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69)
회귀해서 건물주-469화(46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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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를 빠져나온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식당 옆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바로 현성이 살고 있는 집이다.
처음 식당 건물을 올릴 때 현성의 집 또한 식당 옆에 바로 공사에 들어갔었다.
건물 층수는 3층, 1층은 경리 직원과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고 2층은 임원들과 회의를 할 때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3층은 현성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이 건물의 위치는 나름 사연이 있는 곳이다.
이곳은 바로 박희철이 노년에 집을 짓고 살겠다고 했던 바로 그 땅이다. 그만큼 이 동네에서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처음 이 땅을 박희철이 자신의 목숨 대가로 주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현성 자신이 이곳에 집을 짓고 살 줄은 예상도 못 했었다.
현성이 처음으로 식당 건물을 착공할 때 가장 먼저 찾아갔던 사람이 바로 박희철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라도 박희철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곳에 집을 지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박희철은 한사코 마다했었다.
어차피 자신은 죽을 목숨이었는데 다시 산 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감사하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그 위치에 자신 대신에 집을 짓고 살라고 했었다. 그게 자신으로선 보람이고 행복이라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현성은 이곳에 건물을 올리고 살게 된 것이다.
집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아침밥을 올리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두순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내가 원래 음식 하는 걸 좋아하거든. 잠깐만 기다려 봐, 내가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말이야.”
“오케이, 오늘 아침은 친구 덕분에 호강 좀 해보자.”
“그래, 기대해도 될 거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백두순은 거실을 지나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야! 역시 여기는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전망 하나는 진짜 죽인다.”
“여기로 들어올래?”
“뭐?”
“어차피 나 혼자 살기는 넓어. 생각 있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들어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군대 동기인 백두순이라면 얼마든지 같이 살 수 있으니까 말이야.”
피식.
백두순은 가볍게 미소를 지은 후 현성을 힐끔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어? 뭐가?”
“너 말이야.”
“나? 내가 왜?”
“그런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는 게 말이야. 아무리 빈말이라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어? 나는 빈말 아닌데?”
현성은 백두순을 바라봤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것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의 성격도 어느 정도는 파악했다. 무난한 성격이라 혼자 사는 것보다는 같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고.
백두순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신기하다는 거야. 네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네 표정을 보면 알거든, 그게 빈말이 아니란 걸 말이야.”
“그래? 그런데 그게 뭐가 신기하다는 거야?”
“한결같아.”
“뭐?”
“한결같다고, 너는.”
현성과 대화를 하다 보면 항상 느끼는 거다.
물론 군대 동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쨌거나 사장과 직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말하는 걸 보면 처음과 똑같이 항상 친구로 대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보통 그러긴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 보니 백두순으로선 그런 그의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야, 우리 사이에 당연한 거 아니야? 그리고 솔직한 말로 네가 파주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나 하나 믿고 온 건데 내가 변하면 안 되지.”
“그건 그런데 세상이 어디 그렀냐? 사람이란 게 원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하잖아. 상황이 바뀌면 사람도 덩달아 바뀌는 거고 말이야.”
“그거야 어디까지나 속담에서나…….”
“아니!”
백두순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속담이 뭐야? 오랜 세월에 거쳐 삶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간결하고 형상적인 언어 형식으로 표현한 말이잖아, 그만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산다는 거고. 안 그래?”
“그거야 그렇지.”
“그런데 너는?”
“어? 나?”
“그래, 근데 너는 그 속담처럼 살지 않잖아. 처음에 나를 대할 때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똑같다는 거야. 엄연히 너는 사장이고 난 직원인데도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게 고맙고 신기하다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변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현재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만도 500명이다. 따지고 보면 자신 또한 500명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도 현성은 처음이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하는 게 똑같다. 더군다나 조금 전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같이 살자는 말까지, 엄연히 사장과 직원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말은 결국 자신을 한 사람의 직원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처음 만났던 훈련소 동기, 즉 친구로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아직 세상을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그게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사람이란 자고로 자리가 그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그는 이곳 사장이고 자신은 어디까지나 직원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친구로 대해준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백두순의 입장에서는 지금 현성이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다.
한편.
현성은 그런 백두순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고 말았다.
피식.
물론 백두순이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생에서 50을 넘게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었다.
현성은 백두순을 불렀다.
“두순아.”
“어, 왜?”
“너는 내가 너를 왜 이곳까지 불렀다고 생각하냐?”
“어? 그거야 네가 처음부터 했던 얘기가 일을 잘한다고…….”
“너 설마 그게 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백두순은 창가에서 주방 쪽으로 방향을 틀며 현성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현성이 했던 말이 그 말이었다. 삽질을 잘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과 함께 같이 농사를 짓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말대로라면 그게 다가 아닌 듯하니 백두순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이 그런 백두순을 보며 다시 물었다.
“뭐야? 진짜 그게 다라고 생각했던 거야?”
“당연하지. 네가 처음부터 했던 얘기가 그 얘기였잖아? 삽질 잘한다고. 그래서 같이 농사를 짓자고 말이야? 그런데 그거 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거야?”
씨익.
현성은 백두순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너 혹시 신교대에서 행군하던 날 기억하냐?”
“행군?”
“그래, 40킬로 행군 말이야.”
“물론이지. 그걸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냐? 그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얘기는 갑자기 왜?”
“수통 기억하지?”
“수통?”
“그래, 수통에 든 물 말이야. 마지막 2킬로를 남기고 쉴 때 넌 그 물을 네가 마시지 않고 옆에 있는 동기한테 줬잖아?”
신교대에서 40킬로 행군을 할 때였다.
마지막 2킬로를 남기고 휴식을 취할 때였다. 현성 자신이야 어차피 전생에서 경험이 있으니 그럴 일이야 없었지만 대부분의 동기들은 마지막 2킬로를 남겼을 땐 이미 수통에 물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 유독 수통에 물을 1/3 정도 남긴 녀석이 있었다. 그게 바로 백두순이었다.
그동안 목이 말랐을 텐데도 그 물을 그때까지 아낀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건 웬만한 인내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가 보여준 그다음의 행동이었다.
그는 그토록 아꼈던 물을 더 힘들어하는 동기를 위해 기꺼이 내주는 것이었다.
좀 거리가 떨어져 있긴 했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이런 녀석이라면 평생 오랜 친구로 남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백두순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로 물었다.
“그걸 네가 진짜 봤다고?”
“당연하지, 그러니까 지금 얘기하는 거고. 너랑은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지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너도 참…….”
백두순은 할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누군가 또 보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런데 그게 또 하필 현성일 줄이야.
“왜 그랬어? 너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 녀석이 더 힘들어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자식!”
툭.
현성은 백두순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거에 내가 반했다면 믿겠냐?”
“어? 그게 무슨…….”
“이제야 말이지만 내가 너한테 같이 농사를 짓자고 했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어. 삽질은 핑계고.”
“뭐? 그게 진짜야?”
“그래, 사람은 원래 극한 상황에서 그 사람의 본성이 나오는 법이거든. 그때 그런 너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지, 너 정도라면 평생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말이야. 그래서 삽질을 핑계 삼아 그런 제안을 했던 거야.”
전생에서는 당연히 그런 백두순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서 그렇게 먼 거리를 걸어 본 적이 없었으니 그런 상황에서 다른 누군가를 살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군대를 한 번 더 가고 보니 그때서야 그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현성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신기할 거 하나도 없다는 얘기야. 나는 처음부터 너와 친구를 하고 싶었던 거니까 말이야. 오히려 내가 고마운 거지.”
“결국은 뭐야, 내가 여기 온 건 그 수통에 남아있던 물 때문이었다는 얘기네?”
“그 물이 보통 물은 아니었잖아. 어찌 보면 생명수 같은 그런 거였잖아. 안 그래?”
“그거야 …….”
백두순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 순간 고민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니 말이다.
“다시 물어보자. 그땐 왜 그랬어?”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그래, 나도 그 순간엔 목이 엄청 말랐었거든. 그래서 고민을 했던 거고. 하지만…….”
백두순은 마지막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하지만? 하지만은 또 뭐야?”
“나도 모르게 어느새 수통을 넘겨주고 있더라고. 그게 다야, 내가 뭐 특별나서 그런 게 아니고…….”
“야, 백두순.”
현성은 백두순의 말을 끊으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게 바로 너야.”
“응? 뭐가?”
“너는 그런 녀석이라고.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인 거라고. 그 모습에 난 또 반한 거고. 무슨 말인지 알겠냐?”
“뭘 또 그렇게까지…….”
그때였다.
칙!
밥솥에서 김 빠지는 소리가 났다.
“야, 이거 하나만 알아 둬. 난 처음부터 너를 친구로 만나고 싶어서 여기로 부른 거야. 삽질은 핑계였다고, 무슨 말인지 알지?”
“글쎄다, 나야 그렇게 말해주면 고마운 거고.”
“고마운 걸로 따지면 내가 더 고맙지. 그러니까 나한테 신기하다느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우리는 어디까지나 앞으로 길게 갈 친구니까 말이야. 자, 이제 밥 먹자.”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두순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30분 후.
아침 식사를 끝낸 두 사람.
백두순은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현성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 뭐가?”
“김치찌개 말이야. 솔직히 우리 엄마한테는 미안한데 엄마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었어.”
“내가 처음에 얘기했잖아, 기대해도 좋다고 말이야.”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인지 알았지. 비결이 뭐야?”
백두순은 궁금한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핵심은 돼지고기를 먼저 끓이는 거야.”
“돼지고기를 먼저 끓인다고? 김치랑 같이 넣고 끓이는 게 아니고?”
“그래, 처음에 돼지고기와 새우젓을 한 스푼 정도 넣고 중불에서 10분 정도 끓이다가…….”
현성은 자신이 알고 있는 김치찌개 끓이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방법은 전생에 TV에서 백종운이 가르쳐 줬던 방법이다. 핵심은 돼지고기를 먼저 넣고 끓이는 것이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백두순이 바로 입을 열었다.
“다른 건 다 비슷하고 돼지고기를 먼저 끓여서 육수를 만드는 게 핵심이란 얘기네?”
“맞아, 쉽지?”
“응, 근데 신기하다. 돼지고기를 먼저 끓이는 게 이렇게 맛이 차이 난다는 게 말이야.”
“그게 그렇더라고. 그건 그렇고 하나만 더 확인 하자.”
“확인?”
“응, 그래. 아까 네가 말했던 어머님 얘기야.”
처음부터 묻고 싶었던 것이다. 아까 비닐하우스에서 백두순이 어머니를 이곳으로 모셔오고 싶다고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우리 엄마?”
“그래, 네가 아까 나중에 어머님을 이곳으로 모셔오고 싶다고 했잖아? 그 얘기 좀 더 확인하려고.”
“확인?”
“그래, 넌 아까 10년이라고 그랬잖아? 어쩌면 그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게 정말이야?”
백두순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만큼 그는 어머니를 빨리 모시고 싶다는 얘기일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어머님 의향은 어떠셔?”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여건만 되면 내일이라도 당장 오신다고 하실 걸.”
“진짜야?”
“물론이지. 그런데 그걸 왜 묻는 거야?”
“1년.”
“1년?”
백두순은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 1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그래, 올 가을부터 공사를 시작할 거야.”
“공사? 무슨 공사?”
“산나물 공장을 만들 거야. 물론 농장도 더 지을 거고. 완성하려면 1년 정도 걸릴 거야. 그래서 말인데…….”
현성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공장이 완성되면 어머님이 거기서 일하시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휠체어를 타고도 근무할 수 있거든.”
“그게 진짜야?”
“그래, 당연하지. 내가 친구한테 헛소리 할 놈은 아니거든.”
“현성아……!”
백두순은 갑자기 일어나 현성의 손을 잡았다. 그런 그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이채가 서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