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15)
회귀해서 건물주-415화(41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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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 김현성. 저도 모르게 관등성명이 그냥 나옵니다!”
현성은 일부러 큰 소리로 대답했다. 어차피 이 모든 게 김민혁 병장의 치사한 쇼라는 걸 알고 있기에 현성이 준비한 답변이었다.
‘이 자식 뭐야?’
황당한 건 김민혁 병장이었다.
자신이 예상했던 그림은 이게 아니다. 관등성명을 대지 말라고 했으니 당연히 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래야 그다음에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운전 교육을 하기 전에 군기부터 잡고 시작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신병 교육을 해 왔지만, 이 방법이 안 먹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지금까지는 신병이라면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코스였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처음부터 막히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씨익.
김민혁 병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이유는 앞으로 군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승차!”
김민혁 병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병, 김현성. 승차!”
현성은 큰 소리로 복창을 한 후 운전석 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곤 바로 승차한 것이 아니라 앞바퀴에 앞뒤로 괴여 있는 고임목부터 빼서 발판에 실었다.
운전 교육의 첫 단계, 그게 바로 고임목을 빼서 발판에 싣는 것이다. 고임목을 빼지 않으면 출발부터 할 수 없기에 기장 기초적인 것이다.
‘요놈 봐라.’
김민혁 병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관등성명은 그렇다 쳐도 고임목까지 완벽하게 제거를 하고 승차할 줄은 몰랐다.
운전 교육을 할 때면 처음엔 승차한다는 긴장감에 고임목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렇다 보니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어도 차가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고임목이 괴어 있으니 출발을 해도 차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동이 꺼지고 만다.
하지만 신병은 그 원인을 당연히 모른다. 그저 자신이 운전이 미숙해서 시동을 꺼트리는 줄 안다. 그렇게 몇 번 진땀을 뺀 후에야 내려가서 고임목 확인을 하라고 시킨다. 물론 그러기까지는 신병의 오른 팔뚝은 이미 벌겋게 붓기 시작할 테고 말이다.
김민혁 병장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다시 말했다.
“시동.”
“시동!”
현성은 복창과 함께 이번에도 바로 시동 버튼을 누른 게 아니라 변속기부터 확인했다. 혹시라도 기어가 들어가 있을 경우엔 시동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차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김민혁 병장은 고개를 또다시 갸웃했다.
완벽해도 너무 완벽하다. 처음 고임목을 치울 때만 해도 어차피 신교대에서 그 정도는 교육을 받았으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이번엔 시동을 걸라고 했더니 바로 시동을 걸지 않고 변속기부터 확인은 하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현성은 신병이라는 것이다. 신병임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실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신기할 정도로 전혀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년 넘게 신병 교육을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무리 사회에서 운전 경험이 있다고 해도 처음 한두 번은 꼭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민혁 병장은 밖에 있는 김동수를 보며 말했다.
“넌 일단 행정반에 들어가 있어. 앞으로 30분 뒤에는 네 차례니까 행정반에서 대기하도록.”
“이병, 김동수. 네, 알겠습니다!”
김동수는 이번에도 큰 소리로 대답했다.
원래는 김동수까지 김민혁 병장과 함께 조수석에 같이 타는 게 맞는다. 그런데 김동수가 덩치가 크다 보니까 김동수를 따로 태우겠다는 의미다.
“출발.”
“출발하겠습니다!”
현성은 기어를 1단에 넣고 자연스럽게 출발했다.
신교대에서 운전 연습을 처음 할 때만 해도 어색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10분 정도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몸에 익숙해졌다. 역시 몸으로 배운 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몸이 기억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군대 트럭 중에서도 두돈반이라는 트럭은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물론 2.5톤 트럭을 군대에서는 두돈반이라는 명칭을 쓰기는 하지만 사제 차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일단 그 모양부터가 특이하다. 앞으로 툭 튀어나온 보닛과 쇠로 만들어진 투박한 외관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그 자체가 괴물에 가깝다.
전생에선 처음 두돈반 트럭을 봤을 땐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이었다. ‘과연 이 괴물을 내가 운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또한 적응이 되었다. 병장쯤 되니 처음엔 그렇게 크게 보였던 두돈반 트럭이 마치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까딱.
김민혁 병장이 손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우회전하라는 얘기다.
톡.
현성은 우회전 깜빡이를 켬과 동시에 큰 소리로 말했다.
“우회전하겠습니다!”
“…….”
김민혁 병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뭐 하나 트집을 잡으려고 해도 잡을 게 없다. 조금 전에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말로 안 하고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보통 다른 신병들 같으면 앞만 보기에도 정신이 없어서 옆에서 손짓을 해도 모른다.
그런데 이 녀석은 어떻게 된 게 슬쩍 손짓을 한 번 했을 뿐인데 바로 알아듣고는 우회전 깜빡이를 켰다. 그뿐만이 아니라 입으로도 우회전하겠다고 정확히 말로 언급을 했다.
군대에서 운전 교육을 받을 때는 행동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도 함께 해야 한다. 물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것까지도 너무나 완벽했다.
“2단.”
“2단으로 변속하겠습니다.”
“…….”
김민혁 병장은 할 말이 없었다.
1단에서 2단으로 기어 변속을 하려면 속도를 조금 올려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기어를 변속할 수가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어 변속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차가 심하게 흔들리거나 시동이 꺼질 수도 있다.
그런데…….
부르릉!
현성의 기어 변속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적당한 속도로 높인 후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기어 변속, 누가 보면 마치 말년 병장이 운전하듯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렇다 보니 김민혁 병장은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반면, 현성은 피식 웃었다. 물론 속으로 웃으니 그게 겉으로 드러날 일은 없었다. 전생 같으면 여기까지 오려면 벌써 몇십 대는 맞았을 것이다. 그때는 운전도 운전이지만 워낙 옆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바람에 더욱 힘들었었다.
그때였다.
김민혁 병장이 갑자기 불렀다.
“야.”
“이병, 김현성.”
“너 대학생이라고 그랬지?”
“이병, 김현성. 네, 그렇습니다.”
“혹시 군대 오기 전에 운전했었냐?”
“이병, 김현성. 아닙니다. 면허만 따고 운전은 안 했습니다.”
현성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그 이유는 혹시라도 운전을 했다고 하면 얘기가 점점 길어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학생의 신분에 차를 끌고 다녔다고 하면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할 테고 그렇게 되면 얘기는 끝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전생에서 당한 만큼 그를 놀려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사회에서 운전을 안 했는데 군에서 이 정도 운전을 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의문에 사로잡힐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은근 약도 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현성의 눈에 저만치 길이 보였다. 길은 두 갈래였다. 좌측 길로 가면 그나마 경사가 완만하고 우측 길로 가면 탄약고가 있는 곳으로 경사가 상당히 심하다. 그렇다 보니 처음 운전 교육을 할 때는 좌측 길로 가는 게 보통이고 오른쪽은 최소한 2주 정도 운전 교육을 한 후에야 간다.
휙휙.
김민혁 병장의 손가락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오른쪽 길로 가라는 얘기다. 이건 반칙이다. 아무리 운전을 잘하는 신병도 운전 교육 첫날부터 경사가 심한 오른쪽 길로 가는 경우는 없다.
결국, 김민혁 병장은 평정심을 잃은 나머지 운전 교육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원칙까지 어겼다는 얘기다.
군에서 원칙을 어긴다는 건 그 뒷감당이 만만치 않다.
혹시라도 만약에 운전 중에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그 책임은 김민혁 병장이 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사고가 안 난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 사실을 수송관이나 선임하사가 알기라도 한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김민혁 병장은 앞으로 더 이상 운전 교육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피식.
현성은 속으로 웃고 말았다.
만약 자신이 운전 교육을 마치고 수송관한테 이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김민혁 병장은 최소한 더블백 메고 연병장을 돌고도 남을 것이다. 위험한 차량을 다루는 만큼 수송부의 군기는 부대 내에서도 가장 세기 때문이다.
‘하는 거 보고…….’
현성은 일단은 김민혁 병장의 태도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거나 부당한 것을 요구한다면 전생에 당한 것을 생각해서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드디어 경사로 앞에 도착한 현성.
“기어 변속하겠습니다.”
경사가 워낙 심해 2단으로는 올라갈 수 없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은 기어를 1단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자 옆에 앉은 김민혁 병장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이 상황에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다면 현성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부웅!
아무리 군대 트럭이 힘이 좋다고 하지만 역시나 경사가 심하다 보니 알피엠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중간쯤 올라갔을까.
김민혁 병장의 표정이 바뀌는가 싶더니 그의 입이 살짝 열렸다.
“정지.”
“정지!”
현성은 바로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어차피 예상했던 부분이다. 김민혁 병장이 조금 전 왼쪽이 아닌 오른쪽 길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처음 출발부터 조금의 실수도 하지 않는 현성에 대한 나름대로의 보복.
‘네가 이것도 가능한가 보자.’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야수교 출신도 아닌 현성이 이 경사로에서 멈췄다가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민혁 병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출발.”
올라갈 테면 올라가 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어차피 이 정도 경사는 아무것도 아니다. 수없이 훈련을 뛰면서 산 정상까지도 두돈반 트럭을 몰았던 병장 현성이 아닌가 말이다.
“출발!”
현성은 힘차게 복창을 하고 클러치를 서서히 떼기 시작했다.
부르르!
클러치를 떼기 시작하자 어느 순간 차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때가 바로 반클러치 상태다. 이 상태에서는 브레이크를 놓아도 차가 절대로 뒤로 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이 상태에서 엑셀을 살짝 밟으며 클러치에서 자연스럽게 발을 떼면 차가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 까지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실전에 응용하려면 수없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연습을 해야 경사로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올라갈 수가 있다.
부릉부릉.
현성은 우선 엑셀을 살짝 밟으며 차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여기서 불안한 마음에 너무 세게 엑셀을 밟게 되면 흔히 말하는 차가 말을 타게 된다. 그랬다가는 거의 백발백중 시동이 꺼지게 된다.
처음 운전 교육을 받으며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부르릉!
현성은 엑셀을 부드럽게 밟으며 클러치를 조금씩 떼기 시작했다. 여기서도 갑자기 클러치를 한 번에 떼면 시동이 꺼진다. 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자 엑셀을 조금 더 밟으며 클러치에서 발을 완전히 뗐다.
그러자 괴물 같은 트럭이 부드럽게 차가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했다.
“…….”
김민혁 병장은 할 말이 없는 듯 그저 현성을 한 번 바라본 후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한 번 더 연습하겠습니다.”
현성은 일부러 시키지도 않았는데 브레이크를 다시 밟았다. 그리곤 조금 전과 같이 다시 반클러치를 이용해 경사로를 올라갔다.
경사로를 다 올라온 현성은 다시 차를 세웠다. 그리곤 김민혁 병장을 보며 말했다.
“이병, 김현성. 질문이 있습니다.”
“질문?”
“네, 그렇습니다.”
“뭔데?”
김민혁 병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신병이 질문을 한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신병을 교육 시켰지만 먼저 질문을 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지나온 이 길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길?”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말입니다.”
“지금 이해가 안 간다고 했냐?”
김민혁 병장은 어이가 없었다. 언제부터 신병이 이해를 하면서 군 생활을 한단 말인가 말이다. 그저 까라면 까는 게 신병이고 군대다.
김민혁 병장은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궁금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래, 우리 김현성 이병님이 뭐가 궁금하실까?”
“코스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코스? 무슨 코스?”
“조금 전에 올라온 이 경사로가 신병이 처음 운전 교육을 받으면서 올라오는 코스가 맞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
김민혁 병장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신병치고는 운전을 하는데 너무도 완벽하기에 그러면 절대로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정상 코스가 아닌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그걸 신병이 짚고 넘어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만에 하나 이 얘기가 수송관이나 선임하사 귀에라도 들어가는 날에는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최소한 연병장 50바퀴다.
‘좆됐다!’
그때 현성의 입이 다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