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19)
회귀해서 건물주-419화(41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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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여깁니다.”
밖에서 기다리던 유민철은 전역 신고를 마치고 나온 현성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언제 오셨어요?”
“한 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혹시나 몰라 일찍 출발했는데도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그러게 오시지 말라니까 오신다고…… 어쨌건 오시느냐고 수고하셨습니다.”
현성은 유민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지난번 말년 휴가 때도 됐다고 하는데도 굳이 부대까지 태워줬던 유민철이다. 그만큼 현성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다는 걸 알기에 현성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유민철이 바로 물었다.
“이제 끝난 겁니까?”
“네, 전역 신고는 끝났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몇몇 녀석들과 인사만 나누면 됩니다.”
그때 현성의 눈에 백두순이 들어왔다. 신교대에서 같이 훈련을 받았던 동기다. 신교대에서 대민 지원을 나갔다가 그의 일하는 모습에 반해서 나중에 혹시 농사를 지을 계획이 없느냐고 물었었고 그 또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겠다고 했었다.
현성은 걸어 나오는 백두순을 불렀다.
“야, 백두순.”
“어, 현성아. 아직 안 갔어?”
“그래도 마지막인데 얼굴은 보고 가야지. 그나저나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별일은 없었지?”
쩝.
백두순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현성은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겠지만 얼핏 봐서는 그의 성격상 군에서 사고를 칠 녀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뭐야? 뭔데 말을 제대로 못 해?”
“사실은…….”
백두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의 설명을 듣던 현성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군대가 체질이었다는 얘기지?”
“그래, 나도 놀랐다니까.”
“그래서 군대에 말뚝을 박을까 심각하게 고민까지 했다는 거고?”
“응, 중대 인사계도 자기랑 같이 군 생활을 하자고 자꾸 꼬시더라고. 나중엔 중대장까지도 그런 말을 하더라고.”
역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신교대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던 점이다. 무슨 일을 하든 적극적으로 하는 그를 보면서 어쩌면 군대가 체질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고민 끝에 제대한 거지.”
“이유는?”
“더러운 꼴을 봤거든.”
“더러운 꼴?”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무난한 성격에 무엇이 그렇게 눈에 거슬렸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궁금한 마음에 현성이 먼저 다시 물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마음을 상하게 했던 거야?”
“새파란 새끼가 제 아버지뻘 되는 사람의 조인트를 까는 거야. 내가 그날 그걸 보고 죽어도 하사관은 못 할 짓이란 걸 느꼈다. 말이 되냐고? 이제 서른도 안 된 새끼가 50이 다 된 사람의…….”
백두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현성은 백두순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군대라는 게 계급사회다 보니 계급 앞에서는 나이가 소용이 없다.
하사관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장교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계급이 아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어쩌다 더러운 꼴을 당하기도 한다.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이제 갓 부임한 소위 중에 계급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인간들이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이 충돌이 생겼을 경우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유를 따지기 전에 폭력부터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군인인 이상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계급이 깡패인 만큼 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백두순이 말하는 경우가 바로 이 경우다.
툭.
현성은 백두순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대하기로 한 거야?”
“물론이지. 차라리 사회에 나와서 막일을 하면 했지 난 죽어도 그 꼴은 못 봐. 그리고 네가 한 말도 있었고…….”
현성의 표정이 갑자기 밝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반가운 마음에 바로 입을 열었다.
“잊지 않고 있었구나. 난 혹시나 그동안 네가 잊고 있었을까 봐 조금은 걱정하고 있었는데.”
“잊을 수가 없지. 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했는데.”
“그래서 결정은 한 거야?”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말인데 조만간에 네가 있는 곳에 한 번 가려고. 아무래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결정을 해야 할 거 같다.”
현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평생의 직장이 걸린 문제다. 기껏해야 신교대에서 같이 훈련을 받은 게 다다. 그런 현성의 말만 믿고 무조건 결정한다면 그게 더 문제가 있을 것이다.
“잘 생각했다. 당연히 현장을 보는 게 우선이지. 오기 전에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그래, 조만간에 연락하고 갈게.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은…….”
백두순은 현성의 뒤에 서 있는 유민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어, 우리 현장 소장님. 소장님 인사 나누세요. 여기는 훈련소 동기인 친군데 아직은 아니지만 어쩌면 앞으로 같이 일을 할지도 모릅니다.”
현성의 말이 떨어지자 유민철이 먼저 백두순을 향해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
“유민철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백두순입니다. 그런데 그 멀리서 일부러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사장님인데 당연히 제가 모시러 와야죠.”
“아, 네…….”
백두순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유민철의 모습에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이를 보더라도 얼추 40은 돼 보이는 사람이 자신보다 한참 어린 현성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도 극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성이 사는 곳은 홍천에서도 1시간 30분이나 더 들어가야 하는 면 소재지라고 했다. 거기서 여기까지 이 시간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아침 5시 이전에는 출발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모습에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유민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언제든 오세요. 오시면 정말 깜짝 놀랄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빨리 가보고 싶네요. 아,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한참 어린데…….”
“그건 아닙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말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어쨌거나 그 문제는 나중에 정하기로 하고 일단 오신다고 하셨으니까 오시면 제가 구석구석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소장님을 뵈니 현성이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감은 오네요. 어쨌든 오늘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먼 길 가셔야 할 테니 이만…….”
백두순은 유민철을 향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자고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엔 현성을 대하는 태도에 놀랐고 이번엔 또 그의 말투에서 놀랐다.
처음엔 그저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잠깐 몇 마디를 나눠 보니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런 사람을 어린 현성이 직원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훈련소에서도 눈에 띄긴 했지만, 오늘 보니 어쩌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 이상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순은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조만간에 연락하고 한번 갈게. 아무래도 소장님 말씀을 듣고 나니까 빨리 보고 싶다.”
“그래, 시간 끌지 말고 가급적이면 빨리 와.”
“오케이, 그렇게 할게. 그럼, 그때 보자.”
두 사람이 악수를 하고 헤어지자 이번엔 김동수가 그의 아버지인 김진용과 함께 다가왔다.
현성이 먼저 김진용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언제 오셨어요? 조금 전에도 못 뵀는데?”
“내가 조금 늦었네. 지금 막 오는 길이야. 그나저나 전역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동수한테 얘기 많이 들었네. 동수 때문에 자네가 고생이 많았다고?”
“아버님, 그건 아닙니다. 저도 동수가 있어서 의지도 되고 좋았습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 마세요.”
현성의 대답에 김진용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하여간 고맙네. 자네 덕분에 내가 마음 편하게 지낼 수가 있었네. 그리고 이거 별건 아니지만 가지고 가게.”
김진용은 현성 앞으로 가방 두 개를 건넸다. 딱 봐도 한약인 듯했다.
“다른 건 내가 줄 게 없고 아버님하고 어머니 드시라고 한약 좀 지어서 가지고 왔네.”
“아니, 아버님…….”
현성은 얼른 두 손으로 김진용이 내미는 가방을 받아 들었다. 그 무게만으로도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듯싶었다.
“무슨 양이 이렇게 많습니까?”
“많지는 않고 6개월 분량밖에 안 되네. 좋은 약재로만 골라서 내가 다렸으니 꾸준히 드시면 효과는 틀림없을 걸세.”
“고맙습니다. 그리고 듣자 하니 작년 가을에 당귀값도 후하게 주셨다고 하던데, 여러모로 아버님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그건 내가 많이 쳐준 게 아니라 아버님께서 당귀 농사를 워낙 잘 지으셨네. 물건이 좋으니 값이 좋은 건 당연하지. 내가 오히려…….”
김진용의 말은 그 후로도 좀 더 이어졌다. 결론은 아버지가 당귀 농사를 잘 지어서 물건이 다른 상품보다 좋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알고 있었다. 그 모든 게 김진용이 특별히 신경을 싸줬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 덕분에 마을에서도 당귀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소득도 늘어났고 마을 사람들의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
김동수와 헤어지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현성의 눈에 ‘만남의 광장’ 휴게소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형님, 아침에 몇 시에 출발하셨어요?”“4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습니다. 제가 그쪽은 초행이라…….”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나중에야 길이 좋아져서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그때만 해도 비포장도로가 많아 최소한 5시간 이상은 걸리는 거리였다.
거기다 초행이라 좀 더 여유 있게 출발했을 것이고.
“형님, 그럼 지금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신 거죠?”
“아닙니다. 그건 아니고 집에서 나오면서…….”
그렇게 말하는 유민철 옆에는 빈 빵 봉지와 빈 우유 팩이 현성의 눈에 들어왔다. 가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새벽 시간에 나오면서 아침을 챙겨 먹을 리도 없었을 것이다.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형님, 휴게소로 들어가요.”
“아니, 이제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요?”
“제가 배가 고파서요. 저도 오늘 아침을 안 먹었거든요.”
당연히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유민철의 빈속을 채워주고 싶었다. 처음 그를 채용할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 현성 자신을 위해 지극정성을 다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마음 씀씀이에 놀랄 뿐이었다.
휴게소로 들어온 현성은 바로 소고기국밥을 주문했다.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들르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바로 그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이었다.
“형님, 드세요.”
“이거 혹시 소머리국밥입니까?”
“소머리가 아니라 소고기국밥입니다. 이게 바로 그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입니다.”
그 당시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었다. 아는 사람만 알고 먹는 정도였다. 나중에 모 개그우먼의 말 한 마디에 전국에서 일부러 먹으러 올 정도로 난리가 났던 음식이다.
“어때요?”
“좋은데요. 그런데 무슨 고기가 이렇게 많이 들어 있어요?”
“곱빼깁니다.”
“와! 아무리 곱빼기라도…….”
유민철은 고개를 갸웃하며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현성은 그런 유민철을 힐긋 바라본 후 미소를 지으며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사실은 국밥을 주문하면서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자신의 고기를 유민철의 그릇에 1/2을 덜었던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신 두 사람.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님, 차 키 주세요.”
“네? 아, 아닙니다.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주세요, 제가 딱 한 시간만 할게요. 그다음에 형님이 하세요. 저도 오래는 못 합니다.”
“저…… 그럼 딱 한 시간 만입니다. 그다음엔…….”
“네, 알았어요.”
현성은 차 키를 받아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
부릉!
두 사람이 탄 트럭은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나와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옆에 있던 유민철이 어느새 잠이 들어있었다.
현성은 조용히 라디오를 껐다.
***
“현성아!”
집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현성을 반긴 건 어머니였다. 물론 그 옆에 있던 아버지도 현성을 반겼다.
“수고했다. 이렇게 무사히 돌아와서 고맙구나.”
“아버지, 어머니 앉으세요. 절 올리겠습니다.”
현성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죠? 걱정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젠 마음 푹 놓으시고 편히 주무세요.”
“그래, 그래. 이제는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겠구나. 아, 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머니는 그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아버지의 행동이었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밥상을 차리면 그저 가만히 앉아만 계시던 아버지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머니가 일어나자 아버지도 덩달아 부엌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뭐 하세요?”
주방에서 수저를 놓고 상을 차리는 아버지를 보며 현성이 물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니요, 그건 아닌데…… 제가 군대에 가기 전하고 뭔가 달라진 거 같아서요.”
“네가 편지를 보낼 때마다 그랬잖아? 사랑은 표현하는 거라고 말이야. 그래서 이제부턴 나도 변해보려고.”
물론 편지를 쓰면서 아버지한테 늘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변했을 줄은 몰랐다.
현성은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버지! 멋지십니다. 최곱니다.”
현성은 바로 양손의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생에서는 군에 있으면서도 처음 이등병 때 몇 번 편지를 쓴 후 제대할 때까지도 편지를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매주 편지를 썼었다. 그때마다 했던 말이 바로 조금 전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바로 그 말이다.
그런데 그게 또 이렇게 아버지를 변하게 한 것이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들, 밥 먹자.”
“네!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현성은 웃으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봤다. 세 사람은 그렇게 오랜만에 한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예전과 변한 게 있다면 밥상에서 아버지의 말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