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87)
회귀해서 건물주-487화(487/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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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현성이 향한 곳은 터미널 근처에 있는 병원 건물이었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현성이 건물에 도착하자 유민철 부장이 바로 다가와 현성을 맞았다.
그러자 현성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끝까지 고생이 많으십니다, 부장님.”
“아닙니다, 저야 그저 제가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 이제 내일이면 모든 공사가 끝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오늘까지 내부 인테리어 공사는 다 끝나고 내일 용역업체에서 나와 건물 청소만 끝내면 완전히 끝납니다. 그러고 나면 이제 모레부터 병원 입주가 시작될 겁니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모든 준비는 끝난다. 병원 건물을 완공한 후 8개의 병원 인테리어 공사하는 데 30일이 걸렸다.
결국, 착공부터 인테리어 공사까지 총 5개월이 결린 셈이다.
그야말로 최 단기간에 모든 공사가 끝이 난 것이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모레부터 병원이 입점을 하게 되고 2, 3일 후엔 정식으로 8개의 병원이 모두 개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병원 건물을 바라보는 현성의 얼굴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결국 사장님께서 또 해내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옆에서 현성을 지켜보던 유민철이 인사를 건넸다.
“이게 다 유 부장님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자, 그럼 일 보십시오. 저는 잠깐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고 돌아가겠습니다.”
“아,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아닙니다. 부장님은 그냥 부장님 일 보세요. 전 그저 조용히…….”
“아닙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유민철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먼저 몸을 움직였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유민철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꾹.
버튼을 누르자 5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려오는 속도가 제법 빨랐다.
그것을 눈치챈 유민철이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역시 돈이 좋습니다.”
“그러게요, 제법 빠르네요.”
“사장님의 특별 지시라 엘리베이터 중에서도 최고의 품질로 설치를 했습니다.”
“네, 잘하셨습니다.”
현성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엘리베이터에 더 신경을 썼던 건 사실이다. 그만큼 병원에서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었다.
띠링.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두 사람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5층이었다. 맨 위층부터 차례대로 내려오면서 보기 위함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현성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유민철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이곳은 피부과가 들어올 겁니다. 여기 원장님은 나이가…….”
유민철은 쉴 새 없이 피부과에 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현성으로선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유민철이 고마울 뿐이었다.
현성은 그렇게 병원 전체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한 시간 후.
1층으로 다시 내려온 두 사람.
현성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 유민철한테 내밀었다.
“오늘 공사 끝나고 그동안 고생하신 분들과 회식이라도 한번 하십시오.”
“이거 매번 감사합니다.”
“자, 그럼 수고하세요. 저는 이만…….”
돌아서는 현성을 향해 유민철은 고개를 숙였다.
부르릉.
현성이 트럭을 타고 사라지자 유민철 옆으로 작업반장이 다가왔다.
“사장님 가셨습니까?”
“네, 지금 막 가셨습니다. 오늘 끝나고 회식하라면서 이렇게 봉투만 남기시고 바로 가시네요. 아무리 제가 모시는 사장님이지만 매번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매번 이렇게 챙기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이런 일을 20년 넘게 해 봤지만 여기 사장님 같은 분은 처음 봅니다. 솔직히 다른데 가면 사장들 잔소리에 귀에 딱정이 앉을 지경인데 여기 사장님은 처음 시작할 때 한번 오시고 끝나니까 한번 오시고 거기다 회식비까지, 정말 부장님은 복 받으신 겁니다.”
“하하,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유민철은 큰 소리로 웃으며 현성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곤 잠시 후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한 현성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10분 후.
똑똑.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박희철의 둘째 아들인 박범수였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네, 형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박범수가 자리를 잡고 앉자 현성은 바로 그에게 준비한 커피를 내밀며 말했다.
“고민은 해 보셨어요?”
한 달 전 그에게 숙제를 하나 내줬었다. 그건 바로 내년 봄부터 운영하기로 한 학원 문제 때문이었다.
어차피 일본에서 20년 정도 생활을 했기에 이왕이면 일본어를 가르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던 것이다.
사실 그에게 일본어 강사를 제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 식당 일을 할 때부터 얘기했었다. 그때 약속하기를 나중에 학원을 운영하게 되면 그때 가서 다시 결정을 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한 달 전에 그에게 이제는 때가 됐으니 심각하게 고민을 부탁했던 것이다.
박범수의 답변이 이어졌다.
“네,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쉽게 결정을 못 하겠습니다.”
“이유는요?”
“아무래도 제 욕심이 많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2년 넘게 요리를 하다 보니까 이젠 요리에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욕심이 납니다. 그렇다 보니 쉽게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음…….”
고민이 되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2년 넘게 지켜봤지만 그에겐 요리도 제법 적성에 맞는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식당에서 꾸준히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그에게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월급 또한 계속 오를 것이기에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엔 그만한 게 없을 것이다.
반면 학원 강사는 다르다.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적성 문제다.
요리 같은 경우엔 이미 2년을 넘게 했으니 검증이 된 상태이지만 학원 강사 같은 경우엔 아직 검증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 것과 가리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번 시도를 해보기 전에는 그게 적성에 맞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적성에만 맞기만 한다면 학원 강사 자리도 요리 못지않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남는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은 부딪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민을 하던 현성은 박범수를 보며 말했다.
“형님, 이 방법은 어떨까요? 길게는 말고 딱 1년 만이라도 학생들을 먼저 가리켜보는 겁니다.”
“1년 동안이요?”
“네, 사실 형님이 일본에서 오래 사셨기 때문에 일본어를 가리키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제가 걱정하는 건 적성입니다.”
“적성이요?”
“네, 형님이 알고 있는 것과 그걸 학생들에게 가리키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니 말입니다.”
“그러니까 테스트를 하자는 말씀인 거죠?”
“아니, 테스트는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건 적성 검사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물론 그 또한 형님이 싫다면 안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형님한테 두 가지 중에 어떤 게 더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그건 사실이다.
박범수가 일본어를 가리키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학원 강사는 외부에서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1년이라도 학생들을 가리키게 하려는 이유는 박범수가 가지 않은 길이기에 한 번은 확인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약 학원 강사가 그의 적성에 맞는다면 요리 못지않게 그 직업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기회의 폭을 넓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희철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박희철과의 인연은 특별하니 말이다.
박범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 그러니까 결국은 그 모든 게 저의 적성을 찾고자 하는 과정이라는 거죠?”
“네, 바로 그겁니다. 제가 생각할 때 학원 강사도 요리사 못지않게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사실 이런 기회가 항상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아, 네…….”
박범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건 현성의 말이 백번 맞을 것이다. 기회라는 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현성의 말처럼 이번 기회에 제대로 자신의 적성이 요리사와 학원 강사 중에서 어떤 게 더 맞는지 찾아내기만 한다면 이 또한 남은 인생에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박범수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생각에는 둘 중에 어떤 게 더 나을 거 같습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네? 없다고요?”
“네, 요리사나 학원 강사 두 직업을 두고 비교할 때 어떤 게 더 낫다는 기준은 없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형님이 느끼는 행복 지수입니다.”
“행복 지수요?”
“네, 형님이 그 일을 하면서 얼마나 행복한가를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 말입니다. 그게 사람이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일 테니 말입니다.”
“아, 그렇겠군요.”
박범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긴 요리사나 학원 강사나 둘 다 매력이 있는 건 서실이다. 중요한 건 그 둘 중에 어떤 일을 할 때 더 행복한 지가 관건일 것이다.
‘어쩐다?’
잠시 고민을 하던 박범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선 한 가지만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네, 얼마든지요.”
“경력 단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경력 단절이요?”
“네, 만약 제가 학생들을 가리키기 되면 그 기간만큼 저의 경력은 끊기는 셈이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잠깐만요.”
현성은 박범수의 말을 끊었다.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 모든 게 어쨌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범수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황에서 경력 단절을 얘기한다?
현성으로선 쉽게 생각하기 힘든 사고방식이었다.
어쩌면 이 또한 일본에서 20년 가까이 살았기에 박힌 생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쩝.
현성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걸 가지고 일일이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 아쉽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설사 1년 동안 학생들을 가리켰는데 적성이 안 맞는다고 하면 그 1년 또한 경력으로 쳐서 다음 임금을 계산할 때 적용하겠습니다. 됐습니까?”
“정말입니까?”
“제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은 아니지 말입니다.”
현성 또한 사람인지라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박범수의 반응이었다.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이유가 뭡니까?”
“이유요? 어떤 이유요?”
“저한테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양보를 하시는 이유 말입니다. 사실 이런 기회를 준다는 자체가 저한테는 특별대우인데 거기다 경력 단절 없이 임금을 계산하시겠다는 이유 말입니다.”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사실 조금 전에 경력 단절이라는 말 자체를 꺼낼 때만 해도 일본에서 오래 살다 보니 거기 문화에 물들어 그런 소리를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그의 말대로라면 그게 얼마나 염치가 없는 얘긴지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그는 일부러 그 말을 꺼냈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지금 뭡니까?”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사실은 제가 사장님을 잠깐 시험을 해봤습니다.”
“시험이요?”
“네, 사실은 요즘 사장님께서 저희 집에도 안 오시고 저한테 소홀하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례하게 잠시…….”
박범수는 그 후로도 몇 마디를 더 했지만 현성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너무도 어이가 없는 말들이 그의 입에서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게 그가 말한 핵심이었다.
“…….”
현성으로선 황당한 탓에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런 박범수가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귀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생각을 했는지…….
그때 박범수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사장님께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
“혹시 화 많이 나셨습니까?”
“화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확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던 겁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사장님의 마음을 확인했기에 기분은 무지 좋습니다.”
“…….”
현성은 말 대신 고개를 좌우로 젓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박범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가 뭡니까?”
“이유요? 이번엔 또 무슨 이유를 묻는 겁니까?”
“저를 편애하는 이유 말입니다.”
“편애요?”
“네, 솔직히 이런 기회를 아무한테나 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경력 단절도 없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말입니다. 제가 아무리 일본에서 20년을 살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 때문에 저한테 그렇게까지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세우면서 잘해주시는지 말입니다.”
씨익.
현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러자 박범수가 다시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뭡니까?”
“글쎄요, 뭘까요?”
“혹시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왜, 안 됩니까? 어차피 시작은 형님이 먼저 하신 거 같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아니, 사장님…….”
박범수는 황당할 뿐이었다. 물론 현성이 사장인 거는 맞지만 어쨌거나 자신과는 10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자신을 놀린다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현성의 입에서 더 황당한 말이 나왔다.
“제가 몇 살로 보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