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45)
회귀해서 건물주-445화(44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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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5층 건물 입구에 늘어선 5단 화환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
“…….”
말이 없기는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다.
2분쯤 시간이 지났을까.
먼저 입을 연 건 현성이었다.
“유 부장님, 전체 몇 갭니까?”
“정확히 백 개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보낸 사람 이름이 없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름이 없다고요?”
“네, 이름 없이 양쪽 리본에 축하 글귀만 쓰여 있습니다.”
보통 축하 화환을 보내게 되면 오른쪽 리본엔 축하 메시지를 적고 왼쪽 리본엔 보낸 사람의 이름이나 회사를 적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 막 도착한 화환에는 오른쪽 왼쪽 모두 축하 글귀로만 적혀 있으니 유민철 부장은 당황해하는 것이다.
유민철이 바로 물었다.
“배달 업체 측에 전화해서 누가 보냈는지 알아볼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아니, 그래도 누가 보냈는지는 알아야 감사 인사라도…….”
“한 사람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이요?”
“네, 지난봄에 오셨던 농씸의 신 회장님 말입니다. 혹시나 이러실까 봐 일부러 연락도 안 드렸는데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또 과하게 축하를 해주시네요.”
신춘오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어제저녁이었다.
특별한 일이 있어 전화한 건 아니고 그냥 안부차 전화를 했다고 했다. 꼭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서로 통화를 한다.
어제 통화를 끝내면서도 일부러 준공식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연락을 하게 되면 신춘오 회장 성격에 일부러 또 내려오겠다고 할 것이기에 굳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준공식이라고 해서 외부 인사들한테는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도지사와 군수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가까운 면장한테까지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사람들한테 연락을 했다면 단숨에 달려왔을 것이다. 표밭 관리하기에 이만한 행사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자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오로지 순수하게 마을 사람들과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자리를 즐기고 싶었다. 어차피 이곳에 건물을 지은 것도 궁극적으로는 마을을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도지사나 군수 또는 면장 같은 사람들이 오게 되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게 되고 그만큼 마을 사람들한테는 소홀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아무한테도 연락을 안 했었다. 그런데 신춘오 회장은 어찌 알고 화환을 보내온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백 개씩이나 말이다.
물론 얘기는 안 해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 이유는 항상 자신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화환을 보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했었다.
어쨌든 신춘오 회장 덕분에 준공식이 빛나게 된 건 사실이었다.
현성이 다시 유민철 부장을 보며 말을 막 하려고 할 때였다.
부릉.
택시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더니 식당 입구에 섰다.
“오빠!”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여동생인 김지연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너 내일부터 시험이라고 못 온다고 했었잖아?”
“응,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더라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빠가 준공식을 한다는데 앉아서 공부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부랴부랴 택시 타고 바로 달려왔어. 혹시 아직 늦은 거 아니지?”
“아직 30분 남았어. 근데 시험은 괜찮겠어?”
“괜찮아, 어차피 준공식 끝나고 돌아가서 열심히 하면 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웃고 있는 여동생을 보고 있자니 순간적으로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오빠를 생각해서 그 어린 나이에 남양주에 있는 실업 고등학교에 갔던 김지연이다. 그땐 또 그게 현성 자신 때문에 여동생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도 몰랐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됐었다.
하지만 그땐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난 후였고 울고 있는 여동생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여동생이 지금은 해맑은 보습으로 웃고 있었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연아, 고맙다!”
“오빠도 참 별소릴 다하네. 우리가 남도 아닌데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자, 이거 받아. 축하해, 오빠!”
김지연이 현성 앞으로 내민 건 하얀 봉투였다.
“이건 또 뭐야?”
“미안해, 오빠. 사실은 꽃다발이라도 준비하려고 했는데 바삐 오다 보니까 미처 준비를 못 했어. 이거라도 받아.”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봉투를 줘?”
“오빠 덕분에 내가 부자잖아. 손 부끄러우니까 어서 받아.”
“자식, 그래 고맙다.”
“오빠, 근데 이 많은 화환들은 다 뭐야?”
김지연은 식당 입구에 늘어선 화환을 보며 물었다. 물론 어느 정도만 있었어도 묻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준공식인데 그 정도는 기본이니 말이다.
하지만 대충 봐도 그 숫자가 엄청나다 보니 궁금한 마음에 물었던 것이다.
현성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예전에 얘기 했었지. 농씸의 신 회장님 말이야. 그분이 보내 주셨어.”
“아, 그 할아버지! 근데 이게 다 몇 개야? 무슨 화환을…….”
“그러게 말이다. 어쨌건 회장님 덕분에 준공식 분위기는 제대로 났어.”
“와! 그 할아버지 진짜 대단하시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참, 엄마랑 아빠는?”
김지연은 말을 하다 말고 생각난 듯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았다.
“이제 곧 오실 거야.”
바로 그때였다.
주차장으로 택시 한 대가 들어오더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택시에서 내렸다.
아버지는 양복을 입었고 어머니는 곱게 한복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지금 막 미용실에서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준공식 때문에 아침 일찍 일부러 미용실에 다녀온 듯했다.
“엄마! 아빠!”
옆에 있던 김지연이 먼저 아버지와 어머니를 반겼다.
그러자 어머니가 놀랍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어? 지연아, 어떻게 된 거야? 내일부터 시험이라서 못 온다고 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더라고. 오빠가 준공식을 한다는데 안 왔다가는 평생 후회할 거 같아서 두 눈 딱 감고 왔어. 시험보다는 오빠가 중요하잖아.”
김지연의 말이 끝나자 아버지가 바로 말을 받았다.
“그래, 잘했다. 사람은 자고로 마음이 편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더군다나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준공식을 한다는데 우리 지연이가 당연히 빛내줘야지. 그리고 원래 그런 게 또 가족인 거고.”
아버지는 예전엔 그런 말을 거의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가족이란 말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그만큼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일 것이다.
김지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맞아, 아빠. 그런 거 같아. 근데 우리 아빠 오늘 완전히 멋쟁이네. 이 양복은 어디서 난 거야?”
“한 달 전에 네 오빠가 사 주더구나. 그동안 안 입고 아끼고 있다가 오늘 큰 맘먹고 입었는데, 어때, 봐줄 만하냐?”
“응, 아빠. 최고야. 역시 인물이 좋으니까 옷이 사네.”
“허허…… 그렇다면 다행이고.”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가볍게 웃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어머니가 한 바퀴를 빙글 돈 것이다. 마치 나는 어때? 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김지연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호호, 우리 엄마도 예뻐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 근데 이 머리는 어디서 했어요? 너무 예뻐요.”
그때였다.
김지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한숨을 푹 쉬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야야, 지연아, 말도 마라. 내가 그 머리만 생각하면…….”
“왜요, 아빠. 무슨 일이 있었어요?”
“오늘 아침도 못 먹고 7시부터 지금까지 미용실에서 그 머리를 하느냐고…… 하여간 준공식 두 번만 했다가는 내가 아마 제 명에 못 살 거다.”
“이 이가?”
그 순간 발끈한 건 어머니였다.
아버지의 옆구리를 찌르며 어머니가 바로 말을 이었다.
“당신이 뭘 몰라서 그래요. 남자는 옷만 입으면 되지만 여자는 원래…….”
어머니의 말이 길어졌다. 아무래도 오늘 아침에 불만이 많이 쌓인 듯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의 얼굴엔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전생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항상 일하기에 바빴고 미용실 한 번 가는 것 또한 쉽지 않았었다. 그렇다 보니 1년에 한 번 정도 설 명절 전에 파마를 한 게 다였다.
죄송한 얘기지만 그땐 솔직히 어머니가 여자라는 생각조차 거의 없었다. 그저 어머니는 여자와는 거리가 먼 그냥 어머니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미용실에 가게끔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젠 어머니 스스로도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다.
그 때문일까.
어머니의 오늘 모습은 유달리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거 받아라.”
어머니의 말이 어느 정도 끝나자 아버지가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현성에게 내밀었다.
“아니, 이게 뭡니까?”
“별건 아니고 내 성의다. 그동안 수고했다. 그리고 꼭 대박나라.”
“아니, 무슨 이런 걸…… 네, 감사합니다.”
현성은 다른 말을 하려다 아버지가 건넨 봉투를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게 오히려 아버지의 마음을 기쁘게 하리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그러고 보면 많이 변했다.
전생에서는 어디를 가든 항상 움츠린 어깨를 편 적이 거의 없었다. 웃음 한 번 크게 웃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어디를 가든 움츠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웃음소리가 제일 클 정도로 사람 자체가 변했다.
자신감.
어디를 가더라도 어깨에 힘을 빡 주고 당당한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자, 들어가셔서 바로 식사하세요.”
“응? 준공식 끝나고 먹는 게 아니고?”
“일단 드시다 보면 중간에 시작할 겁니다. 뷔페니까 마음껏 많이 드세요. 지연아, 어머니랑 아버지 모시고 식당으로 먼저 들어가. 난 여기서 손님 좀…….”
“응, 오빠 알았어.”
“들어가시죠!”
옆에 있던 유민철 부장의 안내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까지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던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전생과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변한 모습들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현성이었다.
“김 사장, 축하하네.”
박희철이었다. 전생에서는 원수나 다름없던 사람,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돈독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박희철 옆에는 두 사람이 더 있었다.
바로 신명순과 박범수였다.
“어서 오십시오.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형님.”
“축하해요, 사장님.”
“어머님, 오늘 같은 날은 말씀을 편하게 하세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합니다.”
“호호, 그럴까…… 그럼. 현성아 정말 축하한다. 결국은 해냈구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습니다. 자, 어서 들어가세요.”
그때 옆에 있던 박범수가 현성 앞으로 나서며 손을 내밀었다.
“사장님, 축하드립니다. 이 엄청난 일을 끝내 해내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은 제가 드려야지요. 어쨌든 진짜 대단하십니다.”
누구보다도 가장 많이 변한 게 박범수였다. 올봄에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말투뿐만이 아니라 얼굴의 표정까지도 완전히 변했다.
어쨌든 요리를 배우면서 자신감도 많이 찾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였다.
박희철의 가족이 들어가자 이번엔 또 마을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대충 봐도 100명은 넘는 듯했다.
맨 앞에는 이장인 이강석과 부녀회장인 이순옥이 걸어오고 있었다.
“김 사장, 축하하네.”
“이장님 도움이 컸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십시오.”
“허허, 하여간 겸손은…….”
이강석은 기분 좋다는 듯 웃으며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 또한 들어가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현성 또한 기쁜 마음으로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사장님, 이거요.”
부녀회장인 이순옥이 마지막으로 남아 현성한테 봉투를 건넸다.
“우리 부녀회에서 조금씩 준비했습니다.”
“아니, 그냥 몸만 오시라니까…… 고맙습니다. 아무튼 부녀회장님 덕분에 제가 일을 하는 데 있어 수월합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저희야 말로 사장님 덕분에 살맛이 납니다. 오늘도 우리가 음식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저희를 생각해서 일부러 출장뷔페를 부르시고, 하여간 여러 모로 사장님 덕을 봅니다.”
준공식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온 사람이 부녀회장인 이순옥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부녀회에서 모든 음식을 책임지고 준비할 테니 하나도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며칠 전부터 음식을 준비해야 하고 오늘도 하루 종일 손님을 맞느라 고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런 수고까지는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야 그게 또 당연시되던 시대였지만 어쨌거나 현성으로선 21세기를 살던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그게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 똑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마시고 마음껏 드시고 신나게 노십시오. 밴드도 불렀으니까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 다 날리고 말입니다. 자, 들어가세요.”
식당으로 향하는 이순옥의 얼굴엔 어느새 웃음이 가득했다. 세상에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 또한 기분이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역시 놀 땐 남자, 여자 가릴 거 없이 평등하게 다 같이 노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준비 다 됐습니다.”
유민철 부장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