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51)
회귀해서 건물주-451화(45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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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과 헤어지고 강릉 집으로 돌아온 이광수.
“여보!”
이광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큰 소리로 아내인 최미자를 불렀다.
그러자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최미자는 이광수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 거실로 뛰어나오며 다급하게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덥석.
이광수는 대답 대신 아내인 최미자를 끌어안았다. 그리곤 다시 최미자를 불렀다.
“여보!”
“아니,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당황스러운 건 최미자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사람이 왜 이러지?’
최미자는 순간적으로 불안한 생각이 밀려왔다.
남편이 이런 적은 없었다.
물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지만 좀처럼 겉으로 표현하는 법이 없어 어지간해서는 손도 잘 안 잡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오늘은 무슨 일로 갑자기 이러는지 그저 불안할 뿐이었다.
최미자는 불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난 괜찮으니까…….”
“그냥 이대로 잠깐만.”
이광수는 최미자의 말을 끊으며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러자 최미자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 이광수를 꼭 껴안았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냥 이대로 있어야 할 듯싶었다.
잠시 후.
토닥토닥.
최미자는 이광수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현성이를 찾아갔던 일이 잘 안 된 듯싶었다.
어차피 남편이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어느 정도는 각오했던 일이다. 절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찾아가긴 하지만 쉽지 않으리란 건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최미자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후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여보, 괜찮아요. 내가 좀 더 아껴서 쓰면…….”
“됐소!”
“네?”
최미자는 이광수의 품에서 벗어나자마자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가…… 됐다는 말이에요?”
“우리 이제 살았단 말이오.”
“네? 그게 무슨…….”
“나 오늘 취직했소.”
“취직이요?”
‘취직’이란 말에 최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남편의 행동에선 왠지 불안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취직이라니…….
최미자는 다급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당신 지금 취직이라고 그랬어요?”
“그렇소, 3일 후부터 출근하기로 했소.”
“네? 3일 후부터요? 그러지 말고 무슨 얘긴지 알아듣게 자세히 좀 설명해 봐요.”
“알았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으시오. 그러니까 그게…….”
이광수는 오늘 현성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광수의 설명이 길게 이어질수록 최미자의 표정도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불안해하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편안해지는가 싶더니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어느새 그녀의 표정은 밝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광수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입을 열었다.
“그게 진짜예요?”
“그렇소. 나도 처음엔 믿을 수 없었는데 김 군이 운영하는 식당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더이다. 거기서 일하는 직원이 몇 명인지 아시오?”
“글쎄요…….”
“자그마치 천 명이오, 천 명!”
“천……명이오?”
최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큰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조금 전 이광수의 설명으로 식당 규모가 크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직원이 천 명이나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최미자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이광수의 추가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자체적으로 농장을 운영한다고 하오.”
“농장이요?”
“그렇소, 식당에서 사용할 채소들을 직접 농장에서 재배를 한다고 하오.”
“식당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직접 재배한다고요? 그 많은 양을요?”
최미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 전 식당만 해도 일이십 평이 아니라 홀만 2백 평이라고 했다. 그것도 한 층이 아니고 1층부터 4층까지, 총 4개의 층이 식당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소비되는 채소의 양만 해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양을 직접 재배한다고 하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궁금한 마음에 최미자는 다시 물었다.
“그게 가능해요?”
“농장이 자그마치 5만 평이라고 하오. 비닐하우스만 100동이라고 했소. 그것도 한 동에 500평씩 말이오.”
“한 동에 500평씩 100동이요?”
“그렇소, 거기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만 500명이라고 했소.”
“…….”
최미자는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엔 그 많은 채소를 자체 재배한다고 하기에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 설명을 듣고 나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였다. 거기다 더 놀라운 건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만 500명이나 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이광수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일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유기농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일손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다고 했소.”
“그러면 인건비 부담이 많을 텐데요?”
“그렇지 않아 나도 그 부분을 얘기했더니 김 군이, 아니지, 이젠 우리 사장님이지. 우리 사장님이 글쎄 뭐라고 했는지 아시오?”
“글쎄요, 뭐라고…….”
“자신이 덜 가져가면 된다고 하더이다.”
“네? 그 말은…….”
“자신의 수익을 그만큼 포기하겠다는 얘기오.”
“…….”
최미자는 또다시 할 말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장사를 하는 목적?
그건 누구나 다 똑같다.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 아무리 어떤 말로 포장을 한다고 해도 결국 최종 목적은 돈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덜 가져가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최미자는 바로 물었다.
“그게 말이 돼요?”
“나 또한 당연히 이해가 안 갔소. 그래서 다시 물었지요. 그게 말이 되냐고 말이오.”
“그랬더니요?”
“처음부터 식당을 시작한 이유가 돈이 아니라고 했소.”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처음엔 나도 이게 무슨 소린가 했소. 그런데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더이다.”
“뭐라고 했는데요?”
“사장님은 처음부터…….”
이광수는 다시 낮에 현성으로부터 들었던 얘기를 최미자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자 어느 순간부터 최미자 또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설명이 끝나자 최미자는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목적이 돈이 아니라 마을을 살리기 위한 것이고, 그와 동시에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었다는 거지요?”
“바로 그거요. 그러면서 그곳에 찾아오는 손님들한테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를 이용해 건강한 밥상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소.”
“그게 가능한 건 사장님이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요?”
“물론이오. 처음부터 욕심을 부렸다면 농장도 운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소. 업체로부터 공급을 받는 게 더 싸게 먹히니 말이오.”
“음…… 무슨 소린지는 알겠는데 솔직히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가네요. 사람이 어떻게 내 욕심을 버릴 수 있는지 말이에요. 더군다나 그 어린 나이에…….”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장사를 하면서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보니 최미자 또한 이해가 안 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광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고향을 지키고 싶다고 했소.”
“고향을 지켜요?”
“그렇소,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부터는 급격히 고향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소. 그 이유는 농사로 답이 안 나오니 결국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농촌을 떠날 것이라고 했소.”
“그래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식당을 그렇게 크게 운영을 한다는 건가요? 농장도 마찬가지고?”
“맞소. 벌써 그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고 하오.”
“벌써요?”
“그렇소, 벌써 타지로 나갔던 젊은 친구들이 이번에 200명 이상은 이미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하더이다. 물론 그 친구들은 식당이나 카페 그리고 농장에 취직을 했다고 하오.”
“음…….”
최미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입을 연 건 1분쯤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여보.”
“말해보시오.”
“제 생각인데요, 어쩌면 사장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사람들하고는 생각 자체가 다른 거 같네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오?”
“당신도요?”
“그렇소, 사실은 나도 사장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더이다.”
“그죠?”
“물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말뿐인 거고, 어떻게 사람이…….”
이광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몇 번 젓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결국 우리 사장님은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과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기로 했소. 그렇지 않으면 이 상황이 정리가 안 되니 말이오.”
“맞아요, 이건 도저히…… 그리고 참!”
최미자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이광수를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3일 후에 출근한다고 했어요?”
“그렇소, 3일 후부터 출근하기로 했소. 그날부터 식당을 오픈한다고 하오.”
“잠깐만요…….”
최미자는 갑자기 고민에 빠진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건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잠자리 문제다.
3일 후에 출근을 하려면 최소한 모레까지는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 얘기는 여기서 출퇴근을 할 수 없으니 결국은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최미자는 이광수를 보며 바로 물었다.
“여보, 이사는요?”
“이사?”
“네, 당신이 출근하려면 당연히 그쪽으로…….”
최미자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 이유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광수가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여보, 지금 그 표정은 뭐예요?”
“걱정하지 마요. 이미 우리가 살 집은 있으니까.”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살 집이 이미 있다니?”
최미자는 황당할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광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이광수가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주거 문제는 사장님이 이미…….”
이광수의 설명이 다시 이어졌다.
잠시 후.
최미자는 이광수의 설명이 끝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 기숙사라고 했어요?”
“그렇소.”
“그런데 말이 기숙사지 아파트나 다름없다고요?”
“그렇다니까요, 나도 처음에 들어가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오. 화장실은 기본이고 주방에 거실까지 완벽합디다. 거기다 주방에는 이미 싱크대와 찬장은 기본이고 냉장고까지도 있습디다.”
“냉장고까지요?”
“그렇소, 그렇게 500가구가 직원들을 위해서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소. 한 동에 100가구씩 다섯 동이 있더이다.”
이광수 또한 처음 건물을 보고 놀랐던 부분이다. 세상에 어느 회사가 직원들한테 아파트식으로 된 주거 공간을 제공한단 말인가.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최미자가 다시 물었다.
“그걸 공짜로 우리가 쓴다고요?”
“그렇소, 거기서 근무하는 동안은 돈 한 푼 안 내고 사장님이 제공을 한다고 하오. 식당 건물을 지으며 직원들 숙소도 같이 지었다고 했소. 우리같이 타지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오.”
“…….”
최미자는 할 말이 없었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최미자가 말이 없자 이광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 근무지가 어딘지 아오?”
“아, 참. 내가 지금 정신이 없다 보니…… 그래, 어디서 근무해요?”
“바로 내가 사는 A동이요.”
“네? A동이요?”
“그렇소, 내 담당 구역이 바로 100가구가 사는 건물 한 동이요. 거기 1층 경비실이 바로 내 근무지요. 그리고 우리가 살 집은 바로 경비실 옆인 101 호고.”
이광수는 말을 하면서도 얼마나 즐거운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최미자가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아무리 추워도 출근하는데 아무 걱정이 없겠네요?”
“물론이오. 문 열면 바로 직장이잖소. 이만하면 꿈의 직장 아니오? 하하…….”
이광수는 기분 좋다는 듯 큰 소리로 웃다 말고 갑자기 최미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최미자가 바로 물었다.
“왜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놀라지 마시오, 진짜 마지막 카드는 아직 얘기 안 했으니까.”
“네? 뭐가 또 있어요?”
“바로 월급이요.”
“아…….”
최미자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너무 즐거운 마음에 잠시 잊고 있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최미자는 이광수를 바라봤다. 얼른 말을 해달라는 의미였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이광수가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백만 원이오!”
“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나도 믿을 수가 없는데 첫 월급으로 백만 원을 준다고 하오. 거기다 정년도 없답디다. 내가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70이든 80이든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오.”
“…….”
최미자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근무 조건이 변경되면서 월급이 4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세상이 끝난 줄 알았다.
말이 25만 원이지 그걸로 생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떡하든 산목숨이니 살기야 하겠지만 그러자니 오죽하겠는가 말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침에 집을 나서는 남편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하루 종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진짜 꿈만 같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최미자는 천천히 이광수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광수 또한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천천히 끌어안았다.
“여보, 사랑하오.”
“저도요!”
그렇게 두 사람은 더욱 세게 서로를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