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8)
회귀해서 건물주-48화(48/740)
역시 반장은 달랐다.
어느 누구도 말하지 못할 때 나서서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하는 이영민이었다.
그런 이영민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역시 우리 반 반장은 잘 뽑았어. 그지 얘들아!”
“지금 나 칭찬하는 거야?”
“그래, 인마.”
그제야 반 분위기가 좀 풀리는 듯했다.
드르륵.
그때 박철민과 이수철이 교실 뒷문으로 들어왔다.
헉헉.
두 사람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여기.”
박철민이 빵과 우유가 든 봉지를 현성에게 내밀었다.
봉지를 받아 든 현성이 박철민에게 물었다.
“야, 박철민 기분이 어때?”
“…….”
“엿 같지? 자존심도 상하고 비굴한데 어떻게 하지도 못 하겠고 미치겠지?”
박철민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은 똑같은 질문을 옆에 있는 이수철한테 말했다. 그러자 이수철의 반응도 박철민과 같았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너희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 알겠냐?”
“……미, 미안하다.”
“미안?”
흥!
현성은 코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이제 와서 미안하단다.
당한 세월이 얼만데…….
잠깐 생각하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묻자.”
“뭔데?”
“원래 이렇게 포기가 빠른 거냐? 아니면 판단이 빠른 거냐?”
사실 조금 전에 빵 셔틀 시킬 때 한 번쯤은 거절할 줄 알았다. 한 번 박살 났다고 이렇게 고분고분 말을 들을 줄은 예상 못 했었다.
현성의 질문에 박철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니까.”
“뭐?”
“맞아보면 감이 와.”
“잘났다 새끼야. 그런 감은 빨라서.”
현성이 이번엔 이수철을 바라봤다.
“너도 마찬가지냐?”
이수철은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긴 싸움 좀 하는 놈들이라 그런 쪽에 촉은 발달했을 것이다.
어쩌면 다행이다 싶었다. 젊은 혈기에 죽자 살자 덤비면 그 또한 피곤하다. 기껏 회귀해서 얘들이랑 매일 싸움질만 한다면 그것도 얼마나 한심한 짓인가 말이다.
알아서 길 때 끝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했다.
현성이 박철민과 이수철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좋아, 조금 전에 말했던 그 사과 받아들이지. 단, 조건이 있다.”
“조건?”
“그래, 너무 억울해서 이대로는 못 넘어가겠고, 앞으로 너희들한테 임무를 주겠다.”
“임무?”
박철민과 이수철은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앞으로 남은 학기 동안 2학년 2반은 너희가 책임져.”
“그게 무슨 말이야?”
“지키라고. 어떤 새끼들도 우리 반 얘들은 못 건들게. 만약 누구 한 명이라도 어디 가서 맞았다거나 돈을 빼앗겼다는 소리라도 들리는 날에는 너희 둘은 그날이 제삿날인 줄 알아.”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지금까지 못살게 굴었으니 앞으로는 반대로 지키란 소리야. 내 말 명심해라. 장난 아니니까.”
“이 많은 얘들을?”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대충 알아들으면 좋겠는데 그걸 다시 묻는 이수철이었다.
미안하다는 데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죽일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거기다 매질을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가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고.
그래서 적당히 명분을 내세워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또 물으니 현성으로서도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야, 이수철.”
“어.”
“긴말 안 할게, 우리 반 누구도 다치면 안 돼. 오케이?”
“…….”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는 이수철이었다. 아무리 봐도 순수는 아니다.
현성은 두 사람을 다시 불렀다.
“박철민, 이수철 이거 가지고 가.”
현성이 내민 것은 조금 전에 사 왔던 빵과 우유였다.
놀란 건 박철민과 이수철이었다.
“이걸 왜 우리한테?”
“그럼, 이걸 내가 먹으려고 시킨 줄 알았냐?”
“당연히…….”
“미친놈들. 내가 너희들하고 똑같냐? 그 더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니 그 빵 꼭꼭 씹어 먹고 그 기분 잊지 마라.”
현성이 손짓을 하자 두 사람은 빵과 우유를 들고 자리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두 사람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정우야 왜?”
박철민이 놀라며 물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손을 내밀었다.
“내놔.”
박철민과 이수철은 다시 한 번 서로를 마주 봤다. 순간 황당했지만 뭐라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이정우의 뒤에는 현성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여기.”
“내 것도.”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빵과 우유를 내밀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피식 웃었다.
“야, 내가 너희들하고 똑같니? 이걸 왜 날 줘?”
“그럼…, 왜?”
“50원.”
그런 거였다. 이정우는 박철민과 이수철이 현성한테 50원 안 준 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그렇게 박철민과 이수철은 마무리까지 끝내게 되었다.
하지만 김일수는 수업 시작할 때까지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점심시간.
“현성아 밥 먹자.”
처음이다.
이정우가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조용히 혼자 맨 앞줄에 앉아서 먹곤 했었다.
“그래, 오늘 뭐 맛있는 것 좀 싸 왔냐?”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이정우를 반겼다. 알아서 자신의 자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이정우가 오히려 고마웠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같은 친구끼리 그런 부분은 뭐라 말하기도 참 모호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까딱 실수하면 오히려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그때였다.
꽝!
교실 앞문이 세게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옆 반의 이철승과 그 패거리들이었다. 2반의 짱이 김일수였다면 1반에는 이철승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김일수의 소식을 들은 듯했다.
“김현성, 어디 있냐?”
이철승이 큰소리로 불렀다.
스윽.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조용히 말로 끝날 상황이 아니다. 그럴 바에야 빨리 끝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막 움직이려 할 때였다.
“현성아, 우리가 해결할게.”
그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박철민이었다. 그러자 이수철도 박철민과 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철민이 앞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이철승, 남의 반에 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븅신 새끼. 너도 까였다며?”
“말조심해라. 일수 없다고 지금 네가 이러나 본데, 그건 좀 아니지 않냐?”
박철민도 밀리지 않았다.
이철승이야 한 번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말할 때 꺼져라. 이철승!”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반장 이영민이었다.
“이 새끼들이 오늘 단체로 돌았나? 개나 소나 다 까불고 지랄이야.”
“반장으로서 분명히 말하는데 여기서 조용히 나가라. 지금까지는 우리도 조용히 있었지만 앞으론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반장 이영민의 말이 끝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가 개새끼야.”
“네가 뭔데 우리 반에 와서 개지랄이야?”
“안 나가?”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숟가락까지 이철승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황당한 건 이철승이었다.
김일수가 어제 공터에서 현성이한테 완전 개박살 났다는 얘기를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들었다. 그리고 1교시가 끝났을 땐 김일수도 학교에 안 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
김일수가 없는 2반은 이제 더 이상 대적할 상대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이번 기회에 2반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황당한 건 반 분위기였다.
처음엔 박철민과 이수철이 슬슬 덤비더니, 나중엔 반장 이영민, 그다음엔 여기저기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새끼들이 진짜 다 미쳤나?”
이철승은 슬슬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버텼다가는 어디서 주먹이 날아올 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심리인지 의문이 들었다.
오늘의 분위기는 평상시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누가 맞든 신경도 안 쓰던 녀석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은 이철승을 향해 단체 행동을 한 것이다.
물론 그 시발점은 박철민과 이수철이었다. 그다음엔 반장 이영민이었고.
반장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박철민과 이수철은 그나마 싸움 좀 한다는 놈들이고, 이영민은 반장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머지 녀석들은?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철승은 이미 앞문으로 사라진 후였다.
교실은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적을 물리친 후 승리에 취한 그런 분위기였다.
현성은 박철민과 이수철이 앉아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척.
두 녀석의 어깨를 슬쩍 짚으며 말했다.
“괜찮냐?”
“그럼, 이 정도 쯤이야.”
“수고했어.”
“우리보고 책임지라며? 그래서 책임진 것뿐이다. 헤헤….”
박철민이 대답을 하며 웃었다. 뒤에 앉은 이수철도 빙긋 웃었다. 두 녀석의 웃음을 보는 순간 현성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방학 전까지도 자신을 괴롭혔던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들이 자신의 앞에서 마치 순한 양이 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
헛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반장 이영민 옆으로 다가갔다.
“괜찮지?”
“당연하지.”
“안 무서웠어?”
“무섭긴 뭐가 무서워. 날아다니는 네가 있는데. 하하….”
이영민은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자신 스스로가 날아다닌다고 인정했던 부분이라 뭐라 변명할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이철승에 관한 문제였다.
그냥 두자니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이다. 조금 전에야 어쩌다 보니 물러갔지만, 내일이라도 또 올 것이다.
어쩐다?
좀 더 생각을 해봤지만 그렇다고 옆 반까지 쫓아가는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현성은 발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곤 이정우와 함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 때보다도 점심시간의 반 분위기는 최고였다.
그렇게 점심시간은 조용히 지나가는 듯했다.
점심시간이 20분쯤 남았을 때였다.
꽝!
이철승이 다시 교실로 들어왔다. 이번엔 앞문이 아니라 뒷문이었다.
“김현성, 비겁하게 뒤로 숨지 말고 앞으로 나와.”
“이 새끼가 겁대가리 없이 또 왔어?”
이번에도 박철민이 다시 나섰다.
탁.
현성은 수학 참고서를 덮었다. 오늘 동생 김지연한테 배울 부분을 예습하던 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가기엔 틀렸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철승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이철승과 맞서고 있는 박철민을 보며 말했다.
“철민아 빠져.”
“이 새끼는 내 손에서 끝낼게.”
“아냐, 어차피 이 자식이 원하는 건 나야. 그러니까 뒤로 빠져.”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철승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이 새끼들이 아주 지랄들을 하는구나.”
“긴말 하지 말고 빨리 끝내자. 나 공부해야 하거든.”
“어쭈, 너 많이 컸다. 김일수 이기고 나니 이젠 보이는 게 없나 보지?”
현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자꾸 말해봐야 말만 길어지기 때문이다.
현성은 바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곤 긴장을 끌어 올렸다.
결코, 쉽게 볼 상대가 아니란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까닥 까닥.
현성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후 살짝 접었다 폈다.
공격해 들어오라는 얘기다.
현성이 믿는 건 싸움 보다는 자신의 동체 시력이다. 그러기 위해선 상대가 먼저 움직이는 게 자신한테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철승이 말했다.
“왜, 먼저 공격할 자신은 없나 보지?”
“기회를 먼저 주는 거지, 자식아.”
“그런 배려까지, 후회하지 마라.”
“그 새끼 말 많네. 어서 덤벼.”
현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철승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현성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차피 처음 움직임은 상대의 속임수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상대의 움직임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그러기를 잠깐.
이철승의 왼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휙.
역시나 바로 왼쪽 주먹이 얼굴 쪽으로 가볍게 날아왔다. 딱 봐도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동작이었다.
이 정도는 눈에 바로 들어왔다. 역시 싸움도 경험이었다.
현성은 가볍게 몸을 살짝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