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88)
회귀해서 건물주-488화(488/740)
490
“네? 그게 무슨…….”
박범수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나이가 스물일곱이라는 걸 주변의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어린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식당을 운영하는데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갑자기 그런 자신의 나이를 왜 묻는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다고 묻는다고 진짜 그 나이를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이래저래 박범수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현성의 입에서 말도 안 되는 말이 또 나왔다.
“저도 50은 넘게 살아봤습니다.”
“…….”
무슨 할 말을 하겠는가.
박범수는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현성의 입꼬리가 살짝 뒤틀리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왜요? 못 믿으시겠죠?”
“사장님,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물론 제가 잘못한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하하, 하하하…….”
현성은 박범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놀리고 즐거워하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미안합니다. 잠깐 그냥 제가 헛소리를 했습니다.”
현성은 한 손으로 입을 쓱 닦았다.
물론 헛소리는 아니다. 전생에서 51살까지 살다가 18살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은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저 잠깐 박범수를 놀려주기 위해 했던 말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박범수에게 당했던 놀림을 갚고 싶은 소심한 복수였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엔 형님의 행동 때문에 저도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소심한 복수를 하고자 했던 거니까 마음 쓰지 마세요. 그러니까 형님도 앞으로는 그런 장난치지 마세요. 솔직히 그 상황에서 경력 단절이라는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사실이다.
그 순간에 그 말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을 위해서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황당했었다.
물론 그게 고의적인 행동이었다는 건 나중에 알았지만 말이다. 어쨌건 그 순간에 황당했던 건 사실이다.
박범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저도 그 부분은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때 사장님의 답변에 감동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그런 답변을 할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만약 입장 바꿔서 그게 저였다면 그렇게 대답을 못 했을 겁니다. 저는 바로 그 자리서 그만두라는 말부터 했을 겁니다.”
“그건 솔직한 저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감동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유를 여쭙고 있는 겁니다. 무슨 이유로 저한테 그렇게까지 기회를 주시겠다고 했는지 말입니다.”
박범수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만큼 그는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그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일관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는지 말이다.
현성도 그런 박범수의 마음을 알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약속을 했습니다.”
“지금 약속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약속이라면 혹시 저의……?”
박범수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아버지였다.
아버지 외에는 현성과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글쎄요, 형님이 혹시 아버님을 생각하신다면 맞습니다. 처음 형님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 아버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였다. 어느 일요일에 박희철이 면회를 왔었다.
그때가 아마 박범수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3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그때 박희철이 하는 말이 나중에 박범수를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박희철의 모습은 간절함이 가득했었다. 그만큼 박범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그때 현성은 알았다고 했었다. 어떤 식으로든 그가 한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이다.
박범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결국은 아버지 때문이었군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때 아버님이 군에 있는 저를 찾아와서 형님 부탁을 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아버님의 부탁에 그러겠다고 했던 거고요.”
“어쩐지…….”
박범수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었다.
물론 처음 식당일을 시작할 때부터 일본어 강사 얘기는 했었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다시 논의하자고 말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현성의 태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조건이 자신을 위한 조건이었다. 심지어는 경력 단절조차 없게 하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이유를 물었던 것이고.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게 다는 아닙니다.”
“네? 그게 다가 아니라고요?”
“네, 물론 아버님과 약속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형님한테 그런 모든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던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네? 그럼 또 다른 이유가 또 있다는 겁니까?”
박범수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당연히 모든 게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버지와 현성과의 특별한 관계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게 다가 아니라고 하니 박범수로서는 그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범수는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혹시 그 또 다른 이유가 뭔지 말씀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바로 형님 때문입니다.”
“네? 저요? 제가 무슨……?”
박범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또 다른 이유가 자신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그동안 형님이 어떻게 근무를 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식당 일을 시작한 지도 3년이 돼 갑니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그동안 형님은 단 한 번도 결근은 물론이고 지각조차 한 번도 하지 않으셨더군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직장인이라면 그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그것만은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했었다. 심지어는 몸이 아팠을 때도 쉬지 않고 나왔었다.
“식당 직원 중에서 한 번도 결석과 지각을 안 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된다고 보세요?”
“네? 그건 제가 잘…….”
“단 열 명입니다. 총 500명 중에 열 명 말입니다. 그중에 한 분이 형님이라는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것밖에 안 됐었군요. 그런데 그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겁니까?”
“당연히 있지요. 직장인데 그런 게 무시되면 되겠습니까?”
“하지만 그거야 연말에 이미 특별 보너스로 다 보상을 받지 않습니까? 그건 이미 사장님이 전 직원들 앞에서 말씀하셨던 부분이고요.”
맞는 말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연말에 이미 특별 보너스로 보상을 했었다. 그만큼 열심인 사람들한테는 보상을 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형님은 특별했습니다.”
“제가요?”
“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작년 여름휴가 때도 형님은 다른 동료가 아프다는 이유로 대신 나오셨습니다.”
“그거야…….”
박범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휴가 중에 갑자기 연락을 받았었다. 동료 한 명이 급하게 아픈 바람에 결근을 했다는 것이었다.
식당이라는 게 어느 한 사람이 빠지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워줘야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점심 예약 손님이 많은 바람에 그 한 사람의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나갔던 것이다.
“그날 연락을 한 사람은 총 다섯 명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분들은 사정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날 연락을 받고 바로 나온 사람은 형님 한 분뿐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형님은 식당 일에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저는 또 감동을 했던 거고요.”
작년에 부사장인 김일수로부터 그 보고를 받고 박범수를 다시 봤었다. 자신이 아플 때는 물론이고 남이 아플 때도 그 사람을 대신해서 근무를 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 식당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워낙 오랫동안 살았었기에 과연 국내 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할지 솔직히 걱정이 앞섰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현성 자신의 잘못된 선입관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식당 일에 임하는 것이었다.
사실 그런 이유가 있었기에 이번에 강사 자리도 권유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강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일한 경력은 당연히 임금에 계산할 생각이었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이유가 됐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로서는 부끄럽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이제는 솔직히 모든 걸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아버님의 영향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이젠 아버님의 영향이 아니라 형님 스스로 형님의 자리를 만든 겁니다.”
“제 자리요?”
“네, 주방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다른 사람은 빠져도 잘 모르겠는데 형님이 빠지면 그 빈자리가 금방 티가 난다고 말입니다.”
박범수는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바로 이어졌다.
“이젠 자긍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자긍심이요?”
“네, 이젠 예전의 형님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처음 일본에서 건너오셨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이게 다 사장님 때문입니다. 솔직히 6년 전에 처음 한국으로 왔을 땐 앞이 캄캄했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 곁에는 사장님이 계셨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땐 정말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럴 때 앞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지금 앞에 있는 현성이었다. 물론 그 또한 아버지의 부탁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하지만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 덕분에 요리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범수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제가 바로 설 수 있었습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형님이 당당하게 형님의 자리를 찾아서 말입니다.”
현성 또한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본인의 자리를 찾으니 말이다.
박범수의 말이 이어졌다.
“사장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한번 도전을 해보겠습니다. 학생들을 상대로 일어를 가리키도록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일 또한 요리를 하는 일 못지않게 가치 있는 일이 될 겁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가 형님의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결과는 나중에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일단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범수는 다시 한번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형님, 학원은 내년 3월부터 시작할 겁니다. 마을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형님을 위해서도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악수 한번 하죠.”
현성은 박범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박범수 또한 얼른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네, 사장님. 결코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부디 파이팅하십시오!”
두 사람은 잡은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
박범수가 떠나고 두 시간쯤 지났을까.
따르릉!
현성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 사장, 날세.
전화를 건 사람은 박희철이었다.
“어? 아버님이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조금 전에 범수로부터 얘기를 들었네.
“얘기요? 어떤…….”
-학원 강사 얘기 말일세. 내년 봄부터 학원을 운영한다는 얘기 말일세. 그런데 거기서 우리 범수가…….
박희철의 말이 길어졌다.
말은 길었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새로운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것.
그런데 그 새로운 기회가 어쩌면 아들의 힘들었던 기억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지금 치유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자네도 알다시피 범수가 20년 동안 일본에서 살면서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네. 그런데 이번 기회에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얘기네. 왜냐하면, 20년 동안 배운 일본 생활이 아이들을 가리키는데 도움이 될 테니 말이야.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저도 그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현성 또한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었다.
어쩌면 박희철의 말이 맞을 것이다. 사실 박범수 같은 경우는 20년을 일본에서 살면서 좋은 기억이 없었다고 했다. 더군다나 하던 사업까지 부도를 맞았으니 오죽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곳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그곳에서 보냈던 생활이 그저 헛수고는 아닐 수도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성은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반대의 경우였다. 혹시라도 아픈 기억을 다시 끄집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아버님 혹시 말입니다. 형님이 다른 얘기는 없었습니까?”
-다른 얘기?
“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혹시라도…….”
현성은 혹시라도 있을 반대의 경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수화기 너머에서 박희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그 말씀은?”
-우리 범수가 이미 나한테 그 부분은 얘기했었네. 이번 기회에 그 아픈 기억들을 다 없앨 수 있을 거 같다고 말이야.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그러니 그 문제는 걱정을 하지 말게.
“그렇다면 천만다행이고요. 하여튼 형님이 이제는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변해서 정말 좋습니다.”
-그게 다 김 사장 덕분 아닌가. 하여튼 항상 고맙네. 그리고…….
박희철은 그 후에도 한참을 더 얘기한 후 전화를 끊었다.
“휴우!”
전화를 끊은 현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쨌거나 당사자인 박범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또 한 사람의 인생이 제대로 자리를 잡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