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46)
회귀해서 건물주-446화(44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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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식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역시 음식 준비를 부녀회에 맡기지 않고 출장 뷔페를 부른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만약 음식을 부녀회에 맡겼더라면 다른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준공식은 별 탈 없이 무난하게 끝은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부녀회원들은 준공식을 즐기기보다는 하루 종일 사람들 뒤치다꺼리로 고생만 잔뜩 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준공식에 대한 기억은 즐거움이 아닌 노동의 고통으로만 남았을 것이고.
자고로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녀회의 회원들 또한 그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는 먹고 마시며 즐기는데 한쪽에선 하루 종일 고생만 한다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현성이 선택했던 것이 바로 출장 뷔페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가장 좋아한 사람들은 역시 부녀회 회원들이었다.
노동에서의 해방, 그 자체로 그녀들에겐 색다른 경험이었고 행복이었던 것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마을에서 행사만 있으면 1년에 몇 번씩은 음식 준비로 고생을 했던 터라 그 기쁨은 더 컸던 것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건 또 있었다.
그건 바로 출장 뷔페였다. 그 시대만 해도 뷔페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뷔페 문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거기다 지역적으로 시골이다 보니 뷔페와는 거리가 더 멀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출장 뷔페를 불렀으니 마을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세계, 말 그대로 마을 사람들은 신세계를 접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출장 뷔페라고 해서 다 똑같은 음식이 나오는 건 아니다. 가격대에 따라 음식의 종류가 달라진다.
당연히 현성의 선택은 값이 가장 비싼 풀코스였다. 그렇다 보니 음식 종류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한 젓가락씩만 먹어도 배가 불러 다 못 먹을 정도였으니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흥을 최고로 끌어올린 건 역시 밴드였다.
노래방 기기는 당연히 없던 시대라 노래를 부르기 위해선 밴드가 필수였다.
밴드도 급이 천차만별이다. 그중에서도 현성이 선택한 밴드는 그 시대에 미사리에서 최고로 인기를 끌던 ‘오아시스’라는 밴드였다.
처음 그들에게 밴드 출장을 요청했을 땐 기도 안 찬다는 듯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금액을 제시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꼬리를 흔들었다.
확실히 돈값을 해준 덕에 마을 사람들의 기분은 최고였다. 그중에서도 부녀회장인 이순옥의 흥은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준공식은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됨 없이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끝을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을 계기로 마을 사람들의 부녀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한 것도 소중한 경험이라면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최소한 20년 정도는 변화를 앞당겼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
모두가 떠나고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향한 곳은 식당 건물의 맨 꼭대기인 옥상이었다.
“내리자, 일수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현성은 김일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김일수가 식당에 도착한 건 준공식을 시작하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김일수와 통화를 한 건 하루 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일수는 준공식에 올 수 없다고 했었다.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장 바쁜 일요일에 외부로 나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야외 테이블에 앉자마자 현성은 김일수를 향해 바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어제저녁에 통화를 할 때만 해도 도저히 올 수 없다고 했잖아? 그런데 어떻게 시간을 낸 거냐고?”
“너니까.”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늘 나를 도와주면서 하던 말이다. 오늘은 내가 그 말 좀 써먹어야겠다. 너니까 안 내려 올 수가 없었어.”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사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를 도와주면서 항상 하던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역으로 김일수로부터 들으니 그저 웃음밖에 안 나왔던 것이다.
김일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솔직히 어젯밤에 너하고 통화를 끝내고 고민이 많았어.”
“고민할 게 뭐 있어? 어차피 일요일은 제일 바쁘다며? 그럼 당연히 식당을 지켜야지. 안 그래?”
“맞는 말인데, 하지만 그게 너니까 고민이 되더라고. 너도 알다시피 지금의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가 네 덕분이었잖아.”
“야, 그런 말이 어디 있어? 그거야 어디까지나 네가…….”
“아니!”
김일수는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저으며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 지금의 나를 만든 건 누가 뭐라고 해도 너야. 혹시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2학년 때…….”
김일수의 말이 길어졌다. 그는 작정이라도 한 듯 예전 고2 때부터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그의 말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30분쯤 지나자 김일수는 하던 말을 멈추고 현성의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현성아!”
“자식, 갑자기 목소리가 왜 그래? 너 답지 않게.”
“고맙다!”
“야, 너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솔직히 학교 다닐 땐 잘 몰랐는데 군대도 갔다 오고 나이를 조금 먹다 보니 이젠 좀 알 거 같다. 네가 나한테 베풀어준 일들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식…….”
툭.
현성은 말 대신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는 걸로 마음을 대신했다. 어쨌건 이렇게 착실하게 성장해준 그가 고마울 뿐이었다.
외관상으로야 똑같은 친구의 모습이지만, 어찌 됐건 현성의 눈엔 한참 어린 김일수로 보이다 보니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김일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살아보니까 사람이란 게 돈이 있다고 해서 베푸는 게 아니더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할머니 얘기야.”
“할머니?”
“응, 그래. 할머니가 그러시더라. 내가 졸업하고 서울로 요리를 배우기 위해 올라간 다음 달부터 매달 통장으로 돈이 들어왔다고 말이야.”
솔직히 그 당시엔 서울로 올라간 김일수보다도 혼자 남은 할머니가 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할머니의 건강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매달 약이라도 사 드시라고 단 얼마씩이라도 약값을 보냈던 것이다.
김일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다시 이었다.
“이제야 말이지만 솔직히 그땐 네가 돈이 많으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었어. 근데 좀 더 살아보니까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큰 착각이었는지 알겠더라고.”
“…….”
“그러고 보면 내가 참 부족한 놈이었어.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바보같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몰라.”
“자식, 별소릴 다 한다.”
“아니야, 솔직히 그게 말이 되냐고?”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이젠 다 지난 일이고…….”
“아니.”
이번에도 김일수는 현성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지. 다른 일은 다 제쳐 놓고라도 할머니 일은 정말 고맙다. 그땐 내가 어려서 알면서도 모른 척 그냥 넘어갔다. 그땐 정말 미안하고 진짜 고마웠다. 그 돈을 다시 갚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은 전하는 게 사람의 도리라 생각했다.”
말을 끝낸 김일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조금 전에 그 얘기를 꺼낼 때만 해도 김일수가 이렇게까지 고개를 숙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현성은 급히 김일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야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친구끼리! 빨리 일어나.”
“지금이라도 받아주는 거지?”
“야, 인마. 받아주고 안 받아주고 할 게 뭐가 있어?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거지.”
“그건 아니야. 내가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너무 철이 없었다. 늦었지만 그땐 정말 고마웠다. 너 덕분에 우리 할머니가 나 없는 동안에도 약값, 아니지, 약값뿐만이 아니고 생활비까지 걱정 없이 잘 지내셨다고 하시더라.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했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우리를 살렸다. 그리고…….”
“야야, 알았으니까 그만해.”
현성은 더 말하려는 김일수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하자.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다고.”
“받아주는 거지?”
“그렇다니까.”
그제야 자리에 앉는 김일수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 또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치익.
현성은 조금 전에 들고 올라온 캔맥주를 따서 김일수한테 내밀었다.
“자, 마시자. 아까는 동네 어르신들 때문에 못 마셨으니까 이제라도 한잔하자.”
“어, 좋지. 자 건배.”
두 사람은 그제야 웃으며 허공에서 캔맥주를 부딪혔다.
잠시 후.
캔맥주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현성이 먼저 물었다.
“이젠 얘기해 봐. 어떻게 갑자기 내려온 거야?”
“그냥 왔어. 내가 빠지면 안 될 거 같아서 말이야. 우리 사장이 나한테는…….”
“야, 너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거야? 내가 바보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이 안 된다. 어느 사장이 가장 바쁜 일요일에 친구가 준공식을 한다고 보내주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분명히 어젯밤에 통화를 할 때만 해도 안 된다고 했었고.
현성은 다시 물었다.
“자, 이제 솔직히 말해 봐. 식당 사장한테는 뭐라고 하고 내려온 거야?”
“그냥 왔다니까.”
“자꾸 그러면 내가 사장한테 직접 전화한다. 그러기 전에 네 입으로 네가 직접 얘기해. 내가 원하는 건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알면 돼. 별일 없는 거지?”
“사실은 …….”
김일수는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일수의 설명이 이어지자 현성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의 입에선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미친놈!”
“그럼, 어쩌냐? 오긴 와야겠는데…….”
“야, 그게 말이 돼? 한 달 치 월급을 안 받는 대신에 하루를 빠진다는 게?”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김일수의 말은 간단했다. 어떡하든 친구 준공식에 가야겠다고 얘기하니 사장이 조건을 내세웠다고 했다.
그 조건 또한 황당했다. 그 조건은 바로 한 달 치 월급을 안 받아도 상관없다면 가도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일수는 과감히 한 달 치 월급을 포기하고 내려왔다는 것이었다.
김일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난 오히려 고맙더라.”
“뭐가?”
“사장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말이야. 처음엔 무조건 안 된다고 했거든. 그런데 내가 자꾸 조르니까 나중엔 그런 조건을 내세우더라고. 그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지. 히히…….”
“지금 웃음이 나와?”
“야, 그거 알아?”
김일수가 갑자기 묘한 표정을 지으며 현성한테 물었다.
“이번엔 또 뭐야?”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이야.”
“행복?”
“그래, 식당을 뛰쳐나와 택시를 타고 내려오는데…….”
“잠깐!”
현성은 급히 김일수의 말을 끊었다.
“너 지금 택시라고 했냐?”
“어, 그 시간에 터미널 가서 버스를 타고 오면 너무 늦지.”
“그래서 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거야?”
“물론이지. 그렇지 않으면 준공식이 끝나는데…….”
“미친놈. 풉…….”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한 달 치 월급을 포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서울에서 여기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는 말에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김일수는 지금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 달 치 월급뿐만이 아니라 서울에서 여기까지 택시비까지도 기꺼이 부담을 했다는 얘기다.
현성은 김일수를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 김일수.”
“왜?”
“아깝지 않았어? 한 달 치 월급에 택시비까지…….”
“아니, 오히려 그 반대였어. 행복하더라.”
“진짜야?”
“그래, 인마. 택시 타고 오는데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어. 사실 어젯밤에는 전화를 끊고 제대로 잠도 못 잤거든. 그런데 아침에 사장이 월급을 포기할 자신이 있으면 가라는 거야.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튀어나왔거든.”
피식.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예전의 김일수가 아니었다. 전생 같으면 어떡하든 친구들을 속여서라도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던 김일수였다. 그런 그가 이젠 친구를 위해 한 달 치 월급을 과감하게 포기할 정도로 변한 모습에 솔직히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분이 묘하게 좋은 건 사실이었다.
그때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은 이게 다 너한테 배운 거다.”
“나한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가 항상 하던 말이 있잖아.”
“내가?”“그래, 자고로 돈은 가치 있게 쓰면 그게 진짜 돈의 목적이라고 말이야. 내가 이번에 한 달 치 월급을 포기할 수 있었던 것도 너한테 배운 거야.”
“…….”
현성은 그저 입을 다문 채 말하고 있는 김일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역시 돈은 이렇게 쓰는 거였어. 나도 이번 기회에 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때로는 돈보다 소중한 게 있다는 것도 다시 알았고 말이야. 이번에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일을 겪었다. 돈으로 행복을 샀으니 말이야.”
“진짜 행복하냐?”
“당연하지. 솔직히 포기한 그 돈, 조금도 안 아깝다. 나는 지금 엄청 행복하거든, 그러면 된 거 아니냐?”
“맞아! 그럼 된 거야. 돈은 그렇게 쓰는 거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돈 내가 앞으로 실컷 벌게 해 줄게. 앞으로 4개월만 더 참아, 내년 3월이면 그때부턴 여기서 같이 일하자고.”
“나도 그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지금 더욱 열심히 배우고 있고.”
“자,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다시 건배하자.”
현성은 맥주캔을 쭉 내밀었다.
그러자 김일수 또한 들고 있던 맥주캔을 힘차게 내밀었다.
벌컥벌컥!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남은 맥주를 다 마신 후 빈 캔을 머리 위에서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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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