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21)
회귀해서 건물주-421화(421/740)
422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두 사람은 후렴까지 큰소리로 같이 불렀다.
잠시 후.
박범수가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아버지, 목마르지 않으세요?”
“글쎄다, 노래를 큰소리로 불러서 그런지 조금 목마른 거 같기도 하고.”
“막걸리 드실래요?”
“막걸리?”
“네, 제가 김치전 만들게요.”
박희철은 박범수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할 수 있겠어?”
“그럼요, 아버지가 만드는 거 몇 번 봤잖아요. 김치 썰고 밀가루랑 잘 섞어서 붙이면 되는 거잖아요.”
“허허, 그래서 오늘은 네가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히히, 네. 이젠 저도 한국에서 생활한 지 햇수로 3년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요.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박범수는 그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사라졌다.
달그락.
박범수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자식과는 더 이상 보지도 못하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현성과 인연이 닿았고 그때부터 하나씩 변하기 시작했다. 변한 걸로 따지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니, 어쩌면 인생의 방향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아버지, 다 됐습니다.”
박범수가 김치전과 막걸리를 들고 박희철 앞으로 다가왔다.
박희철의 시선은 당연히 박범수가 들고 온 김치전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박희철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졌다.
그건 바로 김치전의 검은 색깔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태어나사 처음으로 아들이 만든 김치전인데 조금 탔다고 해서 그걸 뭐라고 말할 정도로 개념 없는 아버지는 아니니 말이다.
박희철은 박범수가 따라놓은 술잔을 들었다.
“범수야, 한잔하자.”
“네, 아버지. 근데 막걸리가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엔 시큼하고 이상했는데 먹을수록 점점 더 그 맛에 빠지게 되네요.”
“허허, 그렇다면 다행이고, 자, 마시자.”
두 사람은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잠깐!”
박범수가 막 막걸리를 마시려 할 때 박희철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박범수가 무슨 일이냐는 듯 박희철을 바라봤다.
“왜요?”
“어른과 술을 마실 때는 어떻게 하라고 그랬어?”
“아! 그거요.”
박범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옆으로 돌려 술잔을 마시기 시작했다.
주도(酒道).
그렇다, 박희철은 지금 주도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교육헌장과 애국가처럼 한국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술잔을 비운 박범수가 이번엔 김치전을 박희철한테 건넸다.
“아버지, 이 김치전 좀 먹어 보세요. 비록 약간 타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실 겁니다.”
“범수야, 어른한테는 ‘먹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드신다’고 말하는 거란다. 자, 다시 말해 보아라.”
박희철은 마치 어린아이한테 가르치듯 말했다. 그 생활이 벌써 3년째다. 현성이 군대에 가기 전에 아들과 3년을 지내라고 할 때만 해도 정확히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들과 지내다 보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같이 지내면서 하나하나 가르치라는 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박범수가 민망한 듯 머리를 슬쩍 긁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아, 네, 아버지. 제가 또 깜빡했습니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약간 타긴 했지만 드실 만할 겁니다. 됐지요?”
“허허, 그래. 그렇게 하나씩 배우는 거란다. 자, 그럼 이젠 우리 범수가 만든 김치전을 한번 먹어볼까?”
박희철은 박범수가 내민 김치전을 먹기 시작했다.
쩝쩝.
‘윽!’
박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박범수가 건넨 김치전이 너무 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물우물.
박희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김치전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는데.”
박희철의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박범수는 활짝 웃으며 본인도 김치전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웩!”
박범수는 입에 넣었던 김치전을 도로 뱉었다. 그리곤 바로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제야 아버지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안 박범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아버지의 마음이란 건가…….’
잠깐 생각하던 박범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버지, 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다시 김치전 만들어 올게요. 그리고 이건 드시지 마시고요. 이렇게 쓴 걸 어떻게…….”
박범수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아버지라고 왜 쓴맛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그 쓴맛을 참으면서도 ‘맛있다’고 했던 이유, 그게 다 부족한 자신 때문이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 박범수였다.
‘그렇다면 이번엔…….’
박범수는 이번만큼은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주방으로 향했다.
“후후!”
주방으로 들어온 박범수는 기분 좋게 김치를 썰기 시작했다. 처음엔 냄새조차 싫었던 김치였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을 정도로 김치 맛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 참…….”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다.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산 세월이 20년이 넘는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온 지 5개월 만에 김치 맛에 빠져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리고 신기한 건 또 있다. 그건 바로 한국에 들어온 지 올해로 3년이 됐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일본에서 먹던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일본에서 그렇게도 많이 먹던 된장도 이제는 한국 된장이 더 입에 맞는다는 것이다.
“잘 돼 가냐?”
“네? 아, 네. 근데 왜요?”
“아니, 김치를 자르다 말고 너무 조용해서 잠깐 들어와 봤다. 혹시 손이라도 벤 거 아닌가 하고 말이야.”
“아,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다 보니…….”
박범수는 다시 김치를 자르려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뭐가?”
“제가 일본에서 산 게 20년이 넘었는데도 이상하게 거기 음식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사람이라는 게 보통은…….”
박범수가 주절주절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방 탁자에 앉은 박희철. 그는 그저 주절주절 얘기하고 있는 박범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박범수를 불렀다.
“범수야!”
“네? 네…… 아버지.”
박범수는 갑자기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 들었는지조차 기억이 없을 정도로 너무도 오래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목소리에 온몸이 반응을 한다는 것이었다.
짜르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온몸을 휘감는 듯했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꿈만 같구나.”
꿈.
그건 박범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날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가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쯤 자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박범수도 조용히 말을 이었다.
“아버지, 저도요! 그래서 고맙습니다!”
치이익!
박범수는 그 말을 끝으로 달궈진 프라이팬에 김치 반죽을 올리기 시작했다. 집안에는 어느새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했다.
잠시 후.
“아버지, 여기요.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어서 드셔 보세요.”
“어, 그래. 이번엔 굳이 안 먹어봐도 알 거 같은데?”
“네? 어떻게요?”
“여기 빛깔을 봐라. 아까는 여기가 검은색이었지만 지금은 노란 게 보기만 해도 잘 익은 거 같구나. 자, 어디 그럼 우리 범수가 만든 김치전 좀 먹어볼까…….”
쩝쩝.
박희철은 일부러 소리를 내며 김치전을 먹기 시작했다. 조금 전의 김치전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었다.
“범수야!”
“네, 아버지. 어때요?”
“최고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김치전은 처음 먹어본다.”
박희철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모습을 본 박범수는 활짝 웃었다. 물론 아버지의 말이 100% 사실이라고 믿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엄지를 들며 활짝 웃는 아버지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우물우물.
박범수도 김치전을 떼어 입에 넣었다. 역시 조금 전에 태웠던 김치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기름과 김치 밀가루만으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박범수는 돌아서 다시 김치를 썰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자 그의 칼질에도 자신감이 들어갔는지 조금 전과는 김치를 자르는 속도가 달랐다.
그때 박희철이 물었다.
“이것만으로 충분할 거 같은데, 더 하려고?”
“네, 새어머니 드리려고요. 냄새 풍기고 우리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
박희철은 할 말이 없었다.
말은 못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불편했던 게 바로 박범수와 신명순의 관계였다. 친엄마 하고도 어려서부터 떨어져 산 탓에 엄마의 정을 모르고 산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새엄마와 잘 지내기를 바란다는 자체가 욕심일 듯하여 그저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새엄마를 위해 김치전을 한다고 하니 박희철로서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박희철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
“……고맙구나.”
“아닙니다. 저도 노력은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고맙다, 고마워.”
박희철은 고맙다는 말 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박범수의 입에서 더 놀라운 말이 나왔다.
“이 시간 이후로는 ‘새’ 자를 뺄까 합니다.”
“응? 그게 무슨…….”
“그냥 어머니라고 부르려고요. 저도 솔직히 처음엔 엄마 생각이 나서 싫었는데 3년 동안 같이 지내보니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휙.
박범수는 김치전을 한 번 뒤집은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얼마 전부터 어머니에 대한 생각은 이미 바뀌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또 뭐라고 용기나 나질 않는 겁니다.”
“…….”
“그런데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저한테 편지를 써놓고 나가셨더라고요.”
“편지?”
박희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몰랐던 얘기다. 웬만한 얘기는 허물없이 거의 다 얘기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침에 나가면서도 편지 얘기는 전혀 없었다.
박범수의 말이 이어졌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고 하셨습니다.”
“…….”
“그러시면서 용돈도 10만 원이나 넣으셨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3년 동안 있으면서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박범수는 김치전을 꺼내 큰 접시에 옮겨 담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한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죠. ‘벼룩도 낯짝이 있다는 말’ 말입니다. 그게 딱 저한테 하는 말이더라고요. 기껏 돈 들여서 유학까지 보냈더니 제 앞가림도 못 하고…….”
박범수의 말이 길어졌다. 박희철은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며 술잔에 막걸리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 동안 말하던 박범수가 박희철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버지, 이젠 저도 제 앞가림 정도는 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어머니와의 관계도 제가 먼저 풀 거고요. 아니, 사실 풀 것도 없습니다. 저만 돌아서면 되는 거니까요.”
“…….”
박희철은 대답 대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역시 시간만큼 훌륭한 치료제는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분은 언제 오십니까?”
“그분?”
“네, 3년 있으면 저를 테스트하겠다고 했던 분 말입니다. 아버지가 3년 전에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잖습니까?”
“물론이지.”
박희철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현성에 대해선 철저히 비밀로 했었다. 그 이유는 현성의 나이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박범수와 현성과는 10년 차이가 난다. 열 살이나 어린 사람이 자신을 테스트한다고 하면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바로 현성이다. 이젠 제대도 했으니 오늘이나 내일쯤이면 찾아올 것이다. 박범수를 테스트할 사람도 현성이고, 박범수를 데리고 일을 시킬 사람도 현성이다.
처음부터 모든 걸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던 사람이 바로 현성이다. 어차피 그가 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박범석이 그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현성 또한 박범수의 테스트에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어린 그를 믿고 따를 것인지, 그 문제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성이 자신의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고 말이다.
과연 현성이 박범수를 품을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박희철 또한 그건 모른다.
박범수가 다시 물었다.
“그분은 언제 오십니까?”
“오늘 아니면 내일 올 거다. 그건 그렇고 어쨌거나 3년 동안 준비했으니 테스트 잘 통과하길 바란다.”
“근데 무슨 시험을 볼까요?”
“글쎄다, 그건 나도 모른다. 자, 어쨌건 그동안 공부하느라 수고 많았다. 자, 마시자꾸나.”
박희철은 앞에 놓인 술잔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박범수도 마찬가지로 술잔을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3년 공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무슨 문제가 나올지, 그건 현성만이 알고 있을 것이고.
챙!
두 사람의 술잔이 허공에서 경쾌하게 부딪쳤다.
다음 날.
현성이 찾은 곳은 박희철의 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어제저녁에 찾아뵐까 했지만, 강릉에 다녀오다 보니 시간이 늦어 오늘 찾게 된 것이다.
“이게 누구야! 육군 병장 김현성 아닌가!”
현성이 들어가자 가장 먼저 반긴 건 역시 박희철이었다. 반갑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휴가 때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제대를 한 후 그를 만나는 건 처음이다 보니 그 마음이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