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40)
회귀해서 건물주-440화(440/740)
5월 첫째 주.
드디어 유채꽃이 개화를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라 이틀 정도만 있으면 이곳은 점점 더 노란 물결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벚꽃이 지면서 사람들의 방문수가 줄더니 오늘부터는 또다시 사람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4월은 대단했었다.
벚꽃이 개화하고 일주일 정도는 하루에 천여 명 정도 찾아오는 게 다였다. 하지만 그 숫자가 변한 건 어느 한순간이었다.
방송.
‘6시 너 고향’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마을이 한번 소개되면서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의 숫자가 갑자기 3배로 뛰더니 열흘이 지나자 평일에도 5천 명은 기본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주말이 되자 7천 명까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놀란 건 동네 사람들뿐만이 아니었다.
현성도 처음엔 설마 했었다. 방송의 힘이 무섭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그렇게 갑자기 늘어날 줄은 몰랐다.
현성도 현성이지만 놀란 사람은 또 있었다.
그건 바로 부녀회장인 이순옥이었다.
현성으로부터 마을이 방송에 소개될 테니 물량을 확보하고 메뉴를 늘리라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방송이 나가고 며칠이 지나 사람들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준비한 물량은 단 하루 만에 동나고 말았다. 그날은 처음으로 공판장에서 총매출이 천만 원을 넘던 날이다.
그날은 축제 분위기였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처음 장사를 시작해본 사람들이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팔았으니 제정신이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그렇게 4월 한 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5월을 맞이한 지 5일이 되는 날이다.
공판장 사무실에 마주 앉은 두 사람.
현성과 부녀회장인 이순옥이었다.
“이것 좀 확인해 주시고, 결재 부탁합니다.”
이순옥이 현성 앞으로 내민 건 장부였다. 그 장부는 바로 4월 한 달 동안 영업한 모든 기록을 정리한 노트였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아니, 회장님. 이걸 왜 저한테 보여주는 겁니까?”
“당연히 보여드려야죠. 우리가 이렇게 장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신 분이 사장님인데요.”
“아니, 그거야 제가 원래…….”
“아닙니다.”
현성의 말을 끊으며 이순옥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사장님, 그건 경우가 아니에요. 저번에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우리 부녀회 평균 연령이 50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시골 아줌마들이지만 그 정도는 알아요. 우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입니다.”
“주인이요?”
“사장님은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녀회에서는 사장님을 주인님으로 불러요. 사장님 덕분에 우리 가정이 살고 나아가서는 마을도 살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장님을 주인님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현성은 순간적으로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박희철과 백두순이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두 사람 다 현성 자신을 보고 ‘주인’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박희철은 주인이자 하늘이라고 했다. 백두순 또한 주인이라고 부르면서 원석은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잘 부탁한다고 했었다.
현성은 다시 이순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너무 괘념치 마세요. 우리가 좋아서 그냥 한 말이니까요. 그만큼 사장님을 의지한다는 얘깁니다. 어쩌면 그게 평생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라 더 그런지 몰라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셈이니까요.”
“새로운 세상이요?”
“네, 우리 부녀회원 중에 가장 나이 많은 언니가 65세예요. 그 언니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현성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랫마을에 살고 있는 이분녀 할머니다. 요즘이야 65세면 청춘이라고 하지만 그때만 해도 환갑만 넘기면 할머니라고 했었다.
“왜요? 그분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만큼 그 언니한테는 요즘 생활이 만족스럽다는 거예요. 19살에 시집와서 평생을 살면서 요즘 같은 날은 처음이라고 했어요. 오죽했으면 지난 46년보다 요즘 한 달이 더 행복하다고 했을까요, 그 말이 무슨 의미겠어요?”
“…….”
“그 언니한테는 지금 생활이 가장 만족스러운 거예요. 그만큼 지금의 생활이 꿈만 같은 거예요. 근데 그게 비단 그 언니뿐일까요? 아닐 거예요. 그 언니뿐만이 아니고 저는 물론이고 다른 언니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순옥이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와하는 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그 아주머니들이 어떻게 평생을 살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이순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누굴까요? 누가 우리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줬을까요?”
이순옥은 잠시 현성을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바로 사장님이에요. 사장님이 우리 모두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한 거라고요. 사실 한 번쯤은 이런 얘기 꼭 전하고 싶었어요. 그러니 우리가 사장님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우리가 사장님한테 그 정도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포인트입니다.”
“하하…… 회장님, 이제 보니 말씀이 아주 청산유수입니다.”
“호호, 청산유수요?”
“네, 오늘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괜히 회장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거 혹시 욕 아니지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어쨌든 회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았어요. 저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현성은 모든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건 중요한 건 그들이 행복하다는 거였다. 그게 또 처음부터 현성의 목적이었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장부 좀 보겠습니다.”
현성은 이순옥이 내민 장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장부를 확인하던 현성은 깜짝 놀랐다.
“회장님, 이때는 일주일 동안 매일 천삼백이 넘었네요.”
“아, 그때요? 그때가 벚꽃이 가장 예쁜 일주일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사람들도 가장 많이 왔었고 산나물은 부족했지만 먹거리가 많이 팔리는 바람에 매출이 높았어요. 그땐 진짜 하루 종일 정신이 하다도 없었어요. 그리고 그것도 사장님이 메뉴를 늘리라고 하는 바람에 그 정도 매출이 나올 수 있었고요.”
샤락.
현성은 다시 장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장부를 보던 현성은 마지막 장에서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일 동안 총매출이 2억이 넘었네요?”
“네, 저도 솔직히 장사를 직접 하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우리가 판 게 20일 만에 2억 원이나 된다는 게 말이에요. 계산해 보니까 하루에 평균 천만 원씩은 팔았더라고요.”
“진짜 바쁘셨겠네요?”
현성 자신도 이 정도일 줄은 예상도 못 했었다.
매출이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자신은 공판장 운영에 관해서는 관여를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막상 장부를 확인하고 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놀란 건 총매출이었다.
2억.
9급 공무원 본봉이 25만 원이던 시절에 2억이란 금액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현성의 시선은 또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매출의 3%인 수수료 부분이었다.
6백만 원.
공판장을 운영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됐는데 모인 금액이 6백이다. 이런 식이라면 꽃이 한창인 4월과 5월, 두 달만 계산을 하더라도 대충 2천 정도는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9월부터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또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때도 두 달 정도 장사는 지금처럼 될 것이다.
1년에 4개월, 넉 달만 잡아도 대략 4천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수수료만 4천.
거기다 평달에도 장사가 안 되는 것도 아닐 테고, 그렇게 되면 1년 동안의 수수료를 다 합치면 어느 정도나 된단 말인가.
그뿐인가?
수수료가 그 정도라면 본 매출은 또 어느 정도…….
피식.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현성은 자신도 모르고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이순옥이 바로 물었다.
“왜요?”
“아무래도 우리 부녀회장님이 돈 계산만 하다가 잠들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렇죠? 저도 요즘 그거 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금액이 커지니까 은근히 겁도 나고…… 그리고 참, 며칠 전부터는 농협에서 직접 수금을 하러 오기로 했어요.”
“농협에서요?”
“네, 아무래도 불안해서 얘기를 했더니 농협에서 직접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나마 좀 편해졌어요. 그렇지 않으면 그 돈을 집에 가져갔다가 다음날 농협에 예금을 해야 하는데 밤에 잠이 안 와요. 혹시나 해서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한두 푼도 아니고 많을 때는 하루에 천만 원이 넘을 텐데 그걸 가지고 집을 왔다 갔다 한다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잘됐네요. 저라도 미리 알았다면 농협에 얘기를 했을 텐데…… 어쨌건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예요.”
“앞으로요?”
“네, 그 돈을 어떻게 쓸 건지 그게 고민이에요.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어차피 그건 마을 발전기금으로 쓰기로 했잖아요?”
“그렇긴 한데…….”
무슨 생각인지 이순옥은 말끝을 흐리며 여운을 남겼다.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 현성은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다른 생각이 있어요?”
“마을 운영위원회 말인데요, 그게 좀…….”
“마을 운영위원회요?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사장님이 빠졌잖아요. 제 생각에는 다른 사람보다도 사장님이 거기에 들어가야 할 거 같아서 말이에요.”
“저요?”
“네, 당연히 사장님이 이 모든 걸 만들었는데 진짜 중요한 사장님이 빠졌으니…….”
“아니요.”
현성은 이순옥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저는 운영위원회 분들을 믿습니다. 이장님, 반장님, 그리고 부녀회장님과 지도자님까지 어차피 이 마을을 이끌어 가시는 분들이니까 잘 결정하실 겁니다.”
“글쎄요, 과연 그럴지 저는 회의적이라…….”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그걸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고, 일단 전 사장님이 꼭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흔히 하는 말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고 하잖아요? 모든 건 다 사장님이 만든 건데…….”
“회장님이 계시잖아요?”
“저요?”
“네, 저는 다른 분들도 믿지만 회장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제부턴 회장님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어요. 어차피 회장님의 손으로 직접 그 발전기금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안 그래요?”
“그렇긴 하지만…….”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회장님만 바른 마음을 가지고 계시면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
현성의 말이 끝나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순옥은 잠시 동안 아마 말도 없이 무슨 생각을 하는 듯했다.
그런 그녀가 입을 연 건 1분쯤 지났을 때였다.
“사장님.”
“네, 말씀하세요.”
“진짜 만약인데요, 혹시라도 어른들이 잘못된 결정을 하면 어떡할 거예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그러니까 만약에 말입니다. 그럴 경우엔…….”
“회장님!”
현성은 다시 한번 이순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은 없습니다. 그리고 뭐가 불안해서 자꾸 그런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회장님만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습니다.”
“…….”
“그리고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제부턴 회장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그러니 회장님만 바른 생각을 하시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죠?”
“……네, 알았어요. 그리고 하나만 더 물어도 돼요?”
힘들게 대답을 한 이순옥이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대답을 이었다.
“당연하지요. 뭔데요?”
“혹시 우리 마을에서 가장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필요한 거요?”
“네, 한 가지만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솔직히 제 머리로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현성은 잠시 생각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제가 반대로 여쭤볼게요. 회장님은 지금 우리 마을에서 가장 불편한 게 뭐예요?”
“불편한 건…… 길이요.”
“왜요?”
“포장이 안 되어있으니까 버스만 한 번 지나가면 먼지가…….”
“그겁니다.”
“네?”
이순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은 빙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거라고요. 바로 그게 우리 마을에 가장 필요한 거란 말입니다.”
“아, 그 말씀은…….”
이순옥은 그제야 무슨 밀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도로가 포장되려면 앞으로 20년 뒤에나 가능하다. 더군다나 도로 확장은 30년 뒤에나 가능하고, 그걸 알고 있는 현성으로선 그게 가장 먼저 생각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잠깐만요!”
이순옥이 손을 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바로 또 말을 이었다.
“포장도 포장이지만 길도 너무 좁지 않아요?”
“당연히 좁죠.”
“우선은 포장하기 전에 길부터 넓히는 게 먼저 아닌가요?”
“아니요, 동시에 해야죠. 길도 넓히고 포장도 하고.”
“아! 맞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탁!
이순옥은 허벅지를 내려치며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 또한 웃음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제 이순옥은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할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만약 그대로만 된다면 전생과 비교하면 최소한 30년은 앞당겨 마을 도로가 바뀌는 셈이다.
지방자치!
아니, 어쩌면 최초로 마을자치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순수한 민간 자본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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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