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501)
회귀해서 건물주-501화(501/740)
503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현성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물었다. 어차피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모든 상황을 전생에서 이미 다 알고 있었기에 더 확인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성수의 표정은 현성과는 다르게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미련이 남은 듯했다.
이성수가 바로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혹시 시간이 더 필요한 겁니까?”
“그게 좀…….”
“왜요? 뭐가 더 남았습니까? 제가 볼 때는 더 이상 다른 얘기가 나올 게 없을 거 같은데요.”
“이 장부 말입니다.”
이성수는 장부를 손에 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장부를 보시면 알겠지만…….”
“잠깐만요!”
현성은 바로 이성수의 말을 끊었다. 어차피 지금의 장부는 가짜 장부라는 걸 알고 있기에 굳이 더 이상 장부에 대해서는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장님, 그 장부는 이미 의미가 없다고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요. 그런데 왜 또 그 장부는 언급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장님께서는 지금 이 장부를 전혀 못 믿겠다는 거죠?”
“당연하지요, 입장 바꿔서 사장님 같으면 얼마든지 장난칠 수 있는 장부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장난이라고 하셨습니까?”
이성수의 목소리에 불쾌감이 묻어났다.
노골적으로 장난을 칠 수 있다고 하니 이성수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현성 또한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이미 그가 장난친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대답하는 현성의 목소리에 당당함이 실렸다.
“왜요? 아닙니까?”
“말이 좀…….”
이성수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장난을 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걸 알 수는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단정 짓듯이 말을 막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성수로서는 지금 그게 황당한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제 말이 심했습니까?”
“물론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동의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사람을…….”
이성수의 말이 길어졌지만 그가 하고 싶은 얘기는 간단했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
그러니 그런 식으로 단정 짓지 말라는 것이었다.
피식.
현성은 그런 그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빤히 다 알고 있는데 기분 나쁘다고 투덜대는 그 모습이 가소로울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보다 더 심한 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편, 이성수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자식 뭐야?’
분명히 기분 나쁘다고 얘기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대놓고 큰 소리로 웃는 건 아니지만 고개를 살짝 돌리고 웃는 모습이 더 기분 나빴다.
‘혹시?’
이놈은 진짜 장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저런 식으로 사람 앞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지는 못할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이상하긴 했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만 장이 넘는 비디오를 5분 만에 센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폐기해야 할 비디오까지 선별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건 누가 봐도 불가능한 얘기다.
그런데 그걸 이놈은 정확하게 해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완전 고수.
이놈은 단순한 전문가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이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다.
‘어쩌지?’
잠시 고민을 하던 이성수는 결심이라도 한 듯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이 장부는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하니 논외로 합시다.”
이성수가 선택한 결론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괜히 시간 끌다가 만의 하나라도 계약이 불발될 경우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마음.
개인도 아니고 대형 체인점이 곧 치고 들어올 판이니 말이다.
경쟁?
언감생심이다.
개인이 대형 체인점을 상대로 게임이 되겠는가 말이다.
아쉽지만 그나마 작자가 나타났을 때 여기서 끝내는 것이 상책이라는 게 이성수의 판단이었다.
“결정하신 겁니까?”
“네, 어차피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그럽시다, 그럼…….”
쩝.
현성으로선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전생에 당한 걸 생각하면 좀 더 애를 먹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상대가 꼬리를 내리니 이쯤에서 끝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어차피 비디오 가게 운영에 관해서는 이미 다 알고 있기에 더는 인수인계를 받을 것도 없었다.
가게 열쇠를 넘겨받는 걸로 마무리 지었다.
중간에 문제는 하나 있었다.
그건 이성수가 마지막에 백만 원을 더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물론 줄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생에서 당한 생각을 하면 1원 한 푼 더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전생에서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고스란히 당했지만 이번엔 단 1원도 손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
***
계약을 마치고 현성이 향한 곳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이었다. 이젠 또 건물주와의 계약이 남았기 때문이다.
박상진.
건물주의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그 이름을 거꾸로 하면 진상이다.
사람이 이름대로 산다고 했던가. 처음으로 만난 건물주였지만 그런 진상이 없었다.
월세를 하루만 늦어도 바로 가게로 찾아올 정도로 사람을 피곤하게 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시로 찾아와 잔소리는 기본이고 2년마다 임대 기간을 연장할 때마다 월세를 올렸던 사람이다.
결국 세 번째는 연장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악질 건물주였다.
딸랑.
현성이 들어가자 공인중개사인 유영철이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혹시 조금 전에 전화 주셨던 분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건물주 아저씨는 아직 안 오셨군요?”
“네, 금방 오실 겁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어? 근데…….”
현성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유영철이 고개를 갸웃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혹시 강원도에서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어? 맞기는 합니다만, 근데 어떻게 저를……?”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유영철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게 얼핏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그때 유영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강원도 서명에서 큰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 아닙니까?”
“어? 저를 아십니까?”
“맞는군요? 이거 반갑습니다. TV에서 한 번 봤습니다. 그 유명한 분을 여기서 직접 볼 줄이야.”
현성은 그제야 유영철이 자신을 어찌 알아봤는지 알 수 있었다.
TV에 몇 번 나왔었다. 아무래도 식당 규모가 크다 보니 요리를 다루는 프로에서 몇 번 찾아왔었다.
그뿐만이 나이라 6시 너고향에서도 두 번이나 찾아왔었다.
결국 유영철은 TV에서 현성을 보고 지금 알아봤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건 조금 전에 그가 한 말이다.
그는 분명히 조금 전에 TV에서 한 번 봤다고 했다.
TV에서 한 번 본 사람을 바로 알아본다?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조금 전에 TV에서 저를 한 번만 봤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어떻게 바로 알아보십니까?”
“제 고향이 바로 홍천입니다.”
“홍천이요?”
“네, 그렇다 보니 TV에 나왔을 대 관심이 저절로 가지더군요. 아무래도 타지에서 고향 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더 반가워서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은 작년 봄에 거기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 물론 그때는 사장님을 못 뵀지만 말입니다.”
전혀 뜻밖이었다.
전생에서는 유영철의 고향이 홍천이란 것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계약할 때 얼굴을 한 번 보고 더 이상은 만날 일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유영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정말 대단하더군요. 제가 먹는 걸 좋아하다 보니 쉬는 날이면 전국에 많은 식당을 찾아다니는 게 취미인데 그렇게 큰 식당은 처음 봤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식당의 크기뿐만이 아니라 음식의 맛이었습니다. 음식 맛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특히 저는 그중에서도 산더덕 정식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아, 그러셨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밑반찬들도 정말 깔끔하고 맛이 최고였습니다. 그뿐입니까? 그 식당 뒤쪽에 있는 둘레길은 또 어떻고요, 커피 하나 들고 그 둘레길을 따라…….”
유영철의 말이 길어졌다.
세상이 좁다고 하더니 새삼 그 말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그래서 죄짓고는 못 산다고 하는가 보다.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만날지 모르니 말이다.
잠시 후.
유영철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서명에 식당은 어쩌시고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설마 그 큰 식당을 놔두고 지금 이 작은 비디오 가게를 운영할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지요?”
“아닙니다, 맞습니다. 제가 직접 운영할 생각입니다.”
“네? 그게 말이 됩니까?”
유영철은 황당할 뿐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식당을 놔두고 이 조그만 비디오 가게를 운영한다는 게.
유영철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혹시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제가 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나마 핑계를 댈 수 있는 말이 그 말이었다.
사실대로 아내를 만나기 위해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말은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아니, 아무리 영화를 좋아해도 그렇지 어떻게…….”
유영철은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아무리 영화를 좋아해도 어떻게 그 큰 식당을 놔두고 비디오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당사자가 그렇다는데 더 묻기에도 그렇고…….
“솔직히 이해는 안 갑니다만 당사자가 그렇다고 하니 할 말이 없네요.”
유영철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현성이 다른 말을 끄집어냈다.
“혹시 지금 그 비디오 건물 얼마나 합니까?”
“네? 비디오 건물 말입니까?”
“네, 요즘 시세로 평당 얼마나 하는지 궁금해서요.”
“왜요? 혹시 그 건물을 사시게요?”
“지금 생각으론 그렇습니다. 어차피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그냥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니까요.”
전생에서야 여유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 동네도 앞으로 5년 후에는 재개발이 들어가면서 땅값도 지금보다는 최소 두 배 이상은 뛰기 때문에 나쁠 건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유영철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임대 계약서를 쓰는 것과 매매 계약서를 쓰는 것은 수수료에 있어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유영철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에 전원을 켜며 물었다.
“혹시 커피 드시겠습니까? 제가 얘기를 하다 보니 커피 대접하는 것도 깜빡했네요.”
“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참, 그리고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그 건물 말인데요, 그나마 그 건물이 모퉁이에 있어서 다른 데 보다는 조금 더 비쌉니다. 지금 시세로는 평당 400 정도고 거기가 50평이니까 2억 정도 되겠네요.”
“2억이라…….”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쳐다볼 수도 없는 금액이었지만 지금으로선 그 정도는 눈도 깜짝 안 할 정도로 부담이 안 가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던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그 건물주가 그 건물을 팔까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문제는 금액일 겁니다. 시세는 그 정도지만 거기다 조금만 더 주면 그 사장님도 생각이 틀려질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실 이 동네가 언제 재개발된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땅값이 안 올라갑니다. 그러니 다들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세보다 조금만 더 주면 아마도 생각이 바뀔 거라는 거죠.”
그때였다.
딸랑.
문이 열리면서 건물주인 박상진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박상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가울 리도 없었다. 마지막에 계약 연장을 거절하고 나갈 정도였으니 그와의 남은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형님 오셨습니까?”
유영철이 인사를 하자 박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이 친군가?”
“네, 형님. 김 사장님, 여기 이 분이 …….”
유영철의 소개가 이루어졌다.
그의 소개가 끝나자 현성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김현성입니다.”
“음, 그래. 젊은 친구가 비디오 가게를 하겠다고?”
“네.”
“뭐 좀 하나만 먼저 물어도 되겠는가?”
물론 그 질문이 뭔지 이미 알고 있다.
그건 바로 말도 안 되는 요구사항이었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그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만 해도 건물주가 절대적인 갑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때야 개뿔도 없었으니 을의 입장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현성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성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건물주인 박상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