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38)
회귀해서 건물주-438화(43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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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겠다고…….”
“네? 제가요?”
“그럼요, 기억 안 나요?”
“하하…… 제가 회장님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요? 정말요?”
“그때 제 나이가 스물여덟이었거든요. 지금이야 이렇게 됐지만 그래도 그땐 제법 인물이……호호, 제가 지금 무슨 말은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그랬던 그 꼬마가 이렇게 우리 마을을 살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순옥은 말을 끝내고도 한참을 흐뭇한 듯 현성을 바라봤다.
얼마나 고마웠으면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나는 이순옥을 보고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까, 현성도 웃음이 나오는 건 여전했다.
그 정도로 그땐 이순옥이 고마웠던 것이다. 아무리 전생의 기억이었지만 그런 이순옥이었기에 그녀에게 공판장 운영의 모든 권한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그러니까 저는 회장님을 자를 마음이 추호도 없다는 거 아시겠죠? 그러니 이젠 그런 말씀 하지 마시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네?”
“음…… 진짜 그럴 자격이 있을 까요? 저한테.”
“당연합니다. 누군 처음부터 자격을 타고납니까? 하면서 일도 배우는 거고 그러는 거죠. 중요한 건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겁니다.”
“…… 네, 알았어요.”
이순옥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라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적반하장으로 끝까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답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 이제 다시 모든 걸 정상으로 돌려놓으시면 됩니다.”
“네, 알았어요. 가격도 원래의 가격으로 돌려놓고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들은 다시 집으로 가져가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순옥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현성이 말한 ‘아니요’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이 말이 이어졌다.
“물건 모자라다면서요?”
“아니, 그렇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팔라는 얘기예요? 아까는 쓰레기라고…….”
“대신 가격을 내리세요.”
“가격을요?”
“네, 지금처럼 품질이 떨어지는데 똑같이 가격을 받으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지만 그와 반대로 가격을 내리면 아무리 B급 물건이라고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먹는 데는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아, 그러니까 A급과 B급으로 물건을 나눠서 팔란 말씀인 거죠?”
“네, 바로 그겁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로 적정 가격이거든요. 비싸다고 무조건 안 사는 게 아니라 아무리 가격이 비싸도 물건만 그에 걸맞게 품질이 좋으면 산다는 얘깁니다.”
현성은 한 호흡을 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고 물건은 떨어지면서 비싸게 받으면 그건 외면을 받는다는 거죠. 중요한 건 한 번 그런 인상을 받은 사람은 발길을 끊게 되는 겁니다. 그럼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마을 이미지만 떨어지게 될 겁니다.”
“마을 이미지요?”
“네, 그게 바로 이미지 마케팅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던 세 번째 조건이 마을의 양심이었던 겁니다. 이게 한 번 잘못 찍히면 그다음부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 그게 그런 의미였군요.”
이순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의 말을 받았다.
“그리고 부족한 물량은 집에 계신 아저씨들 도움을 받으세요.”
“남편들 말입니까?”
“네, 산에 가서 산나물을 채취하라고 하세요. 어차피 산에 널린 게 산나물이잖아요. 싱싱한 걸로 바로바로 팔면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무척 좋아할 겁니다. 표현이 좀 그렇지만 서울 사람들이 와서 싱싱한 산나물을 보면 아마 환장을 할 겁니다.”
“지금 서울 사람들이라고 했어요?”
이순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기서 서울까지 거리가 얼만데 그 사람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올 것인지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마도 일주일이나 열흘 후엔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내려올 겁니다.”
“서울에서요? 그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요?”
“TV에 나올 겁니다. 6시 너 고향 아시죠?”
“6시 너 고향이요? 당연히 알지요. 그거 농촌들 돌아다니면서…… 어? 혹시 거기에 우리 마을이 나온다는 건가요?”
“네, 오늘 오전에 연락받았습니다. 이틀 후에 촬영 올 겁니다. 그러고 나면 일주일 후에 방송한답니다.”
“정말요?”
이순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송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건 이미 몇 년 전에 직접 봤었다.
그건 바로 현성의 라면 가게였다. 어느 날 라면 가게가 맛 프로그램에 나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 후 라면 가게에 갔었다.
100미터. 라면 가게에 늘어진 줄이었다. 작은 시골에서도 방송에 나오자 호기심에 사람들이 몰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6시 너 고향’이라고 한다. 그 시간대에 시청률이 가장 높은 그 프로그램에 말이다. 그렇게만 되면 광고 효과는 걱정이 없을 것이다.
이순옥은 바로 물었다.
“방송이 다음 주라고 했어요?”
“네, 이틀 후에 촬영하고 일주일 후라고 했으니까 오늘을 기준으로 하면 9일이 되겠군요. 9일 후에 방송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송국에선 여기를 어떻게 알고 촬영을…… 혹시?”
이순옥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 이유야 뻔한 거고.
현성도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사흘 전에 6시 너 고향 피디 앞으로 우편물을 보냈습니다. 여기 사진이랑 여러 가지 자료들을 모아서 보냈습니다.”
“야! 우리 사장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저 자신이 부끄럽네요.”
“갑자기 거기서 그 말이 또 왜 나옵니까?”
“그렇잖아요, 어린 사장님은 어떡하든 이 동네를 살리겠다고 뛰어다니는데 부녀회장이라는 인간은 헛짓거리나 하고 있었으니 말이에요. 아무래도 그때는 제가 잠깐 뭐에 홀렸었나 봐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순옥은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피식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제 그만 하세요.”
“너무 한심해서 그래요.”
“제가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만 안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참, 음식의 메뉴 말인데요.”
“메뉴요?”
“네, 제 생각엔 메뉴를 좀 더 추가하셔도 될 거 같아서요. 어차피 앞으로 열흘 정도 지나면 손님들이 몰려올 텐데 지금 그 메뉴로는 부족할 겁니다.”
아마도 예상을 초월할 것이다. 봄만 되면 꽃놀이 다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유독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현성으로선 그게 맞는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순옥의 입에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엉뚱한 말이 나왔다.
“괜찮겠어요?”
“네? 뭐가요?”
“사장님한테 말이에요. 우리 입장에서는 메뉴를 늘리면 매출이 늘어나니까 좋은데 혹시라도 내년부터 영업을 시작하시는 사장님한테 지장이 없겠냐고요?”
“지금 저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지요, 사장님이 장사가 잘 돼야 저희도 좋은 거니까요. 그러니 사장님이 우선이지요.”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사람이란 자고로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게 기본이고 당연하다. 그런데 이순옥은 지금 자신의 이익이 아닌 현성의 입장부터 먼저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사실은 처음부터 묻고 싶었던 얘기였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메뉴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걸 위임한 상태에서 끼어드는 것도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묻지 않고 참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이 메뉴로는 도저히 안 될 거 같아 어쩔 수 없이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현성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바로 물었다.
“회장님, 하나만 확인하겠습니다. 혹시 처음에 메뉴를 선택할 때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정했던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네? 당연하다고요?”
“그럼요, 지금 우리 마을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사장님을 무시하고 우리의 이익만을 위해 메뉴 결정을 할 수가 있겠어요? 안 그래요?”
“네? 아니 그렇다고…….”
현성은 무슨 말을 하려다 참았다. 지금 이순옥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 생각을 하던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저 때문에 메뉴를 처음부터 줄였다는 건가요?”
“네, 이래 봬도 우리 부녀회의 평균 연령이 50이에요. 그런 우리가 그 정도 생각도 없이…….”
이순옥의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은 길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배려!
처음 메뉴를 선정할 때부터 그들의 머릿속에는 현성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부녀회에서 메뉴를 늘리게 되면 현성이 장사하는데 그만큼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현성의 영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적당히 메뉴를 선정했다는 것이었다.
“…….”
이순옥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당연히 논의 끝에 최대한 메뉴를 선정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현성 때문이었던 것이다.
현성은 이순옥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메뉴가 적었던 거군요?”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상이요……?”
자신들의 이익보다 현성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순옥이었다.
쓰읍.
현성은 입을 훔치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런 사람들한테 무엇을 못해주겠는가!’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제가 한 번만 월권을 행사해도 되겠습니까?”
“월권이요?”
“네, 공판장에 관한 운영은 회장님한테 일임했으니 회장님이 허락하신다면 한 번만 월권을 행사하고 싶습니다.”
“아니, 무슨 그런…… 네, 좋습니다. 말씀하세요.”
이순옥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메뉴를 무한대로 늘리세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 저는 분명히 우리말로 말씀드렸는데요. 설마 무한대라는 말을 모르시는 건 아닐 테고…….”
현성은 일부러 모르는 척 말했다. 물론 이순옥이 그 말을 못 알아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 말씀은 메뉴를 더 늘리라는 얘기잖아요? 그것도 종류에 상관없이 무한대로 말입니다.”
“맞습니다.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절대로 제 사정 봐주지 말고 부녀회에서 팔 수 있는 메뉴는 얼마든지 만들라는 얘깁니다.”
“아니, 그런 게 어디…….”
“아니요, 이건 강제입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대답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방송 나오고 나면 사람들이 엄청 몰려올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열흘 동안 최대한 메뉴 늘리세요. 아셨죠?”
“…….”
이순옥은 차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잠깐 시간이 지났을 때쯤 현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이제 제 얘기는 끝났습니다. 저는 이만…….”
“잠깐만요!”
이순옥이 현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이렇게 가시면 저보고 어떡하라는 거예요?”
“저는 이미 할 말은 다했습니다. 이제부턴 회장님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진짜 괜찮으시겠어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조금 영향이 있으면 또 어떻습니까? 어차피 우리 마을을 위해서 하시는 일인데요. 그리고 회장님!”
현성은 갑자기 이순옥을 불렀다. 그리곤 잠시 생각하더니 지갑에서 만 원짜리 열 장을 꺼내 이순옥한테 내밀었다.
“이걸로 오늘 부녀회 회원들하고 회식하세요. 막걸리도 한잔씩 하시면서 메뉴를 더 정하시고요. 그리고 인사하는 것도 서로 연습하시고요. 아셨죠?”
“…… 아, 인사요. 네 알았어요. 일단 나가서 청소부터 시작할게요. 그리고 메뉴는 딱 열 가지만 더…… 아니, 근데 진짜 그래도 돼요?”
“저는 이만 갑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사무실을 나오고 말았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말이 길어질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현성이 나가고 혼자 남은 이순옥.
“…….”
잠시 앉아서 생각을 하던 이순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래, 일단은 청소부터…….”
밖으로 나온 이순옥이 달려간 곳은 공판장의 매대였다.
“언니들, 다들 주목! 오늘 영업은 여기서 끝이에요.”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혹시 사장님이 뭐라고 그랬어?”
매장을 지키고 있던 부녀회원들은 무슨 일이냐는 듯 다들 한 소리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순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장님이 이런 식으로 장사할 거면 다 때려치우래요.”
“…….”
조금 전까지도 한 소리씩 하던 부녀회원들은 서로를 번갈아 볼 뿐 입을 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자 이순옥이 다시 말을 이었다.
“농담이고, 먼지가 너무 많다고 청소부터 하래요. 그리고 인사도 너무 안 한다고 인사부터 다시 연습하래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청소를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청소 끝나면 회관으로 다시 모이세요. 오늘 회식합니다.”
“회식? 갑자기?”
“사장님이 10만 원 주셨어요. 모여서 막걸리 한잔씩 하면서 인사 연습 좀 하래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청소 끝내고 두 시간 뒤에 회관에서 다시 봐요. 자, 시작합시다!”
이순옥의 말이 끝나자 부녀회원들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씩 웃고 말았다.
청소는 이제부터 하면 되고 인사도 지금부터 연습하면 될 것이다. 물건과 가격 또한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이제 열흘 후면 정신없이 바쁠 그들을 생각하니 현성의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