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31)
회귀해서 건물주-431화(431/740)
433
집으로 돌아온 신유빈.
그녀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
“무슨 일이야?”
방안에서 혼자 누워서 TV를 보던 신유빈의 어머니인 박미순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이 신유빈의 목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박미순은 다시 물었다.
“유빈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됐어요! 엄마!”
신유빈이 이번엔 박미순의 손을 꼭 잡으며 다시 말했다.
하지만 박미순으로선 여전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될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평상시와 너무 다른 신유빈의 흥분한 모습에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인지 천천히 얘기를 해봐.”
“엄마, 나 조금 전에 오빠 만났어요.”
“오빠? 무슨 오빠?”
“현성이 오빠요. 엄마,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모든 게 다 잘됐어요.”
“신유빈, 진짜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할 거야? 도대체 뭐가 다 잘 됐다는 건지…….”
“제 취직 문제요. 사실은 조금 전에…….”
신유빈은 박미순의 말을 끊으며 조금 전에 현성과 있었던 얘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유빈의 설명이 이어지자 처음엔 무슨 일인가 하고 놀랐던 박미순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유빈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물었다.
“그게 진짜야?”
“네, 엄마. 그러니까 이젠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엄마 혼자 두고 저 혼자서 도시로 나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괜히 나 때문에…….”
박미순은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왠지 자식한테 못 할 짓을 저지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전쯤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 2주 정도 학교에 다니더니 갑자기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잘 먹던 밥도 안 먹고 말수도 줄고, 보다 못해 하루는 붙잡고 ‘요즘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설득 끝에 결국은 신유빈의 답변을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엄마와 함께 살면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은데 문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불편한 엄마를 두고 혼자 도시로 나간다는 것 또한 생각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발단은 3년 전이었다. 남편이 산에서 산판일을 하다가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나면서 시작되었다.
그때가 신유빈이 중3 때였다.
방황이 시장됐다.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외동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남편의 딸에 대한 사랑은 특별했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어린 나이에 그 상실감이 얼마나 컸겠는가.
거기다 집안의 가장이 부재하다 보니 가고자 했던 고등학교도 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신유빈의 방황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랬던 신유빈이 변한 건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였다.
방황?
그런 건 더 이상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신유빈은 모범생으로 돌아왔고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집에서도 남편 대신에 가장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원인은 엄마인 자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천적인 장애.
태어날 때부터 다리 한쪽에 장애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집안일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농사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남편의 빈자리, 그 자리를 채워준 건 딸내미인 신유빈이었다. 처음엔 당연히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일을 신유빈은 보란 듯이 해내고 말았다. 그러면서 농사에 취미를 붙였고 어느 날부터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엄마와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미래였다.
고3이 되면서 고민이 시작됐고 그러던 중 현성이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그와 얘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희망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엄마인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여자의 몸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유빈이 그 길을 가겠다는 이유, 그건 바로 엄마인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유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어? 어, 그래. 왜?”
“엄마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아는데요, 그거 엄마 생각이 틀렸다는 거 아세요?”
“어? 그게 무슨…….”
박미순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자 신유빈이 바로 말을 이었다.
“엄마는 지금 제가 엄마 때문에 도시로 안 나가고 현성이 오빠가 운영하는 농장에 취직을 하겠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래서 저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으신 거고요. 제 말이 맞죠?”
“어? 어…….”
“물론 그게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또 다는 아니라는 겁니다. 저한테는 저만의 또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다른 이유?”
“네, 바로 저의 미래요.”
신유빈은 엄마인 박미순을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제 고민은 처음부터 두 가지였어요.”
“두 가지?”
“네, 하나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 때문이 맞아요. 하지만 그건 또 자식 된 도리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안 그래요?”
“…….”
박미순은 뭐라고 말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 그저 입을 다물고 말았다. 물론 신유빈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엄마가 된 입장에서 그걸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입으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요, 우리 엄마의 성격상 그걸 또 당연하다고 인정하실 분은 아니란 건 알아요.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
“지금까지 말씀 안 드렸지만, 아빠가 저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혹시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 이 아빠가 없으면 제가 엄마의 보호자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는 이미 그때 당신이 먼저 떠나실 걸 아셨나 봐요.”
“아빠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네, 제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어요. 엄마도 아시다시피 아빠랑 저랑 겨울 방학이면 항상 가던 곳이 있었잖아요.”
박미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독 겨울이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던 신유빈이었다. 그렇다 보니 겨울 방학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은 신유빈을 데리고 강릉에 갔었다.
“그때 아빠가 바다를 보면서 저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근데 그게 아빠랑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그래서 제가 중3 때 그렇게 힘들었던 거고요.”
“휴우…….”
박미순은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괜찮아요, 이젠. 그러니까 그렇게 한숨 쉬지 말아요.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물론 아빠의 부탁도 있었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자식이 엄마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거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거야 어디까지나…….”
“저만의 생각이라고요? 아니에요, 엄마는 저한테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으세요. 엄마 혹시 기억하세요? 제가 국민학교 1학년 때 갑자기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할 때 불편한 몸으로 저를 업고 병원에 가셨던 거요.”
“그거야 엄마니까 당연히…….”
“그러니까요!”
신유빈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엄마는 엄마니까 그러셨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저도 자식이니까 엄마를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거에 대한 부담은 가지지 마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바로 저의 미래였어요.”
“…….”
“엄마랑 같이 사는 것 못지않게 저의 미래 또한 중요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현성이 오빠를 만나서 그 부분을 확인했던 거고요. 그런데 다행히도 이젠 확신이 생겼어요. 제 청춘을 다 바쳐도 후회 없겠다고 말이에요.”
“…….”
“그러니까 결국은 오늘 제가 고민했던 두 가지가 다 완벽하게 해결이 된 겁니다. 그러니까 엄마는 저한테 행여나 조금이라도 미안해하시거나 부담을 느끼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왜냐, 그건 첫 번째 이유도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게…… 아니다, 그래 알았다.”
박미순은 다른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지금 신유빈이 왜 이렇게 비슷한 말을 반복하며 이 얘기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지금 신유빈이 바라는 건 엄마인 자신이 딸내미한테 부담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거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그래, 그래 알았다. 이제는 이 엄마도 우리 딸한테 조금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테니 우리 딸도 이제부터는 엄마 걱정 덜하기다. 알았지?”
박미순은 신유빈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러자 신유빈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박미순이 양팔을 쫙 벌렸다.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딸 한번 안아보자.”
“네, 엄마!”
와락!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꼭 껴안았다.
톡톡.
박미순은 껴안고 있던 신유빈의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어린 것이 엄마를 위해 애쓰는 그 모습이 한편으론 고마우면서도 또 한편으론 안쓰러울 뿐이었다.
***
신춘오 회장은 최진영 실장을 보며 다시 물었다.
“지금 공판장이라고 그랬는가?”
“네, 회장님. 며칠 전에 완공이 되어 3일 후부터는 판매를 시작한답니다.”
“3일이면 이제 벚꽃들이 막 개화를 시작할 때가 아닌가?”
“네, 맞습니다. 일부러 그 시기를 맞춘 듯합니다. 어쨌건 대단한 친구입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저로서는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내 말이 그 말일세.”
신춘오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땅에 내 건물을 지어서 마을을 위해 기부한다는 게 이게 어디 보통 사람이 할 일인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돈이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 처음에 공판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솔직히 믿기 어려운 얘기였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다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뜻대로 공판장을 만들고 만 것이다.
“그래, 평수는 어느 정도라고 하던가?”
“100평이랍니다.”
“100평?”
“네, 그런데 그게 두 개랍니다. 길 양쪽에 하나씩 자리를 잡았는데 한쪽은 마을 사람들이 재배한 농작물이나 채취한 산나물을 파는 곳이고, 또 다른 한쪽은 부녀회에서 장사를 하게끔 만들었답니다.”
“한쪽에선 농작물과 산나물을 팔고 또 한쪽에서는 부녀회에서 장사를 한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최진영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물었다.
“농작물은 농사를 지은 것들일 테니까 그렇다 치고, 혹시 산나물은 종류가 뭐라고 하던가?”
“곰취와 참나물 그리고 고사리와 고비 등 종류로는 대충 15가지 정도 된다고 합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작년부터 미리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물론 김 군이 그렇게 하라고 얘기를 했답니다.”
“음…… 하여간 빈틈이 없어. 그래, 운영은 어찌한다든가?”
“매출의 3%만 내면 끝이랍니다.”
“그 말은 결국 마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물건을 들고나와서 팔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네, 맞습니다. 그리고 3% 받은 금액으로 건물 유지비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 모든 운영 또한 부녀회에서 전담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김 군은 그 건물에 더 이상 권리가 없다는 얘기군?”
“아예 처음부터 소유권도 마을 공동명의로 했답니다.”
“허허…….”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내 사업도 하기 힘들 텐데 가장 먼저 공판장을 만들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다.
“부녀회에서는 무슨 장사를 한다고 하던가?”
“음식입니다. 그 종류가 꽤 된다고 합니다. 감자전, 찰옥수수, 메밀전, 메밀전병, 찐빵 등 그 마을에서 주로 먹은 토속음식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그 매출이 장난이 아닐 텐데?”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월급도 주고 나머지는 마을 발전 기금으로 적립한답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 그 마을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랍니다.”
신춘오 회장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가만히 있다가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격인데 흥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리고 참, 박범수라고 했던가? 그 친구는 어찌 되었는가?”
“요즘도 여전히 요리에 매진하고 있답니다. 덕분에 그의 아버지만 신나셨다고 합니다.”
“허허, 하긴 그렇겠지. 새로운 요리를 매번 맛볼 테니 그 즐거움이 또 괜찮을 걸세. 그건 그렇고 뭘 할 건지 아직도 결정을 안 했다고 하던가?”
“그건 이미 김 군이 결정을 한 거 같습니다.”
“김 군이 결정을 했다고? 처음엔 본인 당사자한테 요리를 할 건지 아니면 일어를 가르칠 건지 결정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계속 고민만 하고 결정을 못 하자 김 군이 결정을 한 듯합니다.”
“어떻게?”
신춘오 회장은 그 대답이 궁금한 듯 최진영 실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이 바로 대답을 이었다.
“일단 2년 동안은 식당에서 요리를 하라고 했답니다.”
“일단 2년? 그럼 그다음엔?”
“2년 후에 다시 결정하라고 했답니다.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식당에서 일하는 건 다르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기한을 정해준 셈이군?”
“네, 맞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2년 후부터 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니 그렇게 결정을 한 거 같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겠구먼. 어차피 2년 후에 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라면 말이야.”
맞는 얘기다. 지금 당장 학원을 시작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중에 학원을 운영할 거라면 그때까지 식당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그걸 또 직업으로 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거지?”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아주 맹랑합니다.”
“맹랑하다? 도대체 그 새로운 인물이 누군가?”
신춘오 회장은 궁금한 마음에 최진영 실장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이 갑자기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