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80)
회귀해서 건물주-480화(480/740)
5분 전 현성은 종업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누군가 자신을 찾는다는 거였다.
신분을 밝혔냐고 물었더니 그저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말만 했다고 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평균 2, 3일에 한 번 꼴로 누군가 사장을 찾는다는 소리에 불려 가곤 했었다. 대부분이 식사가 끝난 자리에서 부르곤 했었다.
용건은 거의 다 비슷했었다.
자기 과시.
내가 어디어디 사장인데 인사나 나누자는 거였다. 물론 그때마다 깍듯이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찌 됐건 고객이기도 하지만 연령대가 보통 5, 60대였기에 예의상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게 불편하거나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그 또한 자신의 의무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사라는 자체가 서비스 업종이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자신을 부른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런 탓에 느낌은 어느 정도 왔다.
이번엔 지금까지 그저 인사나 나누자는 그런 차원의 용건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기대감도 있었다.
그건 바로 신문에 병원 입점 광고를 낸 지 일주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화는 몇 번 받았었다.
용건은 거의 다 비슷했다. 진짜로 5년 동안 무상으로 임대를 하느냐고 말이다. 그와 아울러 수익 보존의 진위 여부, 그리고 마을 인구를 묻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직접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었다.
물론 지금 그 사람이 찾아온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무슨 일일까?’
현성은 기대감으로 종업원이 안내하는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장님, 이분들이십니다.”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현성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김현성입니다. 저를 부르셨다고 하시기에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일부러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직접 내려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석호입니다. 그리고 여기 이 분은…….”
“저는 김민중입니다.”
한석호가 소개를 하려 하자 김민중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김민중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저…… 혹시, 경동시장에서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네? 아니 어떻게…….”
황당한 건 김민중이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찌 바로 자신을 알아본다는 말인가.
김민중은 급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혹시 저를 아십니까?”
“아니, 모릅니다. 하지만 얘기를 들었습니다.”
2년 전이었다.
쿠바 커피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간 적이 있었다. 물론 자신이 찾아갔던 곳은 군대 동기인 김동수의 아버지인 김진용이 운영하는 성심약재상이었다.
그때 김진용으로부터 한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그게 바로 경동시장 사거리에서 민중한의원을 운영하는 김민중에 관한 얘기였다.
침술에 관해서는 이 근방에서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성이 그의 이름을 기억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그의 이름이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이름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친구 중의 한 명이 바로 김민중이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호주로 이민을 간 것이다.
그게 끝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의 아버지의 사업이 잘 안 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후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조금 전에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바로 기억이 났던 것이다.
반면 김민중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자신을 알지는 못하지만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들었다고 하니 말이다.
김민중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지금 저의 얘기를 들었다고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혹시 경동시장에 있는 성심약재상의 김진용 사장님을 아시죠?”
“김진용 사장님이요? 어디 알다 뿐입니까? 제가 형님으로 모시는 분입니다. 우리 한의원에서도 거기 약재를 많이 쓰고요. 그런데 사장님께선 어떻게 그 형님을 아십니까?”
“오래전에 인연이 닿았습니다. 그러니까…….”
현성은 김진용을 처음에 어떻게 만났고 지금은 군대 동기의 아버지라 아버님이라고 부른다는 것까지 설명했다. 또한 지금 이곳 카페에서 쓰는 원두도 직수입으로 그로부터 공급받는다는 것까지 빠짐없이 얘기했다.
현성의 얘기가 끝나자 김민중이 다시 말을 이었다.
“허허, 세상이 참 좁군요. 여기서 이렇게 또 그 형님의 인연을 만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저는 이해 안 가는 게 있습니다.”
“네? 어떤……?”
“제 이름 말입니다. 어떻게 한 번만 듣고 바로 기억을 하십니까?”
“그 또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은 제 중학교 친구 중에…….”
현성은 또다시 오래전 기억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김민중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또다시 물었다.
“아,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런데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어떻게 제가 바로 경동시장에서 온 줄 알았습니까?”
“아아, 그거요? 그건 간단합니다. 바로 냄새 때문입니다.”
“냄새요?”
“네, 두 분은 모르시겠지만, 두 분한테서는 한약 냄새가 납니다. 물론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겁니다. 하지만 제가 후각에 유독 민감한 편이라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허허…… 그렇군요.”
김민중은 앞에 앉은 한석호를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석호도 가볍게 웃은 후 현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찌 됐건 반갑습니다. 저는 원장님을 모시고 있는…….”
“사무장님이시죠?”
한석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현성이 먼저 말했다.
그러자 이번엔 한석호가 현성을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
“혹시 김진용 사장님께서 제 얘기도 하셨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두 분이 환상의 복식조라고 하셨습니다.”
“하하, 환상의 복식조요?”
“네, 원장님의 침술과 사무장님의 영업력은 경동시장 내에서는 최고라고 하셨습니다. 자, 인사는 이 정도로 끝내고 이제부터는 자리를 옮겨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자, 일어나시죠.”
“네?”
한석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김민중을 바라봤다. 김민중의 추가 설명을 기다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보다 현성의 말이 먼저 이어졌다.
“아무래도 여기 카페에서 나눌 얘기는 아닌 듯싶습니다. 제 사무실로 모시겠습니다.”
“허허, 그럽시다. 역시 빠르시군요.”
김민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성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바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건 한석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현성의 추가 설명이 이어지자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카페를 나와 현성의 사무실로 향했다.
***
일주일 후.
똑똑.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유민철 부장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유민철이 자리를 잡고 앉자 현성은 그의 앞으로 A4용지를 내밀었다.
그러자 유민철이 바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병원 목록입니다.”
“병원 목록이요? 이거 설마…….”
“아마 부장님이 생각하시는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오늘로 2주 전에 광고를 냈던 병원 8개가 모두 확정되었습니다.”
“그게 진짭니까?”
현성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솔직히 놀란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신문에 광고를 낸 지 오늘로 2주째다. 최소한 6개월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단 2주 만에 병원 8개가 확정된 것이다.
처음 스타트는 경동시장 사거리에 있는 민중한의원이었다.
그리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그다음 날부터 병원 원장들이 직접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나름 고민을 충분히 하고 온 상태라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 가지를 또 확인했다. 그건 바로 그동안 전화로 문의를 했던 병원 중에서는 확정된 병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중차대한 일을 전화로 문의를 한다는 자체가 벌써 문제가 있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병원을 개원하고 나면 의료관광 상품도 여행사에서 바로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의료관광이요? 그게 뭡니까?”
“말 그대로 의료를 목적으로 관광을 하는 겁니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여행사에서 일반 상품으로 이미 팔고 있습니다. 물론 인기도 제법 있고요.”
“음…….”
잠시 생각하던 유민철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의술이 뛰어나야 하겠군요. 남들이 다 인정할 정도로 말입니다.”
“네, 물론입니다. 어찌 보면 그게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일 테니까 말입니다. 거기 병원 목록에 보시면 맨 위에 민중한의원이 보이실 겁니다. 그 병원의 사무장님이 먼저 제안을 하셨습니다.”
현성도 처음엔 놀랐던 사실이다.
그때만 해도 의료관광이란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던 말이었다. 현성 또한 전생에서 나중에서야 얼핏 들었던 얘기다.
그런데 그 얘기를 민중한의원의 사무장인 한석호가 꺼낸 것이다. 역시 김진용이 얘기했듯이 그의 영업력은 확실히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유민철이 궁금한지 다시 물었다.
“지금 그 얘기는 민중한의원의 원장이 그만큼 의술이 뛰어나다는 얘깁니까?”
“다른 건 몰라도 경동시장 내에서 침술만큼은 최고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제가 잘 알고 있는 분도 인정하신 부분입니다.”
“하긴 한의원에서 침 잘 놓으면 장땡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우리 동네 어르신들도 좋아하시겠네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매달은 힘들지만 1년에 두 번 정도는 노인정에서 의료 봉사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현성과 약속한 사안이었다.
서울 생활에 찌들어 내려오는 건 사실이지만 이제부터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봉사를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유민철의 말이 이어졌다.
“하여간 사장님 덕분에 우리 마을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게 왜 저만의 공이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니까 가능한 거지요. 그건 그렇고 병원 공사 말인데요, 일정을 좀 앞당길 수 있겠습니까?”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자는 말씀인 거죠?”
“네, 그렇습니다. 처음 예상은 병원을 유치하는데 6개월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그 기간이 2주로 단축되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음…… 글쎄요.”
유민철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특별히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네, 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요?”
“네, 그중에 우선은 여기에 들어올 병원들의 계약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더라고요. 가장 길게 남은 분이 10개월이고 가장 짧은 분은 5개월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의 공사 기간과 조금 차이가 나서 말입니다.”
처음부터 공사 기간은 6개월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사람은 상관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한 달 정도 추가로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게약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고 싶은 것이다.
“결국 그 말씀은 한 달 정도 공사 기간을 단축하자는 거죠?”
“저야 그런데…… 제 욕심인가요?”
“음…….”
유민철은 또다시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알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요?”
“아, 그건 마을 사람들 때문입니다. 이왕 하는 거면 하루라도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빨리 병원 진료를 서두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병원 하나도 없이 얼마나 낙후된 마을이었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유민철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또 말을 이었다.
“4개월입니다.”
“네? 4개월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사장님의 뜻이 그렇다는데 제가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2개월을 앞당겨서 4개월 만에 완공하도록 하겠습니다.”
“4개월이요? 그게 가능하시겠습니까?”
“가능하도록 만들어야겠지요!”
유민철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만큼 그의 의중이 실렸단 얘기일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요, 이번엔 무리 좀 하겠습니다.”
“혹시 부장님이 직접…….”
“네, 맞습니다. 내일부터는 제가 직접 공사에 뛰어들겠습니다. 그리고 공사 인부들 전체 하루에 세 시간씩 연장 근무하도록 하겠습니다.”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유민철이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부장님, 굳이 그렇게까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처음으로 저한테 부탁을 하는 일이고 말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고맙습니다. 이렇게라도 사장님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어서 말입니다.”
“아니, 새삼스럽게 은혜는 무슨…….”
“아니요.”
유민철은 고개를 저으며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말입니다. 이제야 말이지만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십니다. 추운 겨울에도 춥지도 않고 화장실도 안에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유민철은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집에서 사는 게 꿈만 같다고 하십니다. 이게 다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큰 선물 덕분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부장님!”
현성은 유민철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를 불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대신 하나만 약속을 해주십시오.”
“네, 말씀하세요.”
“다치시면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안전하게 공사 끝내겠습니다.”
유민철은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유민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부장님, 그럼 저는 부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네? 사장님도요?”
“아니, 그런 게 있습니다. 하여간 우리 같이 4개월 후에는 병원이 개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봅시다.”
두 사람은 굳게 잡은 손을 흔들었다.
유민철은 이때까지도 현성이 말한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