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50)
회귀해서 건물주-450화(450/740)
452
현성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바로 물었다.
“아저씨, 무슨 일입니까?”
-저, 그게 사실은…….
이광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2교대였지만 다음 달부터는 3교대로 바뀐다는 것이다. 문제는 근무 시간이 줄어드니 당연히 월급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그만큼 월급도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되면 이광수의 경우는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광수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근무조건의 변경에 따른 줄어든 월급이었다.
일단 갑자기 무슨 이유로 근무조건이 변경되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게 우선이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갑자기 근무조건이 왜 변동되는 겁니까?”
-사람이 죽었습니다.
“네? 사람이 죽어요? 어디서요? 우리 학교에서요?”
현성은 사람이 죽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말이 빨라졌다.
이광수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우리 학교는 아니고 옆 학교인 관상대에서 며칠 전에 경비 한 명이 죽었답니다.
“왜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고 일단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길에 쓰러졌는데 결국 죽었답니다.
“그래서 그게 과로사로 판정이 난 겁니까?”
-아직은 조사 중인데 어쨌건 학교 자체적으로는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그런 결정을 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도 그것 때문에 2교대에서 3교대로 바뀐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현성은 그제야 이광수가 처음에 통화를 하다 말고 왜 울먹였는지 알 수 있을 듯싶었다.
절박함.
이광수 입장에서는 그것만큼 절박한 게 없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근무 조건이 바뀌게 되면 그에 따라 당연히 월급이 줄어들게 뻔하니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을 것이고.
대충 상황을 파악한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로 전화를 했는지 대충은 알 수 있을 듯싶었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현성은 바로 물었다.
“아저씨, 조금 전에 저한테 확인할 게 있다고 하셨지요?”
-네, 사장님. 근데 그게…….
이광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래도 바로 말한다는 게 쉽지 않은 듯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예상했던 말을 먼저 물었다.
“혹시 취직 때문에 그러십니까?”
-……네, 맞습니다. 작년에 사장님이 가시면서 취직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셔서 이렇게 염치없이 연락을 드렸습니다.
“잘하셨어요. 죄송하지만 먼저 하나만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학교에서 받으시는 월급이 얼마나 되시는지요?”
-그게…….
이광수는 무슨 이유인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 또한 뭔가 이유가 있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굳이 그 이유를 알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현성은 바로 말했다.
“어려우시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그저 단지…….”
-40만 원입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광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놀라운 간 숫자였다. 이광수는 분명히 40이라고 했다. 정확한 근무연수는 모르지만 최소한 10년은 넘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40만 원이라니, 얼핏 생각해도 금액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었다.
현성은 혹시나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지금 40만 원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힘없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역시나 이광수 본인도 그 금액이 적다는 걸 느끼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그 이유로 조금 전에 물었을 때도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그게 또 자존심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럼 3교대로 바뀌게 되면 월급이 얼마나 된다는 얘깁니까?”
-학교 측에선 지금 25만 원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돈으로는 도저히…….
“…….”
이광수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 뒷말이 뭔지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듯싶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 또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경비 월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 정도까지 형편없을 줄은 몰랐다.
40만 원도 적은데 거기다 이제 3교대를 하면 25만 원을 준다고 하니 현성으로서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이광수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
“네, 아저씨 말씀하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그 돈으로는 집사람이랑 저랑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렇게…….
“네, 알겠습니다!”
현성은 이광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큰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이 상황에 더 이상 길게 말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는 건 그에게 있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현성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전생에선 어땠을까?’
분명히 전생에서 이광수는 현성이 졸업할 때까지도 근무를 했었다. 그 얘기는 결국 3교대를 하면서 25만 원을 받으면서도 근무를 계속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유?
그건 물어보나 마나 뻔할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계속 근무를 했을 것이다.
그러자니 오죽했을까.
전생에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땐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아니, 설사 알았다고 하더라도 현성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현성은 이광수를 바로 불렀다.
“아저씨!”
-네, 사장님.
“혹시 내일 시간 있으세요?”
-네, 내일은 제가 낮에 시간이 빕니다.
“내일 당장 이곳으로 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는 상관없는데 아무래도 아저씨는 결정하시기 전에 한 번은 오셔서 확인을 하셔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실은 그래서 오늘 전화를 드린 겁니다. 마음의 결정을 하기 전에 아무래도 사장님을 직접 뵙고 결정을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제 입장만 생각하고 사장님이 어떤 사정 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네? 아, 네…….”
현성은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하지만 곧 이광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그는 지금 본인의 입장보다도 현성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싶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혹시라도 자신으로 인해 현성이 곤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는 이 절박한 상황에서도 자신보다는 현성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얘기다.
현성은 조용히 다시 이광수를 불렀다.
“아저씨.”
-네, 사장님.
“내일 터미널에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터미널로 바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니,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터미널에서 여기까지 오시려면 멀어서 찾아오기 힘드실 겁니다. 괜찮으니까 내일 꼭 연락 주세요.”
-굳이 그렇게까지…….
끝까지 자신보다는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이광수였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꼭 연락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터미널에 도착하는 대로 전화드리겠습니다.
“네, 그래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사장님!
뚝.
전화를 끊은 이광수는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휴우…….”
그런 이광수가 안도의 한숨을 쉰 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다.
그러자 그때까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있던 그의 아내인 최미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 괜찮아요?”
“응? 그럼 괜찮지. 아무래도 내일은 김 군한테 한번 갔다 와야 할 거 같소.”
“괜히 어린 사람한테 부담 주는 거 아닐까요?”
“글쎄…… 나도 솔직히 조금은 걱정이 되긴 하는데 김 군이 워낙 자신 있게 얘기를 하니 한 번은 가서 보고 결정을 해야 할 거 같소. 우리 입장만 생각하고 무조건 부담을 줄 순 없으니까 말이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요.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소?”
이광수는 애써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
하지만 최미자라고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그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
“…….”
두 사람은 그저 침묵으로 서로의 마음을 대신했다. 비록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위로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잠시 후.
말이 없던 그녀가 다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걱정 안 할 테니까 당신도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무슨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힘내요, 우리!”
“그래요, 설마 우리 두 식구 못 살겠소?”
“…….”
최미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여기서 더 말을 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참았던 눈물이 쏟아질 듯했기 때문이다.
***
다음 날.
시계를 확인한 현성은 사무실을 나와 터미널로 향했다.
물론 어제 터미널에 도착하면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광수의 성격상 전화를 할 거 같지 않아 알아서 미리 터미널로 향하고 있는 현성이었다.
딸깍.
라디오를 켜자 이무송의 ‘사는 게 뭔지’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아픔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순 없지만~~ 인연이 끝난 후에~ 후회하지는 않겠지~~ 알 수 없는 거잖아~~~
한때는 참 많이 불렀던 노래다.
10분쯤 지나 터미널에 도착한 현성은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강릉에서 첫차를 탔다면 원주에 10시쯤 도착했을 것이고 원주에서 여기까지 2시간 정도 걸릴 테니 이제 곧 도착할 시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주에서 출발한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오고 있었다.
덜컹.
버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역시 맨 먼저 버스에서 내린 사람은 이광수였다. 그만큼 마음이 바쁘다는 이유일 것이다. 일을 보고 돌아가 저녁에 출근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하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버스에서 내린 이광수는 바로 도로로 향했다.
어제 통화한 대로라면 도로가 아니라 공중전화 부스를 찾는 게 맞는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는 전화를 할 생각이 없다는 듯 터미널을 빠져나와 지나가는 사람한테 길을 묻고 있었다.
결국, 그는 처음부터 전화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후!”
현성은 짧게 한숨을 쉰 후 바로 이광수가 서 있는 곳으로 트럭을 몰았다.
“아저씨!”
현성은 오른쪽 창문을 내리며 큰소리로 이광수를 불렀다.
그러자 놀란 건 역시나 이광수였다.
“아니, 사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일단 타세요.”
트럭에 올라탄 이광수는 바로 물었다.
“혹시 저 때문에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까?”
“그러는 아저씨는요?”
“제가 뭘…….”
“제가 분명히 터미널에 도착하시면 전화하라고 했죠? 그런데 왜 공중전화는 쳐다보지도 않고 길을 건너 지나가는 사람한테 길을 묻는 겁니까?”
“어? 다 보셨습니까?”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닙니다.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겁니다.”
“그건 사장님도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요?”
“네? 제가 뭘요?”
“사무실에서 기다리지 않고 여기까지 오신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요? 하하…….”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이광수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 모두 약속을 어긴 건 사실이고 그 목적은 공교롭게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같았던 것이다.
10분 후.
현성이 식당 주차장에 트럭을 세우자 이광수가 바로 물었다.
“여긴 어딥니까?”
“일단 내리세요.”
트럭에서 내린 이광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눈에 보이는 건물은 아무리 봐도 식당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식당의 규모였다. 얼핏 봐도 200평이 넘는 건 기본이고 그 건물 또한 1층이 아니라 5층이라는 것이었다.
“사장님, 여기가 어딥니까?”
“일단 따라오세요.”
현성이 향한 곳은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저는 지금 밥을 먹으러 온 게 아니고 사장님의 식당을 보러 온 겁니다.”
현성은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탄 다음 ‘6’ 자를 눌렀다.
그러자 이광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조금 전에 밖에서 볼 때 건물은 틀림없이 5층이었기 때문이다.
띠링.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현성이 말했다.
“아저씨, 내리세요.”
“네? 네…….”
두 사람이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였다.
옥상에 있던 직원 한 명이 다가와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준비는 잘 되고 있으시죠?”
“네, 사장님!”
그 순간 정신이 없는 건 이광수였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