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82)
회귀해서 건물주-482화(48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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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때문이었군요?”
“네, 맞습니다. 저도 처음엔 땅문서를 보고 황당했었습니다. 어린 사람이 어디서 나쁜 짓부터 배웠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김민중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처음엔 당연히 황당 그 자체였다고 했다. 어린 사람이 대뜸 땅문서부터 내밀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오해였다고 했다. 오히려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편지를 읽은 후 그가 얼마나 병원을 유치하고 싶어 하는지 그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느낀 게 그의 인성이라고 했다.
그러고 나니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바로 결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민중의 설명이 끝나자 한석호가 고개를 숙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제가 또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원장님께서 땅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신 줄…….”
“아니, 됐습니다.”
김민중이 중간에서 한석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왜 사무장님의 잘못입니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그건 아닙니다.”
이번엔 한석호가 김민중의 말을 끊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저의 실수, 아니, 저의 잘못입니다. 설사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저만큼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이건 분명히 원장님의 인격에 대한 모독입니다.”
“아니, 왜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십니까? 모독이라니요? 그리고 솔직히 저 그렇게 일급수도 아닙니다.”
“아니요, 이건 제가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잠깐이지만 원장님을 오해했던 점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한석호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솔직히 땅문서를 보는 순간 화부터 났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굳이 그까짓 땅 몇 평 때문에 그 어린 사장 앞에서 굽신거렸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모든 게 성격 급한 자신의 탓이었다는 걸 알고 나니 한없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중의 말이 이어졌다.
“하여간 우리 사무장님 성격도…… 네, 좋습니다. 그게 사무장님이 원하시는 거라면 그렇게 하죠. 용서를 구하시겠다니 용서하겠습니다. 이제 됐습니까?”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석호는 고개를 한 번 더 숙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궁금한 게 또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그 집 얘기는 뭡니까?”
“아, 그거요? 말 그대로 집 한 채를 지어서 사무장님께 선물하려던 겁니다. 그래서 사실은 지금까지 그 서류를 안 보여드렸던 거고요. 혹시 강원도에 처음 내려갈 때 제가 사무장님께 나중에 선물을 하겠다고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네,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게 그거였던 겁니까?”
4개월이 지났지만 분명히 기억한다.
강원도에 처음 내려가던 날 김민중이 그런 말을 했었다. 나중에 선물을 주겠다고 말이다.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일단은 비밀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때 한 말이 설마 집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네, 맞습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이 완성된 후 깜짝 선물을 드리고 싶어 지금까지 비밀로 했던 거고요.”
“그 말씀은……?”
“네, 거의 다 완성됐습니다. 아마도 병원 건물하고 비슷하게 완공될 겁니다.”
“아니, 어떻게…….”
한석호는 할 말이 없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병원 원장이 그것도 큰 병원도 아니고 개인 한의원 원장이 사무장인 직원에게 집을 선물한단 말인가.
이게 있을 수 있는 얘기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건…….
잠깐 생각하던 한석호는 김민중을 바라보며 바로 입을 열었다.
“원장님, 이게 말이 됩니까?”
“왜요? 말이 안 될 건 또 뭐가 있습니까? 저는 그저 고마운 제 마음을 전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들게 한 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무장님이 먼저입니다.”
“네? 제가요?”
“네, 벌써 잊으셨습니까? 2년 전 스카우트 제의 말입니다. 그때 사무장님은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저를 선택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를 하는 겁니다.”
“…….”
한석호는 할 말이 없었다.
물론 그 제의를 받고 잠깐이지만 고민을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한테 일도 시작하기 전에 1년 치 월급을 준 그의 호의를 생각하니 답은 바로 나왔다.
더 이상 고민할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1분도 안 돼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을 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진실은 밝히는 게 당연한 터.
한석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고로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물론 원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셨다고 하니 그 집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네? 뭐가 또 있습니까?”
“이 결과의 시작은 원장님이었다는 겁니다.”
“제가요?”
“네, 제가 4개월 전 그때도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원장님께서 저를 먼저 믿어주시고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1년 치 월급을 저한테 주셨고 저는 그 돈으로 어머니의 수술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적인 도리를 지키기 위해 스카우트를 거절했던 거고 말입니다.”
한석호는 잠시 숨을 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이 사실만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시작은 제가 아니라 원장님이었다는 것입니다. 원장님께서 먼저 은혜를 베푸신 겁니다.”
“음…….”
김민중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런 그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좋습니다. 사무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제가 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어찌 됐건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제가 사무장님을 생각하듯 사무장님 또한 저를 생각한다는 겁니다. 물론 그 마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고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네, 그거야 당연히…….”
“그럼 됐습니다. 그 문제는 이제 여기서 끝내기로 하죠.”“저기 근데…….”
한석호는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집 말입니다.”
“그 집이 또 왜요?”
“솔직히 저로서는 이해가 안 돼서 말입니다. 어떻게 저한테 집을 선물할 생각을 하셨는지 말입니다. 같은 말 자꾸 반복하는 거 같아서 죄송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로서는…….”
“사무장님!”
김민중이 나직하게 한석호를 불렀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사무장님의 쉰 번째 생일 전날을 기억하십니까?”“5년 전 제 생일 전날 말입니까?”
“네, 그날 저녁 우리 두 사람은 마포에 있는 한 한정식 집에서 오붓하게 생일 파티를 했었는데 말입니다.”
“아, 기억합니다.”
5년 전이었다. 병원 진료가 끝나고 갈 데가 있다면서 자신을 데리고 마포에 갔었다.
알고 보니 김민중이 일부러 마련한 자리였다.
생일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며 하루 전에 미리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한정식 집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다른 한정식 집과는 급이 달랐다. 지금까지 꽤 많은 한정식 집을 다녔지만 그런 곳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김민중이 일부러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한정식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2차를 갔던 건 기억하시죠?”
“그거야 물론입니다.”
“그때 2차에서 사무장님이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 저한테 한 말이 있었습니다만, 혹시 기억하십니까?”
“죄송합니다. 그날 제가 너무 기분이 좋아 좀 취했던 터라……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피식.
김민중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한석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날 저한테 형이라고 부르면서 한 말이 있었습니다.”
“네? 제가 원장님한테 형이라고 불렀단 말입니까?”
“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다음 말이었습니다.”
“그다음 말이요?”
한석호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날은 마지막에 필름이 끊겼었다. 어떻게 집까지 갔는지도 기억이 안 날정도로 완전 인사불성이었다. 그렇다 보니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민중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같이 살자고 하더군요.”
“네? 제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시골에 내려가서 나란히 집을 짓고 말입니다.”
“허…… 그게 진짭니까?”
한석호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물론 김민중을 마음속으론 친형처럼 생각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리 술이 취해도 그렇지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취중진담이라고 아시죠?”
“그거야 그렇지만 제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왜요?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 같습니까?”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너무 황당하고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그날따라 제가 왜 필름이 끊겼는지 모르겠습니다.”
피식.
김민중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제 맨 정신에 다시 묻겠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네? 지금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때는 취중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 어쩔 수 없고 지금은 맨 정신 아닙니까? 지금 사무장님 마음은 어떤지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어…… 그게…….”
한석호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김민중이 바로 물었다.
“왜요? 생각이 바뀐 겁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막상 그렇게 직접 물어보시니 쑥스럽기도 하고 그게 좀…….”
“하하, 그러니까 지금 쑥스러워서 말씀을 못 하시겠다는 거군요? 자, 그렇다면 일어납시다.”
“네? 지금 말입니까?”
“네, 어차피 오늘 병원 진료도 끝났고 퇴근할 시간이니 나가서 소주나 한잔합시다. 아무래도 사무장님의 얘기를 들으려면 소주의 도움이 필요할 거 같네요.”
그 말을 끝으로 김민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 원장님. 잠깐만요.”
가만히 앉아있던 한석호가 나가려는 김민중을 불렀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 조금 전엔 쑥스럽다고 하셨잖아요?”
“물론 쑥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술기운을 핑계로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시 앉겠습니다.”
김민중이 다시 자리에 앉자 한석호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흠흠, 쑥스럽긴 하지만 한 번은 제대로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원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제가 형제자매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원장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한석호의 얘기가 길어졌다.
일단은 취중에 한 말이긴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말로 시작을 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부터 친형님처럼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라도 나이가 들면 시골에 내려가 같이 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그 꿈만 같던 일이 현실이 된 듯해서 기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석호의 말이 끝나자 김민중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다정하게 한석호를 불렀다.
“사무장님!”
“네, 원장님!”
확실히 두 사람의 목소리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먼저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습니다.”
“그건 제가 오히려…….”
“사실은 저도 처음부터 사무장님이 남 같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많은 지원자 중에서 사무장님을 뽑았는지도 모르고요.”
“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특별히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냥 느낌이었습니다. 느낌이 좋았습니다.”
사실이다. 그때 지원한 사람만도 열 명이 넘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유독 정이 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바로 한석호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몇 마디를 나눴을 뿐인데 이 사람 정도면 같이 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을 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후로 한 번도 후회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이다 보니 부딪힐 때가 있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지금까지 20년을 같이 일하면서도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민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사무장님, 근데 신기한 게 있습니다.”
“네? 뭐가 말입니까?”
“우리가 같이 일을 한 게 20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가 부딪힌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당연하다고요?”
김민중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이 일을 같이 하다 보면 당연히 의견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20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한석호는 그게 아니라 당연하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던 것이다.
한석호의 대답이 이어졌다.
“네, 그런데 그게 왜 당연한지 아십니까?”
“글쎄요, 저로서는 잘 모르겠는데요.”
“원장님 때문입니다.”
“네? 저 때문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원장님 혹시 그거 아십니까?”
“네? 뭐를요?”
김민중은 고개를 한 번 더 갸웃거린 후 바로 물었다.
그러자 한석호가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원장님은 저한테 지시를 하신 적이 한 번도 없으십니다. 그러니 당연히 부딪힐 일이 없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네? 제가 한 번도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요? 어? 이상합니다. 저는 분명히 매번 지시를 한 거 같은데요?”
빙긋.
한석호는 대답 대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방식이 달랐습니다.”
“방식이요? 어떤 방식이요?”
“원장님은 저한테 한 번도 ‘이거 하세요’ 혹은 ‘저거 하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이건 어때요?’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아니, 그거나 그거나 …….”
“아니요, 원장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듣는 저로서는 천지 차이랍니다. 그게 바로 이유라면 이유였습니다.”
“허허, 그게 또 그런 겁니까?”
김민중은 가볍게 웃고 말았다.
자고로 말하는데 돈 드는 거 아니라고 했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김민중은 은연중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게 두 사람을 20년 동안 한 번의 부딪힘도 없이 유지하게 한 비결인 것이고.
어쨌거나 두 사람의 인연은 강원도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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