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59)
회귀해서 건물주-459화(459/740)
어느덧 영업을 시작한 지 한 달.
올봄은 유난히도 따뜻했다.
그래서였을까.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3월 중순을 지나면서부터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어제는 점심 손님만 하더라도 천 명이 넘을 정도였다. 아직 벚꽃이 피려면 열흘 정도 더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준 것이다.
그리고 처음 예상대로 서울지역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모든 게 예상대로만 흘러간 건 아니었다.
처음 오픈할 때만 하더라도 주로 5, 60대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 이유는 그 연령대면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고 여유를 즐길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예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당을 찾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진다는 것이다. 며칠 전부터는 3, 40대가 전체 손님 중에 거의 30%를 차지했다.
게다가 더 특이한 건 20대 손님들도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소문이 난 듯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손님의 연령대가 골고루 분포된다는 건 음식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현상이었다.
그 이유는 연령대 별로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음식이 치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시계를 바라보니 10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총지배인인 한민구였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서 오세요, 지배인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한민구가 자리를 잡고 앉자 현성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바로 그의 앞으로 커피를 내밀었다. 그 모습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자연스러웠다. 그건 커피를 받아 드는 한민구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은 이 시간이면 하루 일과 등 식당의 전반적인 일을 논의하기 위해 두 사람이 매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한민구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어? 사장님. 커피가 바뀌었습니다.”
“하하, 바로 아시네요. 사실은 어제 지인으로부터 원두를 선물 받았습니다. 저는 먹어보니 향도 그렇고 맛도 괜찮은 거 같은데 지배인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거 수입한 건가요?”
“네, 서울 경동시장에서 약재상을 크게 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께서 수입해서 드시는 건데 이번에 보내주신 겁니다.”
지난주에 군대 동기인 김동수가 식당에 다녀갔다. 물론 그의 아버지인 김진용과 함께 왔었다.
그때 커피를 대접했는데 커피 맛을 본 김진용이 당신이 마시고 있는 커피를 보내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커피가 어제저녁에 도착한 것이다.
한민구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 후 바로 입을 열었다.
“사장님, 이거 혹시 쿠바산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쿠바에서 직수입했다고 했습니다. 어? 그런데 그걸 또 한 모금만 마시고도 바로 아십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 지배인님 미각도 상당하십니다.”
“호텔에 오래 있다 보니 입만 살아서 그렇습니다. 하하.”
“하하, 지배인님도 참…….”
현성은 가볍게 웃었다.
한민구와 같이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처음 시작은 강상대 총장인 이학성의 소개로 인연이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호텔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이 이곳 식당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기에 현성으로선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역시 무엇을 하든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식당도 식당이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그의 능력은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다 보니 거의 매일 이런 식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일정을 논의하는 것이다.
한민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쿠바 커피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징이요?”
“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엷은 신맛 속에 부드럽고 감미로운 단맛이 납니다. 게다가 뒷맛이 깔끔하고 향이 좋죠. 그래서 쿠바 커피를 먹는 사람들은 쿠바산만 고집을 합니다. 하지만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비싼 게 단점이죠.”
“역시 지배인님은 저의 구세주입니다.”
“네? 그게 무슨……?”
한민구는 현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조금 전에 현성이 말한 ‘구세주’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오늘 주제는 바로 이 커피입니다.”
“커피요?”
“네, 한 달 카페 매출을 정산해 보니 성적이 예상보다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커피 종류를 하나 더 늘려볼까 합니다.”
“혹시 이 쿠바산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제가 먹어 보니까 괜찮은 거 같기는 한데 제가 커피 쪽은 잘 몰라서요. 아무래도 지배인님의 능력이 또 한 번 필요할 거 같습니다.”
한민구는 대답 대신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 사장님의 가장 큰 장점이 뭔지 아세요?”
“네? 장점이요? 그런데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은 갑자기가 아니라 제가 처음 사장님을 만났을 때부터 느꼈던 겁니다. 사장님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참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십니다.”
“네? 제가요?”
“네, 사실 이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더군다나 이건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그 재주를 우리 사장님은 가지고 계십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현성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자 한민구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저를 처음 채용할 때도 사장님은 저를 스카우트한다고 하셨습니다. 그죠?”
“그거야 사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네? 뭐를요?”
“그때 저는 이미 호텔 측으로부터 용도 폐기됐다는 거 말입니다. 나이가 많아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말입니다.”
한민구는 잠시 말을 끊었다 다시 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은 그런 저를 스카우트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나이를 먹어 용도 폐기된 저를 말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건 저의 진심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사장님이 더 고마운 겁니다. 그때 사장님도 이미 알고 계셨을 겁니다. 제가 호텔에서 해고됐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거야…….”
현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건 처음부터 총장인 이학성으로부터 소개를 받을 때 얘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사실 그때 제 처지는 받던 월급의 반만 준다고 해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그건 사장님도 알고 계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제가 총장님께 월급은 반만 받아도 좋으니 일만 하면 된다고 말씀드렸으니까요. 그런데도 사장님은 제가 받던 월급보다 100만 원이나 더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스카우트하는 입장인데 월급을 올려드리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그래서 사장님이 대단하시다는 겁니다. 세상에 어느 고용주가 해고된 사람을 쓰면서 월급을 더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사장님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한민구는 목이 마르는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게 바로 그겁니다. 장점 말입니다.”
“장점이요?”
“네, 저를 처음 채용할 때 보여주셨던 사람에 대한 투자 말입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것도 그거지만 조금 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전에요?”
“네, 조금 전에 쿠바산 커피에 관해서 말씀하실 때도 저의 도움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사실이니까요.”
현성의 생각은 단순했다. 커피에 관해서 잘 모르니 당연히 한민구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고.
한민구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장님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다른 사장님들이요?”
“네, 열이면 열,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하는 게 바로 그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사장님은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저는 그저 모르니까 당연히 모른다고 한 것이고 그래서 도움을 요청한 것뿐입니다. 어차피 모르는 거 아는 척해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되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장님들은 그렇게 하면 자존심이 깎인다고 생각하는지 그러지 않거든요.”
물론 그런 경우는 현성도 많이 봤었다. 사장이란 자리가 무슨 큰 감투라도 되는지 거들먹거리거나 모르면서도 아는 척하는 경우를 말이다.
하지만 그 결론의 끝은 안 좋은 걸 많이 봤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저는 그거야 말로 못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손해 보는 건 자신일 텐데 말입니다. 모르면 그냥 도움을 받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굳이…….”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들은 참으로 힘든가 봅니다. 저는 아직 이 나이 먹도록 사장님 외에는 그런 사장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네? 뭐요?”
“이런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직원들은 다 알고 있다는 거 말입니다. 단지 말을 안 하고 있을 뿐인 거죠.”
“뒤에서 욕한다는 거죠?”
“나라님도 안 보는 데서는 욕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
“하하, 그럼 저는 일단 뒤에서 욕먹을 일은 없다는 얘기로 듣겠습니다.”
현성은 가볍게 웃고 말았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다. 사장이 아무리 잘났다고 한들 그게 내용물이 없는 빈껍데기라면 직원들이 보기에 얼마나 한심하고 꼴불견이겠는가 말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모르면 모르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능력 있는 직원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나을 거라는 현성의 생각이었다.
어쩌면 현성 또한 어렸다면 그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보니 어떻게 사는 게 미덕인지 그 기준이 나름대로 섰다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그 기준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배인님 입장에서는 쿠바산 커피를 하나 더 늘리는 거에 찬성하시는 거죠?”
“물론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네, 바로 수급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설명을 안 드려도 사장님이 더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이다. 한민구가 걱정하는 건 바로 손님과의 약속 때문일 것이다.
메뉴를 늘리는 거야 자유이겠지만 나중에라도 혹시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손님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맛에 길들여졌던 손님들은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말은 안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메뉴를 만드는 순간 손님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민구가 걱정하는 건 손님과의 신뢰.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저도 지배인님 생각과 마찬가지입니다. 손님과의 약속인데 그걸 깰 수는 없는 거니까요. 수급 문제는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급 문제만 확실하다면 저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저부터라도 매일 사 먹을 테니까요.”
“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문제는 그렇게 추진하는 걸로 하고 이번엔 둘레길 문제입니다.”
둘레길을 만든 건 나중을 위해서였다.
요즘이야 전국 어디를 가도 둘레길이 없는 곳이 없지만 그때만 해도 둘레길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만들어진 곳이 거의 없었다. 그땐 주로 산책로 정도로만 불릴 정도였다.
그래서 그만큼 이용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변수의 원인은 바로 진달래였다.
3일 전부터 식당 뒤에 있는 야산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부터 길은 널찍하게 만들었기에 문제 될 건 없다. 사실은 그 길도 처음엔 폭을 1미터 정도로 잡았다가 아무래도 좁을 듯해서 중간에 3미터로 넓힌 것이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의자였다.
중간중간에 만든다고 만들었지만 그것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건 바로 커피였다.
점심을 먹은 사람들이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카페가 좁다는 이유도 있다.
1층부터 4층까지의 식당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카페로 모이니 아무리 넓게 공간을 만들었지만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 사람들이 찾은 곳이 바로 둘레길이었다.
걸으라고 만든 둘레길이 노천카페가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의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고.
문제는 지금보다 앞으로다.
앞으로 열흘쯤 후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몇십 배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상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은 지금 그 문제를 의논하자는 얘기다.
한민구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저도 심각하게 생각합니다. 손님들도 자꾸 그 부분을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인데 중요한 건 오늘 중으로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그렇죠.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앞으로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난리도 아닐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지배인님 생각은 어떠세요?”
“음…….”
한민구는 미간을 좁히며 바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입을 먼저 연 건 현성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의자를 더 늘리시겠다는 거죠?”
“네, 그런데 문제는 방법입니다.”
“방법이요?”
“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둘레길을 완전히 차단하고 공사를 할 것이냐 아니면 영업이 끝난 밤에 작업을 할 것이냐입니다.”
벅벅.
한민구는 갑자기 뒤통수를 긁으며 고민에 빠졌다. 마음이 급할 때면 나오는 그만의 버릇이었다. 그만큼 그 또한 지금 이 상황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두 사람은 다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번에도 입을 먼저 연 건 현성이었다.
“아무래도 욕심을 조금 내려놓아야 할 거 같습니다.”
“그 말씀은……?”
“열흘 정도 둘레길을 폐쇄하고 공사를 하는 게…….”
“잠깐만요.”
한민구가 급히 손을 들어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고민에 빠진 듯 조금 전처럼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현성은 그런 한민구를 바라보며 잠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
고민을 하던 한민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 이 방법은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