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44)
회귀해서 건물주-444화(44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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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의 한 3층 주택.
“김 사장이 다음 주에 준공식을 한다고?”
신춘오 회장은 최진영 실장을 보며 확인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네, 회장님. 드디어 다음 주 일요일에 준공식을 한다고 합니다.”
“드디어 2년 동안의 공사가 끝이 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식당 건물뿐만이 아니라 기숙사까지도 드디어 공사를 마무리한답니다. 사실 식당 건물은 어제 날짜로 이미 공사를 마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숙사 공사 일정에 날짜를 맞추다 보니 준공식 날짜를 1주일 뒤로 미뤘답니다.”
최진영 실장의 얘기를 듣던 신춘오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2년 전 식당과 기숙사를 동시에 착공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과연 제대로 완공될지 걱정이 앞섰던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식당도 식당이지만 기숙사 규모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말이 기숙사지 원룸으로 500개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웬만한 아파트를 짓는 공사 규모다 보니 당연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기초 공사를 끝내고 철근으로 뼈대를 세우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올라가는 건물을 보면서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 중심에는 당연히 현성이 있었다.
군에 있으면서도 평균 3개월에 한 번씩은 휴가를 나와 공사를 감독하는 그를 보며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건 여전히 그의 일처리 능력이었다.
기껏해야 이제 20대 초반인데 어찌 그리도 모든 일에 완벽한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의 능력은 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한다.
어쨌든, 그 결과 2년이 지난 지금은 그가 처음 얘기했던 날짜에 정확히 건물 두 개를 완공했다는 것이다.
“최 실장.”
“네, 회장님.”
“놀랍지 않은가? 2년 전에 두 건물을 동시에 착공할 때만 해도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김 사장은 괴물이 틀림없습니다.”
“뭐, 괴물?”
“네, 그렇지 않고서야 이제 겨우 24살짜리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도 큰 건물을 두 개나 말입니다. 아니죠, 공판장까지 합치면 건물 세 개를 완성한 겁니다. 이게 말이 되느냔 말입니다.”
최진영 실장은 대답을 하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그 정도가 너무도 차이가 나지 않는가 말이다.
솔직히 2년 전에 식당과 기숙사를 동시에 짓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거의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결국 처음 얘기했던 대로 2년 만에 건물을 완공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그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어쩌면 그는 진짜 괴물일지도 모른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최 실장 말처럼 김 사장은 아무래도 괴물이 맞는 거 같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건 그렇고 우리가 김 사장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지?”
“그때가 유채꽃이 한창인 5월이었으니까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벌써 5개월이라…… 그리고 참, 유채꽃 얘기하니까 생각나는데 그때 유채꽃은 정말 환상적이었네.”
“맞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유채꽃이 많이 핀 건 처음 봤습니다. 회장님 말씀처럼 정말 환상적이란 표현이 딱 맞는 거 같습니다.”
“맞네, 맞아…….”
신춘오 회장은 5월에 봤던 그 장면을 회상이라도 하려는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60년을 넘게 살았지만 유채꽃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 거의 25만 평이 넘는 곳에 노란 물결이 춤을 추는데 마치 천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유채꽃은 잘 봤는데 아쉬운 건 벚꽃과 코스모스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하필 일이 생겨서 못 가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쉽습니다. 특히 벚꽃은 더 아쉽습니다. 유채꽃이 그 정도라면 벚꽃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내 말이……,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자고.”
“네, 알겠습니다. 내년엔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히 세 번은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벚꽃과 유채꽃 그리고 코스모스까지 말입니다.”
최진영 실장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이건 아직 보고 드리긴 좀 이른데 말입니다. 김 사장이 땅을 더 사들이고 있답니다.”
“땅을?”
“네, 어제 복덕방에 들러서 그런 얘기를 했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좀 더 알아보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니, 지금도 가지고 있는 땅이 25만 평이 조금 더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땅을 또 산단 말인가?”
신춘오 회장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땅도 따지고 보면 절대 적은 면적이 아니다. 그런데 거기다 또 땅을 산다고 하니 당연히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다.
“혹시 그 목적이 뭔지도 아는가?”
“아직 그거까지는 저도 보고를 받지 못해서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그래, 최 실장 생각으로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신춘오 회장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최진영 실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물었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확신을 가진 거 같습니다.”
“확신?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올해 그곳을 찾은 사람들이 실로 엄청나지 않았습니까?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기로는 천만이 넘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보통 하루에 5만 명 정도가 다녀간 셈입니다.”
“그래, 그 얘기는 나도 얼핏 들었네. 그런데?”
물론 천만이란 숫자가 경이적인 숫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과 현성이 더 땅을 사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보니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던 것이다.
최진영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좁다고 판단한 거 같습니다.”
“좁아? 25만 평이 좁다고?”
“네, 그렇습니다. 회장님께서도 5월에 가셔서 보셨겠지만 여의도에 있는 윤중로에 벚꽃이 한창일 때보다 사람이 더 많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그랬지. 그래서?”
“그래서 좁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최 실장 얘기는 지금의 공간으로는 좁으니 더 넓히겠다, 이 얘긴가?”
하긴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예전에 윤종로에도 몇 번 가봤지만 확실히 거기보다도 현성이 만들어 놓은 그곳에 사람들이 더 몰린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 보니 어쩌면 좁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네, 그렇습니다. 첫해에 그 정도 오면 앞으로 해가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날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렇겠지. 아, 그래서 공간을 더 넓히겠다는 겐가?”
“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훗날을 미리 준비하는 거 같습니다.”
“하긴 김 사장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30년 후까지도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그래, 더 사겠다는 땅은 얼마나 되는가?”
“25만 평입니다.”
“25만 평? 그 말은 먼저 것과 합치면 50만 평이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결론적으론 그렇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50만 평에 꽃들이 가득…….”
최진영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양손을 쫙 펼쳤다. 마치 50만 평을 온몸으로 표현하려는 듯 최대한 넓게 펼쳤다.
그 모습을 바라본 신춘오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진짜 상상만으로도 황홀하구먼.”
“그러니까 말입니다. 50만 평에 꽃들이 파도처럼 넘실댄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아마 꽃바다가 따로 없을 겁니다.”
“허허…… 꽃바다?”
“네, 꽃으로 바다를 이루니 꽃바다가 아니겠습니까?”
“재미있는 표현이군. 최 실장 말대로 그렇게만 된다면 4월부터 10월까지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올 걸세. 물론 그걸 노리고 김 사장이 이 모든 일을 계획했겠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말입니다. 확실히 김 사장 머리는 비상한 거 같습니다. 머리뿐만이 아니라 배포도 보통 큰 게 아닙니다. 저 같으면 도저히…….”
최진영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말이 50만 평이지 어떻게 그 정도 땅을 관리하려는지 엄두가 안 났기 때문이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하여간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대찬 친구일세. 그건 그렇고 지난번에 얘기했던 농장에서 일할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가?”
“그것도 마무리 단계랍니다.”
“마무리 단계? 그렇다면 벌써 500명을 다 뽑았단 말인가?”
“100%는 아니지만 90% 이상은 이미 확정이라고 합니다.”
“확정……?”
최진영 실장의 대답에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지난번에 분명히 모교는 대학 학력고사가 끝난 다음에 직접 찾아가서 학생들한테 취업 설명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궁금한 마음에 신춘오 회장은 바로 물었다.
“얘기가 틀리지 않는가? 지난봄에 말할 때는 분명히 학력고사 시험이 끝난 다음에…….”
“물론 그땐 그렇게 얘기했습니다만 중간에 변수가 생겼다고 합니다.”
“변수?”
“네, 혹시 신유빈이란 학생을 기억하십니까?”
“신유빈이라…… 아, 그 여학생?”
“기억하고 계셨군요?”
“그때 하도 인상이 깊었던 학생이라…….”
인상이 깊었던 이유는 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농사짓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던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그 나이에, 그것도 더군다나 여학생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모든 이유는 아니었다.
진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그녀의 효심 대문이었다.
불편한 어머니 때문에 고민하던 사연을 듣고 더욱 관심이 갔었기에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춘오 회장은 바로 물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왜?”
“그때 이후로도 꾸준히 친구들을 모집했답니다.”
“모집? 농장에서 일할 친구들을 말인가?”
“네, 분명히 김 사장이 나중에 학교로 찾아가서 취업설명회를 열겠다고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안 들은 거죠.”
“진짜 맹랑한 친구일세. 그래,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다고 하든가?”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쿡쿡.”
최진영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무슨 이유인데 그러는가? 그러지 말고 나도 그 웃는 이유 좀 같이 알자고.”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주의하겠습니다.”
“괜찮네, 이 사람아. 무슨 그 정도 일로 사과를 다 하는가? 됐으니까 어서 그 이유나 설명해보게.”
“네, 알겠습니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면…….”
최진영 실장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자 신춘오 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친구들도 친구들이지만 졸업한 선배들한테 연락을 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결론은 졸업한 선배들도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고?”
“물론입니다. 그 이유는 월급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지난봄에도 말씀드렸지만 김 사장이 첫 월급으로 1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나도 기억하네. 그러니까 결국은 월급 때문에 졸업한 선배들이 움직였다는 얘기군?”
“바로 그겁니다. 괜히 타지에 나가서 고생을 하는 것보다 고향에 들어와서 농사를 짓는 게 낫다고 판단을 한 거 같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같은 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타지보다는 고향에서 일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돈도 아니고 돈을 더 주겠다는데 굳이 타지에서 고생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당연하겠지. 타지보다는 고향이 훨씬 좋을 테니까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고향을 떠났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농사뿐만이 아니라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직원 구하는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합니다.”
“신유빈 학생이 아주 큰일을 한 셈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김 사장 입장에서는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격이 된 거죠.”
“음…… 일이 제대로 풀렸군.”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현성의 목적은 고향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처음 시작부터 제대로 첫 단추를 꿴 셈이 되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가는 걸 막은 건 물론이고 떠났던 사람들마저 다시 돌아오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은 아직 남는다.
조금 전 최진영 실장은 분명히 90%라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10%는 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얘긴지.
신춘오 회장은 바로 물었다.
“그렇다면 남은 10%는 뭔가?”
“아, 그건 바로 전문가입니다.”
“전문가?”
“네, 그렇습니다. 농사를 짓더라도 전문가가 필요하니까 말입니다. 물론 식당과 카페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결국, 전문가는 김 사장이 직접 구하겠다는 얘기군?”
당연한 얘기다. 농사도 제대로 배운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식당에도 전문적인 요리사가 필요할 것이고 카페도 마찬가지일 테고.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혹시 모집 공고라도 낸다고 하든가?”
“공고는 아니고 모교인 강상대에서 구하겠다고 합니다. 이왕이면 아무래도 자신이 다녔던 학교에서 뽑으려는 거 같습니다. 이미 총장한테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졸업생이나 아니면 졸업 예정자 중에서 면접을 보겠다고 말입니다.”
“음, 하긴 다른 데보다는 자신이 다녔던 학교에 정이 가는 건 당연지사겠지. 어쨌건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먹여 살리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천 명입니다. 그뿐입니까, 공판장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마을 수익금은 또 얼마고요, 하여간 김 사장은 하늘에서 내린 인물이 틀림없는 거 같습니다.”
“하늘에서 내린 인물이라…….”
신춘오 회장은 미소를 짓고 말았다.
어쩌면 최진영 실장의 말이 과언도 아닐 것이다.
자그마치 천 명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천명이 다가 아니다.
그에 속한 가족들, 평균 4명씩만 잡아도 최소 4천 명이다. 거기다 공판장에서 나오는 수익금 또한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러니 어쩌면 현성은 진짜 최진영 실장의 말처럼 하늘에서 내린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신춘오 회장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그런 그가 최진영 실장을 불렀다.
“최 실장.”
“네, 회장님.”
“화환 100개만 준공식 때 김 사장 앞으로 보내게.”
“네? 100개요?”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늘에서 내린 김 사장의 첫출발이 아닌가, 내가 그 정도는 축하를 해줘야지. 3단 말고 5단 화환으로 꼭 보내주게.”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진영 실장이 큰 소리로 대답을 하자 신춘오 회장은 기분 좋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