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55)
회귀해서 건물주-455화(45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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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부녀회장인 이순옥과 헤어지고 주차장을 지나 식당으로 향하던 현성은 멈칫하며 제자리에 섰다.
현성이 멈칫했던 이유는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앉은 탓에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식당 앞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목을 길게 빼면서까지 누군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식당과의 거리가 있다 보니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결국,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식당 쪽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다시 발걸음을 서둘렀다.
‘누구지?’
현성은 걸어가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청소하는 직원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은 복장이 아니다. 청소하는 직원들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형광색으로 만들어진 조끼를 입고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시간이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청소하는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7시이기 때문이다.
결국, 청소하는 사람은 여기 직원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어?”
현성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 커졌다.
그 이유는 식당 입구와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청소하던 사람의 모습이 왠지 눈에 익숙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거리가 가까워지자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청소하던 사람을 부르고 말았다.
“아버지!”
청소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타다닥!
현성은 아버지라는 사실을 아는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설마 했었다. 이 시각에 아버지가 이곳에 계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여기까지는 걸어서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더군다나 아직 어둠도 완전히 걷히기 전인 새벽 시간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까지 매일 같이 이 시각에 운동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를 이곳에서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현성은 아버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바로 물었다.
“아버지,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운동 마치고 오는 거냐?”
“네, 그런데 아버지는 이 시간에 여기서 왜 청소를 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바닥에 빗자루 자국을 보니 최소한 1시간 정도는 식당 주변을 청소한 듯했다. 그 말은 자신이 운동을 나가고 30분 후부터 지금까지 청소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 시각이 6시 30분, 그렇다면 아버지는 집에서 최소한 4시 30분에는 나왔다는 얘기가 된다.
아무리 3월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이면 깜깜한 밤일 텐데 말이다.
“그냥 잠도 안 오고 그래서 …….”
아버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말을 이었다.
‘그냥?’
이건 아니다. 현성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굳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와 청소를 하는데, 그냥 단순히 잠이 안 와서 청소를 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더군다나 지금까지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오늘이 처음이라는 얘기다.
‘오늘이 처음?’
결국, 핵심은 ‘오늘’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현성 자신도 알고, 아버지도 알고 있는 오늘, 바로 오늘은 이곳 식당이 오픈을 하는 날이다.
그렇다면 결국 아버지는 오픈을 하는 날이기에 일부러 아침 새벽부터 이곳에 나와 청소를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유?
그 이유까지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당신은 자식이 오픈하는 날 당신의 손으로 직접 식당 앞을 깨끗이 청소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식이 식당을 오픈한다는데 뭐라도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고민은 시작됐을 것이고, 결국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이 이곳을 청소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자식의 새 출발을 그만의 방식대로 응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현성이 선택한 말이었다.
잠깐 고민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다른 말은 필요 없을 거라는 게 현성이 내린 결정이었다.
철없는 나이였다면 같지도 않은 자존심에 ‘사장의 아버지가 돼서 왜 그런 일을 했느냐’는 등 쓸데없는 말로 치기를 부릴 법도 하겠지만 그러기엔 현성이 산 세월이 절대 적지만은 아닌 탓이었다.
한편 아버지는 그렇게 말해주는 아들이 고마울 뿐이었다.
솔직히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픈을 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가장 먼저 생각을 했던 건 봉투였다. 어찌 보면 가장 쉽고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봉투 하나로 마음을 전하기엔 왠지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고민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드디어 어젯밤에 결정을 했다. 그건 바로 직접 식당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었다.
남들은 자식이 사장인데 그게 무슨 궁상이냐고 손가락질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신경이 쓰였던 건 아들의 반응이었다.
혹시라도 아직은 어린 나이라 마음이 불편하거나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면박이라도 주지나 않을까 고민했었다.
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안 하니만 못한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들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모든 게 기우였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조금 전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고 말았다.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로 말이다.
이러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고맙구나. 그렇게 말을 해주니…….”
아버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
오전 11시.
“사장님, 준비 다 됐습니다.”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인 사람은 한민구 지배인이었다.
그는 1년 전까지도 강릉 명성호텔에서 총지배인을 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몇 년째 어려움을 겪던 명성호텔에서 그를 올해 초 해고하고 말았다. 이유는 나이가 많다는 것.
하지만 이제 그의 나이 오십.
나이는 핑계일 테고 근속연수가 많다 보니 우선적으로 정리해고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민구를 추천한 사람은 강상대 총장인 이학성이었다.
두 달 전 전화가 왔었다. 괜찮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겠느냐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식당을 전체적으로 관리할 경험이 있는 지배인이 필요했었다.
현성 또한 식당 운영에 관한 경험이 없으니 자신을 대신해서 영업에 관해 일체의 업무를 맡아줄 대리권자가 필요하던 중이었다.
그렇다 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그렇다 보니 한민구가 가진 25년의 호텔 경험은 현성으로선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인재였던 것이다.
시간을 확인한 현성은 한민구를 보며 말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잠깐 앉으시겠습니까?”
“네, 사장님.”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한민구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초대된 손님이 2천 명은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준비과정에서 빈틈없이 준비가 가능했던 건 한민구의 역할이 가장 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초대된 손님들의 점심 식사는 11시 30분부터다. 그런데 30분 전인 지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렇게 준비가 끝났다고 보고를 하러 온 것이다.
“근무하시는데 불편한 사항은 없으십니까?”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강릉에서 근무할 때보다 훨씬 좋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호텔만 하시겠습니까?”
“아닙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거기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이곳은 훌륭합니다. 무엇보다도 사장님의 경영마인드가 거기와는 완전히 다른 가족적인 분위기라…….”
한민구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그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였다.
가장 먼저는 가족적인 분위기라 직원들 간에 정이 느껴져서 좋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장단점이 있으니 어느 정도의 체계는 필요하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그건 현성 또한 이미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던 문제라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자신이 영업에 관해서는 전권을 받다 보니 일을 하는 데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책임감은 몇 배로 더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급한 건 월급이었다.
강릉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다 보니 자신으로선 부담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한민구는 끝을 맺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한 가지만 확실히 하겠습니다.”
“한 가지요?”
“네, 저는 한민구 지배인님을 스카우트한 겁니다.”
“네? 스카우트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시면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
한민구는 할 말이 없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은 호텔 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한 게 맞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데려다 쓰면서 스카우트를 했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현성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건 바로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고 자부심을 갖고 일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솔직히 1월 달에 호텔 측으로부터 해고 통지서를 받았을 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막막했었다. 평생을 호텔에서 일을 했는데 나가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말이다.
처음엔 배신감에 잠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든 다시 살아야 했다.
구인 광고를 뒤지고 일자리를 찾아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그렇게 20일 동안 일자리를 찾아다니던 중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바로 강상대 총장인 이학성이었다.
그리고 만난 게 어린 사장인 김현성이었다.
처음엔 이건 또 뭔가 싶었다. 이제 고작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사장이라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면접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면접을 보기도 전에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깨닫고 말았다.
그건 바로 식당의 규모 때문이었다.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을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어느 호텔에도 식당이 이렇게 큰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라운 건 또 있었다.
그건 바로 면접을 보면서 현성이 처음으로 한 말이다.
-선생님의 경력을 최고로 모시겠습니다.
이미 호텔에서 해고된 사람일 뿐이다. 거기다 나이도 이미 오십이다. 그런 사람 앞에서 경력을 최고로 모시겠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처음엔 어린 친구가 말장난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월급에서 그게 아니란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300만 원.
그가 제시한 첫 월급이었다.
호텔에서 25년을 근무하고 받은 마지막 월급이 200만 원이었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확인을 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해고되는 순간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새로운 세상이 다시 열린 것이다.
인생, 제2막이 열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스카우트라는 말로 자신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한민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스카우트라고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지배인님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지배인님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주시기 바랍니다.”
“…….”
한민구는 다시 입을 닫고 말았다.
스카우트!
해고를 당한 사람한테 스카우트를 쓰는 이유.
살아본 세월이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를 리 없는 한민구였다.
한민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장님, 이제 남은 인생을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불태우겠습니다!”
굳이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연민이라도 좋고 동정이라도 좋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말이다.
한민구는 자신의 말을 끝내자마자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 또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여 그의 인사를 받았다.
한 분야에서 25년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한민구보다 더 깊이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사장님, 마지막으로 점검 부탁드립니다.”
“됐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영업에 관한 모든 건 지배인님께 일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슨 점검을 하겠습니까? 저는 지배인님만 믿습니다.”
“아니, 그래도…….”
한민구는 무슨 말을 하려다 참았다. 어차피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해고를 당한 자신한테 일부러 스카우트를 했다고 하는 사람이다. 그 정도로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장사 준비를 점검하란다고 해서 그걸 또 나서서 점검을 하겠는가 말이다. 어차피 자신의 입으로 영업에 관한 모든 걸 일임한다고 한 사람이 말이다.
하지만 한민구는 알고 있었다. 그럴수록에 자신의 책임은 막중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 나가시죠, 이제 곧 사람들이 올 시간입니다. 저도 손님들께 인사는 드려야 하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한민구는 현성을 향해 인사를 한 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식당 안에서는 그의 25년 경험치가 유감없이 발휘될 것이다.
식당 입구에 선 현성의 곁에는 어느새 유민철 부장이 다가와 있었다.
그런 그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드디어 시작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긴장이 안 되시는가 봅니다. 저는 무지 떨리는데 말입니다.”
“…….”
현성은 대답 대신 빙긋 웃고 말았다.
어찌 긴장이 안 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긴장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억지로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긴장하는 순간 모든 직원이 긴장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주차장으로 조한성과 이상식이 운전하는 버스 두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드디어 초대 손님들이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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