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91)
회귀해서 건물주-491화(491/740)
김민중 원장과 한의원 의료단지 조성에 관한 대화는 별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그의 요구 조건은 하나였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휴무를 보장하라는 것.
그것만 지켜진다면 한의원 의료단지 조성에 관해서는 찬성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이유 중에 하나가 주말에 여가를 즐기며 쉬고자 함이었다고 했다.
그 문제는 현성 또한 충분히 공감을 했기에 기꺼이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합의를 하고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의원 의료단지 조성은 그다음 날부터 바로 진행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일간 신문에 예전처럼 광고를 내는 일이었다. 조건은 예전과 같았다.
5년 동안 무상 임대와 수익 보존 조건.
광고를 내고 일주일이 지나자 여러 곳에서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자 한두 사람씩 직접 찾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어느 날.
다섯 명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민중한의원의 김민중 원장의 소개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를 소개한다는 것.
그건 그 사람 스스로가 만족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말은 결국 먼저 내려온 김민중 원장은 지금의 생활에 그만큼 만족한다는 얘기였다.
결국, 김민중 원장의 소개로 찾아온 다섯 명은 모두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그들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현성이 제공하는 전원주택이 한몫했다.
물론 전원주택에 들어가는 공사 원가는 그들의 몫이었다.
현성이 제공하는 건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대지와 텃밭이었다. 그 면적이 1가구당 150평이었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날 즘.
이번에도 다섯 명이 또 한꺼번에 내려왔다. 이번엔 먼저 오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인들을 한 명씩 데리고 내려온 것이다.
결국, 2개월 만에 목표했던 10명의 한의원을 다 모집함으로써 민중한의원을 포함해서 총 11개의 한의원 의료단지가 조성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이 끝난 시간에 김민중이 다시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원장님!”
현성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한의원 의료단지를 조성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민중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생강차를 준비해 그에게 내밀었다.
“원장님이 좋아하시는 생강차입니다. 지난번에 좋아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아니, 저 때문에 일부러 준비를 하신 겁니까?”
“다른 분도 아니고 원장님 덕분에 무사히 의료단지를 조성했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요.”
후릅.
김민중은 현성이 내민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생강이 찐하게 들어갔군요? 아주 맛이 좋습니다.”
“입맛에 맞으시다니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원장님 덕분에 무사히 의료단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말씀이라면 제가 오히려 더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친구 녀석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아무쪼록 사장님 덕분에 노년이 심심하지 않게 생겼습니다.”
사실이다.
이번에 한의원 의료단지를 조성하면서 내려온 친구들이 다섯이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또 지인들을 데려왔으니 결국 10명 모두가 서로 아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그렇데 되면 총 11가구, 거기다 각 병원의 사무장들까지 합치면 총 22가구가 모여서 살게 된 것이다.
같은 직업에 같이 모여 살게 되면 그만큼 유대관계는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시골 생활이라 무료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저로서는 더 감사하지요.”
“이게 다 사장님께서 제공해 주신 전원주택 덕분입니다. 제 친구들도 제가 살고 있는 집을 보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이거든요.”
“아, 네…….”
“솔직히 그 집을 보고 누가 탐을 안 내겠습니까? 더군다나 대지와 텃밭을 사장님이 무료로 제공을 하고 집값도 공사 원가만 받으시니 말입니다.”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처음부터 심혈을 기울였던 게 한의원 원장들과 사무장들이 살 집이었다.
그들을 시골로 불러 내리기 위해서는 한의원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들의 주거 환경 또한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텃밭이 있는 전원주택이었다.
시내에 살면서 전원주택에 관한 로망이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집도 집이지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바로 텃밭이었다. 그 또한 시골에서 살면서 놓칠 수 없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김민중이 살짝 미소를 지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이제야 말이지만 저 또한 이곳으로 내려오기로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사장님이 제시한 주택 조건이었습니다. 세상에 어느 누가 그런 조건을 제시하겠습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네, 얼마든지요.”
“이유가 뭡니까?”
“이유요? 어떤 이유를 말씀하시는지요?”
이유라는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민중이 무슨 이유를 묻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민중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사장님이 이 마을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공을 들이시는 이유 말입니다. 듣자 하니 이번 한의원뿐만 아니라 마을의 공판장도 마을을 위해서 기증하셨고 이제 곧 학원 또한 마을의 학생들과 어르신들을 위해서 무료로 운영할 거라도 들었습니다.”
김민중은 한 호흡을 쉰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솔직히 그런 일을 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돈이 많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말하는 김민중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만큼 그는 지금 현성이 한 일에 대해서 진심으로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사명이라면 설명이 되겠습니까?”
“사명이요?”
“네, 저는 저한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하거든요.”
회귀를 하면서 생각한 게 바로 그거였다.
결론적으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흔한 말로 혼자만 잘 먹고 잘 산다면 회귀한 의미가 없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최소한 주위 사람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신경을 썼던 것이 가족이었고 그다음이 친구들, 이제는 마을인 것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보답을 하는 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은 사명이라고 생각했었다.
김민중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글쎄요, 저로서는 그 사명의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은 스스로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건데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간다는 겁니다. 사람이란 보통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려는 게 본능인데 말입니다.”
“제겐 특별한 사정이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죄송한데 저도 그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는 일이라…….”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얘기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말이다.
아쉽지만 현성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여기까지였다.
쩝.
김민중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이해하기에는 아직 제 수양이 많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제가 사장님을 찾아온 이유는 미리 말씀드릴 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네, 무슨……?”
“이번에 저희 한의사들끼리 모여서 결정한 게 있습니다. 무료 진료에 관한 내용입니다.”
“무료 진료요?”
무료 진료란 말에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고 말았다. 무료로 진료를 한다는 얘기는 결국 마을을 위해서 봉사를 하겠다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반가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던 것이다.
현성의 반색에 오히려 놀란 건 김민중이었다.
“아니, 뭘 그 소리에 그렇게까지 놀라십니까?”
“놀란 게 아니라 반가워서 그렇습니다. 무료 진료를 한다는 얘기는 봉사를 하시겠다는 말씀이니까 말입니다.”
“바로 알아들으시는군요. 네, 맞습니다. 봉사에 관한 얘깁니다. 매월은 힘들지만 분기별로 하루씩 무료 진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1년에 4번을 무료로 진료를 하시겠다는 말씀인 거죠?”
“네, 맞습니다. 저희도 이제 이 동네 사람들이 되었으니 그 정도는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벌떡.
현성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게 그렇게 좋으십니까?”
“좋다마다요. 그만큼 마을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데 말입니다.”
“이게 다 사장님 때문입니다.”
“네? 저 때문이라고요?”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아직 한의사들을 단체로 만난 적도 없을뿐더러 개인적으로 계약을 할 때도 그런 말은 꺼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자신의 탓이라고 얘기를 하니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민중이 빙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사장님을 원망하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께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겠다는 겁니다.”
“보답이요?”
“네, 사장님께선 저희 모두한테 150평의 땅을 무료로 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땅값만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러니 저희도 염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지금 염치라고 하셨습니까?”
염치라는 말에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의료단지를 만들기로 생각을 하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게 그들의 주거지였다. 어차피 내려오면 주거는 기본일 테니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고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목적.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했다. 어차피 의료단지를 생각했던 건 마을의 발전 때문이었다. 마을에 한의원 10개가 더 들어옴으로써 가져올 변화.
그 변화를 생각하니 병원 원장들과 사무장들한테 땅 150평씩 주는 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마을을 위란 투자라고 생각하니 아깝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 결과가 다시 무료 진료라는 주민들의 혜택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걸 김민중은 또 염치라는 말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그런 뜻에서 그 땅을 드린 게 아닌데 웬 염치를 말씀하십니까?”
“우리가 애들도 아니고 그걸 꼭 말을 해야 아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어찌 됐건 저희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마을을 위해서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치료하는 거라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아시고…….”
김민중의 말은 그 외에도 더 이어졌지만 결론은 분기가 끝나는 달의 마지막 주 일요일에 무료로 진료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60세 이후 노인들이 대상이었다.
김민중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고개를 한 전 더 숙인 후 말을 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마을 이장님께 그와 같은 사실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족지혈이라고 아시죠?”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갑자기 그 말씀은 왜?”
“저희가 그렇다는 겁니다. 사장님이 마을에 애쓰시는 거에 비하면 말입니다.”
“하, 사장님도 참…….”
현성은 그저 가볍게 웃고 말았다.
그 후로도 김민중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어찌 됐건 중요한 건 앞으로 매 분기마다 마을 어르신들은 비록 하루이지만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무료진료.
말은 쉽다. 하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김민중을 비롯한 그 사람들은 그 힘든 일을 또 해내고야 말았다. 그런 그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김민중이 사무실을 나가고 집으로 퇴근한 현성.
10분쯤 지났을까.
똑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백두순이었다.
“사장님! 저 왔습니다!”
백두순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그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얘기일 터.
현성은 바로 물었다.
“장난하지 말고, 무슨 일이야?”
“빅뉴스!”
여전히 그의 톤은 높았다.
“빅뉴스? 그게 뭔데?”
“놀라지 마라. 그게 말이야…….”
백두순은 무슨 말인지 말을 한 번에 하지 못하고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입을 열었다.
“드디어 내가 아빠가 된다!”
“뭐?”
“내가 아빠가 된다고. 조금 전에 퇴근했는데 유빈이가 얘기하더라고. 그래서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너한테 달려온 거야. 와! 세상에 나한테 이런 일이…….”
말하는 백두순의 두 눈에 이채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현성은 양 팔을 벌리며 말했다.
“야, 백두순 축하한다. 드디어 네가 아빠가 되는구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얼싸안았다.
몇 달 전 그가 찾아왔을 때만 해도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었다. 그건 바로 두 어머니 때문이었다. 장모님과 엄마가 자꾸 다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 현성이 한 말이 바로 손주 얘기였었다.
하루라도 빨리 두 어머니한테 손주를 안겨드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거짓말처럼 지금 이루어진 것이다.
백두순의 말이 이어졌다.
“이게 다 네 덕분이다.”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그때 우리 두 어머니들 싸움을 말리는 길은 하루라도 빨리 손주를 안겨주는 거라고 그랬잖아?”
“그거야 그런데, 그거 하고 이게 무슨 상관이라고 나 때문이라는 거야?”
“히히.”
백두순은 말 대신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이 자식이, 왜 갑자기?”
“그때부터 내가 진짜 열심히 했거든.”
“열심히? 뭘?”
“몰라서 물어? 하여간 그 효과가 오늘 나타난 거야. 3개월이래.”
“풉!”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가 거의 3개월 전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딱 그 격이었다.
“이제 내 말 알겠지? 히히.”
“하여튼…….”
“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유빈이가 족발 먹고 싶다고 했거든. 나 갈게.”
그 말을 끝으로 발길을 돌리는 백두순이었다.
“야, 잠깐만!”
현성은 급히 백두순을 불렀다. 그리곤 지갑에서 얼른 수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로 제수씨 먹고 싶다는 거 다 사줘라. 자, 어서 가봐.”
“오! 우리 사장님 통도 크네. 하여간 내가 친구 하나는 끝내주게 뒀다니깐. 고맙다, 그럼 나 간다.”
그 말을 끝으로 박범수는 사라졌다.
피식.
백두순이 사라진 현관문을 바라보며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자식, 재주도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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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건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