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90)
회귀해서 건물주-490화(490/740)
마주 앉은 두 사람.
“어떻게 하실 겁니까?”
먼저 입을 연 건 사무장인 한석호였다.
그러자 김민중 원장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도 고민 중입니다. 과연 어떤 선택이 나을지 지금으로선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현성으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았다.
그건 바로 이곳에 한의원 의료 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사전에 동의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동의를 안 해준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존중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차라리 강제로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그 부담감은 적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전적으로 모든 결정을 맡겨 버리니 오히려 그 부담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을 하던 김민중은 한석호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사무장님은 이번 의료 단지 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반입니다.”
“반반이요?”
“네, 기대감도 있는 반면에 걱정도 되는 게 사실입니다. 한의원이 여러 개 모여 있으면 그만큼 선의의 경쟁도 될 것이기에 의료의 질은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과다 경쟁으로 인한 출혈이 있을까 걱정도 됩니다.”
한석호는 한 호흡을 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경동시장에서 있을 때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경동시장에서는 100개나 됐지만 이곳에서는 기껏해야 열 개밖에 안 되니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제가 볼 때 장단점은 있다고 봅니다.”
“장단점은 있다? 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환자 수는 충분하다도 생각하십니까?”
“그건 김 사장이 얘기했듯이 의료 관광으로 충분할 거 같습니다. 전국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부분은 저도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있을 때 우리 병원을 찾아왔던 사람들만 해도 상당수 되고요. 환자 수는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혹시 그 사람들 명부까지 다 챙기신 겁니까?”
“그거야 당연하죠. 저희 병원의 생명줄인데요.”
한석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제일 먼저 챙긴 게 바로 환자들의 명부였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에 있는 환자들까지.
만약을 위한 대비였다.
하지만 아직은 연락을 취하지 않은 상태다. 이곳의 환자들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언제라도 연락만 하면 그 사람들 중 1/3은 찾아올 것이란 게 한석호의 판단이었다.
김민중이 고개를 갸웃하며 슬쩍 물었다.
“과연 그 사람들이 이 멀리까지 올까요?”
“네, 옵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십니까?”
“그거야 원장님의 뛰어난 침술 때문입니다. 경동시장에서 그 많은 한의원 중에서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원장님의 침술 덕분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그 사람들은 연락만 하면 올 겁니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제 판단으로는 1/3은 충분히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빙긋.
김민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무엇보다도 곁에 있는 사람이 그 정도로 자신을 믿어준다는 게 고마웠기 때문이다.
“고맙네요. 사무장님이 그 정도로 저를 믿어주시니 말입니다.”
“고맙긴요? 솔직히 제가 그런 원장님을 모신다는 게 영광이지요.”
“허허, 그렇다고 또 무슨 영광까지…….”
김민중은 가볍게 웃은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 병원은 환자 걱정은 없다는 얘기지요?”
“네, 그 문제는 걱정 없습니다. 100개 중에서도 꿋꿋하게 버텼는데 10개 정도야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건 사무장님만 믿겠습니다. 그럼 이제 문제는 과다 경쟁만 막으면 되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서울에서처럼 일요일도 못 쉬는 사태가 벌어지면 안 되니까 말입니다.”
“그럼 그 문제만 해결되면 사무장님은 추가로 병원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한석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병원 하나보다는 여러 개가 모여 있으면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의료 관광까지 시작을 하면 환자수도 부족하지 않을 테고 말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을 거라는 게 한석호의 판단이었다.
탁.
김민중은 결심이라고 한 듯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갑시다.”
“네? 어디로 말입니까?”
“김 사장한테 말입니다. 가서 우리의 뜻을 전달합시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지요.”
“혼자 다녀오십시오. 저는 남아서 정리할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제가 낄 데가 아닌 거 같습니다.”
“아니, 무슨 그런 소리를? 어차피 우리는 한 팀 아닙니까?”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하지만 오늘 그 자리에 제가 가는 건 월권인 거 같습니다.”
한석호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의 표시였다.
이렇게 의견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곳까지 직접 가는 건 월권이라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을 했던 것이다.
김민중이 다시 물었다.
“정말 안 가실 겁니까?”
“죄송하지만 제 위치는 제가 잘 압니다. 오늘은 혼자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참, 집사람이 고맙다고 꼭 좀 전해달랍니다. 좋은 집을 선물해주셔서 말입니다.”
“아, 그래요. 집이 맘에 드신다고 하니 제가 오히려 고맙네요. 하여튼 그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집사람은 지금 봄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봄이요? 왜요?”
“텃밭 때문입니다. 집사람의 꿈이 텃밭을 갖는 것이었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천만다행입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저는 제 사무실에서 명부 좀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몇 마디를 더 나누고 김민중은 사무실을 나와 현성의 집으로 향했다.
그 시각.
현성은 서울에 있는 신춘오 회장과 통화 중이었다.
“그러니까 한문은 회장님께서 책임을 지시고 한글은 최진영 실장님이 맡기로 하셨다는 말씀인 거죠?”
-그렇다네.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네. 내 나이가 있다 보니 두 과목을 책임지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었네.
현성은 신춘오 회장의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문제였다. 그 연세에 두 과목을 강의한다는 건 힘들 것이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춘오 회장이 아무 말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그냥 있었던 것이다.
이제라도 그 자리를 최진영 실장이 대신한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그동안 그 문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습니다.”
-솔직히 그랬다네. 하지만 내 입으로 약속한 일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 실장한테 부탁을 했던 거고. 그런데 다행히도 최 실장의 어렸을 적 꿈이 선생님이었네. 그러니 오히려 잘 된 격이지.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나도 그 부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그렇게라도 최 실장이 꿈을 이루게 되었으니 말일세.
“그래서 언제쯤 내려오실 생각이십니까?”
-3월부터 시작을 한다고 하니 2월 중순에는 내려갈 생각이네. 가서 미리 적응 좀 하려고 말이야.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네.
걱정이란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몇 년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무슨 걱정을 하는지 말이다.
“회장님, 무슨 걱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자네 때문일세.
“네? 저요? 저한테 무슨…….”
-늘그막에 자네한테 혹시 민폐라도 끼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야. 아무래도 곁에 있다 보면 자꾸 귀찮게 할 테고 말이야.
“아니, 왜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그리고 회장님 성격에 누구한테 귀찮게 하실 분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러니 행여나 그런 생각은…….”
-김 사장!
신춘오 회장은 갑자기 현성을 불렀다.
그러자 현성은 하던 말을 멈추고 바로 대답했다.
“네, 회장님. 말씀하세요.”
-내가 미리 말해둘 게 있네.
“네? 아, 네. 말씀하세요.”
현성은 갑작스러운 신춘오 회장의 태도에 약간 놀랐지만 얼른 정신을 차린 다음 대답했다.
그런데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이상한 말이 들렸다.
-딱 3년만 있을 걸세.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성으로선 처음 듣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그런 얘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회장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가 아니라 그동안 고민 끝에 결정을 한 것이네. 그러니 그리 알게.
“혹시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 겁니까?”
-3년 후면 내가 70이거든. 그때쯤이면 나도 슬슬 준비를…….
신춘오 회장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현성은 신춘오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그는 지금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겠다는 거였다.
자고로 사람은 자신의 앞날은 모르는 법.
그렇다 보니 신춘오 회장은 지금 마지막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이미 미래를 산 사람이 아닌가 말이다.
결국, 현성은 신춘오 회장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수화기를 바꿔 잡으며 입을 열었다.
“회장님, 아직 멀었습니다.”
신춘오 회장은 자신이 회귀한 시점에서도 분명히 살아있었다. 그 말을 지금 아직 신춘오 회장은 최소한 25년은 더 남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를 알고 있는 현성의 판단인 것이고.
그 말을 들은 신춘오 회장으로선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아직 멀었다고? 그거 지금 나한테 한 소린가?
“네, 회장님.”
-도대체 뭐가 멀었다는 겐가?
“종착역 말입니다. 회장님께서 조금 전에 미리 준비를 하신다고 하셨지 않으셨습니까? 바로 그 종착역 말입니다.”
-…….
신춘오 회장으로선 할 말이 없었다.
지금 현성이 말한 종착역이라는 의미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해를 할 수 없는 건 그 시간이다. 그는 분명히 아직 멀었다고 했다.
‘멀었다?’
그 말은 지금 아직 죽을 날이 멀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정신을 차린 신춘오 회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보게, 김 사장. 지금 그 말 말인데…… 그 멀었다는 말,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 회장님은 아직 멀었다는 얘깁니다.”
-허허, 이거야 원…….
신춘오 회장으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갈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그때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최소한 앞으로 25년은 더 남으셨습니다.”
-25년?
“네, 회장님. 그러니 이제 ‘정리’라는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혹시 말이야…….
순간적으로 신춘오 회장의 머릿속에는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예지몽이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가 했던 말이다. 자신은 예지몽의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씬라면 출시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했다.
-자네 혹시 예지몽을 꾼 것인가?
“예지몽이요?”
-그래, 자네가 예전에 그러지 않았는가? 자네는 예지몽의 능력이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지금 나한테 앞으로 최소한 25년은 남았다고 하는 거고 말이야.
“아, 그거요.”
현성은 그제야 신춘오 회장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었다.
“네, 맞습니다. 얼마 전에 꿈을 꾸었습니다. 근데 회장님께서…….”
현성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말은 안 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건 바로 앞으로 최소한 25년 동안 죽음과는 상관이 없을 거라는 거였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그게 사실인가?
“네, 회장님. 100% 사실입니다. 회장님께서도 저의 예지몽 능력은 이미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앞으로 아무 적정…….”
-김 사장!
신춘오 회장은 현성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다시 물었다.
-다시 묻겠네. 그 말이 다 사실인가?
“네, 회장님 사실입니다. 한 치의 거짓말도 없이 100% 사실입니다.”
-허…….
신춘오 회장은 할 말이 없다는 듯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수화기를 잡은 건 한참 시간이 지난 후였다.
-25년이라고?
“25년도 끝이 아닙니다. 제가 꿈에서 본건 25년 후에도 회장님은 건강하시다는 거였습니다.”
-그 말은?
“어쩌면 100세도 충분히 넘기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고 우리 어린아이들한테 한자와 예절을 가르쳐 주십시오.”
-일단 이 얘기는 내려가서 결정하세. 솔직히 지금은 내가 정신이 좀 없네.
신춘오 회장으로선 솔직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물론 현성한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막상 그런 얘기를 듣고 그대로 믿기에는 어딘가 왠지 이상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또 안 믿자니 그동안 그가 보여준 능력이 있기에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자세한 말씀은 내려오셔서 마저 듣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씨익.
전화를 끊은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때였다.
똑똑.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민중한의원의 김민중 원장이었다.
이제 남은 건 의료단지 문제 하나.
현성은 반갑게 김민중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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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