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2)
회귀해서 건물주-42화(42/740)
1층으로 내려오니 교무실이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이영민이 과연 담임한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서라!
굳이 그 싸움에 관심을 두고 싶지는 않았다. 단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끼어들기에는 정신적 피로도가 너무 클 것이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잠깐 걷던 현성이 물었다.
“참, 담임이 뭐래?”
“별말은 없었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그게 다야?”
“앞으론 신경 쓰겠다고 하던데. 생각 같아서는 뭐라 한소리 하고 싶었는데, 말이 안 나오더라. 히히….”
현성은 그런 이정우를 보며 씩 웃었다.
두 사람이 거의 정문에 도착했을 때였다.
정문에 누군가 서 있었다. 다름 아닌 김일수의 똘마니인 박철민과 이수철이었다.
어쩐지 조용히 넘어간다 싶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김일수였다.
어차피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던 바다.
시작했으니 끝은 봐야겠지.
그때 이정우가 먼저 말했다.
“저, 저 자식들…, 어떡하냐 현성아?”
이정우는 이미 긴장한 듯 말까지 더듬었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이 말했다.
“정우야 먼저 가게에 가 있어. 내가 금방 갈게. 절대 오지 말고.”
“어쩌려고?”
“어쩌긴? 어차피 마무리는 해야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까.”
거짓말이다.
생각이 있을 게 뭐가 있겠는가.
3:1이다. 그것도 나름 학교 내에서는 싸움 좀 한다는 놈이 3이다.
이정우가 초조한지 다시 물었다.
“괜찮겠어?”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 좀 있다 가게로 갈 테니까.”
하는 김에 거짓말을 한 번 더 했다.
어차피 각오했던 일이다.
두렵다고 피한다면 이번 삶도 예전 삶과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건 용납이 안 된다.
너도 덜도 말고 한 놈만 잡자. 어차피 세 놈을 다 상대한다는 건 아무리 봐도 답이 안 나온다. 물론 그 한 놈도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다.
물론 그 한 놈이 김일수라면 최상이겠지만.
현성은 발길을 돌려 박철민과 이수철 앞으로 다가갔다.
“앞장서라!”
“이 자식이 완전히 미쳤구나. 지금도 안 늦었어. 이제라도 무릎 꿇으면 봐줄 수도 있는데….”
“말이 많다. 일수 어디 있어?”
대답하는 현성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러자 박철민과 이수철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후회하지 마라.”
“시끄럽고, 어서 앞장서.”
“미친 새끼.”
박철민이 현성을 바라보며 비소를 날렸다. 그리곤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며 앞장서 걸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따라나섰고, 그 뒤를 이수철이 따랐다.
잠시 후.
김일수가 저만치 보였다.
기필코 넘어야 할 상대.
아침에는 운 좋게도 쌍알을 먼저 잡는 바람에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당연히 써먹을 수 없는 방법이다.
두 번 당할 놈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다.
현성은 주변부터 살폈다.
혹시라도 싸움에 있어 도움 될 만한 것이 있나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바닥엔 모래가 섞여 있었다.
걸어가면서 슬쩍 바닥을 발로 밀어 보았다. 역시 맨 흙바닥이 아니라서 조금 미끄러웠다. 많은 움직임은 오히려 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윽.
이번엔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잡풀이 허리까지 올라올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리고 왼쪽엔 벚나무가 두 그루 서 있었다.
이곳은 학교 옆 공터이지만 예전엔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다. 이곳에 오는 학생들은 거의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얘기하는 학교에서 좀 논다는 얘들의 아지트였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담배꽁초도 눈에 띄었다.
“왔네?”
김일수가 현성이 가까이 오자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새파란 새끼가, 담배 안 꺼?”
현성의 입에서 먼저 욕이 튀어나왔다.
스스로 두려움을 밀어내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다.
그러자 김일수는 할 말을 잊은 듯 잠시 현성을 바라보다 뒤늦게 입을 열었다.
“야 김현성, 너 뭘 믿고 이러는데?”
“시끄럽고, 정신 차려 이 자식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 거야? 조금 있으면 이제 고3이고 그다음엔 어쩌려고?”
“이런,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예요?”
“걱정이 아니라 한심해서 그런다, 이 자식아.”
현성의 말에 갑자기 뭐가 생각났는지 김일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잠깐. 너 아침에 나보고 옥매트가 어쩌고저쩌고 그랬지? 그게 무슨 개소리야?”
“개소리? 개소리가 아니라 졸업 후 네 미래다. 친구들한테 사기나 치고 다니는 네 모습이란 말이야.”
“미친 새끼.”
어차피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알아들을 김일수가 아니었다.
현성도 더는 이런 식으로 쓸데없이 시간을 허투루 보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말로 끝날 게 아니란 것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럴 게 아니라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생각해 보면 김일수도 전문 싸움꾼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딘가 분명히 빈틈은 있을 것이다.
어딜까?
‘그렇지!’
현성은 아침의 일이 생각났다.
분명 김일수의 두 번째 주먹은 눈에 보였었다. 첫 번째 주먹은 너무 순식간이라 그냥 일방적으로 맞았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 않았다.
분명 보고 피했었다. 그런데도 맞았다.
피했는데 맞았다?
결국, 속도에서 밀렸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조금만 빨리 피했다면 안 맞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또 현성이 누구인가.
육군 병장 출신이다.
물론 남들보다 늦게 따긴 했지만, 국기원에서 인정한 공인 1단이다.
게다가 체력도 예전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고.
그렇다면…….
까짓것 한번 붙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입이 먼저 열렸다.
“야, 쌍알은 괜찮냐?”
“비겁한 새끼. 남자 새끼가 치사하게…….”
“뭐, 치사? 네가 지금 치사하다는 말뜻이나 알고 말하는 거냐? 약한 친구들 골라서 괴롭힌 새끼가 누군데, 그것도 쪽팔리게 세 놈이나 붙어서 말이야.”
“이 새끼가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김일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현성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적이 없었다.
항상 조용하고 어쩌다 건드려도 찍소리도 못하고 그저 두들겨 맞았던 놈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니 황당할 뿐이다. 게다가 아침에는 교실에서 망신도 그런 개망신이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치가 떨릴 정도다.
그때, 현성이 김일수를 보며 본색을 드러냈다.
“야, 저 떨거지들 빼고 우리 둘이 끝내자.”
“뭐?”
“구질구질하게 시간 끌지 말고 남자답게 1:1 어때? 지면 내가 깨끗하게 승복할게.”
처음부터 현성의 계획이었다.
어떡하든 김일수와 1:1로 결판을 짓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었다. 세 놈 다 상대하기보다는 그나마 한 놈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인 거고.
엉뚱한 말에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뭐, 떨거지?”
옆에 있던 박철민이 발끈했다. 현성의 떨거지란 말에 박철민이 기분이 상한 것이다.
아차 싶었다.
미처 그거까지는 생각 못 했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을 봐줄 리 없는 박철민이 앞으로 나섰다.
“그래, 이 새끼야. 떨거지 맛이 어떤지 내가 보여주마.”
이렇게 된 이상 김일수와의 1:1 구도는 깨지고 말았다. 박철민이 거기서 치고 나올 줄은 몰랐다.
아쉽지만 자신의 실수이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박철민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박철민의 빈틈부터 찾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잠시 생각하던 현성은 박철민을 바라보며 일갈했다.
“박철민, 너도 정신 차려 이 자식아. 이런 양아치 새끼 따까리나 하지 말고.”
“뭐, 따까리?”
“졸업하고 뭐 할래? 그때도 이 새끼 따까리나 할래? 이 븅신 새끼야.”
현성은 일부러 약을 올렸다.
기억 속의 박철민은 단순했다.
사람이 흥분하면 빈틈은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옆에 있는 이수철은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박철민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넌 오늘 나한테 죽었어.”
“미친 새끼, 남자 새끼가 쪽팔리게 그게 할 짓이냐? 너도 그러니까 똑같이 저 새끼랑 옥매트나 파는 거야, 이 등신아.”
현성은 일부러 욕의 강도를 올렸다.
그러자 박철민의 얼굴이 붉어지며 말을 이었다.
“일수야, 이 새끼 내가 처리할게. 괜찮지?”
“대신, 빨리 끝내라.”
“알았어. 어차피 이 새끼야 한방이면 끝나.”
옆에서 그 말을 듣던 현성이 어이없다는 듯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랄도 아주 풍년이로구나. 그만 떠들고 박철민, 들어와라.”
현성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며 기본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현성을 지켜보던 김일수가 말했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방학 동안 속성으로 뭐라도 배웠나 본데?”
“군대 갔다 왔다. 이 자식아!”
“뭐? 하여간 이상하게 변했단 말이야. 야, 박철민 이 새끼 밟아버려.”
“오케이!”
박철민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흔들며 태수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야, 김현성. 너 오늘 제삿날인 줄 알아.”
“이미 제삿밥 먹어봤다, 이 자식아.”
“뭐가 어째? 풉…….”
그렇지!
드디어 열렸다.
현성의 엉뚱한 대답에 웃음이 터진 박철민의 앞면이 완전히 무장해제 되는 순간이었다.
휙!
그 틈을 현성은 놓치지 않고 오른 손을 쭉 뻗었다.
손등으로 박철민의 눈을 후려갈긴 것이다. 일단 시야를 가릴 목적이었다.
촥!
“억!”
박철민이 소리를 지르며 양손으로 두 눈을 감싼 후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기회를 잡은 현성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휙!
이번엔 박철민의 오른쪽 턱을 향해 현성의 주먹이 쇄도해 들어갔다.
빠각!
턱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못 차린 박철민이 비틀대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어?’
쓰러지는 박철민을 보며 현성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이게 되네.’
빈틈이 보였기에 손등으로 눈 주위를 후려쳤고, 비틀거리길래 다시 한 번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번 다 박철민의 얼굴에 정확히 꽂힌 것이다.
“뭐야? 별것도 아니잖아.”
그 시각.
이정우는 불안한 마음으로 분식 가게에 앉아있었다.
시계를 보니 5분이 지났다. 5분이 마치 5시간처럼 느껴졌다.
‘어쩌지?’
지금쯤이면 현성이 잘못됐을 지도 모른다.
자신을 위해서 대신 나섰던 친구다. 그런 친구를 혼자 내버려 두고 가란다고 바보처럼 와버렸다.
지금까지 철저하게 외면받았던 자신이다. 김일수 패거리들이 자신을 괴롭힐 때마다 어느 누구도 나서서 말 한마디 한 적 없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자신을 던진 것이다. 물론 그 누군가는 현성이다.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미쳤다.
이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건 아니야.
그때 이정우의 어머니인 신명순이 말했다.
“정우야 무슨 일 있어?”
“엄마, 만약에 나 대신 친구가 맞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렇게 바보처럼 있으면 안 되는 거지?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그런데 막상 가려니까 또 무서워. 나 어떡해?”
신명순은 불안해하는 이정우 앞으로 다가왔다.
“정우야, 도대체 갑자기 왜 이래?”
“안 되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무섭다고 더 이상 뒤로 숨는다면 나는 진짜 병신인 거야. 몸도 마음도.”
“정우야!”
“싫어! 난 이런 식으로 살지 않을 거야. 차라리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이정우는 그 말을 끝으로 분식집을 나와 공터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일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김현성, 왜 이렇게 빨라?”
“군대 갔다 왔다니까 그러네,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