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33)
회귀해서 건물주-433화(43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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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아.”
현성이 찾은 곳은 신유빈의 집이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신유빈한테도 볼 일이 있지만, 그녀의 어머니인 박미순한테 먼저 볼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엄마와 TV를 보던 신유빈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방문을 열었다.
“어?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응, 볼일이 있어서.”
“어! 현성이 왔구나. 어서 방으로 들어와.”
신유빈의 어머니인 박미순이 현성을 반겼다.
“저녁은 먹었니?”
“네, 먹었습니다.”
“그럼 커피라도 줄까?”
“주시면 감사하지요.”
박미순은 바로 일어나 커피를 타서 현성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와서 다행이다. 늦었지만 고맙다. 현성이 덕분에 우리 유빈이가 요즘 얼마니 신이 났는지 모른단다.”
“별말씀을요, 사실 오늘 그 일 때문에 아주머니한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나한테?”
“네, 다른 분도 아니고 유빈이의 어머닌데 찾아뵙고 자세한 말씀을 드리는 게 당연하지요. 진작 왔어야 했는데 바쁘다 보니 며칠 늦었습니다.”
현성이 오늘 이곳에 온 이유다.
신유빈은 어디까지나 아직 학생이고 법적으로도 미성년자다. 그리고 꼭 그 이유를 떠나서라도 그녀의 어머니인 박미순한테 모든 얘기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박미순이 밝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진짜 그래서 일부러 온 거야?”
“네, 더 빨리 오려고 했는데 요즘 한창…….”
“아니야, 괜찮아. 현성이 바쁜 거야 우리 동네 사람이라면 다 아는데, 뭐. 그리고 나는 솔직히 현성이가 이렇게 말해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박미순은 현성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말을 이어갔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유빈이를 통해서 들으셨겠지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현성은 며칠 전에 신유빈과 나눴던 얘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자세한 거야 나중에 정식으로 일하게 되면 그때 다시 설명을 해야 하기에 대략적인 설명으로 끝내며 마지막으로 월급 문제를 꺼냈다.
“마지막으로 월급 문젠데요.”
현성은 그 말을 꺼내며 신유빈을 슬쩍 바라봤다. 그 이유는 며칠 전에 신유빈과 얘기를 하면서도 월급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건 신유빈의 행동 때문이었다. 어쩌면 가장 민감한 사안일 수 있는 문제라 제일 먼저 관심을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은 현성이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무관심!
아무 말도 못 들었다는 듯 TV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도 신유빈은 월급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문제인데 언급이 없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현성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현성은 그 답을 직접 묻기로 했다.
“유빈이는 월급에 관해서는 궁금하지 않아?”
“별로요.”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혹시나 못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들려온 답변은 ‘별로요’라는 대답이었다.
‘뭐야?’
현성은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열이면 열, 취직을 하면서 가장 궁금한 게 월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그런데 그게 관심이 없다니,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현성은 이번엔 아예 대놓고 물었다.
“월급인데 안 궁금하다고?”
“네, 어차피 뻔하잖아요.”
“뻔하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아무 소리도 안 했는데 뻔하다니?”
“졸업한 언니들한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한결같이 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60에서 70이라고 말이에요.”
“언니들? 어떤 언니들?”
“졸업하고 공장이나 사무실에 취직한 언니들이요. 그 언니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받는 월급이 그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날도 얘기했지만, 도시로 나가 취업도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현성은 그제야 신유빈이 왜 월급에 관해 무관심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싶었다. 그녀는 이미 졸업한 선배들한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월급에 대해 미리 알아봤던 것이다.
결국, 그 말은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조금 전에는 그것도 모르고 신유빈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자신이 웃겼기 때문이다.
현성은 신유빈의 이름을 불렀다.
“유빈아.”
“네, 오빠.”
“네가 생각하기에는 언니들이 받는다는 그 월급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니?”
“음…… 글쎄요, 그 생각까지는 안 해봤는데요. 그냥 그렇게 받는다고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제가 경험이 없으니 그거에 대한 기준이 없으니까요.”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기준이 없으니 그게 많은지 적은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요즘 7급 공무원 초봉이 얼만지 아니?”
“아니 몰라요. 그리고 솔직히 그게 저하고는 상관이 없으니 궁금하지도 않아요. 어차피 제가 공무원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저는 체질적으로 공무원은 못 해요. 몸으로 이렇게 움직이는 게 좋거든요.”
신유빈은 말을 하면서도 양어깨를 흔들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씩 웃고 말았다. 신유빈은 역시 농사가 체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훈련소 동기인 백두순이었다. 그 또한 천성이 농사꾼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100이 조금 넘어.”
“100이요?”
“그래, 이런저런 수당까지 다 합친 금액이 바로 그 정도야.”
“많은 건가? 아니면 적은 건가…….”
신유빈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만큼 아직은 돈에 관해 개념이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7급 되려고 고생한 거에 비하면 많은 건 절대 아니지.”
“맞아요, 9급도 힘들다고 하는데, 7급은 엄청 힘들 거예요. 근데 그 얘기를 왜 저한테…….”
“내가 유빈이한테 줄 첫 월급이야.”
“네?”
신유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건 신유빈의 옆에 있던 박미순도 마찬가지였다.
신유빈이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바로 물었다.
“오빠, 그게 진짜예요? 그 돈을 정말로 첫 월급으로 준다고요?”
“그래, 최소한 그 정도는 줘야지. 내가 생각하기에는 7급 공무원들보다 우리 시골에 있는 사람들이 일을 덜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와! 그러면 저 내년부터 7급 되는 거예요?”
“7급?”
“네, 월급이 7급이랑 같으면 7급인 거잖아요. 안 그래요?”
“응?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 하하…….”
현성은 가볍게 웃었다.
물론 돈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또 돈만큼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것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거에 비하면 농사를 짓는 사람만큼 평가를 못 받는 업종도 없을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 어떨 때는 늦은 저녁까지, 하루에 10시간은 기본이고 가을에 벼라도 타작을 하는 날에는 14시간 이상은 일을 해야 끝이 날 때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런데도 막상 가을걷이를 끝내고 나면 농협의 빚을 갚기도 빠듯할 뿐이다. 그러니 누가 농사를 지으려 하겠는가 말이다.
전생에서 늘 보던 모습이었다.
그 원인을 찾자면 복합적으로 많겠지만, 그중에 가장 큰 원인은 농산물로 부가가치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식당 운영이었다.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 농민이 살고 농민이 살아야 농촌이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때 신유빈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빠, 괜찮겠어요?”
“응? 뭐가?”
“아니, 저도 지금 오빠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해 봤는데 그건 너무 센 거 같은데요. 저야 그 돈을 받으면 너무 좋은데 한두 사람도 아니고 오빠가 감당이 되겠느냐고요?”
“지금 오빠를 걱정하는 거야?”
“…….”
신유빈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은 조금 전과는 달리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왜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몇 년 지나면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100만 원은 아닌 거 같아요. 지금 오빠가 뭔가 착각…….”
“잠깐만!”
현성은 손을 들어 신유빈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가 왜 식당을 한다고 생각해?”
“네? 그거야…… 당연히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 근데 그 돈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거 아니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니?”
“음…… 글쎄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신유빈은 대답을 하며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현성의 대답이 궁금하다는 얘기였다.
“유빈아, 지금부터 이 오빠가 하는 얘기 잘 들어. 그러니까…….”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왜 처음부터 식당을 운영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건지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어느 정도 이어지자 신유빈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유빈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오빠는 처음부터 오빠 개인이 아니라 우리 마을을 위해서 그렇게 큰 식당을 만들었다는 거죠?”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솔직히 100%는 아니야. 내 욕심도 어느 정도는 있지. 그게 50:50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나한테는 또 다른 목표가 있거든.”
“그러니까 어쨌든 수익의 50%는 마을을 위해서 쓸 거라는 거잖아요.”
“맞아, 그래서 그 정도는 줄 수 있다는 거야. 물론 나중에 장사가 더 잘 되면 당연히 월급도 그에 비례해서 올라갈 거고.”
“우와! 알고 보니 우리 오빠 대통령이네요.”
“뭐? 대통령?”
현성은 피식 웃으며 신유빈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유빈이 당연하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 마을 대통령이요. 아니, 어쩌면 나라의 대통령보다 오빠가 훨씬 낫네요. 솔직히 대통령이라고 해서 국민들을 위해 잘하는 것만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그 사람은 월급쟁이고, 하지만 오빠는 오히려 월급을 주니까 나라의 대통령보다 나은 거죠. 안 그래요?”
“어? 아니 그건 …….”
현성의 머릿속에 그 순간 몇 사람의 대통령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끝이 좋은 사람은 없었다.
잘했건 못했건 그걸 떠나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신유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쨌든 오빠 덕분에 저는 물론이고 우리 마을 사람들은 복 받았네요. 그리고 참, 며칠 전에 오빠가 저한테 했던 얘기 말인데요.”
“어? 무슨…….”
“친구들 말이에요. 저랑 같이 농사짓겠다는 애들 있으면 모아보라고 했잖아요.”
“음, 그래. 몇 명이나 돼?”
“쿡쿡…….”
신유빈은 갑자기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갑자기 얘기하다 말고 왜 웃어?”
“그게요, 오늘까지 50명 넘었어요.”
“뭐라고?”
현성은 깜짝 놀랐다.
첫날 신유빈과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기 전에 혹시 친구들 중에 농사를 짓겠다는 애들을 모아도 되겠냐고 묻기에 그러라고 했었다.
그게 5일 전이었다. 그런데 5일 만에 50명이 모였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놀라는 게 당연했다.
“그게 진짜야?”
“네, 솔직히 저도 놀랐어요. 근데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세요?”
“응? 뭐가 또 있어?”
“물어본 애들까지 합치면 100명이 넘어요.”
“그 말은 50명은 이미 확정이라는 거야?”
“네, 어차피 대학 안 가는 친구들은 어차피 취업을 해야 하는데 굳이 도시로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요…….”
신유빈이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내일이라도 학교에 가서 월급 얘기를 하면 대학을 간다는 애들 50명 정도 빼고 나머지는 다 오빠네 식당이나 카페 아니면 농장에서 일한다고 할 거 같은데요.”
“유빈아!”
신유빈의 말이 끝나자 현성이 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왜요? 오빠.”
“월급에 관해서 얘기하지 마.”
“네? 왜요?”
“내가 아무래도 실수한 거 같다.”
“그게 무슨 얘기에요? 오빠가 무슨 실수를…….”
“분위기 망가져. 이제 3학년 초인데 다들 공부는 안 하고 다들 취업하겠다고 하면 학교 분위기가 뭐가 되겠어? 안 그래?”
“음…….”
신유빈이 잠시 말없이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그건 오빠 말이 맞는 거 같네요. 그렇게 되면 대학 가겠다는 친구들도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공부에 지장이 있을 거고요.”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이 시간 이후로는 취업 얘기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나중에 대학 입학시험 끝나고 나면 그때 정식으로 내가 학교로 찾아갈게. 그때 내가 월급부터 시작해서 모든 걸 학생들 앞에서 얘기할게. 어때 네 생각은?”
“네,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저도 처음엔 그냥 친구들을 위해서 그랬던 건데 오빠 얘기를 듣고 나니까 그게 오히려 친구들한테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알았어요,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잠깐 잊고 있었다.
시골이라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얼마를 주겠다는 얘기도 없었는데 5일 만에 50명씩이나 무조건 하겠다고 부나방처럼 모여들 정도로 팍팍한 이 현실을 말이다.
탁탁.
현성은 가볍게 머리를 두드렸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