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35)
회귀해서 건물주-435화(43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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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입니다.”
“네? 임대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사장님 밑에서 일하는 동안은 그 집에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를 먹어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되면 그 집에서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제가 사장님께 드리는 마지막 조건입니다.”
유민철의 말이 길어졌다.
결국, 그의 말은 소유권을 가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상속 또한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현성이 한 번 더 확인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결론은 소유권을 가지지 않겠다는 말씀인 거죠?”
“네, 맞습니다. 그나마 그게 저의 마지막 양심입니다.”
“…….”
잠시 아무 말 없이 뭔가를 생각하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네? 그 말씀은…….”
“네, 죄송하지만 부장님의 그 조건은 제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니, 제가 그렇게까지 말씀을 드렸는데도…….”
“부장님!”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유민철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똑같은 얘기만 계속 반복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지금 부장님 말씀대로라면 저를 아주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으로 만드시겠다는 얘깁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부장님 말씀처럼 일하는 동안만 그 집에서 있게 하고 나이를 먹어 일을 못하게 되면 그 집에서 내쫓으라는 얘기가 아닙니까?”
“아니 누가 내쫓는다고 했습니까? 제가 그냥 제 발로 나간다는 거죠.”
“내쫓아서 나가나 제 발로 나가나 결론은 늙어서 일을 못하니까 나가는 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게 사람의 탈을 쓰고 할 짓입니까? 이거야 말로 패륜 아닙니까?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지 않냐고요?”
“…….”
유민철은 할 말이 없었다.
듣고 보니 말만 달랐지 현성이 한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결론은 늙어서 일을 못하니 그 집에서 나오는 거 마찬가지니 말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떻습니까? 이래도 저를 기어이 패륜아로 만드시겠습니까?”
“흠…….”
“더 이상 고민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냥 부장님께 공짜로 드리는 거 아닙니다. 앞으로 최소한 30년 이상은 그 집에 사시면서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러시면 됩니다.”
“30년이요? 30년이면 제 나이 70입니다. 70에 무슨…….”
“70이 어때서요? 저는 나이하고 상관없습니다. 여기가 공기업도 아니고 정년 같은 거 없습니다. 부장님이 100세가 되셔도 일만 하실 수 있으면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러니 나이 때문에 못 한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까지…….”
유민철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더 이상 버틴다는 것 또한 그의 뜻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놀란 건 사실이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생각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유민철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 끝까지 사장님을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부장님은 다른 사람하고 다릅니다. 저기를 보십시오. 처음엔 그저 옥수수 심던 밭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이게 다 누구 덕분이겠습니까?”
현성은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모든 게 부장님 덕분입니다. 제가 비록 부장님보다 나이는 많이 어리지만 최소한 고마움을 모를 정도로 철부지는 아닙니다. 솔직히 제 심정은 부장님을 위해서는 집 한 채가 아니라 열 채라고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이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하여간 우리 사장님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면 누가 20대라고 하겠습니까? 최소한 저보다 10년은 더 드신 거 같습니다.”
“지금 저보고 애늙은이라고 욕하는 거 아니죠?”
“아니요, 욕하는 겁니다. 하하…….”
유민철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곤 잠시 후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그리고 궁금한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지금 있는 이곳 옥상 말입니다. 이곳에 흙을 1미터씩이나 덮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궁금하십니까?”
“네, 물론 사장님이 시키시니까 흙을 올리긴 올렸는데 그 용도가 궁금했습니다.”
유민철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옥상 면적만 해도 250평이다. 거기에 흙을 1미터 높이로 전체를 덮었다. 얼핏 생각하기에 흑을 올렸으니 뭔가를 심을 건 알겠는데 그 용도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옥상에 올라온 김에 물어본 것이다.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요?”
“네, 그중에 하나는 냉난방 효과입니다.”
“냉난방 효과라면…….”
“부장님도 아시다시피 이곳이 겨울이면 추위가 장난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한여름이면 더운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죠, 그래서 여름에는 덜 덥고 겨울에는 덜 추우라고 옥상을 흙으로 덮었다는 말씀입니까?”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목적입니다.”
“부주적인 목적이요? 그 말씀은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는 말씀이네요?”
“네, 맞습니다. 저는 이곳을 영업장소로 사용할 겁니다.”
“영업장소라는 얘기는 이곳에서 장사를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이곳의 용도는 평일에는 카페 겸 주점으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야외 결혼식장으로도 사용할 겁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현성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현성의 설명이 어느 정도 이어지자 유민철은 그저 놀랍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이때만 해도 옥상은 특별한 용도로 사용되기보다는 방치된 공간의 이미지가 강했다. 치안이나 안전상의 이유로 아예 옥상 출입을 막아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훗날에는 옥상을 활용해 색다른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루프탑 상권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에서 자연광과 바람을 그대로 느끼는 동시에, 도심 속에 있지만 도심을 벗어난 듯한 해방감을 맞볼 수 있다는 것이 루프탑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곳만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시골이라 도시하고는 다른 느낌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그 어디서 바라보는 것보다 최고를 자랑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밤이 되면 하늘에 펼쳐진 수많은 별은 예술 그 자체다.
넉넉잡고 앞으로 5년만 지나면 이곳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25년 뒤인 2017년 6월에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서 이곳까지 2시간 대면 올 수가 있다.
그때쯤이면 예약을 하지 않고는 이곳엔 올 수 없을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될 것이다. 물론 그때쯤이면 이 마을 전체는 지금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유민철은 겨우 입을 열었다.
“나중에는 서울에서 여기까지 2시간 대에 올 수 있다는 말입니까?”
“네, 제 예상은 그렇습니다. 아마도 넉넉잡고 두 시간 반이면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그럼 생각해 보십시오. 아침 10시에 출발해서 이곳에 와서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되돌아가도 오후 6시면 집에 도착할 겁니다. 제가 감히 확신하는데 그때쯤 되면 이곳은 예약을 안 하면 못 올 정도로 될 겁니다.”
“허…….”
유민철은 황당한 나머지 말도 안 나왔다. 물론 세월이 지나면 세상이야 바뀌겠지만 그렇다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와서 밥을 먹으러 올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못 믿으시겠죠?”
“죄송합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어차피 지금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증명이 될 테니까요. 어쨌거나 저는 이곳에 가장 멋진 정원을 꾸밀 겁니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여유 있게 테이블을 놓을 겁니다. 그리고 내년부터 식당 영업과 동시에 이곳도 영업을 시작할 겁니다. 물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예식장도 운영할 겁니다. 대신 예식장 사용은 무료입니다.”
“무료요?”
“네, 야외 예식장으로서 이곳의 또 다른 명소가 될 겁니다.”
“아, 그렇게 되면 양가의 하객들은 당연히 여기 식당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또한 자연적으로 광고도 되겠네요. 하여간 우리 사장님 머리는 타고나셨습니다.”
현성은 유민철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장사에 도움도 되고 광고도 되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보다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사실 여기 같이 아름다운 곳이 대한민국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거야 물론입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이곳은 정말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재탄생한 겁니다. 여기가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기적입니다.”
“그 기적을 부장님 손으로 직접 만드신 거고요.”
“아니 그건…….”
유민철은 다른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어차피 같은 말이 또 반복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곳은 몇 년 안에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거다.
유민철은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이게 끝입니까?”
“글쎄요, 이게 끝이면 너무 싱겁지 않을까요?”
“그럼, 또 다른 계획이 있다는 겁니까?”
“이제 이 식당 건물과 저쪽에 짓고 있는 원룸 건물만 완공되면 올 가을에는 식당 바로 뒤쪽에 있는 산에 길을 만들 겁니다.”
“산에다 길을 말입니까?”
유민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얼핏 생각해도 산에 길을 만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둘레길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둘레길이요? 저는 처음 들어봅니다. 둘레길이 뭡니까?”
당연한 얘기다. 이때까지만 해도 둘레길이란 말은 생소한 말이었다. 그렇다 보니 유민철이 모르는 건 당연했다.
“간단합니다. 둘레길이란 산을 밖으로 둘러싸는 길을 말합니다. 그 길을 만들면 그 길을 따라 산책도 하고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혼자 사색도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갖기에도 좋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 산을 빙 둘러서 길을 만든다는 얘기죠?”
“네, 맞습니다. 자연은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폭 1미터 정도로 길을 만들 겁니다. 물론 그 바닥은 방부목으로 깔 겁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벤치도 설치할 것이고 운동기구도 설치할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거기를 간다는 얘긴가요?”
“물론이지요. 아마 새로운 유행이 될 겁니다. 이곳에 와서 식사하고 1시간 정도 둘레길을 걷고 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글쎄요, 제 생각엔 과연 사람들이…….”
유민철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힘들게 그곳을 갈 거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장이 하는 일에 재를 뿌릴 수는 없었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씨익.
현성은 그런 유민철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어차피 겪어보지 않았으니 유민철로서는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유행처럼 웬만한 곳엔 둘레길이 만들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만큼 아름다운 둘레길도 드물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자, 부장님 이제 점심이나 먹으러 갑시다.”
“네, 그러죠.”
“참, 그리고 식사하신 다음에 벚꽃 사진 좀 많이 찍어 주세요. 아무래도 광고를 좀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광고요?”
“네, 이 상태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이 정도 사람이면 우리 부녀회장님이 많이 불안해하실 겁니다. 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아마도 저를 기름도 안 넣고 튀길 거 같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현성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민철 또한 현성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후 옥상에서 사라졌다.
***
3일 후.
“아니, 사장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부녀회장인 이순옥의 첫마디였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장사가 안 돼요.”
“장사가 안 된다고요? 어느 정돈데 장사가 안 된다고 하십니까?”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예요.”
“네? 그 정돕니까?”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첫날부터 찾아오는 사람의 숫자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시골이다 보니 아직 구경 오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적은 숫자는 또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오늘이 개화한 지 3일짼데 조금씩이지만 매일 찾아오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장사가 안 될 일이 없다. 더군다나 다른 매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이나 특산물을 파는 곳은 마을 입구에 있는 공판장 밖에 없다.
찾아오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데 장사가 안 된다니,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잘 모르겠어요. 저도 장사는 처음 해보는 거라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상하게 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그냥 지나가기만 해요.”
“그냥 지나간다고요?”
“네, 그래서 보다 못해 이렇게 사장님한테 찾아온 겁니다.”
“음…….”
현성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과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간다는 건 분명히 다르다. 사람이 없는 거야 시간이 지나 광고가 되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니 큰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물건을 보고도 사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사람이 많이 와도 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올해가 처음이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인데 이건 아니다.
‘뭐가 문제일까……’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장사가 안 된다?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간다? 그렇다면…….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답은 둘 중에 하나라는 결론밖에 없다.
“부녀회장님 앞장서세요.”
“네?”
“앞장서시라고요. 어차피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람은 있는데 장사가 안 된다면 이유는 둘 중에 하나밖에 없을 겁니다.”
“둘 중에 하나요?”
“네, 물건에 이상이 있거나 가격에 문제가 있겠지요.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자, 앞장서세요.”
현성의 말이 떨어지자 부녀회장인 이순옥이 굳은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다. 현성 또한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어차피 답은 현장에 있을 것이란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현성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져 어느 순간 이순옥을 앞서기 시작했다. 그만큼 현성의 마음은 다급하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