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37)
회귀해서 건물주-437화(43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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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뭡니까?”
“네? 무슨 …….”
이순옥은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현성이 하는 얘기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모르시는 겁니까?”
“죄송한데 무슨 얘긴지…….”
“쓰레기들 말입니다. 무슨 이유로 쓰레기들이 매대에 진열되었는지 저는 그 이유를 여쭙고 있는 겁니다.”
“…….”
이순옥은 할 말이 없었다.
문제는 첫날이었다. 의외로 장사가 잘 되는 바람에 하루 만에 준비했던 물량이 반 정도 빠졌다. 그래서 그다음 날 어쩔 수 없이 각 가정에 있던 물건들을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물건의 상태였다.
첫날 준비했던 물건과는 확실히 물건의 상태가 질적으로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다음 날 들고 나온 물건들은 처음부터 팔 목적이 아니라 각 가정에서 먹을 요량으로 남겨뒀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을 줄 알았다.
좀 질적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먹어서 잘못되는 것도 아니고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그거라도 팔 요량으로 들고 나오게끔 했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문제가 될 줄이야…….
이순옥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괜찮을 줄 알았어요.”
“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설마 이런 말이 이순옥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고 했습니까?”
“…… 네, 저는 먹는데 이상이 없기에…….”
“회장님!”
현성은 한 번 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경우였기 때문이다.
눈으로 봐도 품질이 떨어지는데 단지 먹는데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그 말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부녀회장님은 먹는데 아무 이상이 없으니까 품질이 떨어져도 아무 이상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셨다는 겁니까?”
이순옥은 말도 못 하고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다시 이어졌다.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현성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아무리 시골이라 장사를 한 해본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이다.
“후우…….”
현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순옥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녀회장님.”
“네…….”
“이건 아닙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후우.”
현성은 화를 참기 위해 다시 한번 호흡을 조절한 후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에 ‘네, 아니오’로 간단하게 답해 주세요.”
“네? 아, 네…….”
“첫날에 장사가 잘 되었다고 했죠?”
“네.”
“당연히 물건은 50% 이상 빠졌을 거고요?”
“네.”
현성의 질문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어차피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확인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10분에 걸쳐 모든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화근은 첫날의 매출이 문제였다. 전혀 장사의 경험이 없던 사람들이 첫날에 장사가 잘되다 보니 평정심을 잃고 만 것이다.
그 결과, 욕심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집에서 먹으려고 빼놨던 질이 떨어지는 물건까지도 모두 공판장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한 술 더 떠 가격까지 올려버린 것이었다.
모든 내용을 확인한 현성은 다시 이순옥을 불렀다.
“회장님.”
“네.”
“제가 처음에 회장님한테 이 공판장의 운영에 관한 전권을 드리면서 말씀드렸던 게 뭡니까?”
“믿음…… 입니다.”
이순옥은 고개를 숙이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네, 맞습니다. 그 믿음의 첫 번째 조건이 뭐라고 했습니까?”
“물건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럼 그다음 두 번째 조건은요?”
“가격이요.”
“맞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세 번째 조건은요?”
“그건…… 마을의 양심입니다.”
이순옥은 마지막 대답을 하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처음 현성으로부터 공판장 운영의 전권을 받는 조건으로 이순옥 자신이 약속했던 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먹는 물건으로 장난을 안 치겠다는 것과 가격 또한 제값 이상은 받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사를 하면서 마을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세 가지의 모든 조건을 어기고 만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결국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굳이 제 입으로 다른 설명이 필요합니까?”
“…….”
“말씀이 없다는 건 모든 사실을 인정하신다는 얘기로 듣겠습니다.”
이순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순간의 욕심이 이렇게까지 한 순간에 모든 걸 물거품으로 만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유야 어쨌든 자신 스스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제 와서 그 모든 게 마을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했다고 항변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졌다.
왜냐?
원칙을 어겼으니까.
잠시 말이 없던 이순옥은 고개를 들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성아.”
“네? 아, 네…….”
현성은 순간적으로 이순옥의 반말에 놀랐지만 바로 대답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순옥이 먼저 현성 자신을 보고 ‘사장님’이라고 부르겠다고 했었기에 지금까지 늘 그렇게 불렀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다고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기에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이순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미안하다.”
“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내가 내 입으로 말을 하고도 내가 못 지켰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니. 그래서 말인데…….”
이순옥은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 듯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이순옥이 결심이라도 한 듯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만.”
“네? 그게 무슨……?”
“역시 공판장 운영이 나한테는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어. 나는 그저 동네 아줌마들하고…….”
“잠깐만요!”
현성은 손을 들어 이순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그 말씀은 여기 운영을 그만두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응, 그래. 그게 순리인 거 같다.”
“허…….”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일을 이런 식으로 망쳐놓고 이제 와서 한다는 말이 이곳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잠깐 마음을 추스른 현성은 이순옥을 바라봤다.
“이런 분이셨습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능력이 그거밖에 안 되니 더 늦기 전에 손을 떼는 게…….”
“부녀회장님!”
현성은 이순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큰 소리로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너무 비겁한 거 아닙니까?”
“비겁?”
“네, 너무 비겁하십니다. 어른으로서 창피하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피하면 그만입니까? 원래부터 이 정도밖에 안 되신 분이었습니까? 이렇게 가시면, 남은 사람들은 뭐가 됩니까?”
현성은 연이어 퍼붓다시피 말을 쏟아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물론 실수를 한 거는 맞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피하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반면, 이순옥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식으로 도망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나마 이렇게라도 책임을 지는 게 자신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혹시 이게 책임을 지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응? 그게 나로서는…….”
“뭡니까? 설마 진짜로 이런 식으로 도망가는 게 책임을 지는 거라고 생각하셨던 겁니까?”
“방법이 없으니까.”
“방법이 없다고 그냥 도망을 칩니까? 그건 어린아이가 무슨 일을 저지르고 겁이 나서 도망가는 거지 어떻게 어른이 그런 행동을 합니까? 그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진짜 무책임한 겁니다.”
어린아이라면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감당이 안 되니 무서운 마음에 도망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린아이 일 때의 일이다.
하지만 어른은 다르다.
자신이 벌린 일이라면 도망칠 게 아니라 어떡하든 책임을 지는 게 어른으로서의 자세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이순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잖아?”
“방법이 없다고 도망을 치면 일이 해결됩니까? 그리고 왜 방법이 없다고 미리 단정을 하십니까?”
“응? 그 말은…….”
“방법이야 찾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중요한 건 마음가짐입니다. 무조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도망갈 구멍만 찾는 겁니다. 그것처럼…….”
현성은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어차피 더 이상의 심한 말은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쯤에서 이순옥의 마음을 돌려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니 말이다.
여기서 막상 이순옥이 진짜 손을 떼게 되면 일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현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부녀회장님.”
“어? 아, 네…….”
이순옥은 어느새 다시 조금 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그러니까요. 회장님도 이번에 실수를 하신 겁니다. 그게 그렇다고 회장님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니잖아요? 그죠?”
“물론입니다.”
이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의 격했던 감정은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자, 그럼 이제 정리해 보자고요. 가장 먼저 장사가 왜 안 되는지 원인은 아셨죠?”
“네, 물건의 질은 떨어지고 그와 반대로 가격은 비싸졌으니 당연히…….”
“네, 맞습니다. 그게 원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원인을 알았으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잠깐만……요.”
이순옥이 살짝 손을 들었다.
“왜요? 무슨 할 말이 있어요?”
“아니,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저는 어떻게 되는 건지…….”
“어떻게 되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차피 우리 마을에 부녀회장님은 이순옥 씨 말고 누가 또 있습니까?”
“저 조금 전에 잘린 거 아니었어요? 제가 분명히 더 이상 공판장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누구 맘대로요?”
“네? 아니 제가 아까…….”
빙긋.
현성은 가볍게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세상에 한 번 실수했다고 자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저는 회장님 자를 자격 없습니다. 벌써 잊으셨습니까? 제가 처음에 먼저 공판장 운영을 부탁드린 거 말입니다. 제가 부탁을 드리는 입장이었는데 누가 누구를 자른다는 겁니까? 안 그렇습니까?”
“이러지 마세요.”
“네?”
“저 그 정도로 바보 아닙니다. 사장님이 처음부터 저를 많이 생각해서 그랬던 거 압니다. 솔직히 이제야 말이지만 왜 저한테 이런 감투를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더 미안해서 조금 전에도 그만두겠다고 했던 겁니다. 아무것도 아닌 저한테 이렇게 큰 영광을 주셨는데…….”
이순옥은 감정이 격해지는지 하던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 달도 아니고 삼일 만에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었으니…… 사실 아까는 미안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기껏 저한테 맡겨주셨는데 이렇게 밖에 못했다는 죄책감에…….”
“회장님, 거기까지요. 그래요, 이제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사실은 회장님께 공판장 운영권을 드렸던 건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제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고 싶었으니까요.”
“고마웠던 마음이요?”
“네, 사실은…….”
현성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주 어렸을 때였다. 그때가 아마 국민학교 1학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는데 그날따라 눈이 엄청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이순옥이 자신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준 적이 있었다. 그땐 그런 이순옥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 줄 알았다.
비록 전생의 기억이었지만 이렇게라도 그녀의 고마움에 대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이순옥이 갑자기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무슨…….”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때 회장님을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그때 진짜 무서웠거든요.”
“저도 기억나요. 그때 눈이 진짜 무섭게 왔으니까요, 아마 거의 1미터쯤 왔을 걸요. 저도 태어나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 건 처음 봤어요. 잠깐만요!”
이순옥은 말끝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곤 다시 웃더니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그때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세요?”
“제가요? 글쎄요. 그거까지는…….”
“엄청난 말을 했는데 기억을 못 한다고요?”
“네, 제가 혹시 뭐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 이순옥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나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