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495)
회귀해서 건물주-495화(49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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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슨 일이 있어요?”
현성으로선 일단 이석만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석만은 다른 말은 안 하고 같은 말만 할 뿐이었다. 현성으로선 어쩔 수 없이 이석만을 차에 태운 다음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집에 무슨 일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빙긋.
노인정을 출발한 지 1분쯤 지나자 이석만이 현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운전을 한다고 하지만 대놓고 좋아하는 표정이라 현성으로서도 모를 수가 없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고마워서…….”
부끄럽다는 듯 겨우 한마디만 대답하는 이석만이었다.
10분쯤 달렸을까.
트럭은 어느새 이석만의 집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이석만은 현성이 묻는 말에만 간단하게 대답을 할 뿐 다른 말은 없었다.
평상시에도 워낙 말수가 적은 터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 이석만은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의 표정으로만 봐도 그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방에 잠깐 들어가 있게. 나는 잠깐 부엌에 들렀다가 바로 들어갈 테니까.”
“네? 방으로요?”
“응, 그래.”
이석만은 그 말을 끝으로 부엌으로 사라졌다.
난처한 건 혼자 남은 현성이었다.
이석만이 부엌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는 뭔가 음식을 준비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모른 척하고 방으로 들어간다는 것도 경우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이석만은 혼자 살다 보니 방에 들어가 봤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저벅.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이 향한 곳은 부엌이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부엌으로 가 보는 게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삐꺼덕.
부엌문을 열자 오래된 나무로 된 문이라 소리가 바로 났다.
그러자 이석만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방에서 기다리면 내가 금방 들어갈 텐데…….”
그런 그는 가스 불에 뭔가를 데우고 있었다.
현성은 다가가며 바로 물었다.
“그게 뭐예요?”
“국.”
“국이요?”
“응, 미역국.”
현성은 미역국이란 소리에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생일’이라는 두 글자였다.
“혹시 오늘이 할아버지……?”
“그려, 오늘이 이 늙은이 생일이여. 그래서 밥이나 한 끼 같이 먹으려고. 내가 주책이지?”
“네? 아, 아니요. 할아버지 저 잠깐만 어디 좀 갔다 올게요. 10분, 아니, 15분만 기다려 주세요.”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바로 부엌을 나와 트럭에 올라탔다. 그리곤 바로 터미널을 향해 액셀을 밟았다.
이석만은 꽤 오래전부터 혼자 살았다. 현성 또한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결국 오늘 현성을 데리고 집으로 간 이유는 당신의 생일이기에 같이 밥 먹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석만이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들 둘에 딸이 하나인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 전에 그의 집에선 그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생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석만은 현성을 데리고 집으로 갔던 것이고.
쩝.
현성은 운전을 하면서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 말았다.
얼마 후.
이석만의 집으로 돌아온 현성의 양손에는 검은 봉지가 몇 개 들려 있었다.
현성이 방으로 들어가자 이석만이 바로 물었다.
“어디에 갔다 온 거여?”
“잠깐 터미널 쪽에 좀 다녀왔어요. 할아버지 이거요.”
현성은 들고 온 봉지들을 이석만에게 건넸다.
“이게 다 뭐여?”
“급하게 몇 개 샀어요. 이쪽 거는 내복하고 양말입니다. 그리고 이 봉지 안에 있는 건 심심할 때 드시라고 과자하고 사탕 좀 샀어요. 사탕은 종류별로 다 샀으니 골고루 드세요.”
“아니 이러면 내가 미안해서 어쩌라고…….”
이석만은 미안한 듯 연신 고개를 긁적이면서도 그의 표정은 웃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 왠지 더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할아버지, 이제 우리 밥 먹어요.”
현성은 상을 덮고 있던 보자기를 걷어냈다.
“…….”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상에 있는 건 미역국과 밥 그리고 김치와 오래된 깻잎장아찌가 다였다.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뭘 한 거야?’
순간적으로 회의감이 밀려왔다. 마을을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고 열심히 뛰어다닌 거 같은데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 무심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순간이었다.
그때 이석만의 말이 이어졌다.
“반찬이 이래서…….”
“아니, 괜찮아요. 저도 미역국 좋아해요. 그리고 깻잎장아찌도 좋아하고요. 자, 할아버지 우리 같이 식사해요.”
어차피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있는 미역국이라도 맛있게 먹는 게 이석만을 기쁘게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 할아버지, 제가 생신 축하 노래 불러드릴까요?”
“노래를?”
“네, 제가 또 한 노래하거든요. 자, 그럼 시작합니다.”
현성은 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엔 머리를 긁적이던 이석만도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 생신 축하합니다~~~
그렇게 방 안에는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다.
***
이석만의 집을 나온 현성이 향한 곳은 마을 입구에 있는 공판장이었다.
“오셨습니까, 사장님.”
현성을 맞이한 건 부녀회장인 이순옥이었다.
“잠깐 저 좀 보시죠.”
사무실로 들어간 두 사람.
“…….”
현성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말이 없기는 이순옥도 마찬가지였다. 현성의 표정에서 뭔가 심각한 기운을 느꼈기에 그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현성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부녀회장님.”
“네, 사장님.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심각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조금 전에…….”
현성은 조금 전에 이석만과 있었던 얘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이순옥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를 들을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순옥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말을 이었다.
“제 불찰입니다.”
“아니, 그게 왜 부녀회장님 혼자만의 불찰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러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아닙니다. 솔직히 그런 일은 제가 챙겨야…….”
“부녀회장님.”
현성은 이순옥의 말이 끝나기 전에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제가 지금 부녀회장님을 찾아온 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라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온 겁니다. 어차피 지난 일이고 이제 얘기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니까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굳이 부녀회장님께서 그 책임을 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부녀회장님의 잘못도 아니고 말입니다.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가 노력하면 되는 겁니다.”
어차피 지나간 일을 따진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한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그녀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거다.
이장도 있고 반장도 있다. 그리고 현성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어차피 모두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이순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일단 부녀회장님은 혼자 계시거나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조사해 주세요. 실질적으로 어려운 분들 말입니다.”
“실질적으로 어려운 분들이요?”
“네, 자식이 있어도 어려운 어르신들이 계실 겁니다. 간혹 보면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어차피 그 자식들은 나 몰라라 하는데 말입니다. 나라에서야 그분들을 못 챙긴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자는 겁니다.”
전생에서도 많이 봤었다. 정작 자식들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호적상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빠지는 경우를 말이다. 현성은 지금 그런 경우를 만들지 말자는 얘기다.
“아,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럼 언제까지 조사를 마치면 될까요?”
“혹시 내일 저녁때까지 가능하겠습니까?”
“내일 저녁이요?”
“네, 이왕이면 한 끼라도 먼저 챙겨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우리들한텐 별거 아니지만 그분들한테는 힘든 한 끼가 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네, 알았어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어떡하든 내일까지 조사를 끝내야지요. 그런데 어떤 식으로 지원을…….”
이순옥은 궁금한 마음에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매일 새벽에 반찬을 배달할 겁니다.”
“매일이요?”
“네, 어차피 제가 매일 새벽에 운동을 하니까 말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냥 자전거만 탔는데 앞으로는 반찬통을 싣고 운동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혼자도 아니고 셋이니까 충분할 겁니다.”
현성이 생각하는 건 신춘오 회장과 최진영 실장이었다.
어차피 그 시간에 그냥 자전거를 탈 바에는 반찬을 싣고 배달하면 딱이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물론 두 사람한테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만 그 두 사람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 시골로 내려온 목적에는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순옥이 다시 물었다.
“셋이라면 서울에서 내려오신 농씸 회장님과 그 실장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아요. 그분들도 흔쾌히 받아들이실 겁니다. 그러니 배달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근데 그분들이 과연……?”
“왜, 걱정되세요?”
“농씸의 전임 회장님이라면서요? 그런 분이 반찬을 배달하신다고요?”
“네, 제가 알고 있는 회장님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실 분입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현성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순옥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하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회장까지 한 사람이 반찬통을 배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런 저는 조사만 하면 되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부녀회장님이 하실 일은 따로 있지요.”
“네? 무슨……?”
“자주는 힘들겠지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방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혼자 하시라는 게 아니라 부녀회원들과 함께 말입니다. 어쩌면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건 반찬보다도 사람을 그리워하는 거 같아서 말입니다.”
오늘 이석만을 보면서 느낀 게 그거였다. 반찬도 반찬이지만 생일 밥을 나눠먹고 싶은 사람, 바로 그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말이다.
“네,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많은 걸 잊고 있었던 거 같네요. 뭐가 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앞으로 신경 쓸게요.”
“네, 저도 이번 기회에 반성하고 앞으로는 좀 더 세밀하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마무리를 하면서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
사무실로 돌아온 현성은 바로 주방장인 김일수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또 그런다. 됐고, 이쪽으로 앉아.”
김일수가 맞은편에 앉자 현성은 대뜸 물었다.
“오늘 장사는 어땠어?”
“오늘도 나쁘지는 않았어. 아직 저녁 장사가 안 끝나서 확실한 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평일 치고는 괜찮았어. 그리고 어차피 다음 달에 벚꽃이 피시 시작하면 전쟁일 테니 그때만 기다리고 있어. 그건 그렇고 그것 때문에 날 부른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야?”
“미안하지만 부탁이 있어서.”
“부탁? 무슨 부탁?”
김일수는 부탁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사실은…….”
현성은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김일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돌려서 애기한 것도 아니고 바로 얘기를 했으니 쉽게 이해를 했던 것이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김일수가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매일 저녁에 반찬 도시락을 만들라는 얘기지?”
“응, 그래. 그러면 내가 그다음 날 새벽에 그 반찬을 배달할 테니까 말이야.”
“오케이, 그거야 쉽지 뭐. 어차피 저녁때 되면 반찬이 남으니까 그걸로…….”
“아니, 그거 말고.”
현성은 김일수의 말을 바로 끊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바로 물었다.
“그거 말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말은 혹시 남은 반찬을 사용하지 말란 얘기야?”
“그래, 그건 어차피 잔반이잖아?”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먹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새것으로 만들어줘.”
“그러니까 그 말은 남긴 음식이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들자는 거지?”
“그래.”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왕 반찬을 만드는 거 먹고 남은 음식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음식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르신들이 드실 음식인데 먹다 남은 음식을 드린다는 게 마음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남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먹다 남은 게 아니라 손도 안 댄 반찬들인데 말이야.”
“그래도 그건 싫다. 이왕 하는 거 새로…….”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 그리니까 너는 지금 남는 반찬들이 아니라 처음 만든 반찬을 원하는 거지?”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르신들이 드실 건데 남은 걸 드릴 순 없지.”
“음…….”
김일수는 잠깐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이 방법은 어때?”“어떤 방법?”
“마지막 반찬을 만드는 시간이 오후 4시거든. 그때 만들자마자 어르신들 반찬을 미리 빼놓는 거지. 그럼 남은 걸 드시는 게 아니라 제일 먼저 드시는 셈이니까 말이야.”
“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같은 반찬이라도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현성은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김일수도 자신의 손바닥을 부딪쳤다.
짝!
두 사람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냈다.
어르신들의 반찬은 이렇게 또 해결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