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65)
회귀해서 건물주-465화(46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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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사무실 2층에 있던 현성.
따르릉!
“여보세요.”
-김 사장, 날……세.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신춘오 회장이라는 건 목소리로 바로 알 수 있었다. 어차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통화를 하니 이 시간에 전화가 온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의 목소리였다.
항상 전화를 할 때마다 거침이 없던 신춘오 회장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평상시에 듣던 그 목소리가 아니라 왠지 어딘가 모르게 조심스러움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지?’
현성은 의문은 들었지만 일단 모르는 척 전화를 받았다.
“네, 회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늘 그렇지. 그러는 김 사장은 요즘 어떤…… 가?
역시나 다시 들어봐도 확실히 평상시와 다른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일이 생겼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먼저 묻기엔 또 아니라는 생각에 평상시와 똑같이 전화를 받았다.
“이제 슬슬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내일부터는 둘레길 공사를…….”
-둘레길 공사?
신춘오 회장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물었다.
어차피 둘레길 공사에 대해서는 이미 최진영 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기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바로 둘레길 공사를 물었던 이유는 시간을 좀 더 벌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오늘 전화를 한 이유가 떳떳하지 못하다 보니 어떡하든 좀 더 시간을 끈 다음에 본론을 얘기할 생각이었다.
“네, 제가 실수로 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공사를 다시…….”
신춘오 회장의 의도를 알 리 없는 현성은 둘레길 공사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듣고 있던 신춘오 회장은 중간중간 궁금한 것에 대해서 여러 번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현성은 설명을 하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신춘오 회장의 행동 때문이었다. 평상시라면 그저 넘어갈 법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이상하리만치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특히 공연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의 관심은 극에 달했었다.
하여튼 그러다 보니 둘레길 공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데 꽤 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신춘오 회장이 조심스럽게 현성을 불렀다.
-저기…… 김 사장.
“네, 회장님.”
-혹시 말이야…….
신춘오 회장은 이번에도 한 번에 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거렸다.
그러자 현성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춘오 회장의 행동이 너무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금 전 둘레길 공사를 얘기할 때 일부러 시간을 끌 듯 일일이 질문하는 것을 보며 확실히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구나.’
현성은 더 이상 모른 척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신춘오 회장을 큰 소리로 불렀다.
“회장님!”
-어? 어, 왜 그러는가?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어? 아니, 별일 없는데…….
신춘오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머리로는 이게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입에선 다른 말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혹시 회장님 기억하십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회장님과 저는 서로 거짓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 말입니다.”
-응? 그거야 물론…… 이지.
신춘오 회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자신이 먼저 얘기했던 말이다. 앞으로 살다 보면 많은 일들이 있을 텐데 그때마다 우리 두 사람만큼은 서로 솔직해지자고 말이다. 현성은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럼 다시 여쭙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저기 그게…….
“괜찮으니까 말씀하십시오.”
-어? 그, 그래 알았네. 그럼 얘기함세. 사실은 일이 좀 생겼네. 다른 게 아니라 예전에 말했던 공장 말인데…….
신춘오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조금 전에 아들인 신민기와 나눴던 얘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지자 현성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얘기는 길었지만 결론은 예전에 약속했던 공장을 지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신춘오 회장의 설명이 거의 끝나갈 때쯤 현성은 조용히 그를 불렀다.
“회장님.”
-어? 어, 그래. 김 사장!
신춘오 회장은 하던 말을 멈추고 대답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에서 그가 얼마나 난처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신춘오 회장과는 달리 현성의 표정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유통비 부담 때문에 공장 설립이 취소됐다는 말씀인 거죠?”
-그렇게 됐네. 내가 김 사장 볼 면목이 없네. 정말 미안하네. 입이 열 개라도…….
신춘오 회장의 말이 길어졌다.
“…….”
현성은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 말보다 잠깐이라도 침묵하는 게 신춘오 회장을 위해서라도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금, 이 순간 가장 힘든 사람은 신춘오 회장일 테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그리 당당하던 사람이 목소리에 힘이 없겠는가 말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처음 신춘오 회장이 이곳에다 라면 공장을 짓겠다고 했을 때 기뻤던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공장이 들어옴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 때문이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 대기업의 공장 하나가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바로 이곳이 가진 지역적 특성 때문이었다.
일단은 유통을 하려면 고속도로가 가까워야 하는데 그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로 상태 또한 유통하기엔 최악이었다.
그건 바로 고갯길 높이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 도로가 비포장이란 것이고.
물론 세월이 지나면 그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는 된다. 그런데 그러려면 그 시간이 아직 너무도 길게 남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공사는 5년 후부터 시작하지만 워낙 난공사라 공사 기간만 해도 5년이 걸리기 때문에 10년 후에나 완공이 된다.
그리고 설사 10년 후에 도로 상태가 좋아진다고 해도 굳이 이 시골에 공장을 짓는다는 건 물류비용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기에 답이 없다는 게 현성이 내린 판단이었다.
현성이 말이 없자 신춘호 회장이 조심스럽게 현성을 불렀다.
-김 사장.
“네, 회장님.”
-괜찮은가? 괜히 이 늙은이 때문에 김 사장만 마음에 상처를 입은 거 아닌지 내가 마음이 많이 불편하구먼.
“회장님, 저는 괜찮습니다.”
-됐네, 이 사람아. 거짓말도 적당히 하게. 어찌 그 어린 마음이 괜찮겠는가. 자네는 이미 공장 부지도 3만 평이나 준비를 했는데 말이야. 어찌 됐건 말부터 앞세운 내가 죄인일세.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네.
신춘오 회장의 말이 길어졌다. 그런 그의 말에서 가식이 아닌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회장님, 저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현성이 선택한 방법이었다.
이렇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신춘오 회장은 계속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자책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또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인 것이고 신춘오 회장으로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 사장! 그게 무슨 소린가? 이미 예상을 했다니?
“저도 처음엔 회장님께서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가만히 나중에 생각해 보니…….”
현성은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신춘오 회장은 숨소리도 안 내고 듣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바로 들렸다.
-그게 정말인가?
“네, 회장님. 그러니 이젠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허허, 이거야 원…….
신춘오 회장은 허탈한 기분에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물론 현성이 다른 사람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신춘오 회장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공장부지.
왜 공장부지를 따로 빼놨냐 하는 것이다.
신춘오 회장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공장부지, 그건 어떻게 된 건가?
“공장이 라면 공장만 있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처음부터 공장부지를 조성하면서 생각했던 건 두 가지 용도였다. 하나는 라면 공장, 그리고 또 하나는 산나물 가공 공장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장부지를 넓게 뽑았던 것이고.
신춘오 회장의 질문이 이어졌다.
-라면 공장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말은 처음부터 다른 공장도 염두에 뒀다는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다른 공장이라면……?
“산나물 가공 공장입니다.”
-산나물 가공 공장? 그 말은 산나물로도 승산이 있다는 얘긴가?
“네, 물론입니다. 지금은 비록 산나물에 큰 관심이 없지만 앞으로 10년쯤 후부터는 틀림없이 식습관의 변화가 올 겁니다.”
그때만 해도 채식보다는 육식을 더 선호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2000년대 초를 지나면서 대한민국의 식습관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현성은 지금 그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전생에서 직접 눈으로 보면서 겪었던 일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반면 신춘오 회장으로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식습관의 변화?
“네, 육식에서 채식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건강인 거죠.”
-그러니까 김 사장 말은 앞으로는 건강 때문에 육식에서 채식으로 변할 거란 얘기지? 그래서 산나물 가공 공장을 만드는 것이고?
“네, 맞습니다. 채식 중에서도 산나물은 고급 식품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겁니다.”
-허허, 고급 식품이라…….
신춘오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안목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기 때문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처음부터 공장부지를 넓게 조성한 이유가 그거였습니다. 공장 두 개를 생각했거든요.”
-두 개라면 라면 공장과 산나물 공장을 말하는 겐가?
“네, 그렇습니다.”
-그 말은 처음부터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했다는 얘기고?
“네, 어차피 라면 공장이 안 들어오면 산나물 공장으로 두 개를 만들면 되니까요. 어차피 수요는 무궁무진할 테니까 말입니다. 더군다나 이곳이 강원도 아닙니까, 산나물을 재배하기도 최적의 장소거든요. 그리고…….”
-잠깐만!
신춘오 회장은 갑자기 현성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리곤 바로 또 말을 이었다.
-결국은 라면 공장이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김 사장 입장에서는 상관이 없었다는 얘기네?
“그건 또 아닙니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지금 김 사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라면 공장이 안 들어오는 게 낫겠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내 말이 틀리는가?
“네, 틀립니다. 저는 회장님과 같이 이 마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성 자신이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일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신춘오 회장 덕분이었다.
그가 준 10억. 만약 그 돈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나와 같이?
“네, 회장님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회장님과 같이 이 마을을 제대로 만들고 싶었던 겁니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10억 기억하시죠? 만약 그 돈이 없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올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거야 내 목숨 값이었던 거고.
“이유야 어찌 됐든 저한테 10억을 주신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저는 또 그 돈으로 500억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회장님은 이 마을의 영원한 주인이십니다.”
-허허, 이 친구 하여간…….
신춘오 회장은 웃고 말았다.
처음 전화를 할 때만 해도 이런 얘기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저 약속을 못 지켰기에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통화 끝에 이 마을의 영원한 주인이라는 말까지 들으니 마음이 묘한 건 사실이었다.
-김 사장, 고맙네.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준다니.
“아직은 이릅니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아직 이르다니?
“벌칙은 받으셔야죠.”
-벌칙?
신춘오 회장은 황당할 뿐이었다. 이제 그나마 미안한 감정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벌칙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갑자기 무슨 벌칙을…….
“이유야 어찌 됐든 약속을 어기신 건 틀림없으시죠?”
-어? 어, 그거야 그렇지.
“그러면 그에 합당한 벌칙을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허허…….
신춘오 회장으로선 뭐라 할 말이 없었기에 그저 웃고 말았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2년입니다.”
-2년?
“네, 2년 후에 이곳으로 내려오십시오. 그때 벌칙을 드리겠습니다.”
-무슨…… 벌칙?
신춘오 회장으로선 여전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처음 벌칙이라고 할 때만 해도 그저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2년이란 구체적인 기간까지 언급을 하니 더 황당했던 것이다.
“작년에 오셨을 때 나중에 이곳에서 서당을 운영하시겠다고 하셨죠?”
-물론 그랬지.
“한 과목이 더 추가되었습니다.”
-한 과목? 혹시 그게 벌칙인가?
“네, 맞습니다.”
-그래, 그 한 과목이 뭔가?
꿀꺽.
신춘오 회장은 긴장한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때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한글 교실입니다. 이곳에 어르신들은 의외로 한글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상대로 회장님께서 한글을 가르쳐주시는 겁니다. 이게 바로 제가 회장님께 드리는 벌칙입니다.”
-허허…… 하하, 하하하…….
신춘오 회장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렇게 해서 2년 후부터는 이곳에도 노인학교가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