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54)
회귀해서 건물주-454화(454/740)
오픈 당일.
삐비비빅 삐비비빅 삐비비빅~~
꾹!
현성은 머리맡에 있는 알람시계를 껐다. 평상시라면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자마자 끄는데 오늘은 어젯밤에 늦게까지 과음을 한 탓인지 세 번이 울린 후에야 알람을 끄고 말았다.
“읏차!”
알람을 끄자마자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새벽 5시.
제대를 한 후부터 항상 칼같이 지켰던 기상 시간이다. 어젯밤에 늦게까지 과음을 한 탓에 좀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그러기엔 오늘이 주는 특별한 의미에 그럴 수 없었다.
디데이!
오늘이 바로 4년을 준비한 끝에 드디어 오픈하는 날이니 말이다.
물론 손님이야 초대된 학생들과 마을 어르신들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어쨌건 영업을 시작하는 처음 날인만큼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휙휙!
밖으로 나온 현성은 가볍게 몸부터 풀었다. 아침 구보를 하기 위한 준비 운동이었다.
전생에서는 몸이 약해 나중까지도 고생을 했지만 회귀한 후에는 산삼 덕분인지 전생의 몸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했다.
구보.
전생에서 고생을 한 탓에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라는 생각에 현성이 선택한 운동 방법이었다.
그래서 새벽 5시면 일어나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후, 이제 달려 볼까.”
준비 운동을 마친 현성은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어둠을 뚫고 나가는 현성의 발걸음엔 오늘따라 유독 힘이 들어간 듯했다. 그건 아마도 오늘이 주는 특별한 의미 때문일 것이다.
10분쯤 달려서 마을회관 앞을 막 지날 때였다.
“김 사장!”
마을 이장인 이강석이었다.
“어? 이장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기다리고 있었네.”
“네? 저를 말입니까?”
“그래, 오늘 오픈하는 거 맞지?”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거 때문에 혹시 이렇게 일찍부터 저를 기다리고 계셨던 겁니까?”
이강석은 고개를 끄덕인 후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리곤 현성을 향해 바로 내밀었다.
“이거 받게.”
“어? 이건 봉투가 아닙니까?”
아직은 어두운 새벽이었지만 작년 연말에 공판장의 수익으로 조성된 마을 발전기금으로 가로등을 설치한 탓에 이강석이 내민 건 돈 봉투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돈 봉투 치고는 그 두께가 상당했다.
하지만 현성의 관심사는 그 두께가 아니었다.
이유.
현성으로선 이강석이 이 봉투를 왜 자신한테 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 축하금이라면 작년 준공식 때 이미 그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이장님. 이걸 왜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봉투라면 지난번에 준공식 때 이미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또 이렇게 주시면 제가 죄송해서…….”
“내 것이 아니네.”
이강석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저었다. 그리곤 다시 바로 말을 이었다.
“난 그저 심부름을 하는 것이네.”
“네? 심부름이요?”
“그래, 마을 사람들이 한두 푼씩 모은 것이네. 어젯밤에 김 반장이 가져왔더라고.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모은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현성은 그제야 조금 전에 봉투를 받았을 때 왜 두툼했는지 알 수 있었다.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돈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여럿이 모은 것이었던 것이다.
물론 금액이야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두께로 봐서는 그 금액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강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생각 같아서는 직접 주고 싶지만 금액이 적다 보니 부끄럽다면서 나보고 대신 전해주라고 하더구먼. 천 원짜리까지 다 합쳐서 20만 원이 채 안 되지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니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게.”
“20만 원이요? 그렇게나 많이요?”
사실이다.
그 시대에 그 금액이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 수 있는 건 봉투가 두꺼웠던 이유다. 봉투 안에는 만 원짜리 뿐만 아니라 천 원짜리나 오천 원짜리도 상당수 있을 거란 거였다.
그때만 해도 천 원짜리의 가치가 꽤 있었다는 의미다.
이강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나도 놀랐네. 그렇다고 내가 놀란 건 돈의 액수 때문이 아니네. 지금까지는 우리 마을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는 걸세. 누가 식당을 개업한다고 해서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그것도 자발적으로 모금을 한 적이 없었다는 얘기네. 난 거기서 놀란 걸세.”
이강석은 한 호흡을 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김 사장이 아직 어려서 아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자고로 액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군가를 축하해 주기 위해 돈을 낸다는 건 절대로 쉽지 않다는 것이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기 있는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네.”
이강석은 자신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현성이라고 살아본 세월이 있는데 그걸 왜 모르겠는가.
이강석의 말이 사실이다.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단 천 원을 내더라도 마음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그럴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다.
현성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이강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그런 일이 우리 마을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일어났다는 얘기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저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닐세, 고마운 건 반대로 우리들 일세.”
“네?”
현성은 고개를 들어 이강석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이강석이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가?”
“네, 저로서는…….”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네.”
“마음의 여유요?”
“그렇다네. 이제야 말이지만 4년 전 김 사장이 우리 마을의 땅을 상당 부분 사들일 때만 해도 마을 사람들은 불안했었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린 현성이 갑자기 땅을 사들이기 시작하니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시기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 상황에 일일이 설명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말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 당장은 오해를 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결과로 보여주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이었다.
이강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지만 작년 4월 달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네.”
“벚꽃이요?”
“물론 벚꽃은 핑계일세.”
“핑계요?”
“그렇지, 솔직히 우리 시골에 사는 사람들이 그까짓 벚꽃에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안 그런가?”
현성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얘기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멀쩡히 농사를 짓던 땅에 길을 내고 거기다 벚나무를 심는 현성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단 한 푼이 아쉬운 판에 그 꽃이 어찌 눈에 들어왔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생각이 바뀐 건 바로 공판장 때문일세.”
“공판장이요?”
“그렇다네, 김 사장이 더 잘 알겠지만 작년에 벚꽃이 피기 시작할 때 공판장 운영을 시작하지 않았는가. 물론 결과는 대박이었고 말이야. 그때부터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네.”
처음부터 공판장을 만든 이유다.
현성 자신의 수입보다 마을 전체의 수입이 먼저였다.
자고로 곡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사람이 살면서 경제적으로 쪼들리게 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이웃끼리도 사소한 것 하나에도 싸울 수밖에 없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눌 마음 자체가 생기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을 진리다.
그래서 식당을 오픈하기 전에 공판장부터 먼저 운영을 시작했던 것이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강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조금씩 나아지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네. 그렇다 보니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긴 거고 말이야.”
“그래서 이번에…….”
“그렇지, 아무리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왜 모르겠는가. 자신들의 삶이 나아진 게 김 사장 덕분이라는 걸 말일세. 그렇다 보니 이번에 그 마음이 밖으로 표출된 거네.”
확실히 변한 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건 사람들의 표정이었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표정이 변하는가 싶더니 작년 11월 말 준공식에 초대했을 때 사람들의 표정은 확실히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예전의 어둡고 경계를 하던 표정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역시 마을에 돈이 돌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돈의 중요성.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모습이었다.
이강석이 이번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는가?”
“가장 중요한 거요?”
“그래,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거네.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네. 솔직히 시골에서 농사만 지어서는 답이 없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거든. 그렇다 보니 당연히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말이야. 이제야 말이지만 농사를 지으면서도…….”
이강석의 말이 길어졌다.
말은 길었지만, 마지막 결론은 역시 하나였다. 농촌에서 희망은 없다는 것.
이강석이 하던 말을 멈추고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 이제는 아니네. 이제는 어느 누구 할 거 없이 다들 우리도 열심히만 하면 잘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찾았다는 것이네.”
“다행입니다.”
“물론 이 모든 건 김 사장 덕분이고 말이야.”
“저야 어디까지나 그저 여건만 만들었을 뿐입니다. 나머진 부녀회를 비롯해 마을 분들이…….”
“됐네.”
이강석이 이번엔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겸손도 지나치면 교만이 된다고 했네. 물론 김 사장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쨌건 우리 마을이 김 사장 덕분에 다시 살아난 건 사실일세. 그러니 이 봉투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 주게.”
“……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 또한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현성은 잠시 고민을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다른 말보다 흔쾌히 봉투를 받는 게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도 낫겠다는 판단하에 기분 좋게 받았다.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어찌 됐건 중요한 건 마을 사람들이 희망을 가졌다는 것이고 또한 그들 스스로가 마음이 움직여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마음이 됐다는 것이다.
단합.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 그게 얼마나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현성으로선 또 다른 가능성을 본 듯하여 무엇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이강석과 간단히 인사를 마친 현성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운동을 마치고 마을 입구 공판장에 도착한 현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30분 전에 이곳을 지나갈 때만 해도 어두웠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판장에 불도 환하게 켜져 있고 사람들 또한 꽤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람들은 부녀회원들이었다.
지금 시각은 6시 10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아무리 3월이라고 하지만 지역이 지역인 만큼 아직은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그리고 평상시에도 10시부터 공판장 운영을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사장님, 운동 다녀오세요?”
현성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부녀회장인 이순옥이었다.
“아니, 회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이제 6시 조금 넘었는데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오늘부터 저희들도 시작하려고요.”
“시작이요?”
“네, 오늘부터 사장님도 영업을 시작하시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오늘부터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현성은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시작하는 건 좋은데 지금 시각이 문제였다. 새벽 6시에 도대체 뭘 시작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현성은 바로 물었다.
“회장님, 이제 겨우 6시 조금 넘었습니다. 그런데 뭘 시작한다는 얘깁니까?”
“대청소요.”
“대청소요?”
“네, 오늘부터 6시에 나와서 청소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1시간 동안 청소를 끝내고 집에 가서 아침을 먹은 후 9시까지 다시 나올 거예요. 이제 한 달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테니 지금부터라도 준비를 하려고요.”
이순옥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그런데 표정이 밝은 건 이순옥뿐만이 아니었다. 청소를 하고 있는 다른 부녀회원들도 누구 하나 표정이 어두운 사람은 없었다.
1년 전의 모습과는 또 다른 변화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신기해요.”
이순옥의 말이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진짜 신기하네요. 1년 만에 사람들이 이렇게 변하는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저지만 다른 회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사실 오늘부터 6시에 나와서 청소를 하자고 한 것도 제가 아니라 회원들이었어요.”
“그래요?”
“네, 요즘 언니들이 저를 막 굴린다니까요.”
“네? 굴려요?”
굴린다는 말에 현성은 이순옥을 쳐다봤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녀의 표정이었다. 굴린다는 말을 하면서도 전혀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웃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바로 입을 열었다.
“호호,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예전엔 무슨 일은 하든 시켜야 억지로 할까 말까 했는데 요즘은 그 반대예요.”
“반대요?”
“네, 언니들이 먼저 알아서 일을 만들어한다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언니들 따라 하기도 바빠요. 그뿐만이 아니라…….”
이순옥의 말이 길어졌다.
그녀의 말을 듣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고 말았다. 이순옥의 표정과 말에서 부녀회원들이 얼마나 변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말을 하던 이순옥이 말을 마치며 현성을 불렀다.
“사장님.”
“네.”
“이게 희망이라는 건가 봐요. 저도 그렇고 모든 회원들이 1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라졌어요.”
“제가 봐도 그렇게 보이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고마워요, 이게 다…….”
“잠깐만요!”
현성은 손을 들어 이순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누구 한 사람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해낸 겁니다. 아셨죠? 회장님도 저도 그리고 우리 회원님들 모두가 다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더욱더 열심히 하자고요.”
“호호…… 네, 알았어요.”
이순옥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누군가 틀었는지 스피커에서 노래가 힘차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때 아닌 새마을 운동 노래는 새벽 공기를 뚫고 마을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