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47)
회귀해서 건물주-447화(447/740)
“뭐, 천 명?”
신춘오 회장은 최진영 실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준공식이라고 하지만 몇 백 명도 아니고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진영 실장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네, 알고 보니 김 사장이 그 마을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이웃 마을에까지 초대장을 돌렸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웬만한 사람들은 다 왔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요즘 시기가 가을 추수도 다 끝나고 해서 농촌에서는 농한기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던 거 같습니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구먼. 그나저나 그 많은 사람들을 무슨 수로 접대를 했다고 하던가?”
“뷔페를 불렀다고 합니다.”
“뷔페?”
“네, 출장 뷔페를 서울에서 불렀다고 합니다.”
“허허, 서울에서 출장 뷔페를…….”
신춘오 회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세상에 어느 누가 준공식을 하는데 출장 뷔페를 부른단 말인가. 그것도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서울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건 처음부터 준공식을 핑계로 마을 잔치를 하기 위해 작정을 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신춘오 회장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서울에서 그 시골까지 뷔페를 불렀단 말인가?”
“네, 지방에는 그렇게 큰 업체가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있는 업체를 선정한 거 같습니다.”
“지금 그 말은 처음부터 김 사장은 사람이 천 명 넘게 올 거라고 예상을 했단 얘기가 아닌가?”
“네, 3개월 전에 업체와 계약을 할 때 이미 천 명을 계약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프리미엄급으로 가장 높은 가격대로 말입니다.”
“프리미엄급으로 처음부터……허허.”
신춘오 회장은 다시 한번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 시골에서 출장 뷔페를 부른 것도 대단한데 천 명씩이나 계약을 하면서 그것도 가장 높은 가격대로 계약을 했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처음부터 준공식은 단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명분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어쩌면 진짜 목적은 마을 사람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즐기려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마침 추수도 끝난 시기이니 말이다.
항상 그가 얘기하는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과정.
신춘오 회장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시 물었다.
“그래, 요즘 프리미엄급이면 가격이 얼마쯤이라고 하던가?”
“1인 기준으로 만이천 원이었다고 합니다. 순수하게 음식 계약 금액만 해도 천이백만 원인 셈이죠. 거기다 술과 음료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그렇다 보니 아무리 시골이라 하지만 서울에서도 안 내려갈 수가 없었던 거 같습니다. 거기다 김 사장이 특별히 기름 값을 하라고 백만 원을 추가로 더 줬답니다.”
“기름 값으로 백만 원을 더? 하여간 매번 볼 때마다 놀라는 거지만 어린 친구가 일하는 거 보면 보통이 아니란 말이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돈이 많다고 해서 가능한 게 아닐 텐데 말입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김 사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뇌구조가 정상인 사람들과는 다른 거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말입니다. 저 같으면 아까워서라도…….”
최진영 실장은 말을 하다 말고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순수하게 음식값만 해도 천이백만 원에 음료와 술까지 포함하면 거의 이천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될 것이다.
그 정도면 뷔페 업체에서도 흔히 하는 말로 알아서 길 것이다. 그런데 굳이 거기다 기름값으로 백만 원까지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자고로 사람은 하나를 가지면 또 하나를 갖고 싶은 게 본능이다. 그게 욕심인 거고 그게 보통 일반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렇다 보니 때로는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돈을 쓰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어떤 계약에 있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계약 당사자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의 경우가 어쩌면 현성한테는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계약 금액 때문이다.
순수하게 음식값만 천이백만 원이다. 거기다 음료와 술값까지 포함하면 거의 이천만 원, 그 금액이면 얼마든지 고개를 빳빳하게 세워도 업체로서는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그런 업체를 상대로 기름값까지 지불했다?
왜 그랬을까?
어떤 사람도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한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바로 서비스.
뷔페 또한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의 기분에 따라 서비스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백만 원, 그 금액은 음식값과 음료 그리고 술까지 포함한 총금액인 이천만 원의 5%를 차지한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기름값이라는 명분으로 돈을 건넸지만, 그의 목적은 최상의 서비스를 요구한 셈인 것이다.
결국, 그 돈은 헛돈이 아니란 얘기다.
신춘오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서비스는 최고였겠구먼?”
“네, 그렇습니다. 대표가 그날도 직접 나서서 처음부터 끝까지 챙겼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김 사장이 준 백만 원이 절대로 헛돈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당연하지, 그 친구가 어떤 친군데 한두 푼도 아니고 백만 원이라는 돈을 거저 줬겠는가. 김 사장은 이미 처음부터 모든 계획이 있었던 게야. 하여간 이번 기회에 김 사장의 진가가 또 한 번 증명된 셈이군.”
“네, 그런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재미있는 일이 또 있었습니다.”
“재밌는 일? 그건 또 뭔가?”
신춘오 회장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앞에 놓인 컵에 물을 들이마셨다. 요즘 들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자꾸 입이 마른 탓이었다.
그 모습을 본 최진영 실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로 물었다.
“회장님, 요즘 들어 부쩍 갈증을 느끼시는 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얼마 전부터 자꾸 입이 마르네.”
“내일이라도 김 박사 들어오라고 할까요?”
“아닐세, 아무래도 나이를 먹느라 그런 거 같네. 어쩌겠는가, 세월이 가니 몸도 자연스럽게……, 그건 그렇고 조금 전에 얘기했던 얘기나 마저 하게. 그래, 재밌는 일이라는 게 뭔가?”
신춘오 회장은 최진영 실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회장님도 잘 아는 사람 얘기입니다.”
“내가 안다고?”
“네, 바로 김일수입니다. 김 사장의 친구 말입니다.”
“김일수? 그 친구라면 지난봄에 제대하고 지금은 서울 마포에 있는 한식집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김 사장의 준공식에 참석을 했다고 합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린가?”
신춘오 회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식당은 신춘오 회장도 잘 알고 있는 한식집이다. 그리 오래된 집은 아니지만 음식 맛이 좋아 요즘 들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주말이면 더 바쁜 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다른 날도 아니고 일요일에 식당을 비운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진영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거기 사장한테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 그 사장은 뭐라고 하던가?”
“그게 그러니까…….”
최진영 실장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던 신춘오 회장은 어느 순간부터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설명이 끝나자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 하하하…… 그러니까 사장은 그렇게 말하면 안 갈 줄 알았는데 그 친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준공식장으로 달려갔단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장도 황당 그 자체였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하루 빠지는 대신에 한 달 치 월급을 포기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루에 한 달 치라…….”
“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그 김일수가 저지른 거죠. 아무래도 어린 마음에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거 같습니다.”
“실수라…….”
신춘오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신춘오 회장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최진영 실장을 불렀다.
“최 실장.”
“네, 회장님.”
“과연 그게 실수일까?”
“네? 그게 무슨 …….”
“나는 그게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네. 물론 최 실장 말처럼 한 달 월급을 포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야. 세상에 어느 누가 하루 빠지는 대신에 한 달 치 월급을 포기하겠는가 말이야? 하지만!”
신춘오 회장은 마지막 말에 힘을 주곤 하던 말을 잠시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게 그 친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네.”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최 실장은 혹시 그 친구를 요리사로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가?”
“그거야 물론 김 사장이 아닙니까?”
“혹시 그렇다면 그 친구가 그 전에는 어떤 친구였는지 알고 있는가?”
“글쎄요, 그것까지는 저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때 저는 운전만 하고 다른 일은 김영우 실장님이 다 알아서 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래, 그랬었군. 그때 말이야, 그 친구는…….”
신춘오 회장은 그 당시에 김일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그건 현성을 알고 나서 나중에 김일수의 뒷조사를 김영우 실장이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신춘오 회장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최진영 실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 김일수라는 친구가 그 정도였습니까?”
“그래, 흔히 하는 말로 양아치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형편없는 친구였었네. 그런 친구를 김 사장이 지금의 요리사로 만들었고 말이야.”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으로는 그 김일수라는 친구가 그런 이유로 한 달 치 월급을 포기하고 김 사장한테 달려갔다는 거죠?”
“그렇다네. 혹시 그 친구 월급이 얼마라고 하던가?”
“백오십만 원입니다.”
“음…….”
신춘오 회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답은 나왔네.”
“네?”
“김일수 그 친구는 결국 백오십만 원보다 김 사장의 준공식에 가는 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한 거지.”
“백오십만 원보다 김 사장의 준공식에 말입니까?”
“왜? 최 실장은 이해가 안 가는가?”
“솔직히 저로서는…….”
최진영 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백오십만 원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금액을 포기하고 친구의 준공식에 참석할 수 있단 말인가.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그런 결정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게야.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김일수 그 친구는 김 사장의 준공식에 참여하는 게 자신의 한 달 치 월급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거지. 사람이 느끼는 가치는 어차피 상대적인 개념이니 말이야.”
“그렇기야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최진영 실장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 모습을 본 신춘오 회장은 빙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사람마다 느끼는 가치는 다른 거니 본인이 아닌 이상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걸세. 그건 그렇고 또 다른 얘기는 없는 거지?”
“또 있습니다.”
“음? 또?”
“네, 이번엔 김 사장의 얘기입니다.”
“김 사장이 왜?”
“준공식이 끝나고 그다음 말 바로 삼백을 입금했다고 합니다.”
“삼백? 그 돈을 어디로? 혹시…….”
신춘오 회장은 재미있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최진영 실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네, 회장님 예상이 맞습니다. 바로 김일수 그 친구 통장으로 김 사장이 삼백을 입금했다고 합니다.”
“허허, 삼백을……?”
“네, 그 친구 월급의 두 배를 입금한 겁니다. 어쨌건 김일수 그 친구가 월급을 포기하고 준공식에 참석한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또 바로 그다음 날 그런 친구의 통장으로 월급의 두 배인 삼백만 원을 입금하는 김 사장이나 두 사람의 우정이 눈물겹습니다.”
“눈물겹다? 최 실장의 그 표현이 아주 재미있구먼.”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신춘오 회장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최진영 실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제 머리로는 두 사람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니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씁쓸하다는 겐가?”
“네, 그렇습니다. 어린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정이 저 정돈데 나이를 먹은 저는 이해조차 안 되니…….”
최진영 실장을 말을 하다 말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본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왜, 자네가 어때서?”
“저는 지금까지 이 나이 먹도록 그런 친구가 한 명도 없으니 말입니다.”
“이 사람아, 지금 나를 욕하는 겐가?”
“네? 아니, 제가 감히 어떻게…….”
“농담일세, 이 사람아. 나 또한 그런 친구는 없다는 얘길세.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얘길세.”
신춘오 회장은 최진영 실장을 슬쩍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열심히 살았잖아? 그러면 된 거네.”
“그래도 오늘은 왠지 김 사장과 김일수 두 사람의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먹고 사는 거에 신경을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이런 얘기 하면 최 실장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 실장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우리끼리니까 말이지만 솔직히 시골에서 올라와 한 가정을 이루고 애들도 잘 컸고 거기다 홀어머니까지 모시고 살고 있지 않은가?”
“그게 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저는…….”
최진영 실장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닐세, 내가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자네 덕분에 나 또한 여기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네.”
“아닙니다. 회장님, 그건 어디까지나…….”
“그만.”
신춘오 회장은 손을 들어 최진영 실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자네는 이 정도면 성공한 삶이네. 친구야 이제부터라도 또 사귀면 되고 말이야.”
“네? 이제부터요?”
“그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리 한강에 있는 포장마차에 가서 한잔 어떤가?”
“네? 저하고 말입니까?”
“그래, 나도 자네도 친구가 없으니 친구 없는 사람끼리 한잔 하자고. 혹시 아는가, 한잔 먹다 보면 우리가 친구가 되지 말란 법도 없고 말이야.”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 하지 말게. 알고 보면 나도 불쌍한 사람이야. 그러니 오늘은 계급장 다 떼고 한잔 하러 가세.”
그 말은 끝으로 신춘오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 또한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날이 쌀쌀해지니 소주 한잔이 간절히 생각나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평창동을 나와 한강 고수부지에 위치한 포장마차로 향했다. 그렇게 10월도 끝이 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