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7)
회귀해서 건물주-47화(47/740)
얼마 후.
현성의 손놀림이 점점 빨라졌다.
본격적으로 등교 시간이 되자 골목을 빠져나오는 숫자는 미처 세기 힘들 정도로 한꺼번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이게 몇 명이야?”
현성은 연습장에 표시한 바를 정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바를 정자의 합은 82개였다. 곱하기 5를 하면 410명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그리고 아직 등교시간이 30분 정도 남았다.
이쪽 골목을 지나가는 학생들은 주로 중고등 학생이다.
초등학교는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 길로 등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등교 시간을 감안한다면 거의 500명 정도는 등굣길에 이 골목을 이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고 당장 이 숫자를 가지고 뭔가를 고민하기엔 이르다. 오늘의 목적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시 한 번 지켜봐야 할 것이고.
탁.
현성은 연습장을 덮었다.
그때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정우였다.
“여기서 뭐 해?”
“뭐 좀 조사할 게 있어서.”
역시 이정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아마도 어머니인 신명순과 어젯밤 많은 얘기를 나눴을 것이다.
표정이 어둡다는 건 특별한 해결책을 못 찾았다는 것일 거고.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툭 쳤다.
“정우야, 힘내자. 설마 방법이 없겠냐?”
“엄마랑 얘기를 해봤는데 답이 안 보인다. 현성아 우리 이제 어쩌냐?”
“제일 좋은 건 저기 골목 안에 있는 저기로 옮기는 건데, 어머니가 그건 죽어도 싫다고 하시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웠다.
분명 옮기기만 하면 대박인데….
문제는 설득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리 살아봤다고 말해봐야 결과야 뻔할 테고, 한숨만 길어지는 현성이었다.
“일단 들어가자.”
두 사람은 나란히 학교로 향했다.
교실에 도착하니 무슨 할 말이 그리들 많은지 교실은 시끌벅적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현성이 교실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교실이 조용해진 것이다.
“뭐야?”
현성은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반장 이영민이 다가왔다.
“축하한다.”
“이영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공터에서 일수 패거리들 완전히 밟아버렸다며?”
그제야 현성은 조금 전 반 친구들이 왜 갑자기 조용해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어제 싸움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김일수의 똘마니였던 박철민과 이수철, 그리고 이정우.
최소한 박철민과 이수철은 아닐 것이다. 자신들도 박살 났는데 그것을 자랑삼아 떠벌릴 팔푼이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한 명.
스윽.
현성은 옆에 있는 이정우를 바라봤다.
“너냐?”
“난 그저……, 전화가 왔길래…….”
“전화?”
이정우는 반장 이영민을 쳐다봤다.
그 눈빛의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
이번엔 이영민을 보며 물었다.
“그럼 너야?”
“그래. 나는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니야? 혹시나 싶어서 전화해 봤지. 그런데 정우가 말한 게 다 사실이야?”
“뭐라 그랬는데?”
“너 막 날아다녔다던데.”
현성은 다시 이정우를 쳐다봤다. 그러자 이정우가 얼른 입을 열었다.
“사실이잖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정우였다.
처음 알았다.
이정우가 거짓말을 이렇게 잘하는지.
현성은 피식 웃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맞아. 됐냐?”
친구인 이정우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순 없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정우가 반장 이영민을 보며 바로 말했다.
“거봐 새캬, 내 말이 맞지?”
욕도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목소리도 많이 커진 듯했다. 항상 조용히 말하던 녀석이다. 가게 걱정은 잠시 잊은 듯 친구들의 물음에 열심히 답변하는 이정우였다.
자리에 앉은 현성은 박철민과 이수철을 불렀다.
“박철민, 이수철 잠깐 보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마무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교실은 다시 한 번 조용해졌다.
그리고 모든 시선은 박철민과 이수철한테로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끙!
죽을 맛인 두 사람이었다.
가자니 자존심이 너무 상하고,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버텼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를 판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실력은 이미 어제 충분히 봤다.
김일수의 주먹을 피한 녀석이다. 그것도 눈앞에서 버젓이 말이다. 그만하면 충분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다시 맛볼 필요는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반 친구들 모두가 보고 있다. 그들 앞에서 더 이상 추한 꼴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고민은 거기까지였다.
박철민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현성한테로 향했다. 그러자 이수철도 바로 박철민의 뒤를 따랐다.
현성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왜?”
박철민이 묻자 현성이 대답했다.
“일수는 왜 안 보여?”
“그건 우리도…….”
모른다는 얘기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궁금해서 물은 것도 아니다. 그냥 안 보이길래 물었던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학교에 오든 말든 관심도 없다. 어차피 졸업한다 해도 친구들한테 사기나 치던 녀석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 두는 것도 친구들을 위해서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현성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하나 꺼냈다.
100원짜리였다.
스윽.
현성은 동전을 내밀었다.
“야 이걸로 우유하고 빵 사와. 우유는 초코 우유로. 각 2개씩.”
“뭐?”
이수철이 발끈했다.
그러자 현성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왜, 싫어? 너희들이 심심하면 시키던 건데.”
“그거야 일수가…….”
“일수 핑계대지 말고. 사내자식들이 비겁하게 없는 사람 팔면 되겠냐?”
“…….”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동전을 받아 돌아서는 박철민과 이수철이었다. 더 이상은 반항할 의지도 없는 듯 꼬리 내린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현성의 한쪽 입꼬리가 심하게 말려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참, 50원 거슬러 오는 거 알지?”
누가 봐도 유치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걸 당해본 사람은 그 유치함이 얼마나 비굴하고 고통스러운지 안다.
“시간은 앞으로 5분이다.”
현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박철민과 이수철은 교실에서 뛰어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본 반 친구들은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입을 열었다.
“웃기냐?”
“…….”
교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현성이 이영민을 보며 다시 말했다.
“반장, 웃기냐?”
“어?”
“이 상황이 지금 웃기느냐고 물었다.”
“…….”
이영민은 대답하지 못 했다. 그러자 현성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나 김일수나 뭐가 달라?”
“그게 무슨 소리야?”
“일수가 빵 셔틀 시키는 거나 내가 시키고 너희들이 웃으며 동조하는 거나 뭐가 다르냐고?”
“그거야…….”
이영민이 답변을 제대로 못 하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말렸어야지. 누구 한 사람이라도 말렸어야지. 안 그래?”
“…….”
“나를 비롯해 우린 다 공범인 거야.”
교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는 거야. 우리 반 누구라도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모른 체하지 말고 내 일처럼 함께 하자고. 그리고 주제넘게 갑자기 분위기 잡아서 미안한데, 앞으로는 우리 다 같이 노력하자.”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반장 이영민이 나섰다.
“이 자식이 요즘 왜 이러냐? 하는 말마다 감동이네. 어쨌거나 네 말 듣고 나니 생각이 좀 달라지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