 뿐이었다.
후우!
이영민의 한숨이 길게 늘어졌다.
그때 5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교내에 울려 퍼졌다.
그 후로 별일 없이 모든 수업이 끝났다.
의외였다.
무슨 생각인지 김일수는 종일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조용하니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기대치가 있게 마련이다. 좋은 거든 아니면 그게 설사 나쁜 거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김일수는 오늘 그 기대치를 보란 듯이 빗겨갔다. 하긴, 다들 보는 앞에서 그 개쪽을 당했으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6교시가 끝나자 담임 신민호가 들어왔다.
종례 시간.
특이사항은 없었다.
이럴 때 보면 예전 학교 다닐 때가 무던하긴 했다. 요즘 같았으면 벌써 ‘학폭위’니 뭐니 하며 학교가 시끄러웠을 것이다.
“이상!”
신민호의 마지막 멘트가 떨어지자 반장 이영민이 바로 일어났다.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오늘의 해방감을 표출하는 젊은 청춘들이다.
그런데 그때 나가려던 신민호가 다시 돌아섰다.
“정우야 잠깐 보자!”
신민호의 평상시 어투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라도 성의를 보이는 담임이 고마웠다. 역시 마지막에 보여줬던 그 눈빛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었나 보다.
현성은 이정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현성 곁으로 다가왔다. 반장 이영민이었다.
“정우 기다리냐?”
“응.”
“현성아!”
어째 부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현성은 대답 대신 이영민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영민이 바로 말을 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동안 내가 뭔 짓을 했나 싶더라.”
“너 혹시 내가 점심시간에 했던 말 때문에 그러냐?”
“그래, 네 말처럼 지금까지 난 담임한테 고자질만 한 거였어.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쪼르륵 달려가서 말이야.”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찌 반장 이영민의 잘못이겠는가. 지깐에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뛰어다닌 건데 그것을 뭐라 할 건 아니다.
솔직히 현성도 회귀를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영민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담임이 아무 소리도 안 하는데 이영민 혼자 판단하기를 바란다는 건 욕심이다.
돌이켜보니 자신의 실수다.
그 나이에 그런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현성은 이제야 자신의 실수임을 알게 된 것이다.
현성은 이영민을 불렀다.
“이영민.”
“어, 왜?”
“네 잘못 아니야. 아까는 내가 말하다 보니 실수했다. 너로서도 나름 최선을 다했던 건데 말이야.”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네 말이 맞더라고.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어.”
이영민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후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던 이영민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지 할 일도 못 했으면서 그것도 감투라고 그동안 설쳐댔다는 거야. 생각하면 할수록 쪽팔려서 미치겠다.”
“아니라니까, 네 잘못 아니라고. 그러니까 더는 자책 같은 거 하지 마. 내 실수라고 인마.”
“얘들이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겠냐? 한다는 짓이 겨우 고자질이었으니 말이야. 그리고…….”
이영민의 자책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됐다.
그러자 현성은 고민이 생겼다.
이러다간 끝이 없을 듯했다.
똑같은 얘기로 결론도 없는 얘기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현성은 이영민을 다시 불렀다.
“이영민!”
“왜?”
“다시 물을게.”
“뭘?”
현성은 이영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론?”
“그게 무슨 소리야?”
“앞으로도 똑같이 할 거냐고?”
중요한 건 앞으로다.
과거?
물론 중요하다. 어제 없는 오늘이 있을 수 없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과거에 발목 잡혀서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면, 그건 또 아니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영민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야, 나도 사람이다. 지금까지야 아무 생각 없이 살았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 없다. 담임? 이젠 그 인간 나도 안 믿어?”
“안 믿어?”
이건 또 무슨 소리?
어째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간다.
현성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그저 이 대화를 끝낼 목적으로 했던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간에 똑같은 대화가 반복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영민이 자꾸 자책을 하니, 그렇다면 본인의 잘못을 인정해 주고,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 했었다.
그렇게 되면 이 대화가 자연스럽게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영민의 입에서 갑자기 담임의 얘기가 나왔다.
「그 인간 안 믿겠단다.」
어찌하다 보니 이영민과 담임 신민호 두 사람 간에 이간질을 시킨 추잡한 인간이 되고 말았다.
허.
현성의 입에서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이영민이 다시 말했다.
“이젠 보고도 안 할 거야!”
헉!
이 자식이 갑자기 왜 이래?
보고를 안 한다니?
갑자기 중2병이라도 걸린 듯 반항하는 이영민이다.
의도와 너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이제 급해진 건 현성이었다.
“야, 그건 또 아니지.”
“나를 븅신으로 만든 인간인데, 내가 미쳤어? 이젠 안 해! 절대로!”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이영민의 다혈질.
순수한 건 좋은데, 그게 또 지나치면 몹쓸 다혈질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 오래전 기억이라 그것까지 생각해 낸다는 건 분명 무리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미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현성은 이영민의 눈을 바라봤다.
번뜩이는 눈빛.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뒷감당이 안 될 듯싶었다. 어떡하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아, …….”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영민의 입이 먼저 열렸다 닫혔다.
“나, 간다!”
이건 또 무슨 소리?
망둥이도 이 정도는 아니다.
저벅.
이미 움직이는 이영민이다.
황당했지만 일단 목적지는 알아야했다. 단순히 집으로 갈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이영민의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어디 가는데?”
“담임!”
헉!
미친 새끼다.
순수?
취소다. 이렇게 꼴통인 줄은 정말 몰랐다.
현성은 급히 이영민을 불렀다.
“야, 야 이영민!”
“내일 봐.”
이영민은 그 말을 끝으로 교실 뒷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닭 쫓던 개가 따로 없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현성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씨불, 마음대로 해. 나도 몰라.”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뭐에 하나 꽂히면 참 열정적이긴 했었다. 그나저나 저거 맨날 연대 간다고 큰소리치다가 연대는 고사하고 후기대도 못 가고 재수한다는 얘기까지는 들었는데…….
“너도 참…….”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잠시 후, 이정우가 교실로 돌아왔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영민이 봤냐?”
“응.”
“어디서?”
“교무실로 조금 전에 막 들어가던데.”
설마 했는데 진짜 담임한테 가고 만 것이다.
쩝.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현성이 멍하니 서 있자 이정우가 현성을 불렀다.
“현성아, 라면 먹으러 가자.”
“그러자. 어머니 뵌 지도 오래됐고….”
이정우 어머니는 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분식가게를 한다. 그렇다 보니 예전에도 가끔 정우네 가게에 가서 라면을 먹곤 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교실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