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18)
회귀해서 건물주-418화(418/740)
419
침상에 누워있는 두 사람.
일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침상에 누워있다는 건 이미 실질적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는 의미일 터.
그렇다, 바로 그 두 사람은 내일 전역을 앞두고 있는 현성과 김동수였다.
벌떡.
침상에 누워있던 현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 같이 누워있던 김동수가 일어나며 물었다.
“이제 누운 지 채 10분도 안 지났는데 뭐 하려고?”
“시간이 아깝잖아. 이제 하루만 지나면 여기도 끝인데 이렇게 누워있는 건 아닌 거 같다.”
“하여간 너도…….”
김동수는 고개를 흔들며 다시 침상에 누웠다.
“야, 나는 잘 테니까 점심 먹을 때까지 깨우지 마라.”
“무슨 돼지 새끼도 아니고…….”
“뭐, 이 자식이!”
퍽!
김동수가 순간적으로 현성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옆구리를 부여잡고 침상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침상에서 일어난 현성이 김동수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동수가 또 누구인가. 용인대의 씨름 선수가 아닌가 말이다. 순식간에 현성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현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 동안 아이들처럼 침상에서 뒹굴며 장난을 쳤다. 누가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말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쳐 누워있던 김동수가 먼저 물었다.
“야, 김현성. 이제는 얘기해줄 때가 되지 않았냐?”
“뭘?”
“처음 논산 훈련소에서 만났을 때 우리 아빠한테 했던 말 말이야. 그때 네가 나랑 훈련도 같이 받을 거고 자대도 같이 가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대도 같이할 거라고 했잖아. 그땐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까 네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었어. 어떻게 된 거야?”
피식.
현성은 가볍게 웃었다. 물론 김동수가 무엇을 묻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성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회귀했다고 할 수도 없고 말이다.
그때 김동수가 다시 물었다.
“뭐야? 말 안 해 줄 거야?”
“할 말이 없다.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너는 이해 못 할 테니까 말이야.”
“야,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내가 왜 이해를 못 해? 용인대나 강상대나 무슨 차이가 있다고?”
“그런 차원이 아니고…….”
“그게 아니면 뭔데?”
김동수는 여전히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채근했다.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김동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해가 안 갈 것이다. 훈련소 앞에서 만났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얘기를 했으니 말이다.
“후!”
현성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김동수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자신 또한 특별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말도 안 하자니 그 또한 김동수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던 것이다.
그러던 현성이 김동수의 이름을 불렀다.
“야, 김동수.”
“어, 그래. 이제 말해줄 거야?”
여전히 빛나고 있는 김동수의 눈빛이었다.
현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사실은…….”
현성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김동수는 조용히 현성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의 눈빛이었다.
처음엔 호기심에 반짝이던 눈빛이 어느 순간부터 화가 나는지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김동수는 조용히 현성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왜?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거 같아?”
“…….”
“이 자식이 기껏 설명을 해줬더니…….”
현성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김동수의 주먹이 자신의 급소인 명치에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윽!”
현성은 그대로 가슴을 움켜잡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이 자식이 뭐가 어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군대를 두 번 와? 에라이 이 자식아! 사람을 놀려도 어느 정도껏이지, 이걸 그냥 확…….”
“…….”
“한 번만 더 내 앞에서 그런 헛소리 해봐라. 그땐 진짜 아주 그냥…….”
김동수는 쓰러져있는 현성을 향해 분이 안 풀리는지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쿡쿡!”
누워있던 현성은 어느 순간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가 아프다 보니 크게도 못 웃고 겨우 입만 벌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드르륵!
내무반 문이 열리면서 일직 하사인 조한성 병장이 들어왔다.
“어이, 아저씨들.”
“아저씨? 그래, 어차피 이젠…… 그건 그렇고 왜?”
“대대장님 호출입니다.”
“대대장님이 왜 우리를?”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전에 연락이 왔는데 11시까지 대대장실로 올라오랍니다.”
언제 일어났는지 현성이 물었다.
“11시라고?”
“네. 지금 10시 30분이니까 천천히 준비하시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뭐가?”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어차피 내일 오전에 신고하러 올라갈 텐데 왜 굳이 오늘 부르는지 말입니다.”
사실이다. 전생에서도 이건 없던 상황이다.
그리고 대대장이 전역 예비자를 하루 전에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차피 내일 여단에 들어가기 전에 전역 신고를 위해 대대장실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오라면 가는 게 또 군인의 본분인걸.
“그래, 알았다. 우리가 알아서 갈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한성 병장은 무슨 일인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무슨 말인데 말을 하다가 말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두 분이 계셔서 우리 중대가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김현성 병장님, 김동수 병장님!”
톡톡!
현성은 조한성 병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자식, 네가 그런 낯간지러운 말도 할 줄 알았냐? 이거 의왼데.”
“김 병장님,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입니다. 솔직히 그동안 부끄러워서 말을 못 했던 것뿐이지 말입니다.”
“하하, 그랬어? 어쨌든 고맙다. 앞으로 남은 군 생활도 지금처럼만 하면 될 거다. 그리고 제대하면 한 번 찾아오고. 그때 지난번에 얘기했던 취업 문제는 진지하게 얘기해보자. 내가 볼 때 너 같은 경우는 대형 면허도 있으니까 우리 식당에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앞으로 영업 시작하면 버스도 운행할 거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한성 병장은 현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번엔 김동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김 병장님, 아버지가 고맙다고 꼭 전해달랍니다. 김 병장님 덕분에 저희 아버지가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야, 무슨 그런 걸 가지고…… 됐고, 내가 제대한 후에도 아버님 완치될 때까지 약 보내드릴 테니까 꾸준히 드시라고 해.”
“그 약값은 제가 제대한 후에 벌어서 꼭 갚겠습니다.”
“자식, 아주 생쇼를 해요. 야, 내가 너를 상대로 약 장사하겠냐, 그런 걱정 하지 말고 현성이 말처럼 제대하고 잘 생각해봐. 이 자식이 내 동기라서가 아니라 진짜 능력자거든. 고2 때부터 장사한 녀석이야. 그러니까 괜히 다른 데 가서 생고생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김 병장님. 하여간 저는 군대에서 두 분을 만난 게 보람입니다. 제대하고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조한성 병장은 다시 한번 현성과 김동수를 향해 고개를 숙인 후 내무반을 나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현성이 다시 조한성 병장을 불렀다.
“조 병장. 이거 가지고 가라.”
현성의 손에는 흰 봉투가 하나 들려있었다.
“이게 뭡니까?”
“여기 김 병장하고 나하고 준비했다. 생각 같아서는 다 같이 막걸리라도 한잔 마시고 싶은데 군대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라서 어쩔 수 없더라.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며칠 있다가 일요일에 중대원들 전체 회식이나 한 번 해라.”
“야, 나는 가난해서 조금 보탰다. 나머지는 부자인 현성이가 다 준비한 거야. 그냥 가기 서운해서 말이야.”
옆에 있던 김동수가 웃으며 말했다.
봉투를 받아든 조한성 병장은 갑자기 모자를 고쳐 쓰며 현성이 내민 봉투를 두 손으로 받았다.
“병장, 조한성. 감사합니다. 두 분의 뜻 중대원들에게 꼭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돈은 중대원의 단합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다. 조 병장 덕분에 우리가 말년에 행복했다.”
“저야말로 두 분 덕분에 보람된 군 생활이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전진!”
조한성 병장은 현성과 김동수를 향해 경례를 했다. 그러자 두 사람도 정식으로 그의 경례를 받았다.
군대에서의 경례.
물론 단순히 후임이 선임에게 하는 기본적인 예의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 사람에게 있어 경례의 의미는 그런 단순한 의미는 아닌 듯했다.
그들의 눈빛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함께한 지난 시간에 대한 추억과 고마움, 그리고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 등이 느껴지는 그런 눈빛이었다.
잠시 후.
내무반을 나와 대대장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두 사람.
대대장실은 부대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부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야, 김동수. 저기 좀 봐라.”
대대장실 앞에 도착한 현성은 김동수를 부르며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현성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부대 중앙에 있는 연병장이었다.
“기억나냐? 저기서 맨발로 태권도 연습하던 거.”
“기억나다 뿐이냐, 그때만 생각하면 진짜 징글징글하다. 너야 한 달 만에 단증을 땄으니까 모르겠지만 난 7개월이나 걸렸잖아. 일병 달고도 이등병들하고 같이 연습하는데…….”
김동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은 보통 빠르면 한 달, 늦어도 3~4개월이면 단증을 땄는데 김동수는 자그마치 6개월이나 걸렸었다. 그렇다 보니 휴가를 못 가는 건 당연하고 거기다 남들은 내무반에서 쉴 때도 쉬지도 못하고 연습을 했어야 했다.
“그래, 그때는 네가 진짜 고생했지.”
“그나마 내가 네 덕분에 버텼다. 이미 단증을 땄는데도 나랑 같이 연습을 해줬으니까 말이야. 진짜 이제야 말이지만 그땐 정말 고마웠다.”
“나야 운동을 좋아하니까 그랬던 거고.”
“자식, 또 뻥치네. 그럼 휴가는? 넌 휴가도 나 때문에 뒤로 미뤘었잖아. 같이 나가겠다고 말이야.”
“그거야…….”
피식.
현성은 그저 웃고 말았다. 김동수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그때는 단증을 따지 못하면 첫 휴가를 나갈 수 없었다. 어떡하든 단증을 따게 할 목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현성과 김동수의 휴가 날짜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성이 휴가를 뒤로 미루는 바람에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이 첫 휴가를 나갈 수 있었다.
“하여간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군대 동기 하나만큼은 진짜 잘 만났다.”
“자식, 알긴 아네.”
“시간이 지났으니까 말이지만 솔직히 너 아니었으면 나는 아마 군 생활도 제대로 못 했을 거다. 신교대에서도 그렇고, 자대에 와서 운전 연습을 받을 때도 그렇고 말이야. 아마 그랬으면 이렇게 제대도 제대로 못 했을 거다. 지금까지는 솔직히 쪽팔려서 말도 못 했는데 진짜 고맙다. 그리고 더 고마운 건…….”
김동수의 말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듯했다.
현성은 김동수의 말을 들으며 부대 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 두 번을 오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후회는 없다는 것이다. 처음 입대할 때만 해도 이 시간을 또 어찌 보내나 싶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젠 국방의 의무도 다했고 이제 남은 건 마을을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아내 윤지수도 찾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50층짜리 빌딩 하나만 제대로 세우면 목표했던 바는 다 이루는 셈이다.
“…… 다시 말하지만 진짜 고마웠다.”
김동수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현성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야, 김동수. 어쨌거나 제대 축하한다. 수고했어.”
“히히, 너도. 그리고 기분 좋다. 제대를 하는 것도 좋지만 너같이 멋진 친구를 하나 얻어서 말이야.”
“자식, 부끄럽게…… 됐고, 앞으로 우리는 사회에 나가서도 사업상 파트너니까 졸업하면 아버지 사업이나 빨리 배워. 그리고 더 이상 씨름한다고 까불지 말고. 너는 씨름보다 사업이 어울리는 놈이야. 알았지?”
“오케이, 그렇지 않아도 저번에 말년 휴가 때 아버지하고 약속했어. 그리고 네 말대로 5년 내로 아버지 일은 완전히 배울 거고. 그런데 왜 하필 5년인지 아직도 비밀이야?”
현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앞으로 6년 뒤에 그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그 얘기를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비밀로 했던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김동수와 이 문제는 논의해볼 생각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부자지간에 마무리는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할 건지는 앞으로 좀 더 생각해볼 문제고.
“야, 시간 됐다. 들어가자.”
현성은 시간을 확인한 후 김동수와 함께 대대장실로 향했다.
“전진! 병장 김현성 외 1명은 …….”
“어, 어. 그래 왔는가. 앉을 거 없네. 바로 나가지.”
“네? 어디로 말입니까?”
“어디긴 어디냐, 점심시간 됐으니까 밥 먹으러 가야지. 다른 건 못 해도 내가 두 사람한테 밥 한 끼는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좋은 데로 예약했으니까…….”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제대한다고 대대장이 점심을 사 줄 것이라곤.
대대장을 따라나선 현성과 김동수는 대기하고 있던 짚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두 사람이 올라타자 대대장 이천수가 앞자리에 올라탔다.
“이 상병, 출발하지.”
부웅!
현성과 김동수를 때운 짚차는 바로 출발했다.
1호차!
부대의 최고 지휘권자가 타는 차가 바로 1호 차다. 전생에서는 1호 차만 봐도 경기를 할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은 현성 자신이 그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