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58)
회귀해서 건물주-458화(458/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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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60, 경기/인천-30, 기타-10]현성이 내민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이었다.
김일수는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핏 생각해도 종이에 적힌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일수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이게 뭐야?”
“뭔 거 같아?”
“글쎄다, 지역이야 그렇다 치고 이 숫자가 무엇을 얘기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숫자들은 무슨 의미야?”
“오늘 이곳 식당을 이용한 사람들의 비율이야.”
“비율?”
“그래, 퍼센티지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이곳 식당을 이용한 사람 중에 서울지역 사람이 60%라는 얘기야.”
“아, 그러니까 나머지는 경기와 인천지역 사람이 30%고 나머지 10%는 기타 지역이라는 얘기지?”
현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일수가 바로 다시 물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알았어?”
“차 넘버.”
“차 넘버?”
“그래, 주차 관리하는 분들한테 아침에 얘기를 해놨었거든. 혹시나 해서 말이야.”
큰 기대는 없었다. 어차피 벚꽃이 피려면 아직 한 달 이상은 더 있어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조가 있긴 했었다.
한 달 전부터였다. 어느 날부턴가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오기 시작했었다.
물론 그 사람들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멀리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차 넘버를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오기 시작하던 사람들이 지난주 일요일에는 갑자기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왔었다. 그날따라 평상시 기온을 웃도는 날씨 탓에 사람들이 밖으로 많이 나온 듯했다.
물론 아쉽지만 식사도 못 하고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지난주부터 기온은 계속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의외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일이백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450명이 이곳을 찾아준 것이다.
약간의 기대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확 늘어날 줄은 몰랐었다.
김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주차 직원한테 미리 얘기를 했다는 건 너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다는 얘기네?”
“응, 한 달 전부터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더니 지난주에는 백 명이 넘었었거든.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지난 일주일 동안 기온이 많이 올라갔잖아. 그래서 혹시나 했지.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진 몰랐어.”
사실이다. 최종적으로 450명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주일 만에 지난주보다 4배 이상이 몰렸으니 놀라는 건 당연했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결국 총 몇 명이 온 거야?”
“450명.”
“450명? 그렇게 많았어?”
“그래, 사실 나도 놀랐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진짜 몰랐어.”
“이상하네.”
김일수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물론 지난주부터 기온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벚꽃이 피려면 아직 한 달 이상이나 남았잖아.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왔느냐 하는 거야. 그것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이 말이야.”
“그 이유를 모르겠어?”
“글쎄다,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김일수는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나도 처음엔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어. 하지만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밥이야.”
“밥?”
“그래, 밥. 한 끼 식사 말이야.”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그 사람들이 밥 한 끼를 먹기 위해서 일부러 그 멀리서 여기까지 왔다는 거야?”
“맞아.”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당연히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만약 사람의 숫자가 적었다면 그냥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간판을 보고 들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찾아온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이 이 사람들은 식사 한 끼를 먹기 위해 이곳으로 일부러 왔을 거라는 거였다.
김일수가 이번엔 조금 전과는 다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네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어왔다고 보기엔 사람 숫자가 너무 많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들렸다고 하기엔 450명이란 숫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작년에 최소한 한 번씩은 이곳에 꽃구경을 왔던 사람들일 거야.”
“그래서 지금쯤이면 식당이 오픈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란 얘기지?”
“그렇지. 그래서 왔던 건데 하필 오늘이 오픈하는 날이었던 거고.”
“하지만 어쨌거나 오늘 공짜로 밥을 먹었으니 기분은 더 좋았을 테고 말이야.”
“아무래도 그랬겠지.”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그건 사실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고 간에 공짜로 밥을 먹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공짜로 밥을 먹었다는 게 아니라 오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숫자다.
꽃도 피기 전에 하루에 450명이나 찾아왔다는 건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올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중요한 게 뭔지 알아?”
“아무래도 450이라는 숫자겠지. 꽃도 피기 전에 그 정도 왔으면 나중에 꽃이 피고 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예상이 되니까 말이야.”
“맞아, 바로 그거야.”
“그건 그렇고 아까 다른 식당을 위해서 음식 값을 높게 책정했다는 건 무슨 얘기야?”
김일수는 아까부터 궁금했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남을 밟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 그게 시장경제의 기본이고 현실이라는 걸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배웠던 교훈이다.
그런데 아까 현성의 입에서는 이상한 말이 나왔었다.
자신은 굳이 어렵게 사는 그 사람들까지 밟으면서까지 살기는 싫다고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현성의 대답이 이어졌다.
“아까 내가 말했었잖아. 난 그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들까지 밟으면서까지 살기 싫다고 말이야.”
“진심이야?”
“당연하지. 아까도 얘기했지만 만약 우리가 그 사람들과 비슷한 메뉴에 비슷한 가격을 받는다면 그 사람들은 1년도 못 버티고 다 망하고 말 거야.”
“그럴 수고 있겠지. 게임이 안 될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게 시장경제 아니야? 그리고 어차피 누구나 다 그렇게 살잖아?”
“그러니까 난 그게 싫다고.”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물었다.
“좋다, 백번 양보해서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네가 생각하는 방식은 뭐야?”
“각생.”
“각생?”
“그래, 공생까지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각생하자는 거야.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영역을 지키면서 말이야.”
“그게 지금 너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고?”
“물론이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일수는 순간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웠던 상식하고는 다른 것이니 말이다.
그런 김일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방법은 간단해.”
“간단하다고?”
김일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 자체가 안 되는데 그 방법이 간단하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던 것이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그래, 그냥 내버려 두는 거야.”
“내버려 둔다고?”
“그래, 그들이 파는 메뉴를 우리는 안 파는 거야. 접근 자체를 안 하는 거지. 비유가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자연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듯이 말이야.”
“음…… 그래서 메뉴에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게 없는 거야?”
“그 사람들도 먹고살아야지.”
전생에서 이해가 안 갔던 것 중에 하나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었다. 없는 사람들 그냥 벌어먹게 남겨둘 것이지 그것마저 뺐겠다고 골목으로 치고 들어오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었었다.
어쩌면 지금이 그와 비슷한 경우다. 자신이 작은 식당에서 파는 메뉴까지도 팔게 되면 그 식당들은 1년을 못 버티고 다 폐업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마 그런 짓은 현성으로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김일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했던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내가 사는 길은 약자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짧은 세월이지만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잠시 생각하던 김일수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보통 사람들은 그런 생각 안 하잖아?”
“같이 살아야지.”
“같이?”
“그래, 다 같이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몰라도 최소한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살자.”
“…….”
김일수는 할 말이 없었다.
혼란스럽던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약육강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현성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하면 밟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게 아니라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 또한 강자의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톡톡.
현성이 손가락으로 책상 위에 있는 종이를 두드렸다. 그 종이는 조금 전에 오늘 이곳 식당에 온 사람들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손님들은 앞으로 이 사람들이 될 거야.”
“이 사람들?”
“그래, 이곳에 사는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여기 종이에 적힌 이 사람들 말이야.”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다.
어차피 이 정도 규모의 식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사람들이 아니면 답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혹시 처음부터 예상했던 거야?”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렇지 않으면 이 시골에서 이렇게 큰 식당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하여간 너도 대단하다. 이 시골에서 처음부터 수도권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게 말이야. 그건 그렇고 두 번째 이유는?”
“두 번째 이유?”
“그래, 아까 네가 가격을 높게 책정한 이유가 두 가지라고 했잖아? 하나는 마을 식당을 살리기 위한 거라고 했으니 이제 하나가 더 남았잖아.”
피식.
현성은 대답 대신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바로 물었다.
“뭐야? 그 웃음의 의미는?”
“잘 생각해 봐라.”
“뭐라고? 지금 그 말은 나보고 맞춰보라는 거야?”
“응, 네가 그래도 명색이 이 식당의 부사장 아니냐? 그러면 이젠 그 정도는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음…….”
김일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김일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먼저 하나만 확인하자.”
“뭔데?”
“작년에 벚꽃이 피었을 때 여기를 찾은 사람들이 평균 몇 명이었어?”
“평균 5만 정도.”
“5만이라…….”
김일수는 다시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2분이 채 지나기 전이었다.
“결국은 장삿속이네.”
“장삿속?”
“그래, 천 원짜리 열 개 파는 거 하고 만 원짜리 열 개 파는 거 하고 어떤 게 더 많이 남겠냐? 당연히 만 원짜리일 거 아니야. 안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어차피 하루에 평균 5만 명이면 그중에 최소 50%인 2만 5천 명은 이곳으로 들어올 테고 그 사람들한테 만 원짜리 정식만 하나씩 팔아도…… 허!”
김일수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숨을 멈췄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야, 이거 진짜 장난 아니다.”
“뭐가?”
“하루 매출 말이야. 지금 대충 계산했는데 최소 2억 5천이야. 2만 5천 명에 만 원짜리 정식을 하나씩만 팔아도 말이야.”
김일수는 흥분한 듯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건 최소잖아. 그지?”
“그렇지.”
“2층은 고기, 3층은 양식, 4층은 일식이잖아?”
“물론이지. 중식만 뺐으니까.”
욕심 같아서는 중식까지도 포함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카페를 운영할 자리가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중식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카페 매출 또한 세월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어떻게?”
“조금 전에는 평균 만 원 기준이었지만 2, 3, 4층까지 포함하면 한 사람당 최소 2만 5천 원씩은 먹을 거 아냐? 그러면 6억이 넘어, 하루에 6억? 이게 말이 되는 금액이야?”
씨익.
현성은 대답 대신 웃고 말았다.
농담이 아니라 김일수의 말이 사실이다. 하루에 2만 5천 명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매출이다.
최소란 얘기는 최대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최소가 6억이라면 최대는 얼마란 얘긴가.
현성이 미소 짓는 이유였다.
그때 김일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참! 하나가 빠졌다.”
“하나? 그건 또 뭐야?”
“카페.”
“카페?”
“그래, 카페 매출도 장난이 아닐 거 같은데? 그렇게 되면…….”
김일수는 다시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또 입을 열었다.
“6억5천이야.”
“그게 최소라는 거고.”
“최소? 그 말은……?”
“최소가 있다는 얘기는 최대도 있을 거란 얘기야.”
“최대? 와! 그럼 얼마란 얘기야……?”
김일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얼핏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숫자가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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