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74)
회귀해서 건물주-474화(474/740)
2년 후.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군대 동기인 백두순이었다.
“사장님.”
“또 그런다. 우리 둘만 있을 때는 그냥 편하게 부르라니깐.”
“그게 좀…… 그래 알았어. 이것 좀 전해주려고.”
백두순은 현성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얼핏 봐도 그게 뭔지 바로 알 듯싶었다.
“어? 이거 청첩장 아니야?”
“응, 맞아. 조금 전에 나왔어. 아무래도 너한테 가장 먼저 전해줘야 해야 할 거 같아서 나오자마자 바로 가지고 온 거야.”
“그래? 오케이 알았어. 음…… 어디 보자.”
현성은 봉투에서 청첩장을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2년 전이었다.
벚꽃이 한창이던 어느 날 밤늦게 백두순이 집으로 찾아왔었다.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대뜸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신유빈.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현성이 두 사람 사이에서 오작교 노릇을 한 셈인 것이다.
그 결과 2년 만에 이렇게 청첩장을 들고 오게 된 것이고.
청첩장 내용을 확인한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다음 달 10일이네.”
“응, 엄마가 절에 다녀오셨는데 그날이 우리 두 사람한테 좋다고 그러시더라고.”
“그래? 그렇다면 어머니 말씀에 따라야지. 참! 어머니는 혹시 새집에서 불편하신 거 없는지 모르겠다.”
한 달 전 백두순의 어머니는 파주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직원 가족이 마을로 이사를 온 첫 사례였다.
직원을 위한 주택 공급 사업의 대상자 중 1호가 바로 백두순이었다.
그 첫 번째 집이 한 달 전에 완공이 되어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불편은 무슨…… 오히려 그 반대야. 너무 좋다고 하신다. 특히 집 뒤에 텃밭이 있어서 하루하루가 행복하시다고 하더라.”
“그럼 다행이고, 근데 듣자하니 장모님도 같이 모시고 살기로 했다고?”
“응, 너도 알다시피 우리 장모님도 몸이 불편하시잖아. 그래서 그냥 다 같이 한 집에서 살기로 했어.”
“그래, 잘했어. 하지만…… 아니다,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현성은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두 어머니를 모신다는 것,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리란 걸 알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또 다른 말을 한다는 것도 불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백두순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나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거 말이야.”
“사람은 원래 뭐든지 하기 나름이잖아, 보통은 사람이…….”
현성의 말이 의외로 길어졌다. 아무래도 전생에서 많은 상황을 봤던 탓인지 말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현성의 말이 끝날 때쯤 백두순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야, 왜 웃어?”
“어? 아니, 그게 아니고 누가 보면 네가 내 아버지인 줄로 착각할까 봐 그런다.”
“하하, 내가 너무 말이 많았지?”
“아니야, 그건 아니고 고맙다는 얘기야. 솔직히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너를 만난 것도 어쩌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도와줬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그 많은 군대 동기 중에 하필 너와 친하게 지냈겠냐? 안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어쨌거나 내가 잔소리가 길었다. 하지만 내가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야.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기면 쌓아놓지 말고 그때그때 유빈이랑 의논하라는 거야. 어차피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너희 두 사람이니까 말이야.”
더 긴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현성은 거기서 말을 마쳤다. 어차피 모든 과정은 백두순이 앞으로 살면서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백두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명심할 게. 그렇지 않아도 유빈이랑도 그런 얘기 했었어.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는데…….”
“부탁? 무슨 부탁?”
“그게 좀 어려운 부탁이다.”
“뭔데 그래?”
“그게 저…….”
백두순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야, 무슨 부탁인데 그래?”
“그게 저, 사회 말인데…….”
“사회? 혹시 결혼식 사회 얘기하는 거야?”
“응, 맞아.”
백두순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의 표정이었다. 마치 무슨 큰 부탁이라도 하는 듯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현성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로 물었다.
“뭐야? 지금 그 표정은?”
“나로서는 조심스러워서 말이야. 너는 다른 친구들하고 다르니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다른 친구들하고 뭐가 다르다는 거야?”
현성으로선 얼핏 생각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그러자 백두순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사장이잖아.”
“사장?”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미안해서 말이야.”
“미안하다고? 왜?”
현성으로선 역시나 백두순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사장인 거 하고 그게 왜 백두순의 입장에서 미안해하는지 말이다.
백두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진짜 너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도대체 그게 어떻다는 거야? 친구가 친구 결혼식에서 사회를 본다는데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어? 그게…….”
당황스러운 건 백두순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이곳의 사장은 현성이다. 그것도 작은 구멍가게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식당.
그뿐인가. 추가로 지은 농장과 산나물 공장의 직원까지 모두 포함하면 그 인원수만 해도 2천3백 명이다.
웬만한 중소기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그런데 그런 현성이 결혼식 사회를 본다?
그것도 자신의 건물에서 올리는 결혼식에서.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게 백두순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니 백두순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백두순은 다시 물었다.
“진짜 괜찮겠어?”
“당연하지, 네가 왜 그러는지 대충은 알겠는데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그래도 사회적 위신이…….”
“야, 백두순!”
현성은 백두순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우리 친구 맞지?”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어, 다른 거 생각할 거 하나도 없어. 내가 예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나를 믿고 여기까지 왔듯이 나 또한 너의 친구로서 영원히 남을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혹시라도 내가 여기 사장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하나도 없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어.”
백두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휴가는 며칠이면 되냐?”
“어차피 제주도에 2박 3일로 여행 가기로 했으니까 결혼식 당일까지 포함해서 3박 4일이면 돼.”
“그러지 말고 열흘 줄 테니까 좀 더 길게 잡아. 신혼여행으로 2박 3일은 너무 짧아.”
“안 돼!”
백두순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현성으로선 황당할 뿐이었다.
날짜를 줄인 것도 아니고 늘려줬는데 이 반응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현성은 바로 물었다.
“야, 반응이 왜 그래? 혹시 무슨 이유라는 있는 거야?”
“우리가 처음이잖아?”
“처음?”
“그래, 2천 명이 넘는 직원 중에 우리가 처음으로 결혼하는 거잖아. 만약 우리가 열흘을 가게 되면 앞으로 다른…….”
“잠깐!”
현성은 손을 들어 백두순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지금 그 얘기는 선례를 만들지 않겠다는 거지?”
“맞아. 한두 명도 아니고 2천 명이 넘는데 우리 때문에 모두가 열흘씩 휴가를 받게 되면…….”
“거기까지!”
“어?”
“그 정도면 됐다고.”
“뭐가 됐다는 거야?”
백두순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 말이야. 너는 지금 나를 생각해서 그런 선례를 안 남기겠다는 얘긴데 내 생각은 달라.”
“다르다고?”
“그래, 난 이번 기회에 아예 결혼식에 관해서는 휴가를 열흘씩 주는 걸로 공표할 생각이다.”
“그게 진짜야?”
“그래, 공무원도 5일인데 최소한 두 배는 줘야 하지 않겠냐? 솔직히 5일은 너무 짧아. 다른 건 몰라도 결혼식인데 말이야. 그건 그렇고 너는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했냐?”
현성으로선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식당 전체를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백두순의 답변이 이어졌다.
“사실은 유빈이 생각이었어.”
“유빈이가?”
“어, 유빈이가 먼저 그런 말을 하더라고. 우리가 처음 시작인만큼 선례를 잘 남겨야 한다고 말이야.”
“그래서 3박 4일로 정한 거야?”
“응, 솔직히 욕심 같아서는 일주일 정도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직원들도 다 그렇게 가야 되니까…….”
백두순은 말을 하다 말고 피식 웃었다.
그런 백두순을 보며 현성 또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그 상황에서 개인의 욕심보다는 식당 전체를 생각했다는 것에 대해 현성으로선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백두순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받아라.”
“어? 이게 뭐야?”
“내 작은 선물이다. 신혼여행 갈 때 보태 써라.”
“아니 무슨…….”
봉투를 받아 든 백두순은 깜짝 놀랐다. 그건 봉투 안에 든 금액 때문이었다.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지만 대충 봐도 백만 원은 충분히 될 듯싶었다.
“무슨 돈이 이렇게 많아?”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 그 정도는 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고맙다. 잘 쓸게.”
백두순은 다른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대신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는 걸로 마음을 대신했다.
현성이 늘 하던 말이 있었다. 돈을 버는 이유는 그 돈을 쓰기 위함이라고 말이다. 물론 가치 있는 곳에 쓴다는 말도 잊지 않았었다.
그런 그 앞에서 많은 말은 불필요할 거라는 게 백두순의 판단이었다.
백두순이 나가고 혼자 남은 현성.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처음 백두순을 훈련소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올 줄은 예상도 못 했었다.
이유야 어찌 됐든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가정을 꾸미게 됐다. 전생에서는 그저 스쳐가는 인연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 정도면 백두순과의 인연은 성공한 듯싶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던 것이다.
30분쯤 지났을까.
똑똑.
이번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유민철 부장이었다.
그가 들어오자 현성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반가운 목소리로 유민철을 맞았다.
“오서 오세요, 부장님!”
“혹시 저를 기다리셨던 겁니까?”
“왜, 티가 납니까?”
“당연히 티가 나지요. 그리고 이제 제가 사장님과 일을 같이 한 지도 벌써 9년쨉니다. 그러니 이젠 사장님 목소리만 들어도 바로 압니다.”
“우리가 같이 일을 한 지 벌써 9년이나 됐습니까?”
“왜, 기억 안 나십니까? 사장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라면가게를 하시겠다고…….”
유민철이 회상하듯 지난 얘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길어지자 현성 또한 어느새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지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먼저 물었다.
“그래, 조사는 다 끝내셨습니까?”
“네, 조금 전에 마쳤습니다. 여기 이걸 보시면…….”
유민철은 들고 있던 서류철을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가 설명하는 내용은 마을의 변화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성이 식당을 오픈한 이후에 2년 동안 마을의 변화를 분석한 내용이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이 식당이라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2년 전인 첫해에 3개가 늘었고 작년에는 무려 10개나 더 늘었습니다.”
“10개 나요?”
“네, 저도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십니까?”
“네? 글쎄요. 식당 말고 또 다른 게 있습니까?”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유민철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유민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건물값입니다.”
“건물값이요?”
“네, 글쎄 2년 전보다 평균 10배나 올랐습니다.”
“10배요?”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물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지만 그 정도까지 오를 줄은 몰랐었다.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주말이면 기본 6, 7만 명이 몰려오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오른 상가가 있었습니다.”
“거기는 몇 배나 올랐습니까?”
“20배입니다. 그런데 그 건물이 누구 건물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혹시……?”
현성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그때 유민철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