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93)
회귀해서 건물주-493화(49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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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오 회장이 시골로 내려오면서 현성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건 바로 아침 운동이다.
새벽 5시면 일어나 아침 운동을 했었다. 하지만 신춘오 회장이 온 이후로는 그 시간에 그와 함께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신춘오 회장이 자전거를 배우는데 걸린 기간은 단 3일이었다.
처음 자전거를 배우겠다는 말이 나온 날 바로 자전거를 사서 배우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 바뀌니 못할 일이 없었다.
현성이 한 건 홍천 시내에 나가서 자전거를 산 후 돌아와 두 시간 정도 가르쳐준 게 다였다.
그다음 날부턴 신춘오 회장 혼자서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그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벽이면 현성과 함께 자전거를 한 시간씩 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던 어느 날.
“오늘부터는 요리를 배울 생각이네.”
신춘오 회장이 현성과 헤어지기 전에 한 말이었다.
현성으로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농씸의 회장이란 사람이 갑자기 요리를 배우겠다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이제 와서 굳이 왜 요리를 배우겠다고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바로 물었다.
“혹시 요리를 배우는 이유가 있으십니까?”
그런데 놀라운 건 그의 답변이었다.
“자네 때문일세.”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저 때문에 요리를 배우시겠다는 것입니까?”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성 자신 때문이라고 하니 그 이유가 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신춘오 회장의 다음 말에서 바로 나왔다.
“자네한테 밥 한 끼 제대로 차려주고 싶어서 그렇다네.”
“…….”
당연히 할 말이 없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니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밥, 한 끼.
밥 한 끼가 말하는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이었다.
신춘오 회장은 고마운 마음을 밥 한 끼에 담고 싶은 것이었다. 그것도 손수 요리를 배워서 차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 고마운 마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당장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는 그런 식으로라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건 그런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틀 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탄 후 막 헤어지려 할 때였다.
“집으로 같이 들어가세.”
“네? 지금 말입니까?”
“그래, 오늘 아침은 내가 자네한테 아침을 해줄 생각이네. 이틀 전에 내가 약속하지 않았는가, 밥 한 끼를 차려주고 싶다고 말이야. 아직 실력은 좀 부족하겠지만 아쉬운 대로 밥 한 끼 같이 하세.”
요리를 배우겠다고 한지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아침 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이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이틀 동안에 그는 끝없이 노력을 했을 거라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이틀 만에 초대를 하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네, 회장님. 그럼 회장님 요리 실력 좀 보겠습니다.”
반짝이는 그의 눈빛에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은 흔쾌히 바로 대답했다.
현성의 뒤에 서 있던 최진영 실장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살짝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미 신춘오 회장의 요리 실력을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그의 표정에서는 걱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집으로 들어온 신춘오 회장은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언제 준비했는지 곰돌이가 그려져 있는 푸른색 앞치마를 질끈 동여매며 말했다.
“최 실장과 김 사장은 지금부터 주방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게. 내가 부를 때까지 거실에서 TV나 보고 있게. 알았는가?”
“…… 네.”
현성과 최진영 실장은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고 거실로 향했다.
뚝딱뚝딱.
두 사람이 거실로 사라지자 신춘오 회장은 바로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거실 소파에 앉은 두 사람.
현성이 먼저 최진영 실장을 보며 물었다.
“진짜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겠습니까?”
“회장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그저 지켜만 보십시오. 그리고 우리 회장님 이틀 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셨습니다.”
“공부요?”
현성의 질문에 최진영 실장은 대답 대신 턱으로 한쪽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테이블을 보라는 얘기였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엔 요리에 관한 책이 몇 권 쌓여 있었다.
결국, 신춘오 회장은 이틀 동안 여기에 쌓인 요리책들을 다 봤다는 얘기일 것이다.
소파로 돌아온 현성은 최진영 실장을 보며 다시 물었다.
“설마 저 많은 책을 다 보신 겁니까?”
“그뿐이겠습니까?”
“네? 뭐가 또 있습니까?”
“실습도 많이 하셨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기미상궁 노릇하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말입니다. 하하…….”
최진영 실장은 말끝에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표정이 밝은 건 확실했다.
그런 그가 바로 또 말을 이었다.
“그게 바로 회장님의 지금 마음입니다.”
“마음이요?”
“네, 사장님을 생각하는 마음 말입니다. 저도 사실은 놀랐습니다. 우리 회장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만큼 회장님은 지금 사장님이 고마운 겁니다.”
“고맙다니요? 뭐가 말입니까?”
현성으로선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밥 한 끼를 해주고 싶다고 했을 때부터 그 마음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우리 회장님께서 다시 태어나지 않으셨습니까? 25년 말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무슨 뜻인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 네…….”
현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 25년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나이까지 살아보지 못했으니 100% 공감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고도 남을 듯싶었다.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안다는 것, 그것도 한두 달도 아니고 25년 동안이나 건강한 모습으로 산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처럼 기쁜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칠순을 앞둔 나이라면 말이다.
그때 최진영 실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사장님은 아직 어리셔서 공감을 잘 못하실 겁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아픈 것만큼 무서운 게 없거든요. 차라리 죽으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죽지도 않고 아프기만 하면 그것처럼 고통스럽고 무서운 게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사장님이 해결해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최진영 실장이 주방 쪽을 한 번 바라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보십시오, 우리 회장님 지금 즐거워하시는 거 말입니다. 이제 2년 후면 70이신데 앞으로 25년 동안은 건강하시다고 했으니 그것만큼 즐거운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저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하고 계신 겁니다. 그게 다 사장님의 예지몽 덕분이고요. 그래서 지금 그 보답을 하시겠다는 거고 말입니다.”
“…….”
현성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최진영 실장이 현성을 바라보며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네, 말씀하세요.”
“혹시 저는 안 나왔습니까? 그 예지몽에 말입니다.”
“…….”
현성은 대답 대신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거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의 입에서 예지몽이란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말이 나올 줄 몰랐다는 게 아니라 언제까지나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말이든 그에게 대답을 해야 하니 말이다.
‘어쩐다?’
현성으로선 고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솔직히 그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사실 따지고 보면 신춘오 회장에 대한 예지몽도 어차피 거짓말이었다.
처음부터 예지몽 같은 건 없었으니 말이다.
그저 전생에서 TV를 통해 슬쩍 본 게 다였다. 어찌하다 보니 말이 거기까지 나왔을 뿐이다. 결국은 모든 게 거짓말, 어쩔 수 없이 현성이 만들어 낸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차피 한 번 거짓말을 했는데 두 번이라고 못할 게 뭐 있겠는가.
마음의 결정을 내린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실장님도 건강하셨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그게 정말입니까?”
최진영 실장의 얼굴빛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몇 년을 지켜봤지만 지금 이 순간처럼 밝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 모습에 조금은 미안한 감정도 들었지만 어차피 거짓말을 할 거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현성은 다시 또 입을 열었다.
“10년 뒤에는 사모님도 내려오셔서 같이 사셨습니다.”
“오! 제 아내가 정말 내려옵니까?”
최진영 실장의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누구보다도 시골 생활을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아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같이 내려가자고 했는데도 한사코 거절을 했던 아내다. 그런 아내가 10년 후에는 내려온다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순 없었다.
그때였다.
주방에서 신춘오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 어서들 오게.”
현성과 최진영 실장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신춘오 회장의 요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두 사람의 발걸음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와! 회장님!”
식탁에 도착한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식탁 가운데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은 기본이고 반찬의 가짓수만도 기본 열 가지는 넘었기 때문이다.
“자, 그렇게 서 있지들 말고 어서 앉게.”
“네, 회장님. 그런데 진짜 이 많은 걸 회장님이 다 만드신 거 맞습니까?”
현성은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현성의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냉이었다. 이곳이 추운 곳이라 아직 냉이를 캐기는 이르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냉이를 재배하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앞에 있는 냉이는 재배한 것이 아니라 노지 것이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회장님, 이 냉이는 어디서 캔 겁니까? 아직은 추워서 캘 데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현성의 물음에 나선 사람은 신춘오 회장이 아니라 최진영 실장이었다.
“사장님, 말도 마십시오. 그 냉이를 캐려고 저와 회장님이 어제 들판을 다섯 시간이나 돌아다녔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저는 그저 사장님이 운영하는 산나물 공장에서 좀 사자고 그랬더니 그건 이 맛이 안 난다고 하면서…….”
결국은 신춘오 회장의 고집으로 노지에서 냉이를 캤다는 것이었다. 그 시간이 장장 다섯 시간이나 걸렸고 말이다. 이유는 노지의 냉이 맛을 현성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신춘오 회장의 마음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현성은 바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신춘오 회장이 먼저 숟가락을 들었고 그다음이 최진영 실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성이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
현성의 숟가락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식탁 가운데에 있는 뚝배기였다.
후릅.
된장찌개를 맛본 현성의 시선이 신춘오 회장을 향했다.
“회장님, 예술입니다.”
“정말로 괜찮은가?”
“네, 그냥 단순한 된장찌개가 아니라 봄이 이미 담겨있는 거 같습니다. 이 달래와 냉이의 조합이 환상적입니다. 마치 봄을 먹는 그런 기분입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신춘오 회장이 끓인 된장찌개는 거의 환상적인 맛을 내고 있었다. 역시 맛을 좌우한 건 달래와 냉이였다. 노지의 진한 맛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허허, 많이 먹게. 최 실장도 많이 먹고, 나랑 냉이와 달래 캐느라 고생 많이 했네. 맛이 좋다니 내 기분이 날아갈 거 같구먼. 그리고 이 냉이무침도 먹어보게. 이건 내가 된장과 고추장을 살짝 섞어서 무쳤는데…….”
신춘오 회장은 반찬들을 현성과 최진영 실장 앞으로 밀어놓으며 그 반찬들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이어갔다.
이틀 동안 요리를 공부한 그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퉁퉁.
신춘오 회장이 마지막으로 건네준 숭늉까지 마신 현성은 앉은자리에서 배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회장님, 저는 오늘 출근 못할 거 같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서 말입니다.”
“허허, 적당히 먹어야지…… 그러게 무슨 밥을 세 그릇씩이나…….”
“그렇게 말씀하시면 반칙 아닙니까?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신데요?”
“허허…….”
신춘오 회장은 대답 대신 기분 좋다는 듯 계속 웃을 뿐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앞으로 아침은 매일 여기에 와서 먹을 생각인데 회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나야 물론 오케이지.”
“네,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참! 실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혹시 불편하시면…….”
“어어? 사람 서운하게 무슨 그런…….”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최진영 실장이 손을 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니 기대하세요. 제가 또 요리는 어느 정도 하는 편이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내일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내일부터 학원 개강하는 거 아시죠?”
“물론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많이 떨립니다. 과연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충분히 잘하실 겁니다. 저는 실장님이 잘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아, 그리고 모레 아침은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나야 말로 걱정이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말이야.”
“회장님은 그저 손자 손녀들과 논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공부도 공부지만 아직은 어린아이들이라 예의범절 위주로 당분간은 부탁드립니다. 아마도 회장님은 훌륭한 훈장 선생님이 되실 겁니다.”
“내가 훈장이라…….”
신춘오 회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건 최진영 실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현성 또한 살짝 설레는 건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이제 하루만 지나면 이 시골에도 학원이 개강을 하게 된다. 어린아이부터 중고생은 물론이고 70이 넘은 어르신들까지 말이다.
마을을 위한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실현되기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